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226화 (226/240)

월드 보스 지켄 (3)

[무극비급상자를 열었습니다.]

[무극도법을 얻었습니다.]

예상대로 로안의 직업에 맞는 무극도법을 얻었다.

[무극도법(無極刀法)]

-분류 : 비급

-등급 : 신화

-설명 : 무극(無極)의 원리가 깃든 고대 최강의 도법

-습득 제한 레벨 Lv90

-습득 제한 직업 : 천도객

‘역시 이것도 레벨 제한이 문제네.’

천룡도법은 레이가 운좋게 얻은 성광의 보옥을 통해 레벨 제한을 해제해 수련이 가능했다.

무극도법도 수련하려면 성광의 보옥이 필수다.

그러나 드롭률 페널티로 인해 로안은 아무리 대단한 괴물들을 때려잡아도 성광의 보옥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페널티가 없다고 해도 운빨이 정말 좋아야 얻을 수 있어.’

그러나 로안의 표정은 담담했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다소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뀐다.

물론 그런 걸 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고인물 뿐이다.

그것도 그냥 고인물이 아니라 썩은물이이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일단 잠시 좀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로안은 아공간에서 식탁과 의자를 꺼냈다.

그리고 요리사 메이드 황시은이 만들어둔 한국식 라면 한 그릇을 꺼냈다.

‘출출할 때는 라면만한 게 없지.’

전생이나 현생이나 서민에게는 최고의 음식이다.

물론 현생에서 황제도 되어본 로안은 결코 서민이라 할 수 없지만 입맛에 있어서는 여전히 서민이다.

‘아공간은 조리된 상태 그대로 보관이 되니 확실히 편해.’

이 라면은 수십 그릇도 넘게 완성되어 언제든 먹을 수 있게 아공간에 보관 중이다.

그야말로 보관 시스템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후루룩! 짭짭!

로안은 매콤한 고추와 향긋한 파, 그리고 계란까지 잘 풀어져 있는 라면 한 그릇을 느긋하게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후식으로 과일도 씹어먹고 차도 마시는 등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지켄과 상호공격불가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그때 울리는 알림.

그 사이 1시간이 지나며 지켄에 대한 공격 제한이 풀렸다.

지금쯤 지켄은 로안이 추적하기 힘든 아득히 먼곳까지 이동해 숨어있을 것이다.

‘안됐지만 지켄 너는 내 손을 벗어나지 못한다.’

로안이 귀령체로 변신하면 한번 가봤던 곳은 어디든 공간이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은 반드시 고정된 위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로안이 전투에서 패배시킨 존재가 있는 곳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니까.

물론 귀력을 얻은 이후의 전투에 한하는 터라 그 이전의 전투는 해당되지 않지만.

지켄은 1시간 전에 로안에게 패배했다.

다시말해 로안은 지켄이 어디로 숨든 놈의 근처로 공간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귀령이동!’

로안의 몸이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그로부터 까마득한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사방이 텅 비어 있는 어둠의 공간.

이른바 지저공역(地底空域)이라 불리는 특수한 공간이다.

총스탯이 낮으면 이곳에 진입하는 순간 강력한 저주를 받아 이동 제한 상태에 걸리게 되는데 로안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이미 저주 면역 능력이 깃든 신령한 빛의 성배가 있는 터라 설령 총스탯이 낮아도 저주에 걸리지 않지만 말이다.

‘저기 있군.’

로안은 금세 지켄을 발견했다.

놈은 3미터 거인형 전사의 모습으로 눈을 감은 채 지저공역에 있는 어둠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로안과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은 그 사이 모두 치료된 상태지만 막대한 마나를 소모한 터라 이곳 지저공역에서 그것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저공역이 지켄에게는 휴식처와 같은 공간이지.’

그러나 로안이 찾아온 이상 지저공역은 안전한 휴식처라 볼 수 없었다.

“네놈은!”

