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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표본-9화 (9/369)

9화

<사이퍼즈 노잼....>

밀당의 효과(?)로 츤고딩의 스카이 라이프 연락이 끊기지 않는 가운데, 채팅창의 시청자 중 한 명이 현대왕에게 달풍선을 쏘았다. 개당 수수료 10원까지 합해서 110원의 값어치를 하는 달풍선을 누군가가 50개나 쏘자 현대왕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 비제이라면 감사하다며 넙죽 받아먹을 테지만, 달풍선을 받음으로서 생기는 달창남의 이미지에 대해서 안 좋은 인식을 가진 현대왕은 불쾌한 목소리로 운을 띄었다.

"50개나 주신 현대왕 딸근님… 이거 닉네임이 왜 이래? 원래 작명 센스에서 그 사람의 내적 아이큐를 탐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그쪽의 아이큐는 딸근인 모양이군요."

그런 연구 따위 없었다.

"이 딸근 양반아! 내가 달풍선 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내가 강강이야? 내가 걔처럼 달풍선 받으면 어이구 고맙습니다 핵핵,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하면서 넙죽 넙죽 받아먹을 것 같아? 아, 여러분. 전 강강을 디스한 게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소소한 진실을 말한 거예요. 전 그 아이를 디스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 있는 남자가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어찌 됐든 간에 이 딸근 양반아. 나한테 오천… 그러니까, 얼마냐. 수수료까지 총합해서 오천오백원. 이 돈 나한테 투자할 여유 있으면 부모님에게 카네이션 하나 장만해서 고이 달아드려. 내가 그쪽 어머니야? 아니잖아? 나한테 돈을 투자하지 말라고! 난 잘 먹고 잘 사니까 알겠냐 이 거지 깽깽아."

[올~ 멋진데ㅋ]

달풍선 주면 되레 욕하는 유일한 비제이. 현대왕에 관하여 파뿌리 TV의 시청자들은 한 번씩 이런 말을 입에 담곤 하였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파뿌리 TV에서 달풍선을 주면 날름 받아먹지 아니하고 욕부터 하는 것은 비제이 중에 현대왕밖에 없었다.

아무리 현대왕의 방송에 고마움을 느끼고 달풍선을 투자해도, '고놈의 달풍선 나님한테 그만 주고 니 까까나 사묵으라!'하면서 충고하는 게 그의 모습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런 현대왕의 태도를 괘씸히 여기기도 했으나, 태반의 사람들은 다른 비제이들처럼 달풍선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개성에 매력을 느끼고 환호하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줄 때 크게 주던가? 5천원이 뭐냐 5천원이. 솔직하게 말하면 5만원은 줘야………………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한풀이하는 현대왕이었다.

"아 진짜 님들! 님들이 계속 저한테 달풍선을 투자하면 님들 딴에선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전 청결한 이미지로 먹고 살기 때문에 영 좋지가 않습니다. 여러분이 달풍선을 주면 누구 책임? 내 책임! 그러니까 더 이상 주지 마십쇼. 제발 부탁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발생한다. 현대왕은 비제이 일을 통해서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 참고로 파뿌리 TV를 이용한 인터넷 방송은 달풍선이 아닌 이상 물질적으로 아무 소득도 가져다 줄 수 없었다. 인터넷 방송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면 달풍선을 주기적으로 지급받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왕은 달풍선을 지급받지 않더라도 이 일을 통해 꿋꿋이 대학교 등록금까지 내가며 자취방 생활을 유유히 해나가고 있었다. 과연 현대왕은 어떤 일을 통해서 그 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스폰에 있었다.

“사이퍼즈 다운 받는 동안 잠시 쪽지함 좀 둘러보는데 맨 앞 페이지에 스폰 권유가 있군요. 이놈의 스폰은 벌써 일곱 개째입니다.”

현대왕은 진저리가 난다는 듯 얘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폰 권유가 오자 히히 웃으며 좋아했다. 스폰서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는 그였다. 물론 그렇다 하여 스폰에 몸을 판다던가 질 나쁜 짓을 하여 돈을 버는 게 아니었다.

