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235화 (235/240)

신검 제네시스의 권능 (2)

“신계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간.”

푸른 갈기 숫사자 형상의 가디언 무르키(Lv103, 가디언)가 신의 숲을 빠르게 내달리며 말했다.

로안은 끄덕였다.

“알고 있어. 급한 건 없으니 무리하지 말고 적당한 속도로 이동해라.”

“속도는 상관없다만 신계로 가는 문에 도달하려면 중립 지대의 숲을 통과해야 하는 게 문제다. 지금 그곳은 마신의 숲 가디언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전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걱정마라.”

“정말 괜찮은 거냐, 인간? 마신의 숲 가디언 하나만 나타나도 나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만, 어쩌면 마신 즉, 악마들이 출몰할 가능성도

있다.”

무르키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겁이 나는 모양이군.”

“솔직히 겁이 난다.”

무르키는 순순히 인정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의 능력으로는 마신의 숲 가디언 하나와 간신히 맞설 수 있는 정도니까.

그런데 마신의 숲 가디언들이 잔뜩 포진해 있을 뿐 아니라 악마들까지 출몰한다면?

사실상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걱정마라, 인간. 설사 영구 봉인된다고 해도 네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테니 말이야.”

로안과 한 탑승 가디언으로서의 약속.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르키가 죽음 즉, 영구 봉인까지 각오하고 있을 줄이야.

‘그래도 제법 멋진 녀석이네.’

로안은 무르키의 이런 우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걱정마라, 무르키. 네가 봉인될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대체 무슨 자신감인 것이냐, 인간?”

“혹시 아까 대악마 켈베더가 봉인되었다는 월드 알림 못 들었나?”

그러자 무르키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들었다. 로안이라는 자에게 대악마 켈베더가 봉인되었다고 했지.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긴 하다만, 그런데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냐?”

로안은 실소를 흘렸다.

“너도 꽤나 둔하구나. 설마 내 이름도 모르는 건 아닐 테고?”

“인간 너의 이름은 로안 아니냐?”

정보창에 다 나와 있는데 모를 리가 없다.

“잠깐, 설마?”

순간 무르키가 움찔 놀라더니 급정지했다.

“네가 그 로안인 것이냐?”

“그럼 누구라 생각했냐?”

“그럴 수가!”

무르키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로안은 무르키의 푸른 갈기를 두드렸다.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걱정 따윈 집어치우고 어서 신계의 문으로 날 안내해.”

“알았다······아니, 알겠습니다, 로드.”

무르키의 말투가 갑자기 급공손해졌다.

“갑자기 웬 존댓말이야?”

“대악마를 쓰러뜨린 당신은 여신들과 동격의 존재입니다. 부디 그동안의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로안은 미소지었다.

“좋아. 용서할 테니 어서 신계로 가자.”

“예, 맡겨주십시오.”

무르키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훨씬 빨라진 속도.

녀석에게서 뭔가 의기양양한 기세가 느껴진다.

대악마를 처치한 막강한 존재를 등에 태우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자부심.

그것이 무르키의 기세를 바꿔놓은 모양이다.

“곧 적들이 나타날 겁니다, 로드.”

“뭐가 나타나든 멈추지마라. 날 가로막는 녀석들은 모조리 날려버릴 테니까.”

“염려마십시오, 로드.

뭐든 날려버린다는 말에 신이 나는지 무르키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두두두두―

로안은 신검 제네시스를 오른 손에 쥔 채 전방을 노려봤다.

‘저놈들인가? 벌써 나타났군.’

온갖 흉악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마신의 숲 가디언들.

한둘이 아니다.

수백이 넘는 숫자.

그들뿐 아니다.

가디언들 앞에서 검은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는 거대한 존재들.

대악마 프라미누스

악마 라느아탄

악마 도카일

악마 두비카스

악마 테오투칸

악마 에투파스

악마 플레날

섬뜩한 붉은 색의 날개를 양쪽으로 펼치고 있는 7명의 악마들.

