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왕의 표본-48화 (48/369)

48화

<게임 방송을 하다(2)>

다음 날이었다. 민국은 일찍이 학교를 끝내고 예나와 하교했다. 그리고 집에 당도했을 때 곧장 컴퓨터 전원을 키고 기다렸다. 이윽고 메인 화면이 드러나고 인터넷에 접속하여 파뿌리 TV로 들어간 민국은 더도 말고 현대왕으로 변신하기 위해 방송 시작 버튼을 클릭했다.

‘뭔 노래가 나으려나. 흠, 그래 너로 정했다.’

이윽고 오프닝 송을 고르던 현대왕이 윈엠프에서 한 곡을 클릭했다. 그러자 남자들은 다 알고 있을 법한 간주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윌 웨디드 파뤠~~~~!”

스피커를 통해 들려나오는 흑인 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꽤 많은 사람들이 코러스로 ‘예~.’하고 외치고 있었다. 이윽고 흑인 남자의 싱글벙글한 목소리가 또다시 이어졌다.

“헤헤헤, 후비고! 컴온 애브리 바디 위슬리고! 위슬린 히얼 랫매케 에 굿타임~! 데헤~ 굿프렌엔스! 투더그러브 투더디스코 엔더 아머 허디 아우 라운드위얼 에리브리원 에블우웰 웻타브 구뤠엔 예에~~ 파뤠~~~~~~!”

[ㅋㅋㅋㅋㅋㅋ]

[으아 이건 ㅋㅋㅋㅋㅋ]

현대왕이 방송하는 것을 발견하고 들어온 시청자들도 오프닝 송을 듣고 하나같이 깔깔 웃어대는 모습이었다. 현대왕 역시 이 노래를 튼 것이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바! 브리나! 구바! 리나! 로레나! 멀티니! 샤페인! 모리노~!!”

데츠키라 붐붐! 데츠키라 붐붐! 데츠키라 붐붐! 데츠키라 붐붐~!!

“생수! 생수! 생수 온 더 비치! 생수! 생수! 생수 온더 비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수! 생수! 생수 온 더 비치! 생수! 생수! 생수 온더 비치!”

[땍뜨온더비치!]

클라이멕스에서 단체로 부르짖고 있는 이 노래의 제목은 Sex On The Beach라는 명곡이었다. 시대를 초월한 절대적인 곡으로 자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뿌듯함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곡! 현대왕은 빵빵하게 틀어놓은 스피커로 들려오는 생수 온더 비치에 감격한 듯 ‘으음~.’하고 콧소리를 냈다.

“참으로 감격스런 노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덧 300명의 인원이 현대왕의 본방에 들어왔고, 그들 중 태반이 [ㅋㅋㅋㅋ]하면서 계속해서 폭소하고 있었다. 현대왕은 가볍게 흠흠하고 헛기침으로 목을 다듬은 다음에 늘 하던 대로 고민부터 상담하기로 했다.

“자, 오늘은 5개월 전 쪽지를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쪽지함에 있는 쪽지들을 다 읽으려면 앞으로도 100년은 더 걸릴 것 같군요? 괜찮습니다. 전 현대왕이니까요. 신보다 우월한 존재입니다.”

슬슬 드립도 발동시켜가는 현대왕이었다.

“안녕하세요 대왕 님, 남들이 다 현대왕이라고 불러서 저는 좀 특별하게 부르고자 대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는 5년째 보컬 학원에서 노래를 연습하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정말 정말 노래를 좋아해서 꾸준히 배워왔는데요. 가수엔 별로 꿈이 없는데 이 능력을 어디에 쓰는 게 좋을까요? 제가 만날 노래를 흥얼거리고 소리 지르느라 병신 취급을 받긴 하는데, 그래도 뭐 노래 부르는 행사는 제가 다 하거든요.”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능력을 어디에 쓸 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품는 학생의 고민에 현대왕은 간결하게 답해주었다.