현대왕은 그저 자신의 방송국 사이트에다가 그 스폰사의 아이템을 광고해주는 것이었다. 홈쇼핑이라면 홈쇼핑. 운동 기구라면 운동 기구. 공부라면 공부. 그 어느 것 하나 가리지 않고 꾸준히 사이트 메인에다가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그 홍보를 해줌으로서 한 달에 버는 돈이 약 300이 넘었다. 요컨대 한 스폰 당 한 달에 50~80만원을 준다고 보면 되었는데, 그런 스폰을 메인에서 여섯 개나 광고하고 있었으니 현대왕은 기본 직장인들과 비스름한 액수를 벌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때때로 너무 많은 광고가 홈페이지 메인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 보기 싫다는 사람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현대왕도 사람인 이상 돈은 벌어야 할 텐데! 그에 대해서 현대왕은 이렇게 얘기했다.

"아실 분은 다 아실 텐데 제가 예전에 스폰이 들어오면 다 거절을 했습니다 .스폰 광고들이 메인에 덕지덕지 붙어 있으면 사람들로 하여금 오기 싫도록 만드는, 뭔가 그런 거부감이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땐 스폰이 열 개 정도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그냥 다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고 나니 그게 실수였다는 걸 실감했죠. 저도 어느 덧 혼자 자취해야 할 나이가 되었고, 자취를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마땅히 벌 만한 일이 없던 겁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자취 자금은 마련이 되어도 대학교 생활이 힘들어, 대학교 생활이 힘들면 과제에도 지장이 가, 방송은 당연지사 못해. 그래서 결국 스폰을 택한 겁니다.

물론 열 개의 스폰을 다 매몰차게 거절했던 제가 그 스폰서들에게 부탁을 하는데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죽하면 그 스폰 제가 받으면 안 되겠냐고 노골적으로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내가! 어릴 때 짝꿍 여자 아이한테 스, 슴가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라고 흥미삼아 묻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내가!"

뭔가 이상한 비유였지만, 현대왕은 후우~ 하고 흥분을 다스리며 이내 점잖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여튼 여기서 하나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돈은 생명보다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돈 많이 벌어두십시오. 쓸데없는 달풍선에 투자하지 마시고. 그러다가 인생 한 방에 훅 갑니다. 스무 살 동정이 얘기하는 거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참고로 현대왕은 방송에 나이는 거론하고 있었다. 실명과 사는 집 주소만 거론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나이 하나 알아봤자 그의 신상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나저나…… 어? 사이퍼즈가 다 됐군요. 역시 제 컴퓨터입니다. 제 컴퓨터는 그 어떤 게임이라도 5분 내에 깔 수 있는 초특급 하드웨어를 장착하고 있죠.”

[10분 걸렸는데?]

“개꿈을 꾸셨군요!”

잠시 수다를 떠드는 사이, 사이퍼즈의 패치도 완료되었고 현대왕은 이제 게임을 바로 시작할 생각으로 스카이 라이프에 접속했다. 그리고 쿠왁에게 연락을 하자, 이내 쿠왁이 통화를 받고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운을 띄어왔다.

“다 됐냐?”

“어. 하자.”

“잠시만.”

쿠왁은 막 상대편과 붙고 있던 사이퍼즈 방에서 나가 보였다. 그리고 맵으로 돌아와 자신의 주캐인 카를로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야 대왕아. 너 몇 급이라고 했지?”

“4급.”

“어… 그렇군.”

“야. 근데 원래 사이퍼즈 같은 게임은 콤보랑 전략이 중요한 거지. 급의 차이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떨떠름할 수밖에 없는 쿠왁이었다. 이래 보여도 쿠왁은 랭커였다.

(랭커 : 랭킹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인물.)특히나 통합 랭킹의 랭커였는데, 통합 랭킹 57위.

요컨대 100위 안에 드는 통합 랭커는 승패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걱정 말고 믿어봐라. 네가 걱정하는 것처럼 못하진 않을 테니.”

“쩝. 알았다.”

인제 와서 못하겠다고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의외로 현대왕의 실력이 좋을 수도 있었고, 그의 실력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야 쿠왁아.”

“왜?”

“그런데 연습 모드 어떻게 들어가냐?”

“…….”

안 한지 오래 되어서 까먹었다고 덧붙이는 현대왕이었지만, 그를 향한 믿음이 조금 조각나는 쿠왁이었다.

"야. 연습모드 어떻게 해. 오랜만이라 까먹어서 그래."

"……."

하지만 이미 건너간 길을 되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법. 쿠왁은 하는 수 없이 한숨을 쉬면서 현대왕을 도와주기에 이르렀다.

"위 상단에 보면 있어."