대악마 프라미누스의 계보가 총출동했다.

『가소로운 인간 놈! 어떻게 그 무기를 손에 넣었는지 모르겠다만, 이제 네놈의 분수를 알게 해주마.』

뾰족한 일곱 개의 뿔이 머리에 솟아난 거대한 존재.

붉은 빛이 번쩍이는 일곱 개의 눈.

위로 솟구친 날개 아래 드러난 여섯 개의 팔.

놈이 바로 대악마 프라미누스다.

대악마 바알커스와 더불어 마계에서 가장 강한 악마이기도 하다.

‘강등!’

로안은 대답대신 신검 제네시스를 앞으로 겨눴다.

[강등의 권능을 펼칠 대상을 정해주십시오.]

“전방의 적들 모조리 강등!”

[신검 제네시스의 권능이 발동됩니다.]

[광역 강등이 펼쳐집니다.]

제네시스에서 찬란한 섬광이 피어났다.

번쩍!

그 빛은 강렬한 광채를 이루며 전방을 향해 폭발하듯 쏘아져나갔다.

화아아아악!

광채에 노출된 대악마 프라미누스를 필두로 한 악마들은 물론이고 전방에 포진한 모든 가디언들에게 날벼락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신의 마신력이 일시적으로 봉인됩니다.]

[당신의 레벨이 83으로 강등됩니다.]

······.

『이, 이런!』

『크으! 말도 안 되는!』

『쿠억! 내 레벨이 이게 뭐냐?』

전투력 급하락!

악마들과 가디언들은 패닉 상태로 변했다.

대악마 프라미누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으! 이것이 신검 제네시스의 권능?’

말로만 듣던 태초의 빛이 가진 절대적 권능.

프라미누스는 그의 마신생(魔神生)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여기서 밀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래봤자 놈은 하나다. 하찮은 인간 놈 하나를 우리가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느냐?』

그러자 악마들의 눈빛이 섬뜩하게 번쩍였다.

가디언들의 눈빛도 살아났다.

프라미누스는 크게 웃으며 다시 외쳤다.

『모두 돌진해라! 저 보잘 것 없는 인간 놈을 뭉개버려라!』

일곱 명의 악마와 수백의 가디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비록 레벨은 강등되었지만 하나같이 인간이 보기에는 대재앙과 같이 끔찍한 기세.

“으으! 적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로드!”

무르키가 두려운 듯 몸을 떨었다.

그러나 로안의 표정은 담담했다.

신검 제네시스의 권능 앞에 악마들의 숫자 따위는 무의미하니까.

“걱정말고 앞으로 돌진해라.”

로안은 무르키를 진정시키며 전방을 향해 신검 제네시스를 휘둘렀다.

‘천룡신! 무극도광! 천룡섬! 무극붕······!’

와인잔에서 뻗어나간 붉은 액체의 도신.

그것이 번쩍이는 순간 전방으로 천룡무극도법의 필살기들이 쏟아져나갔다.

강등으로 약화된 마신의 숲 가디언들은 물론이고 악마들 또한 한 방을 버티지 못했다.

필살기의 기파가 스치는 순간 몸체가 팍팍 터져나가거나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얼마든지 와라. 모조리 쓸어줄 테니까.’

이전에 드라우트 성 전투에서 오크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던 로운장의 모습이 이곳 신계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로안의 손에 쥐여진 무기는 전설 등급 무기인 바위 거인의 마룡대도가 아닌, 여의 등급의 신검 제네시스다.

동시에 그 앞에서 맥없이 널브러지는 녀석들은 오크 따위가 아닌 마신들과 그 휘하 가디언들이다.

『쿠으으으윽! 분하다! 내가 인간 놈 따위에게······.』

로안이 날린 필살기 중 하나인 무극붕(無極崩).

그것에 맞아 날개가 찢겨나가고 가슴이 갈라진 채 허물어지고 있는 거대한 존재.

