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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18화 (18/369)

18화

<이게 뭔 게임이었지>

“야 딱지야.”

“왜?”

“오만 맵에서 미군 기지가 바다 중심에 있지 않냐?”

“어? 어 그러네.”

“그럼 분명히 저격 고수는 러시아군 기지의 넓은 땅에 있을 텐데, 우리가 죽이러 가야 하는 쪽이니 바다를 타고 가야 할 거 아니야.”

“그렇지.”

“그럼 바다는 뭐 어떻게 해야 하냐? 배 사용해도 돼?”

“음… 근데 이동수단은 아예 쓰지 않기로 했으니까 배도 타면 안 되지 않나?”

“흠. 헤엄쳐서 가라는 거군. 아, 아니네. 그럴 필요가 없겠네. 처음 게임 시작할 때 강변요새는 USA 거니까 우리가 거기서 시작하면 되잖아. 어차피 깃발 빼앗는 게임도 아니니까 점수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저격 고수님 들었죠? 강변요새는 절대로 깃발 빼앗으면 안돼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약속을 끝낸 후였다. 현대왕과 저격 고수가 준비 버튼을 클릭했고, 콩딱지가 시작 버튼을 클릭했다. 게임 시작 전의 로딩이 등장하고 현대왕은 저격 고수가 과연 얼마나 뛰어난 실력자일지 기대를 가졌다.

‘흠. 근데 이대로 하기는 뭔가 좀 심심한 감이 있는데.’

모드 자체는 마음에 들었으나 그건 둘째치고 이대로 게임하는 것은 뭔가 아니다 싶었다. 컨텐츠를 확실히 살리기 위해선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 듯싶었다.

“딱지야. 이참에 이걸로 노예빵 하는 건 어떠냐?”

“노예빵?”

“우리가 이기면 저격 고수님이 노예 되는 거고, 우리가 지면 저격 고수님의 노예가 되는 거고.”

“오~ 좋은데? 저격 고수님 어떠세요? 한 번 해보시는 거.”

“저야 괜찮습니다만.”

“올~ 꽤나 자신만만하나 봅내다? 좋습니다. 어디 함 해보죠.”

“형. 우리가 이기면 남고딩에게 고백시키기 하자. 저격 고수님에게 형 같은 좋은 추억을 선사해주는 거야.”

“그거 고맙구나 이 고자 새끼야.”

“데헷! 뭘 그런 걸 가지고!”

때 마침 로딩 중에 전체 지도로 오만이란 맵이 소개됐다.

“맵이 나왔군요.”

현대왕은 간만에 경험하는 오만 맵을 두루두루 훑어보았다. 일단 현대왕은 USA 미군이었다.

저격 고수는 RUS 러시아군으로서 서로 대립하는 관계였다. 미군이 초반에 점령하고 있는 깃발 지역은 미군 기지와 섬, 그리고 강변요새다.

이외에 나머지 지역, 올리브 요새와 바위 요새, 마을 요새와 호텔은 누구도 점령해두지 않은 지역이라서 지도상 나라 깃발이 드리워져 있지 않았다.

“나머지 지역 러시아군기지와 민가, 공사현장은 러시아군의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윽고 로딩이 끝나고 게임에 돌입했다. 시작하는 순간 화면에 모래 들판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것도 머지않아 러시아군 기지와 미군 기지를 포함한 오만의 전체 지도가 등장했고, 미군기지, 섬, 강변요새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깃발로 지역을 점령했을 때 나오는 표시였다. 요컨대 그 표시가 있는 지역을 클릭하면 언제든 그곳에서 부활이 가능한 것이었다. 현대왕은 곧장 강변요새에서 시작했다.

그건 콩딱지도 마찬가지였다.

“형 어디 있어?”

“네 마음 속.”

현대왕의 드랍에 바로 '헉'하고 반응하는 콩딱지였다.

“아잉 부끄부끄~ 형은 내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나의 이상형과도 같은 고야? 그런 고야?”

“그런 고야. 사실 나는 네 마음속에 숨어 있던 진실 된 이상형이란다.”

“이럴 수가! 내가 게이였다니!”

“그래! 넌 게이였어!”

“사랑해 형! 내 사랑을 받아줘!”

“좋아! 근데 내가 공이니?”

"아니! 내가 공이야!"

"꺼져!"

“슈발! 하는 수 없지! 내 입맛엔 안 맞지만 여자라도 사귀어야지!”

“…….”

두 사람이 치는 애드립에 차마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던 저격 고수는 침묵했다. 이윽고 콩딱지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격 고수님 이제 스카이 라이프에서 나가세요. 나가는 순간 게임 시작되는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저격 고수가 기다렸다는 것처럼 바로 스카이 라이프를 종료했다. 그러자 잠시 침묵. 하지만 그것도 머지않아 콩딱지가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정적을 깨뜨렸다.