“모르는 할매칠순잔치에서 노을의 살기 위해서를 불러보는 건 어떻습니까.”

[ㅋㅋㅋ]하고 웃는 시청자들도 있었으나 [그러다 맞아 죽을라….]하고 걱정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드립을 드립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수의 시청자들이었다.

이윽고 현대왕이 다시 한 번 흠흠하고 헛기침을 한 다음에 쪽지함을 닫았다. 그리고 본방의 채팅창을 한 번 훑어보는데, 웃고 있는 시청자들 속에서 현대왕에게 질문을 투척하는 몇몇 이들이 보였다.

[현대왕 님은 어떤 여자 헤어스타일이 좋으세요?]

“여자 헤어스타일이라, 그야 여자는 삭발이지요. 머리 빨보다는 두상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저라고 할까요?”

[여자 번호는 어떻게 따요?]

“여자 번호 따는 법? 그야 간단하지요. 일단 번호를 따십시오. 근데 그쪽이 맘에 안 들어서 남친이 있다는 식으로 거절하면 어떡하냐고요? 그럼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십시오.”

마치 정면에 실제 여자가 있는 것마냥 현대왕이 살포시 웃음 지으며 중얼거렸다.

“사귀자는 거 아닌데 너무 앞서간다,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친하게 지내요.”

[오오.]

“보셨습니까? 이게 바로 프로의 실력입니다.”

책으로 연애를 공부했던 현대왕이었다. 이래봬도 현대왕은 모태솔로였다. 시청자들은 그의 노련한 말솜씨에 분명히 여자 친구를 몇 명 사귀어 보았을 거라 생각할 테지만, 그는 여자보단 자신의 일을 먼저 즐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아다’ 상태였던 것이다. 이윽고 다음 사람이 질문해왔다.

[저한테 6년 동안 짝사랑해온 애가 있는데 사귀게 되었어요. 지금 100일째 거든요. 선물 추천해주세요.]

“이별.”

[현대왕 님. 저 배가 고픈데 짜장이 나을까요? 탕수육이 나을까요?]

현대왕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도 모르겠다, 엄마한테 물어봐라.”

[ㅋㅋㅋㅋㅋ]

그렇게 질의응답 시간을 마친 현대왕이었다. 현대왕은 자신의 인터넷 창으로 캠을 조준한 다음에 네이년(네이버)에 접속했다. 그리고 이것저것 여러 기사들을 훑어보기 시작하는데, ‘원빈’에 관련된 기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클릭했다.

[오오.]

[원빈이다….]

잘 생긴 원빈의 이미지가 인터넷 창에 드리우자 시청자들이 하나같이 저거 인간 맞아? 하는 투로 중얼거렸다. 현대왕 역시 ‘헉!’하고 깜짝 놀라는 투였는데, 얼마지 않아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거울인가?”

[…….]

“아닛! 여기 이 사람도 나랑 판박이인데!”

이번엔 장동건 기사로 들어가서 그리 소리치는 현대왕이었다. 대번에 [ㅡㅡ] 정색하는 시청자들. 살짝 민망함에 현대왕이 소리쳤다.

“이놈 자식들! 정색하지 말고 개구리 즙이나 마저 먹어라!”

그리고 현대왕은 다시금 파뿌리 TV 메인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근데 그 순간 ‘어?’하고 저도 모르게 말을 뱉는 현대왕.

“이게 뭐랍니까?”

바로 파뿌리 TV 메인에 떡하니 드리워 있는 이벤트, ‘소설 공모전’ 때문이었다. 현대왕은 더도 말고 망설임 없이 그것을 클릭해 보았는데, 머지않아 소설 공모전에 대한 구체적인 이벤트 내용이 드러났다.

“흠, 파뿌리 TV에서 진행하는 소설 공모전이라. 대상 상금이 500만원? 슈발… 졸라 많은데?”

