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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31화 (31/369)

31화

뚜루루루루. 스카이 라이프로 콩딱지에게 연락을 시도하는 현대왕이었다. 딸칵, 이윽고 콩딱지가 전화를 받자 현대왕이 욕부터 입에 담고 시작하였다.

“야 이 새끼야,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성드립을 하면 어떡해?”

“어멋! 형 방송하고 있었어? 몰랐네!”

“힝! 몰랐어도 이제 알았으니 됐지!”

사이좋은 콤비였다. 이윽고 현대왕이 조금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왜 연락했냐? 너 혹시… 내가 접속한 거 발견하고 ‘억! 대, 대왕이 형이야… 나 시, 실은 대왕이 형에게 러브러브 하트를 느끼고 있다능! 그래서 어떻게든 관심을 표현하고 싶다능!’이라고 생각해서 연락을 한 거냐?”

“와! 역시 형은 혼자 착각하는 수준을 뛰어넘었어! 대단해! 천재야!"

“새끼, 내가 천재인 걸 이제야 알다니. 수준이 하찮구만? 그래, 나 아이슈타인이랑 암산 대결해서 이긴 적 있는 놈이다.”

“헐……. 형, 지금 고인 드립친 거야? 난 아무리 형이 개념 없이 막무가내로 타 비제이들을 모욕하는 한심한 형이라고 해도 나는 형이 고인 드립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진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형이 고인 드립을 할 수가 있어? 형은 정말이지… 멋진 남자야!”

“새끼! 드립 한 번 병신 같네!”

그렇게 서로 칭찬 아닌 칭찬을 내뱉으며 콤비의 모습을 보이는 현대왕과 콩딱지. 시청자들은 이미 두 사람의 황당무개한 대화에 [ㅋㅋㅋㅋ]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현대왕이 한층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진짜로 전화한 목적이 뭐냐고.”

“형, 혹시 형 아는 사람 중에 공부 잘하는 사람 있어?”

조금 의아해지는 현대왕이었다.

“공부 잘하는 사람? 그런 걸 갑자기 왜 묻냐? 뭐 너 공부 배워야 할 일이라도 생겼어?”

“나 좀 있음 시험이잖아. 이번 시험 잘 봐야 해서 학원 다니려고 했는데, 근데 학원비가 너무 비싸, 그래서 엄마랑 논의해서 내가 아는 형 중에 한 명 구해서 일 대 일 과외 받기로 했어. 그래서 형 아는 사람 중에 공부 잘하는 지인 있나 물어보려고 연락한 거야.”

“어, 그렇구만. …야, 근데 너 방송 중이면서 사생활에 관한 거 얘기해도 상관없냐?”

“난 형처럼 방송에 컨셉 잡고 임하는 남자가 아니야! 난 게이가 아니래두!”

“자식!”

맞는 말이니(?) 반박할 수 없었다.

“하여튼 공부 잘하는 지인이라… 뭐 알고 있긴 한데 설마 공짜로 배우려는 건 아니겠지?”

“헐! 형이 뭘 좀 모르시나 보구만!”

“설마 공짜로 배우려 했냐? 이 새끼… 보기보다 뭘 좀 아는데?”

“헤헤… 학원비 없어서 배우는 건데 과외비는 어떻게 있겠어. 그치 형?”

“그렇긴 하다만. 근데 너네 집이 원래 거지였냐? 학원비 하나 못 낼 만큼 거지는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아~ 그게 실은 내가 학원비인 걸 까먹고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고 떡볶이 사먹고 하는데 흥청망청 다 썼거든. 전부 쓰고 나서야 그게 학원비였구나~ 하고 떠올랐어. 그리고 난 엄마한테 죽빵망이를 백만스물한 대나 맞았지.”

“죄를 지었으면 달게 벌을 받는 법을 알고 있구나 너.”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래? 나 콩딱지야! 코에서 이응자를 붙인 콩딱지라고~!”

“너의 그 논리 정연한 말에 감탄사만이 나오는구나!”

현대왕이 다시금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야, 그런데 내가 아는 지인들 중에 돈 안 받고 가르쳐주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걸? 안 그래도 걔네들 대학생인지라 과제니 뭐니 이렇다 바빠.”

“에게? 1학년이 바쁜가?”

“실은 걔네들 술 처먹느라 바쁘다.”

솔직하게 얘기하는 현대왕.

“아무튼 공짜로는 안 될 거야, 그냥 어머니에게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두 손이 발이 될 때까지 싹싹 빌어 부탁해. 차라리 그게 낫겠다.”

“으아아 아노돼… 형. 나 지금 형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단순한 상황이 아니야.”

“흠. 그래? 그럼 정 뭐하면 나한테 배우던가.”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잇는 콩딱지였다.

“형 공부 잘함?”

“내가 고등학교 때 공부 쫌 했지.”

“피식!”

“왕년에 좀 날렸었다.”

“피이식!”

“…….”

“아 형, 농담이고. 저는 형이 공부를 알려준다면 정말이지 감지덕지하져…. 형은 제 우상이니까여…, 형에게 공부를 배우게 된다면 음, 뭐랄까…? 오리고기가 아니라 소고기에 마요네즈 찍어서 먹는 느낌?!”

“새끼… 찰진 드립 그만하고 대답이나 제대로 해. 받을 거야 말 거야?”

“받겠습니다요!”

“알겄다. 그럼 언제 볼까?”

“오늘 돼?”

“새끼, 진도 하난 열라 빠르네.”

“헤헤. 이게 다 티아라 때문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현대왕.

“하여튼 알긋다. 그럼 방송 끝나는 즉시 내가 연락할 테니까 집에서 마중 나올 준비해라.”

“어디서 볼 건데?”

