59화
한 시간 경과, 삼성동 코엑스에 무사히 도착했다. 지루한 전철 탑승에 민국은 ‘흐아암.’하고 길게 하품을 쉬었다. 슬그머니 졸음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대학 수업에 어지간히 집중했기 때문이리라.
‘가능하면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고대하던 시상식이었고 대상을 누가 받을지 몹시 궁금하기도 했다. 허나 시상식을 오래하면 지루해지니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매듭지었으면 했다. 머리를 긁적거리며 코엑스의 건물 안으로 들어선 민국은 아차 싶었다.
‘일단 가면부터 써야지.’
그리고 근처 화장실로 들어갔다. 과연 삼성동 코엑스 건물답게 매우 넓음직했고 화장실 또한 고급스런 환경을 풍겼다. 뭐 그래봤자 화장실이었지만 말이다.
‘음! 향기로운 냄새!’
대변 냄새가 몹시 풍기는 화장실 안에서 킁킁거리던 민국이 비어 있는 칸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가방에 싸들고 온 가면 두 개를 꺼내 보았다.
‘어떤 걸 쓰는 게 좋을까?’
한 개는 예전에 말했던 오페라의 유령 비스름한 가면이었다. 다른 가면은 한 때 어린애들 사이에 유행했다는 케로로라는 애니 속의 가면이었다.
‘우스꽝스러우려면 케로로가 낫겠지만, 웃기려고 온 것도 아니니까 그냥 오페라 가면이나 쓰자.’
그리고 입술을 제외한 얼굴 면적을 가득 채우는 오페라 가면을 쓰는 민국이었다. 얼굴이 어찌나 작던지 자기 사이즈에 맞는 가면을 찾느라 어지간히 고생했었다.
이윽고 가면을 써보인 민국이 그대로 가방을 들고 칸에서 나왔다. 막 소변을 보고 있던 한 남자가 민국을 보더니 아연실색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무언가 사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괜찮습니다. 해치치 않으니 하던 거 계속 하세요.”
“…….”
그렇게 남자를 타이르고 민국은 화장실 거울로 향했다. 거울로 드러난 가면 쓴 자신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머리카락이 약간 떡져 있는 게 몹시 보기 그랬다. 머리카락을 살짝 손질하여 다듬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야 서민국! 포기를 모르는 남자1지!”
그렇게 대뜸 소리치고는 코엑스 건물 내에 파뿌리 TV 업계가 빌렸다는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물론 건물이 워낙 넓다보니 길을 잘 몰라 조금 해매기도 했다. 머지않아 시상식장 입구에 도착한 민국. 그런 민국을 입구에서 손님들을 확인하던 한 여자가 철저히 체크했다.
“확인 절차 들어가겠습니다.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현대왕입니다.”
“…헐?”
더도 말고 휴대폰을 꺼내들어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리고 파뿌리에 접속하여 그대로 현대왕 아이디로 로그인을 하였다. 손님들에게 확인 절차를 밟고 있던 그로선 상당히 당황스러운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지만 신분증 조회를…. 오늘 있을 시상식은 일반 사람들이 관여할 수 없는 관계로….”
신분증을 보여주면 맨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그것은 민국이 원치 않는 일이었다.
‘뭐 그래도 이건 방법이 없네.’
어차피 한 번 보여주고 말 것이니 잠시 신분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건네주자 여자는 순간 못 믿겠단 얼굴로 당황하다가 민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쓰고 있는 가면 좀 잠시 벗어주실 수 있을까요?”
“왜 그렇게 저에게 관심을 가지십니까?”
“…….”
“아니, 아니에요.”
에라이, 결국 다 보여주게 생겼다 라고 중얼거리며 민국은 가면을 벗었다. 남들이 목도하기 전에 급히 벗고는 빨리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
손님을 모시고 있던 여자 직원은 잠시 얼떨떨한 듯 민국의 맨 얼굴과 신분증을 번갈아 쳐다볼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막나가는 행동으로 남들을 골치 아프게 했던 작자가 이토록 잘 생긴 인물이라니? 현대왕은 파뿌리 TV 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다들 한 번씩 들어봤을 이름이었다.