근처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자 지켄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믿을 수 없다.”

얼마나 놀랐는지 놈은 특유의 염화가 아닌 육성으로 로안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

“네놈이 어떻게 이곳에 왔느냐?”

“글쎄! 이게 되는지 몰랐는데 되네.”

로안은 신령한 빛의 성배를 위협적으로 흔들며 대답했다.

지켄이 울컥하며 로안을 노려봤다.

“분명 우리 거래는 끝나지 않았느냐?”

“거래는 잘 끝났다. 조건대로 난 1시간 동안 널 공격하지 않았지.”

“그런데 왜 날 또 찾아온 것이냐?”

“구차하게 계속 묻는구나. 다시 말하지만 내가 너와 거래한 건 1시간 동안 공격불가였다. 지금은 널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야.”

로안은 악당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간적으로는 좀 치사한 짓이 맞다.

그러나 괴물이나 악마들에게는 상당히 치사해도 된다는 것이 로안의 지론이다.

“이곳 공역에서는 나의 힘이 매우 빠르게 회복된다. 아까처럼 쉽게 나를 이기리라 보느냐?”

“또 다시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구나. 이미 그에 대한 답은 네가 알고 있을 텐데.”

로안이 싸늘히 웃으며 대꾸하자 지켄이 인상을 구겼다.

로안의 말대로 그 또한 짐작하고 있다.

아무리 지저공역이라고 해도 자신이 로안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전투력의 격차가 그만큼 컸으니까.

“네놈이 곧바로 나를 공격하지 않는 걸 보면 나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는가 보군.”

지켄의 말에 로안은 미소 지었다.

“말이 통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너를 굳이 죽일 생각이 없다. 죽여서 얻을 실익이 별로 없어서 말이야.”

“큭! 그렇겠지. 네놈은 여신들과 악마들의 견제를 받아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가 없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상위 등급 아이템도 얻을 수 없는 신세이고 말이야.”

놀랍게도 지켄은 로안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뜻밖이네. 그런 것도 알고 있었나?”

“나 정도 되면 그런 걸 알려주는 녀석들이 꽤 있으니까.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뭐냐? 크큭! 설마 나보고 네놈의 펫이나 부하가 되라고 할 생각이라면 관두는 게 좋아.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그딴 짓은 하지 않는다.”

지켄은 정말 죽으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로안은 실소를 흘렸다.

‘지켄을 펫이나 부하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네르나스보다 더 다루기 힘든 괴물이다.

특히 녀석은 변태 중의 변태다.

괜히 촉수 괴물이 아니다.

그야말로 모든 촉수 변태물의 원조격에 해당되는 녀석이랄까?

즉, 녀석을 부하로 삼게 되면 로안의 다른 부하들이 성별과 종족을 불문하고 상당한 곤욕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성향 자체가 변태라서 명령을 통해 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애초부터 너 따위 녀석을 부하나 펫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 걱정마라.”

로안의 말에 지켄의 표정이 다소 밝아졌다.

“뭐 그렇다니 다행이로군.”

사실 그는 자신보다 강한 파멸의 용 네르나스가 로안의 메이드겸 펫이 되었듯이 어쩌면 자신도 그 신세가 될지 모른다며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냐, 인간?”

“아이템 셔틀이라고 들어봤냐?”

“아이템 셔틀?”

지켄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그가 들어봤을 리가 없다.

로안이 ‘빵 셔틀’에서 응용해 지어낸 말이니까.

“그런 게 있어. 아무튼 너는 내 아이템 셔틀이다.”

“빌어먹을! 어째 별로 좋은 뜻 같지는 않구나. 그래서 구체적으로 내게 원하는 것이 뭐냐? 네놈만 보면 엊그제 먹은 마물 고기가 올라오려고 한다. 제발 빨리 용건을 마치고

사라져주지 않겠나?”

로안이 빙긋 웃었다.

