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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10화 (10/369)

10화

"시작하자. 준비 다 했지?"

"그래."

"무브무브. 파티 걸어."

이윽고 쿠왁이 파티를 걸었고 현대왕은 승낙했다. 그렇게 둘이서 파티를 하게 된 현대왕과 쿠왁. 현대왕은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한 얼굴로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공성전 입장을 순순히 허락했다. 그리고 이내 공성전 맵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상대팀 리스트와 앞으로 함께 할 우리 팀 리스트 세 명이 등장했고(쿠왁과 현대왕은 제외), 캐릭터를 선택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캐릭터 창이 등장했다.

"원래 이런 게임은 셀렉이 진리지요. 전 바로 루이스로 하겠습니다. 얼굴 생김새가 저랑 비슷비슷 해서 맘에 들더군요."

(셀렉 : 한 가지의 캐릭터를 골라서 하는 것.) 사이퍼즈에선 보통 셀렉이 아니라 랜덤을 자주 하는데, 캐릭터를 셀렉이 아닌 랜덤으로 고를 시 게임 시작 후 처음에 주는 립이 셀렉보다 많았다. 하지만 셀렉으로 루이스를 선택한 현대왕. 그런 모습만 보면 마치 뛰어난 실력가를 연상케 했다. 이윽고 로딩 시간이 찾아오자 두 팔을 기지개 피며 현대왕은 너그럽게 기다렸다.

쿠왁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현대왕에게 말해왔다.

"루이스로 진짜 잘할 수 있겠냐? 루이스 많이 어려운 캐릭터라서 빈틈 잘 공략해서 노려야 할 텐데."

"걱정 말고 나만 믿어라. 너희들이 한타 칠 때 뒤에서 보고 있다가 들어가서 궁만 먹이면 되겠지."

한타 : 멤버 전원이 상대편 멤버 전원과 붙는 것이다.

"흠… 그게 쉬운 게 아닐 텐데."

"아아! 내가 누구냐! 난 현대왕이로소다!"

드디어 제대로 방송 진행에 발동을 건 현대왕이었다. 현실의 서민국 때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이윽고 쿠왁은 침묵하면서 현대왕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고, 잠시 후 플레이어들마다 로딩이 차례대로 끝나기 시작하더니….

"자, 그럼 어디 한 번 시작해보겠습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일단 루이스가 등장했군요. 같은 파티 일원들도 저와 함께 있습니다. 일단 저는 중간의 버튼으로 올라가겠습니다. 자, 이제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대로 쭉 직진. 그나저나 여기 맵이 어디였죠? 아, 메트로폴리스군요. 고맙습니다 시청자님. 아주 개념 있는 시청자로군요. 보답으로 벙어리를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ㅎㄷㄷㄷㄷ]

"농담이고 제대로 진행하도록 하죠. 일단 저는 루이스를 선택했고 지금 5번 립을 먹으려고 가고 있습니다. 어? 아, 뭥미? 저런 병…… 흠흠. 제가 캐릭터 이름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편 레이저 검을 착용한 어떤 아리따운 아이가 5번 쪽 립으로 향하는군요. 흠, 캐릭터가 예쁘니 봐주기로 하죠. 그럼 저는 3번과 2번의 중간 사이에 있는 립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루이스(현대왕)는 곧장 3번과 2번 사이에 있는 립을 해치웠다.

"자, 그럼 저는 맞은편의 2번 3번 중간 립을 해치우고 있는 플레이어를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캐릭터가 무엇인지 로딩 때 확인했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못 봤군요. 흠…."

이윽고 루이스가 3번과 2번 사이의 맞은편에 있는 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 립을 해치우고 있는 캐릭터, 휴톤이 보였다.

"저 크고 아름다운 캐릭터는… 휴톤이군요. 휴톤 휴톤. 저 근육질 남자를 이제부터 제가 일 대 일로 처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셀렉으로 하면 처음에 받는 립이 랜덤으로 한 사람보다 적기 때문에 상대편의 립까지 훔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초반에 상대와 동등한 레벨에서 시작할 수 있지요."

참고로 현재 루이스의 레벨은 8이었다. 초반에 현대왕이 구매한 것은 손 장갑과 셔츠 하나였다. 손 장갑은 공격력을 올려주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셔츠는 체력을 올려주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 장갑과 셔츠는 총 세 번 구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구매할 때마다 능력치는 더욱더 향상되는 것이었다.

"자, 이제 바로 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펑! 근거리 캐릭인 휴톤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현대왕의 루이스가 마우스 오른쪽을 클릭해 샤드 리볼버를 사용했다. 샤드 리볼버는 루이스가 가진 기술 중 꽤 강력한 한 방 기술로 뾰족한 얼음 화살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기술이었다.