그토록 유명했고 명성도 자자했기에 루머도 엄청났다. 분명 얼굴이 못 생기고 미연시나 해대는 초특급 오타쿠일 거라느니… 뭐 그런 거 말이다.
“이제 됐죠?”
“…아, 예.”
이윽고 여자가 홍조가 어린 얼굴로 고개 숙이면서 인사했다. 민국은 신분증을 건네받은 다음에 급히 가면을 쓰고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러다 안으로 들어가는데, 민국의 그런 뒷모습을 여자 직원은 말없이 막연히 훔쳐볼 뿐이었다.
‘넓은 곳 빌렸네.’
오늘 있을 시상식의 규모가 꽤 거대해 보였다. 그 증거로 파뿌리에서 빌린 시상식장이 어지간히 넓음직했던 것이다. 원형으로 된 고급스런 테이블도 스무 개가 넘어갔고,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어떻게 보면 술집에 들어온 것 같단 착각도 들었다.
“그냥 비어 있는 자리 앉으면 되나.”
예상 외로 약속했던 시간보다 일찍이 도착한 민국이었다. 때문에 그는 비어 있는 자리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형편에 놓였다.
‘그냥 여유롭게 기다리지 뭐.’
슬쩍 고개 돌려 단상 쪽을 보았다. 아직 텅 비어 있었지만 조만간 저 단상에서 상을 주는 진행식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다. 솔직히 파뿌리 TV 방송을 한다는 게 전문 직업같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개인이 갈구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자유직업이었고, 다만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마다 색다른 컨셉을 잡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은 같았다. 민국은 그리하여 성공한 케이스 중에 한 명이었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안착해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언젠간 나도 방송 은퇴를 하게 되겠지.’
어차피 방황하던 시기에 저도 모르게 시도했던 일이었다. 이것을 끝까지 자기 직업으로 끌고 가기엔 현실이 너무 벅찼다. 민국은 확고한 목표를 다지고 있었고, 그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선 방송도 언젠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진 최소한 많은 걸 즐기자고.’
즐길 때 즐길 수 있으니! 즐길만큼 즐기자!
‘그나저나 이 여편네들은 나한테 잘 보이려고 두 시간째 화장하고 있나?’
안 와도 너무 안오고 있었다. 벌써 시상식 시간이 좁혀오는 중인데 말이다.
시상식 테이블에도 아직 사람들이 많이 비어 있는 것이, 이러다가 혼자서 시상식에 참여한 꼴이 되진 않을까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슬슬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얼굴도 알고 있고 나름 파뿌리 TV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들이 말이다.
‘오올!’
점차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에, 그리고 방송으로 한 번쯤 접해봤던 인물들의 등장에 민국은 조금 두근거림을 느꼈다. 이윽고 그때였다.
무언가 익숙한 분위기가 풍기는 한 여인이 시상식 안으로 입장하고 있던 것이다. 민국은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터벅 터벅. 당당하게 걸어가던 그 여인의 앞에 바르게 서보인 민국이 예의 바른 왕자처럼 곱게 인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머지않아 허리를 세워 보인 민국이 ‘으아닛?!’하고 짐짓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이다.
“당신은 신이 실수로 만든 불완전한 작품이군요!”
“…뭐래 갑자기?”
“생각해보세요. 당신처럼 예쁜 여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불공평한 일입니까? 평등을 사랑하는 신이 피로에 눈을 깜빡이다 완벽하게 만든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실수죠.”
“…….”
멘트가 영 나쁘진 않은 모양이었다. 민국과 마찬가지로 가면을 쓰고 있던 여인이 한심하단 눈빛으로 팔짱 끼며 말했다.
“맞아요. 나같이 완벽한 여자를 손에 얻은 남자는 항상 불안에 떨며 신을 원망할 거예요.”
대뜸 연기를 멈추고 은별이의 이마에 손을 올리는 민국이었다.
“너 어디 아프냐? 어울리지 않게 웬 공주병 행세야?”
“…이씨.”
놀림 당했던 사실에 은별이 살짝 분개하며 민국의 손을 내쳤다. 그런 그녀를 향해 해맑게 웃음 지어 보이는 민국. 웃는 얼굴에 차마 주먹을 날릴 수 없단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것이리라.