“성광의 보옥! 그것만 내주면 조용히 물러가겠다. 아까 이것도 말한다는 걸 깜빡했거든.”

“미안하지만 나에게 없는 물건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와야 할 거야. 그게 바로 아이템 셔틀의 마땅한 책무다.”

로안이 악당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지켄이 울컥하며 로안을 노려봤다.

비로소 그는 아이템 셔틀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다.

“못하겠다면 어쩔 셈이냐?”

“그럼 내가 널 살려둘 이유가 없지.”

“차라리 죽여라! 아이템 셔틀인지 뭔지 그 따위 짓은 죽어도 못해!”

지켄은 자존심이 상한 듯 로안과 결전의 자세를 취했다.

순간 로안이 싸늘히 웃었다.

“너도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곳 신계에서 생긴 이변으로 인해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에도 상당한 이변이 생겨났다. 본래라면 여기서 죽어도 어떤 식으로든 다시 부활하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

그러자 지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로안의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

그러한 이변은 그 역시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그런다고 내가 겁을 먹을 거라 생각하느냐?”

“물론 지저 세계의 지배자인 네가 고작 죽음 따위에 겁을 먹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명예롭게 죽겠다면 그 뜻을 존중해주마.”

로안이 쥐고 있는 성배에서 칠색의 빛이 피어났다.

순간 지켄이 움찔 몸을 떨더니 다급히 외쳤다.

“제기랄! 알았으니 멈춰라. 성광의 보옥을 구해오겠다.”

“도망칠 생각은 안하는게 좋아.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널 찾을 수 있거든.”

“알았으니 기다려라.”

명예로운 죽음은 개뿔!

지켄에게는 살아남는 게 더 중요했다.

아이템 셔틀이건 뭐건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인간 세계에서도 힘이 센 국가에 약소국이 공물을 바치는 거야 흔한 일이다.’

지켄은 그런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한 후 어딘가로 사라졌다.

로안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사실 이게 통할 줄은 몰랐다.’

게임에서는 이런 짓이 안 통하기 때문이다.

‘현실이니까 가능한 일이야.’

현실에 반영된 게임 시스템의 맹점이랄까?

이런 변칙적인 행동까지 시스템이 하지 못하게 막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스슷!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지켄이 칠색의 광채가 번쩍이는 구슬 하나를 손에 쥐고 나타났다.

이곳 지저 세계의 각종 보스들을 모조리 닦달해 기어코 성광의 보옥을 하나 구해온 것이다.

“이거면 되겠느냐?”

“오! 구해오느라 수고했다. 역시 대전장 지저 세계의 지배자답구나. 네가 아니면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광의 보옥을 구해오기란 불가능한 일이야.”

로안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지켄을 칭찬해줬다.

뜻밖의 격려에 지켄은 왠지 어깨가 으쓱해졌지만 이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으득! 양심이 있다면 더 이상은 나를 찾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 놈!”

로안은 끄덕였다.

“나 또한 네 녀석의 얼굴을 또 보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오지 않을 테니 염려마라.”

말은 이렇게 하지만 또 뭔가 구하기 힘든 물건이 생기면 당연히 찾아올 것이다.

아이템 셔틀은 그런데 써먹으라고 있는 것이니까.

다만 너무 자주 오면 안 된다.

너무 남발하면 자존심 강한 지켄이 결국 죽자고 폭사할 수도 있으니까.

뭐든 적당해야 한다.

“받아라.”

로안은 아공간에서 라면 한 그릇을 꺼내 건넸다.

“이게 뭐냐?”

“나의 유능한 요리사 메이드가 만든 라면이라는 요리다. 수고했으니 특별히 한 그릇 주마. 꽤 별미이니 먹을 만할 것이다.”

“닥쳐라! 내가 무슨 네놈의 펫도 아니고 그 따위 먹을 것을 준다고 덥썩 받아먹을 거라 보느냐?”