이윽고 그것을 맞은 휴톤이 그대로 쓰러졌고 루이스는 그 상태에서 휴톤이 일어나기 전에 아이스 버그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뾰족한 얼음이 땅바닥에서 튀어나와 공격하는 기술이라고 보면 되었다.

퍽!

"자 이쯤 되면 체력이 반은 달았죠. 보이십니까? 여기서 바로 궁을 써서 죽이는 것도 좋겠지만 한 명 죽이려고 궁 쓰는 건 영 아니겠죠. 본래라면 여기서 루이스는 휴톤이랑 근거리로 싸워도 전혀 좋을 게 없으니 후퇴하는 게 좋습니다. 적들 멤버도 전원 살아있으니 바로 도와주러 올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누구입니까? 전 현! 대! 왕! 이쯤은 아무것도 문제없습니다.

휴톤이 일어나는 순간 싹을 잘라버리죠!"

그리고 현대왕이 말을 끝내는 순간.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휴톤이 몸을 일으켰다. 바로 앞에서 근거리 타격기로 휴톤을 쓰러뜨리려고 칼을 휘두르는 현대왕 루이스.

"어차피 체력도 없겠다 여기서 근거리로 쳐도 이놈은 끝장이지요. 자 보십시오."

그때였다.

휴톤 : 핵펀치!

퍼엉!

"……."

휴톤 : 허얍!

퍽!

궁극기를 맞아 넘어져 있는 루이스를 향해 휴톤이 공격을 해왔고, 루이스는 다운되었다.

"이렇게 죽으니까 제가 하지 말라는 겁니다."

메트로폴리스라는 맵의 지도.

적 본진

수호자

본진 타워 본진 타워(타워5) (타워4)

(타워3) (타워2) (타워1)

(타워1) (타워2) (타워3)

(타워4) (타워5) 본진 타워 본진 타워

수호자

우리팀 본진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현대왕의 루이스가 다시 부활했다.

“자, 이제 제대로 해드리겠습니다. 예? 방금 죽은 거요? 그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하면 죽는다는 것을 미리 보여드리려고 한 겁니다. 여러분이 아까 전 제가 하던 짓을 똑같이 따라하다가 죽지 않도록 미리 교훈을 준 것이죠. 이 얼마나 감동적인 희생정신이 아니아니 않을 수 있겠습니까?”

현대왕의 루이스는 곧장 스프링 버튼을 타고 내려와 중앙 출구로 나갔다. 마침 상대팀의 도끼를 든 졸개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루이스는 붉은색의 옷차림을 취한 그 졸개들을 일반 평타로 때린 다음 아이스 버그로 누워 있는 상태에서 공격하였다. 하지만 레벨이 낮은 루이스인지라 그렇게 때렸음에도 불구하고 졸개들은 일말의 피가 남아 있었다. 루이스는 조금 피가 남은 그들을 상대하기 귀찮아 적팀의 3번 타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적팀 3번 타워가 있는 쪽에는 같은 팀인 타라가 서 있었다.

“이쯤에서 대기타고 있는 게 좋겠군요.”

마침 같은 팀 타라는 자신의 1번 타워 앞으로 나와서 맞은편 적팀의 3번 타워를 공격하고 있었다. 현대왕은 그런 타라를 뒤에서 지켜보면서 중얼거렸다.

“이제 좀 있으면 상대팀 유저가 나와서 타라를 공격할 겁니다. 그때 제가 들어가서 궁으로 다 조져버리도록 하지요.”

한 편 쿠왁은 카를로스를 이용해서 휴톤과 싸우고 있었다. 현대왕은 곧장이라도 도우러 가고 싶었지만 같은 팀 1번과 3번 타워의 거리는 상당했고 그 안에 싸움이 끝날 것 같았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마침 같은 팀의 유저가 쿠왁을 돕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현대왕은 3번 타워 공성을 치고 있는 타라를 보았다. 그때였다.

마침 지도 위로 누군가의 흔적이 드러났다. 상대팀의 루이스였다.

“네. 지금 루이스가 타라 쪽으로 오고 있군요. 제가 바로 치러 가겠습니다.”

마침 적팀 루이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같은 팀 1번 타워와 상대팀 3번 타워의 사이로 나타난 적팀의 루이스를 향해 현대왕의 루이스는 스킬을 써서 금방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궁을 써서!”

라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루이스 : 영구도통!

팡! …쨍그랑!