“가자.”
“아는 사람 아무도 안 왔어?”
“응. 아직.”
그리고 아까 전 자리로 향해 은별과 같은 테이블에 안착했다. 슬그머니 가면 쓴 얼굴로 주위를 훑어보는 은별이었다.
“사람들 많이 왔네….”
“아는 얼굴도 좀 보이지?”
“응.”
살짝 신기함을 느낀다는 눈빛이었다. 그런 은별이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돌연 미소가 머금어졌다. 민국은 슬쩍 얼굴을 들이밀어 은별이의 입가에 입술을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빠르게 인기척을 느낀 은별이 흠칫하며 물러났다.
“…뭐, 뭐하는 거야?!”
“뭐하긴. 파뿌리에서 우리가 애인 사이인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건 그거고! 공공장소에서 그런 짓해봤자 좋을 게 아무것도 없잖아!”
쪽!
“그럼 한 번만 할게.”
“…….”
외침이 멈추기도 전에 입술을 한 번 부닥치는 민국. 다행히 떠들썩한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를 목도하지 못했다. 은별은 삽시간에 벌어진 일에 살짝 흔들림 있는 눈동자로 민국을 쏘아보았다.
민국은 또다시 해맑게 웃어보였고, 은별은 정말이지 가면을 쓰지 않았더라면 좋아한 흔적이 얼굴에 붉게 물들어 있었으리라 생각하며 안도했다.
“야!”
마침이었다. 어느 터프한 음성의 남자가 그리 소리치며 민국이 있는 쪽으로 다가온 것이다. 은별도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게 되었고, 민국은 남자의 맨 얼굴을 보는 순간 웃음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올! 쿠왁!”
“그래! 쿠왁이다 임마!”
쿠왁. 실제 이름은 김민철이었다. 그는 172cm에 왜소한 체격으로 얼굴에 살이 많은 타입이었는데 이목구비는 나쁘지 않게 생긴 편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실물에 민국이 질문했다.
“넌 왜 가면 안 쓰고 왔어?”
“난 얼굴 드러내놓고 방송하잖아 이 자식아. 너랑은 달라.”
“올~ 파뿌리 계의 자부심 보소?”
둘이 들썩들썩거리며 떠드는 와중에 은별은 가만히 뚱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시선을 느낀 민철이 고개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면을 쓰고 있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이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민철이 민국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소근거렸다.
“누구야?”
“남고딩.”
“뭐?”
“내 애인.”
“…….”
민철과 은별 사이에선 한 차례 큰 트러블이 있었다. 그로 말미암아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처지였다. 당연히 시상식에서 또한 그 관계는 꾸준히 유지될 것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래요.”
심술 맞은 목소리로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두 사람과 친근한 사이인 민국이었기에 행해진 운명이었다.
‘온라인이면 뭔가 개드립이라도 쳐보련만. 현실이니까 그게 영 힘드네.’
무엇보다 은별과 민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은근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민국은 무언가 화제 거리라고 할 만한 게 없나 찾기 위해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 진짜 많네.”
“그래, 이래봬도 파뿌리가 인터넷 방송계의 거장이니까.”
그렇게 슬그머니 시상식 시간이 다가오고 있을 즈음이었다. 얼굴을 아는 또 다른 이가 시상식에 당도했다.
“어? 강강?”
“얼?”
“……?”
민국을 따라 나머지 두 사람의 시선도 일제히 오고 있는 한 여인에게로 향했다. 아니, 그 여인의 옆에는 또 다른 남자 한 명이 있었다. 아무래도 저격고수인 것 같았다.
“오올! 유이 씨! 기꺼이 행차하셨군요!”
“…….”
“저격고수도 하이.”
“안녕하세요.”
저격고수는 실제로 보는 게 처음이었으나, 유이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임을 알 수 있었다. 깍듯하게 인사하는 저격 고수를 뒤로하고 유이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던 민철이 민국에게 질문했다.
“누구냐?”
“강강.”
“뭐? 진짜?”
“그래.”
민국이 웃음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민철은 할 말을 잃은 듯 유이를 막연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저격 고수가 매너 있게 빈 의자를 당겨 주었고, 유이가 소심하게 ‘고마워요….’라면서 의자에 앉았다. 웃음 지으며 옆자리엔 저격 고수가 안착했다.