“어디서 보긴. 우리 처음에 봤던 장소에서 봐야지”

“아~ 그 장소? 오키도키.”

“엉.”

“뿡!”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현대왕은 조용해진 분위기를 느끼며 중얼거렸다.

“이 새낀 병쉰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현대왕은 오늘 방송을 가벼이 끝내 보였다. 예전에 했던 게임을 한 차례 더 함으로서, 방송 횟수만 더 늘린 그는 곧장 방송을 종료하고 콩딱지에게 연락했다. 뚜루루루. 스카이 라이프가 아닌 진짜 휴대폰을 통해 연락하는 것인지라 신호음이 다르게 들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다 준비 끝났어?”

“방종하고 이빨 닦으러 화장실 들어왔제~.”

“알겄다. 그럼 나도 준비 끝나는 즉시 다시 한 번 연락하마.”

“엉~.”

그리고 뚝하고 연락이 끊겼다. 민국은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옷을 다시 입기 시작했다.

오늘은 방송만 하고 집에 있을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다시 바깥으로 외출하게 돼버렸다. 그러나 민국은 그다지 딱지와 만나는 시간을 안타깝다거나 아쉽게 느끼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 실제로 만나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으니까.

‘처음 만났던 게 3개월 전이었나.’

3개월 전의 그 날을 회상해보며 민국은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참으로 세월이 빠르게도 흘러가는구나 싶었다.

‘그 녀석 막장 비제이인 건 알고 있었지만 현실에서까지 막장 짓을 하는 놈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

콩딱지를 겨냥한 대사였다. 녀석은 어지간히 현실에서도 막장스러운 행동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 부담감을 느끼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녀석과 함께 있으면 지루할 때가 없을 거란 점이었다.

‘그 녀석이 제안했던 게 뭐였더라.’

실제로 처음 만났던 그 날, 녀석이 제안했던 것은 대뜸 명동의 옥상에 올라가자는 것이었다. 그때 민국은 왜 명동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자는 것인지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어 추궁해보았는데, 그 이유란 다름 아닌 이것이었다.

‘커플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아마 그 날이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을 것이다. 명동에선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열 시에 모든 건물의 전기를 차단시켜 깜깜한 곳에서 커플들이 키스를 할 수 있도록 유인하게 만들었는데, 마침 깜깜해진 시각 콩딱지는 이런 대사를 소리쳤었다.

‘식스센스에서 반전은 꼬마아이를 따라다니는 남자가 [ ]다!’

‘쏘우에서 나오는 반전은 범인이 [ ]다!’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나오는 반전은…!’

요컨대 최고의 반전 영화라 불리는 영화들의 반전을 전부 스포일러 해버리는 것이었다. 어둡고 조용한 시각에 그렇게 소리쳤으니, 사람들은 안 들을 래야 안 들을 수 없었을 터고, 이윽고 깜깜했던 전기가 다시 복원되어 명동 거리가 맑아졌을 때 콩딱지는 기분 좋다며 옥상 아래로 신명나게 내려갔었다.

따지고 보면 민국은 그 녀석처럼 우스꽝스럽고 막장스러운 녀석은 절대로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이네.”

그리 생각하며 준비를 마저 다 끝낸 민국은 집에서 외출하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탑승한 후, 콩딱지에게 문자로 출발했다고 가볍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뒤이어 콩딱지가 ‘ㅇㅋ!’하고 답장을 보내왔다.

“정말 웃긴 놈이야.”

그렇게 기분 좋게 중얼거리며 민국은 지하철이 원하는 역까지 당도하길 기다렸다. 이윽고 15분의 시간 끝에 지하철이 원하는 역에 멈춰 섰고, 민국은 곧장 내려서 개찰구로 이동했다.

딱지는 민국과 그다지 멀지 않은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똑같은 서울에서 살고 있었고, 다만 넷상으로 자주 만나다 보니 실제로 만나는 일이 자연스레 멀어진 것이다.

물론 그동안 만나지 않은 까닭엔 또 다른 것이 하나 있기도 했지만? …뭐 그건 얼마지 않아 새삼 알 수 있을 터였다.

‘정말로 놀랐었지.’

이윽고 딱지와 처음 만났던 장소에 도착한 민국이었다. 개찰구에서 나와 사람들이 얼씬거리는 거리의 전봇대 쪽. 그쪽에서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이었는데, 민국은 그때 녀석을 만나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언제 오려나.”

전봇대 옆에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우우웅 거렸다. 고개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니 다름 아닌 콩딱지였다.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그것을 받아 보인 서민국이 입을 열었다.

“어디냐?”

“형의 마음 속.”

“닭살 돋는 소리 그만하고 진짜로 어디야.”

“아, 그럼 힌트. 만일 군대에서 형이 비누를 주우려고 해. 형은 어떤 식으로 방어를 할 것 같아?”

“…….”

당연히 재빠르게 뒤를 돌아보아야지. 그렇게 생각을 마치자마자 서민국은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활짝 미소 짓고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콩딱지의 모습이 눈에 드리웠다. 민국은 여전히 믿지 못할 정도로 밝은 모습의 콩딱지를 보면서 피식 미소 지었다.

“1분 늦었으니까 밥 쏴라.”

“즐 먹으셈.”

“이 새끼가?”

“데헷!”

싱글싱글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내려다보자니 절로 미소가 돋는 민국이었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뭐 바로 너네 집으로 갈까?”

“일단 집에 가기 전에 밥부터 먹자. 물론 형이 쏘는 것이고.”

“쩝.”

그냥 동생이니까 한 번 져주기로 생각하며 민국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여전히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보며 민국도 다시금 미소 짓게 되었다.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믿기지가 않았다.

딱지가 실은 여자였다니.

============================ 작품 후기 ============================

현대 왕에서 제일 인기 많았던 캐릭터, 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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