“흐흐흐흐흐흫 형… 드디어 시작 됐어…….”

“그래 아우야 끄끄끄끄끄끄끆…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흐흐흐흐흐흐흫…… 좋아 형…….”

참고로 두 사람은 모두 돌격병이었다. 의무병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딱지야. 일단 여기서 헤어지자. 난 바로 공사현장으로 가보마.”

“알았어 형. 그럼 일단 스카이 라이프 끊을게.”

“오키도키.”

그렇게 스카이 라이프를 종료한 현대왕이었다. 현대왕은 ‘흠흠’하고 가볍게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일단 내 예상 컨데 저격 분은 반드시 공사현장으로 갈 겁니다. 왜냐? 공사현장은 전쟁터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저격을 쏘기 편한 자리가 많거든요.”

특히 저격을 곧잘 사용할 수 있도록 높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필시 현대왕은 저격 고수가 그 건물의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있을 거라 추정했다.

“원래 저격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은 앞만 보는 성향이 있어서 뒤를 볼 줄 모릅니다. 전진은 할 수 있지만 후진은 하지 못하는 김여사와 비슷한 격이죠.”

멋진 김여사 디스였다.

“자, 이제부터 병청자 여러분들 놀라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가 어떻게 인간의 심리를 조종하여 저격 고수를 한 번에 끝내버리는지 한 번 보여드리겠.”

타앙!

“…….”

털썩!

“…….”

뚜루루루루루. 콩딱지에게 바로 연락이 걸려왔다. 현대왕은 곧장 받았다.

“형! 뭐야? 죽었어?”

“안 죽었는데?”

“어? 아, 그래?”

“어. 죽은 적 없는데 왜 계속 죽었다고 하냐? 시청자들 이상하네.”

“진정해 형. 원래 형 시청자들 이상한 거 알잖아.”

“그래 이 씨바러마.”

“헤헤.”

뚝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탄알에 해드샷을 당하고 사망한 현대왕이었다. 이윽고 현대왕이 다시 강변요새에서 돌격병으로 부활했다. 강변요새에서 공사현장으로 가는 방향은 대각선이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방식으로 움직이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 현대왕이었다.

“사실 이건 다 계획된 겁니다. 제가 공사현장으로 돌진함으로서 저격 고수는 분명히 ‘아, 저분이 내가 공사현장으로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거구나. 보통 분이 아닌 걸? 조심해야겠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죠. 대신 한 목숨을 주긴 했으나 사실 이것은 추진력을 높이기 위함이었습니다.”

[내가 목숨을 잃은 것은 추진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시청자 한 명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나저나 공사현장에 있는 것이 확실시 되었으니 콩딱지와 같이 돌진만 하면 게임 끝이겠군요. 날아오는 저격 탄알만 바로 바로 피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저격 고수라고 해도 뛰고 있는 상대를 백 퍼센트 저격으로 때릴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현대왕은 둘 중 한 가지의 방법으로 이길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저격 밭을 뚫고 들어가 목숨을 끊어버리던지, 아니면 목숨을 좀 많이 소모하겠지만 저격 탄알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바닥이 나면 공격을 하던지. 현대왕은 곧장 콩딱지에게 연락했다.

“딱지야. 공사현장으로 가. 공사현장에 저격 있어.”

“아 레알? 난 민가에 있는 줄 알았는데.”

“민가에 있었으면 내가 공사현장 가는 도중에 죽을 리가 없잖아. 공사현장 건물 때문에 민가 쪽에선 내 모습이 안 보일 텐데.”

“그렇네. 그럼 공사현장으로 바로 갈까?”

“끝내자. 바로 끝내버려.”

“오케이.”

그리고 현대왕과 콩딱지는 곧장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타앙! 그런데 한 차례 울리는 소음. 현대왕을 향한 소음이 아니었다. 스카이 라이프를 통해 들려온 그 소음은 콩딱지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대왕이 소리쳤다.

“야! 뭐야? 뭔 일이야?”

“형형! 형 말이 맞아! 공사현장에 있어!”

러시아군기지에서 공사현장으로 달려가다가 사망했다는 게 콩딱지의 의견이었다. 현대왕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러분, 보셨습니까? 게임 시작한 지 몇 분 채 되지 않아 곧바로 상대방의 위치를 알아내는 저의 능력. 이제 상대방은 독안에 든 쥐입니다.”

그리고 현대왕이 지그재그로 모래를 가르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돌격소총을 든 채로 돌진하고 있는 돌격병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장을 누비는 인상 깊은 전사를 연상케 했다. 이윽고 공사현장에 거의 다 도착했을 즈음이었다.