현대왕의 루이스. 또다시 Down!

“……아.”

상대팀 루이스가 먼저 빠르게 궁을 썼다. 잠시 입을 다무는 현대왕이었다. 하지만 곧 솟아올랐던 감정을 식혔다. 고작 2데스 밖에 안한 상황이었다. 이 정도에 멘붕할 필요는 없었다. 현대왕은 그 정도로 속이 좁은 남자가 아니었다.

“야 너 또 죽었어?”

보다 못한 쿠왁이 한 마디 했다. 쿠왁은 현대왕과는 다르게 곧잘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 쿠왁의 모습을 보던 현대왕이 입을 열었다.

“뭐가? 내가 언제 죽었는데?”

“엉?”

“엥? 죽었다고요…? 아무래도 병청자 여러분은 꿈을 꾸시는 모양이군요.”

“…….”

“쿠왁도 지금 꿈을 꾸고 있는 모양입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후. 이제 정말로 제대로 하도록 하죠.”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다시 부활한 현대왕의 루이스는 적과의 사투를 벌이게 되었다.

……그리고.

휴톤 : 핵펀치!

적과의 동침 속에서 또다시 궁극기를 맞았으며,

루이스 : 영구도통!

또다시 부활했을 때 또 똑같은 궁극기를 맞게 되었고,

트릭시 : 스파이럴! <- 이것 역시 궁극기

다음으로 좀 새로운 궁극기로 사망하게 되었다.

“…….”

단 시간 만에 5데스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흠….”

[ㅋㅋㅋ멘붕!]

[멘붕이다 멘붕]

“뭔 멘붕이야. 나 화 안 났어 이 사람들아.”

시청자들을 향해 한 마디 하고 현대왕은 다시 루이스를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상대팀이 같은 팀의 공성을 모두 깨고 본진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궁극기 한 번이라도 써보자!”

그리고 스프링 버튼을 타고 내려와 도망가 있던 현대왕의 루이스는 궁극기 쿨타임이 끝나자 바로 상대팀의 뒤로 향했다. 그리고 E키를 눌러 궁극기를 사용하려는데!

루이스 : 영구도….

클레어 : 레이저빔!

퍽!

“…….”

뭐 강력한 기술도 아니고, 일반 스킬에 궁이 끊기고 마는 현대왕이었다. 콰앙! 그리고 현대왕의 팀은 본진이 으깨지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

쿠왁도 현대왕도 말이 없었다. 탭을 눌러 경기에서의 전적을 확인해보니 현대왕의 점수가 가장 꼴찌였고 킬수조차 0이었다. 잠시 후 경기가 끝났을 때의 맵으로 돌아온 현대왕은 쿠왁을 불렀다.

“쿠왁아.”

“…어.”

“다시 하자. 나 이번엔 잘할 수 있다.”

“…….”

현대왕의 멋진(?) 활약으로 1패를 거둔 쿠왁은 크게 망설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재촉하는 현대왕으로 말미암아 결국엔 또다시 게임에 임하게 되었다.

“이번엔 잘해야 된다. 꼭.”

“그래 그래.”

현대왕은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고 말겠노라 다짐하면서 경기를 수락하였다. 어깨를 요리조리 돌리면서 현대왕은 단호하게 말하였다.

“아까 전엔 그냥 몸풀기로 가볍게 져드린 거였고 이번엔 봐주지 않고 제대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잘 보십시오.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트릭시 : 스파이럴!

휘휘휘휘휘휘휘휙!

“…….”

그로부터 두 시간 경과, 현대왕은 진짜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었다. 역시 그는 자신이 입에 담은 말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로딩이 끝나고 경기에 임할 때마다 현대왕은 단 시간에 얼마나 많이 데스를 할 수 있냐를 몸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음과 박수를 절로 나게 만들어주었다. 시청자 채팅방에선 어느 틈엔가 현대왕을 향한 감탄사가 남발되고 있었다.

[와! 벌써 4연패야!]

[쿠왁님 우째 ㅋㅋㅋㅋ.]

[아… 현대왕….]

“…….”

현대왕도 멘붕이었다. 벌써 그는 4연패를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분명 자신은 나름의 방식대로 싸웠건만 어찌 된 연유인지 상대팀이 자신이 기술을 쓰기도 전에 달려들어서 끝장을 내곤 하였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한 판을 지고 두 판을 지고 세 판을 지고 네 판을 져서… 마침내 다섯 판까지 지고 있었다. 콰앙! 아니, 본진이 지금 순간 으깨짐으로서 5연패를 기록하는 현대왕이었다.

[대단하다, 현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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