"아, 발견했다. 쿠왁아, 그럼 일단 아이템 정비하고 있어봐라. 나 연습 모드에서 잠시 손 좀 풀고 플레이 할 테니까."

"어."

그리고 현대왕은 잠시 스카이 라이프를 음소거 시킨 다음 시청자들을 향해 이리 얘기했다.

"여러분, 자꾸만 쿠왁이 마지못해 저랑 하는 거라고 말씀하시는데요 그건 단단한 착각이자 오해입니다. 오히려 제가 쿠왁과 마지못해 방송을 해주고 있는 겁니다.

솔직히 쿠왁이 사이퍼즈 통합 랭커고 잘하는 실력가 아닙니까? 그동안 승은 많이 채웠겠지만 패배는 한 적이 없을 겁니다. 여러분은 평등 사회를 원하시지 않습니까? 평등 사회는 모든 것이 평등해야 합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똑같은 위치에서 평등해야죠. 고로! 승수 역시 평등해야 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승리만 하고 살겠습니까? 그리고 패배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그들은 승리를 쟁취하길 바라고 있을 텐데! 평등이란 것은 자고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작은 것이 큰 것을 만들어내는 힘이 되죠. 자, 저는 사회를 완전히 평등하게 만들 수는 없겠으나 사회의 일원 중 한 명으로서 쿠왁의 승수라도 평등하게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쿠왁도 내심 자신에게 패가 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요약하자면, 쿠왁의 패배를 그동안 쿠왁이 승리했던 숫자와 똑같이 맞추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농담이나 변명에 가까운 것이었고 사실 현대왕도 사이퍼즈에서 멋지게 승리하는 모습을 연출할 생각이었다. 다만 하도 오랜만에 하는 것이었고, 사이퍼즈 같은 인칭의 게임은 오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사이퍼즈!

사이퍼즈란 게임은 무엇인가? 바로 하나의 캐릭터를 직접 골라 다섯 명의 인원이 팀을 이루고 상대 다섯 명과 공성전을 펼치는 형식의 게임이었다. 소지한 립을 이용해서 아이템 창의 아이템을 구매하고, 그것을 장착하여 캐릭터를 강화시킨 뒤, 플레이어의 컨트롤을 이용해서 예사롭지 않은 혈전을 벌이는 게임! AOS의 룰을 적용시킨 TPS 게임이라고 보면 되었다.

"여기서 AOS란, AOS 게임은 대전 액션과 공성전(상대방의 건물을 공략하는 게 목적인 게임장르)이 결합된 게임장르로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Aeon of Strife"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AOS 장르를 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MOBA)라고 부르고 있으며, 밸브 코퍼레이션은 AOS 장르를 Action Real Time Strategy(ARTS)라고 부르고 있지요.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인 DOTA와 카오스, 스탠드 얼론 게임인 DOTA 2, 블리자드 DOTA, 리그 오브 레전드, 사이퍼즈, 카오스 온라인, 스타크래프트 2의 시티가 있습니다.

…후우, 따라읽느라 존나 힘드네. 참고로 출처는 네이버입니다."

현대왕은 연습 모드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캐릭터를 골랐다. 그가 고른 캐릭은 루이스라는 남자 캐릭터였다.

얼음 마법을 사용하는 캐릭터로서 공격 하나 하나가 강한 편이었는데, 일반 타격은 근거리라서 근거리 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타입이었다. 다만 어느 게임이든지 캐릭터를 다루는데 플레이어의 실력이 제일 중요했다.

"흠. 그렇군, 이게 샤드리볼버였지. 좀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사이퍼즈에선 캐릭터마다 궁극기를 쓸 수가 있었는데, 루이스의 궁극기는 발을 딛고 있는 지점에서 약 5~10미터 안에 얼음 빙산을 만들어 데미지를 주는 것이었다. 전체 캐릭터들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한방 기술로서 연구동토라고 불리었다.

"흠, 이만하면 됐습니다. 이제 바로 실전으로 가보죠. 예? 기술 한 두 번 써봐 놓고 바로 실전으로 가도 되냐고요? 여러분, 제가 누굽니까. 현대왕입니다 현대왕. 이 정도면 이미 사이퍼즈는 거의 마스터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자뻑을 하며 현대왕은 음소거를 풀고 다시 쿠왁을 불렀다. 그러자 쿠왁은 수 초간 무반응 끝에 대꾸했다.

============================ 작품 후기 ============================

사이퍼즈 재미 없으면 이번 편은 넘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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