참가는 어느 누구든 가능하며 대상을 할 경우 책으로 출판까지 될 수 있단다. 현대왕은 살짝 흥미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거, 잘하면 조만간 책도 한 권 내겠군요? 21세기 파뿌리 TV에서 발견한 천재 작가가 되는 건가?”

잘 생각해보니 그다지 좋을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하는 현대왕이었다.

“하여튼 간에 심사 방식도 맘에 들고 괜찮군요. 한 번 참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 오늘은 책을 쓰시는 건가?]

[응? 현대왕 글 솜씨 좋음??]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이래봬도 제가 어릴 때부터 글을 꾸준히 써왔었습니다. 아아! 그때의 추억이 갑자기 아련하게 떠오르는군요!”

현대왕은 이젠 아련해진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방학 때 선생님이 숙제로 일기를 써오라고 해서 마지막 날에 벼락치기로 일기 40편을 써재꼈던 현대왕. 정말이지 그때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됐다.

‘아무튼 초등학교 방학 때마다 주어진 일기 숙제 다 합하면 총 일 년 치는 되겠지.’

요컨대, 일기로 글공부를 했다고 주장하는 그였다.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으나 그의 진실한 사정을 모르는 시청자들로선 ‘오오.’하고 낚일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저의 화끈하고도 진실함이 담겨 있는 아리따운 글을 세상 만천하에 드러내도록 하겠습니다. 쓰자마자 출판 제의가 오는 건 아닐 런지, 근심이 가득해지는군요.”

소설 공모전에 적힌 구체적인 사항들을 모두 속독하고 현대왕은 바로 한글 2007에 들어갔다. 참고로 한글 2007은 고등학교 숙제 때 사용하고 다시는 사용 않던 프로그램이었다.

“어디보자. 뭘 쓰는 게 좋으려나.”

돌이켜보니 일단 소재부터 찾는 게 우선이었다. 현대왕은 다시금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어떤 소재로 글을 쓸까 훑어보기 시작했다. 소설 공모전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전부 응모가 가능했기 때문에, 현대왕은 가능한 한 단편으로 작성할 계획이었다.

‘흠. 콘센트라.’

그때였다. 현재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있는 콘센트가 눈에 들어왔다. 현대왕은 1위를 등극 중인 콘센트 기사를 확인해본 뒤 좋은 영감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현대왕이 소리쳤다.

“좋아! 너로 정했다!”

소재를 찾은 현대왕이 바로 노래를 틀고 캠을 껐다. 시청자들 딴에선 물음표가 자리할 수밖에 없었고, 현대왕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단 저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노래나 들으시면서 대기타고 있으십시오.”

[헐.]

과연 현대왕이기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현대왕이 노닥거리는 방송을 보기 위해 접속했건만 노래나 듣고 있으라니! 하지만 시청자들은 현대왕이 이번에 또 무슨 사고를 칠까 기대를 품으면서 얌전히 노래 시청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현대왕은 윈 엠프에 차례대로 노래들을 넣고 재생시킨 다음에 한글 2007에 술술 글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아주 잘하고 있어.’

글을 적으면서 저도 모르게 끌끌 웃어대는 현대왕이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그의 음흉한 목소리에 [변태 같아 ㅋㅋㅋㅋ.],[뭐야 ㅋㅋ]하고 웃는 시청자들.

“다 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30분이 경과했다. 슬슬 시청자들이 노래 시청에 지겨워질 무렵, 현대왕이 캠을 킨 다음에 한글 2007을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이 [드디어!]하면서 현대왕이 가리킨 한글 2007을 바라보았다.

[뭐야?]

[공백이잖아?]

“기다려 보십쇼.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 응모부터 하고요.”

그리고 파뿌리 TV에서 진행 중인 소설 공모전에 응모를 완료한 현대왕이었다. 바로 한글 2007로 자신이 적은 단편 소설을 보여주는 현대왕. 이를 슬슬 훑어보게 된 시청자들이 하나같이 [이게 뭐야! ㅋㅋㅋ]하면서 폭소했다.