“…….”
“…….”
갑작스레 당도한 낯선 인물 두 사람. 민국이랑은 여러모로 친근한 사이였지만 은별과 민철에겐 아니었다. 그 두 사람은 유이나 저격고수와 방송을 진행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웃음 지은 민국을 뒤로하고 민철이 꿀꺽 침을 삼켰다. 은별도 하염없이 은근슬쩍 어디론가 시선을 조준하고 있었다.
‘크다….’
‘…크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크군!’
놀랍다는 눈길과, 부럽다는 눈길과, 만족했다는 눈길이 어우러져 유이의 가슴을 조준했다. 유이로선 무척이나 움츠러지는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민국이 저격고수를 바라보며 통성명했다.
“그러고 보니 저격 고수님이랑은 통성명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실제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전 서민국입니다.”
“아, 저는 강철남이라고 해요.”
“올~ 강철 같은 남자군요?”
“…네.”
일순간 좌절을 먹은 듯 고개를 내리 숙이는 강철남.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그는 ‘부모님이 정말로 강철 같은 남자가 되라고 그렇게 지어주셨대요….’하고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이내 유이에게 인사하는 민국이었다.
“그럼 강강님은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머뭇거리던 유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아니, 그쪽 말고 가슴이요. 안녕하셨냐고요.”
“…….”
저돌적인 발언에 은별이 손을 올려 민국의 옆구리를 퍽하고 쳤다. 민국은 ‘컥!’하고 가볍게 신음했고 은별이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면서 노려봤다.
“뭐하는 거야!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소리를 담니?! 심지어 저격 고수님이 남자친구인 거 몰라?!”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만류하는 강철남이었다. 그는 175cm에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저 때문에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정말 괜찮으니까….”
“으… 그래도 남자 친구 분이신데….”
은별이 정말이지 미안해 죽겠다는 얼굴을 지었다. 정말이지 예의 바른 그녀였다. 허나 이윽고 강철남이 다시 한 번 만류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슬쩍 유이를 곁눈질하는 강철남이었다. 유이는 언뜻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윽고 강철남이 말했다.
“헤어졌으니까요.”
“…….”
침묵이 감돌았다. 삽시간에 민국이 앉아있는 테이블의 분위기가 어둑해지는 느낌이었다. 허나 인자한 표정으로 손사례 치면서 강철남이 말을 이었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그냥 친구로 지내고 있고 좋은 방송 파트너니까….”
“…….”
말없이 민국을 쏘아보는 은별이었다. 민국 역시 전혀 예상 못한 상황이 찾아오자 조금 난감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웅성웅성.
“세상에. 쟤 뭐야?”
“왜 저렇게 예뻐?”
“남자애야 여자애야?”
어디선가 소란이 인 것이었다. 자연스레 민국 일행의 시선이 시상식 입구 쪽으로 향했다. 혹자들 모두 그쪽으로 입장하고 있는 인물 한 명에게 눈길을 고정하고 있었다. 민철이 자문하듯 중얼거렸다.
“왜 저런대냐?”
“그러게?”
민국도 의아해했다. 하지만 갸우뚱거리던 것도 머지않아 그치고 민국이 눈을 크게 뜨며 놀라했다.
“…….”
“와! 진짜 예뻐!”
민철의 외침이 있었고, 다른 남자들 사이에서도 비명 같은 외침이 있었다. 얼마나 예쁜지, 도무지 이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민국도 순간 마찬가지였다. 은별에겐 살짝 미안했지만, 입구에서 당도하는 한 여인의 모습이 어지간히 예뻤어야 말던가 하지 않겠는가.
‘근데 저거….’
하지만 빤히 시선을 조준하고 있던 것도 잠시, 민국은 순간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남장한 거 맞지?’
가슴을 애써 가려 보인 게 남장한 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무언가 부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역시 집에 가서 도와주었어야 하려나? 하고 자문하는데, 민국을 발견하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그녀가 보였다. 강서라였다.
“애브리바디 부쳐핸섭!”
손바닥을 펼쳐 들며 그리 인사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