악마 두비카스였다.

로안은 놈의 쓰러진 몸체에서 튀어나온 발광체를 손으로 흡수하듯 잡아챘다.

[악마 두비카스의 인장을 얻었습니다.]

[악마 두비카스의 인장이 보너스 스탯 1 포인트로 전환됩니다.]

《로안이 태초의 빛 신검 제네시스로 악마 두비카스를 징벌했습니다.》

《악마 두비카스가 마계의 어둠 속으로 영원히 봉인됩니다.》

이건 시작일 뿐.

그 사이 로안의 와인잔 붉은 도신에서 뻗어나간 기파가 또 다른 악마를 두 쪽으로 쪼개버렸다.

[악마 플레날의 인장을 얻었습니다.]

[악마 플레날의 인장이 보너스 스탯 1 포인트로 전환됩니다.]

《로안이 태초의 빛 신검 제네시스로 악마 플레날을 징벌했습니다.》

《악마 플라넬이 마계의 어둠 속으로 영원히 봉인됩니다.》

.

.

.

악마들이 하나씩 마계의 어둠 속으로 봉인되고 있었다.

악마 두비카스, 플라넬에 이어 라느아탄, 도카일, 테오투칸까지.

그렇게 5 포인트의 보너스 스탯을 획득함으로 로안은 총스탯 250 포인트를 달성했다.

‘드디어 250이야.’

왠지 감개무량하달까?

그동안 경험치 페널티로 레벨을 올리지 못했지만.

고인물인 로안은 악마들의 인장을 교환해 보너스 스탯을 차곡차곡 모았다.

그로써 총스탯 250을 달성한 것이다.

[당신의 총스탯이 250입니다.]

[당신은 총스탯이 무쌍의 영역에 이르렀습니다.]

본래 레벨 150을 달성해야 무쌍(無雙)의 영역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로안은 불과 레벨 83에 무쌍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환생사 특유의 사기적인 스탯빨에 악마의 인장 교환을 활용한 덕분이다.

[무쌍의 권능에 당신의 전투력이 급증합니다.]

신검 제네시스의 권능뿐 아니라 무쌍의 권능까지.

그렇지 않아도 압도적인 전투력이 더 막강해졌다.

‘이게 되네. 무쌍은 게임에서나 가능한 경지인 줄 알았는데.’

설마 현실에서 무쌍의 경지에 이를 줄이야.

하긴 가장 사기적인 능력인 태초의 빛마저 손에 쥐었는데 무쌍이 별 거일까?

그런데 무쌍의 권능으로 전투력만 막강해진 것이 아니다.

‘예상대로라면 미니 게임 소환이 가능할 텐데?’

카오니아 게임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게임!

카오니아 세계에 각종 이벤트를 소환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은 무쌍의 권능으로 카오니아 세계의 비밀스러운 것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그때 들리는 알림.

‘역시.’

로안은 미소 지었다.

카오니아 세계의 비밀스러운 것.

이게 바로 미니 게임 이벤트다.

[학살자의 탑]

[명예의 탑]

[월드 보스 소환]

[여신들의 향연]

[악마들의 연회]

무쌍의 권능으로 소환 가능한 가장 기본적인 5가지 미니게임들.

[학살자의 탑]

-주기 : 1년 1회

-설명 : 대학살의 전장에 참여한 각성자들이 달성한 성과에 따라 랭킹이 부여되며, 상위 랭킹부터 아래로 차등적 보상이 수여된다.

-【신령한 빛의 성배】가 있으면 대학살의 전장 전투 방식 및 보상을 임의로 조정 가능하다.

[명예의 탑 1년 1회]

-주기 : 1년 1회

-설명 : 각성자들이 가상의 전장에서 대결을 벌인다. 랭킹에 따라 차등적 보상이 지급되며 이후 1:1 결투를 통해 랭킹 조정이 가능하다.