소설 제목 : 콘센트x플러그x구멍x

오늘도 어김없이 그가 찾아올 것이다.

콘센트는 아련하게 겁을 먹고서 부들부들 떨었다.

날마다 반복되는 수치스런 플레이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을 일게 했다.

'또… 왔어…'

호랑이가 제 말하면 찾아오듯, 마침내 그가 등장했다.

"큭큭, 오랜만이야? 내 색시."

"……."

콘센트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그녈 향해 플러그가 은밀하게 웃음 지었다.

"오늘도 구멍이 아주 깊은데?"

"수, 수치스런 소리는 그만해요."

"뭐라는 거야! 이 암퇘지가!"

"…꺅!"

겁을 집어먹은 콘센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플러그였다. 허나 살짝 삐끗하여 들어가지 못했다. 플러그가 아쉽다는 듯 검질기게 혀를 찼다.

"쳇, 아깝군."

"제, 제발 그만…."

"굵고 성스러운 그것을 제 안에 끼워주세요, 라고 말하면 그만둬주지."

수치스러웠던 콘센트는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그런 부끄러운 말을…."

"어서 하지 못해? 정말로 끼이고 싶어?"

그녀에겐 결정권이 아닌 오로지 선택권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두려웠던 콘센트는 주저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구, 굵고 성스러운 그것을…."

"……."

"끼워주세요…."

"뭐라고? 더 크게!"

부끄러움에 눈을 찔끔 감으며 콘센트가 소리쳤다.

"굵고 성스러운 그것을 제 구멍 안에 끼워주세요!"

"크큭!"

'잘했어!'라면서 플러그가 그대로 콘센트의 구멍 안에 진입했다.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한 콘센트가 '아♥'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크큭! 오랜만에 하니까 좀 뻑뻑하군! 아니, 조이는 건가? 너 흥분했나?"

"놔, 놔주세요! 읏♥! 이, 이러면 안 돼!"

"닥쳐! 너만큼 상성이 잘 맞는 구멍은 어딜 둘러보아도 없어! 다른 구멍은 내께 얼마나 큰 지 들어가지도 않거든!"

다른 콘센트는 세모 모양이거나 네모 모양이었다. 플러그한테 딱 맞는 구멍의 콘센트는 이것밖에 없었다. 플러그는 벌써부터 힘들어하는 얼굴을 보였고, 콘센트가 씨익 웃었다.

"이거 이거, 너무 일찍 지쳐가는데? 아직 갈 길은 멀다구. 흡!"

“허억♥ …거, 거기는!”

“드디어 구멍 속에 확실히 닿았군! 네가 좋아하는 부위가 바로 이곳인가!”

몸속 깊숙이 들어온 플러그의 우람한 두께에 콘센트가 ‘그, 그만♥’하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플러그는 그녈 놓지 않았고 마침내 ‘찌얍!’하면서 콘센트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절정에 도달한 콘센트는 ‘아아아!♥♥♥♥’하며 신음했고, 그것을 보고 있던 플러그는 씨익 웃었다.

“넌 영원히 내꺼야, 콘센트.”

콘센트는 ‘하아… 하아….’하고 가냘프게 숨을 내쉬었다.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이 지독한 사슬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콘센트는 언젠가 희망이 자기 앞에 찾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눈을 감았다.

시청자들에게 내용을 모두 보여준 현대왕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콘센트와 플러그의 때어낼 수 없는 인연.”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ㅋㅋㅋㅋㅋ],[미친 ㅋㅋㅋㅋ]하고 어이없게 웃을 따름이었다. 현대왕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것으로 만족했는지, 한글 2007을 종료하면서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제 공모전에서 수상 받는 것만 기다리면 되겠군요. 과연 심사위원들이 얼마나 감격의 눈물을 흘릴까 기대가 됩니다.”

당연하게도, 현대왕의 글은 1차 투고되자마자 바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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