“이걸 먹는 방법을 알려주마.”

로안은 지켄의 말을 무시한 채 젓가락을 들어 어떤 식으로 라면을 먹는지 설명해줬다.

지켄은 관심없는 척하면서도 로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그는 별미를 정말 좋아한다.

대전장 지저 세계 최강 보스인 그로서는 달리 할 일도 없는 터라 각종 요리를 구해 먹는 것이 취미일 정도이니까.

‘라면이라. 처음 보는데 정말 먹을 만한 요리인가?’

후루룩!

그는 로안이 시키는대로 라면을 한 젓가락 먹어봤다.

그러다 이내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면 요리야 수도 없이 먹어봤지만.

이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맛이었으니까.

후루룩! 촵촵!

그는 정신없이 라면의 면을 들어 먹고 국물까지 남기지 않고 싹 마셨다.

그리고는 로안을 쳐다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

“한 그릇만 더 주면 안 되겠냐?”

“뭐 그 정도야.”

로안은 선뜻 라면 한 그릇을 더 내줬다.

그러자 지켄의 표정이 밝아졌다.

“큭! 고맙다, 인간.”

“다음에도 혹시 오게 되면 라면 정도는 가져올 테니 걱정마라.”

로안은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지켄에게 심연의 신비 조각, 무극도법에 이어 성광의 보옥까지 얻어냈다.

그 대가로 라면 2그릇이라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그리고 지켄과 이렇게 뭔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헤어져야 다음에 또 아이템 셔틀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만 돌아가볼까?’

곧바로 그는 아스피스 성으로 귀환했다.

* * *

잠시 후 아스피스 성의 저택.

로안은 성광의 보옥을 사용해 무극도법의 레벨 제한을 풀었다.

[무극도법의 수련이 시작되었습니다.]

[무극도법 1성 체화 중입니다.]

‘좋아.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신령한 빛의 성배로 인해 무극도법 또한 빠른 속도로 체화될 것이다.

그때까지 멍하니 있을 수는 없는 일.

‘스탯을 올리러 가볼까?’

문제는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분명 내가 찾아갈 것에 대비해 어딘가 숨어 있겠지.’

대전장이 아닌 카오니아 대륙에 마련된 은신처일 것이다.

‘엔트맨들의 정보력을 활용할 때가 됐군.’

이런 때를 대비해 로안은 엔트맨 여왕 안카리아에게 명령을 내려두었다.

엔트맨 세계를 제패한 후 악마 각성자들의 근거지 및 각종 히든 게이트의 위치를 알아놓으라고 말이다.

‘귀령이동!’

곧바로 로안은 안카리아의 동굴로 이동했다.

여왕 안카리아의 대전.

그런데 대전에 앉아있는 안카리아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이런! 석화되어 있어.’

안카리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부하 엔트맨들도 마찬가지다.

‘여긴 루넬리스의 영역인데.’

그렇다면 여신 루넬리스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확인해보는 방법은 간단하지.’

로안은 인근에 있는 묘인족 도시로 이동했다.

그런데 역시나 예상대로다.

경비병들부터 도시 내의 묘인들 모두가 석화의 저주로 굳어 있었다.

‘후! 코코 녀석도 있네.’

석화된 용사 코코의 모습이 광장에서 발견됐다.

로안이 직접 녀석을 용사로 각성시켰기 때문에 그만큼 마음이 착잡했다.

“로안 님······.”

그때 누군가 로안을 불렀다.

낯익은 음성이다.

‘저건?’

고개를 돌려보니 광장에 아름다운 소녀 여신상의 모습이 보였다.

루넬리스의 화신 넬리의 형상을 닮은 여신상.

그런데 그 여신상에서 미미하게나마 생기가 느껴질 줄이야.

‘설마 넬리?’

독서 하는 소녀 컨셉의 화신 넬리.

그녀가 석상의 상태로 힘겹게 움직이며 로안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