“거의 다 도착했…!”

타앙!

“…….”

바로 총을 쏘는 상대방이었다. 그리고 사망한 현대왕. 이번에도 역시 죽자마자 일정 시간 동안 저격 고수가 어디 있는지 화면으로 확인되었다. 높다란 건물에 엎드려서 저격을 들고 있는 저격 고수의 모습에 현대왕은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역시 공사현장이야!”

[정말 공사현장 맞나?]

[공사현장에 저런 건물이 있었어?]

[ㅇㅇ 공사현장 건물 중에 저런 건물 많아요.]

의아해하는 시청자들과 현대왕의 말이 맞다고 호응하는 시청자들로 반반 갈렸다. 그렇게 채팅창의 시청자들이 분주하게 의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저격 고수의 방아쇠가 계속해서 당겨졌다. 탕탕!

“형! 벌써 나 세 번이나 죽었어!”

“훗! 하지만 이건 다 우리가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함정이지!”

“우오오오오! 적진을 향해 달려가자!”

타앙!

“안되잖아!”

그렇게 계속해서 공사현장으로 돌진하는 현대왕과 콩딱지였다. 아무래도 공사현장에 저격 고수가 있다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

계속해서 두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있던 저격 고수는 정말이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바로 쏘아서 죽일 수 있는 것도 멈추고 공사현장으로 신명나게 돌진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거 뭐하는 거지?”

저격 고수는 공사현장이 아닌 호텔에 있었다. 공사현장에서 300미터도 지나지 않는 호텔이란 지역의 건물 옥상에 올라가 사격을 가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멍청한 현대왕과 콩딱지는 그곳이 호텔이라는 것도 모르고 공사현장에 건물이 많으니까 그 중에 하나일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신명나게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형! 나 벌써 네 번 죽었어!”

“괜찮아! 난 다섯 번이다!”

“하지만 슬슬 저격 고수님도 자신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걸 느꼈겠지? 매우 불안해 할 거야!”

“그렇지! 이건 사실 우리의 전략이니까!”

“크크크크크큭!”

“푸히히히히히힛!”

착각도 자유라는 말은 아무래도 두 사람에게 어울리는 듯싶었다.

나루토 BGM 솟구치는 투지를 트는 현대왕이었다. 두두두두두~ 웅장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고, 그 노래 소리 속에서 현대왕의 묵직한 목소리가 무대에서 노래하듯 울려 퍼졌다.

“각오해라 오로치 마루!”

“어디 있냐 나락!”

“내 필살 나선환으로 뱀띠인 너의 몸에 엿보기구멍을 만들어주마!”

엿보기 구멍 : 만화책 이름이다.

“카제노 키즈!(바람의 상처!)”

두두두두두두두두! 멋지게 소리치며 콩딱지는 머나먼 공사현장을 향해 총을 쏘아댔다. 타앙!

“아닛!”

“으아악! 나락의 독침에 맞았다! …형! 얼른 내게서 도망 가! 난 좀 있음 나락화가 될 거야!”

“안 돼! 널 두고 떠날 수는 없어! 아직 너에게 빌려준 2만원 받지도 못했잖아!”

“형! 실은 그 돈 내 여자 친구한테 다 썼어! 전철 타는데 필요했던 자금이라 뻥친 거 미안해!”

“개객기!”

후다닥 콩딱지에게서 멀어지는 현대왕이었다. 콩딱지의 돌격병은 이미 저격 탄알에 맞고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난 죽기 전에 한 마디 해야겠어!”

유유히 도망가는 현대왕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치는 콩딱지.

“난 금강 팬이야!”

남들이 가영이라 외칠 때 금강을 외칠 수 있는 유일한 남자, 바로 그가 콩딱지였다.

그리고 잠시 후…….

현대왕은 이번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공사현장을 노리고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뚫기엔 역부족이다 싶었는지 콩딱지를 향해 이리 소리치고 있었다.

“도와줘! 나선환을 만들기 위해선 너의 도움이 필요해!”

“우오오오! 나선환!”

두두두두두두!

“오오오오! 과연 내 동생 나루호의 힘이다!”

“난 이누야샤야 형!”

실상은 돌격병이 돌격병을 쏘는 모습이었다.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저게 뭐야 ㅋ]하면서 웃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덤앤더머 한 쌍이라 칭할 것이다. 허나 그것은 현대왕과 콩딱지가 확실히 다른 비제이들보다 컨텐츠 살리는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타앙!

“형! 나 벌써 목숨 세 번 남았어!”

“넌 그래도 다행이지! 난 두 번이야!”

나루토 BGM을 껐다. 이윽고 현대왕이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조금 진지해진 음성으로 얘기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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