-【신령한 빛의 성배】가 있으면 명예의 전장 전투 방식 및 보상을 임의로 조정 가능하다.

[월드 보스 소환]

-주기 : 1개월 1회

-설명 : 카오니아 대륙과 이면 세계에 존재하는 월드 보스들 중 하나를 가상의 전장으로 소환한다. 소환된 월드 보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힌

순서대로 각성자들은 차등적 보상을 지급받는다.

-【신령한 빛의 성배】가 있으면 월드 보스 소환의 전투 방식 및 보상을 임의로 조정 가능하다.

[여신들의 향연]

-주기 : 10년 1회

-설명 : 신계의 여신들을 초청해 향연을 연다. 각각의 영향력을 통해 자웅을 겨룰 수 있다. 서로의 합의 하에 보상과 징벌 부여도 가능하다.

-【신령한 빛의 성배】가 있으면 여신 중 하나를 잠들게 함과 동시에 고대의 잊혀진 여신 중 하나를 깨울 수 있다.

[악마들의 연회]

-주기 : 10년 1회

-설명 : 마계의 마신들을 초청해 연회를 연다. 각각의 영향력을 통해 자웅을 겨룰 수 있다. 서로의 합의 하에 보상과 징벌 부여도 가능하다.

-【신령한 빛의 성배】가 있으면 마신 중 하나를 잠들게 함과 동시에 고대의 잊혀진 마신 중 하나를 깨울 수 있다.

이제 로안은 각 주기에 따라 이러한 이벤트를 원하면 발생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5가지뿐이지만 나중에 새로운 미니 게임을 추가시킬 수 있지.’

수십 개도 넘는 미니 게임들.

그것들을 개방시키려면 발동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를 테면 월드 보스 소환 30회 이상 개최 시 개방, 학살자의 탑 20회 이상 개최 시 개방과 같은 식이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미니 게임들을 개방시키는 일은 제법 소소한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무쌍에 이르러도 할 게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야.’

로안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나 【신령한 빛의 성배】가 있는 이상 어떤 미니 게임에서든 그는 사기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간 죽도록 고생하며 7개의 메인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보상인 것이다.

‘그나저나 더 이상 적들이 보이지 않네.’

어느 순간 전방에 가득하던 적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물론 어디 간 게 아니다.

로안이 날린 천룡무극도법의 위력에 모조리 가루가 되어버렸으니까.

‘아니. 아직 두 놈이 남았어.’

대악마 프라미누스와 악마 에투파스.

놈들은 용케 도주 중이었다.

강등으로 인해 마신력이 봉인된 데다 레벨까지 다운되다 보니 마계로 귀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

날개를 펄럭이며 죽어라 로안이 있는 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아주 잘하고 있구나, 로안! 그런데 다른 녀석은 몰라도 프라미누스는 절대 놓치면 안 돼.』

그때 들려오는 염화.

다름 아닌 트렐라가 보낸 것이다.

아공간 휴식처에 있는 요후에 빙의된 상태로 말이다.

로안의 활약에 신이 났는지 꽤 들떠 있는 음성.

반면에 프라미누스에 대해서는 상당한 적개심이 느껴졌다.

『혹시 저놈에게 뭔가 당한 게 있나요?』

『헤트시아 등의 기습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저놈이 집요하게 쫓아와서 상당히 고전했다.』

감히 트렐라에게!

그렇다면 더더욱 놓칠 수 없지.

『걱정마세요! 제가 당신의 원수를 갚아드리죠.』

『화끈하게 부탁해.』

『물론입니다.』

트렐라와 염화를 마친 로안은 즉시 무르키에게 말했다.

“저놈들을 쫓아라, 무르키!”

“크큿! 염려마십시오, 로드.”

악마들의 능력은 강등된 반면 로안의 탑승 가디언 무르키의 능력은 그대로다.

신의 숲 레벨 103 가디언으로서의 능력을 가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무르키는 순식간에 아득한 공간을 주파해 대악마 프라미누스 등을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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