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보스 지켄 (2)
칠흑같은 머리카락이 산발된 거대한 머리.
각각의 머리카락이 뱀처럼 살아움직이고 있는데다 그것들 사이로 두 개의 거대한 붉은 홍채가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지켄!’
로안은 놈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봤다.
‘그러고 보니 저놈 또한 나를 찾고 있었군.’
지켄의 불멸도가 지켄의 몸체를 찾아내듯, 반대로 지켄 또한 자신의 촉수를 이용해 만들어진 무기인 불멸도를 아득히 먼곳에서도 감지한 것이다.
『오호라! 인간이었나? 어디에서 그 물건을 손에 넣었는지 모르겠다만 네가 그것을 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백번 죽어 마땅하구나.』
지켄의 음성이 공간을 울렸다.
로안은 다급히 펫들을 강제 소환 해제했다.
‘모두 들어가 있어. 내가 부를 때까지 절대 나오면 안 돼.’
지켄은 매우 위험한 녀석이다.
물론 이길 자신은 있지만 상당히 피곤한 전투의 과정을 견뎌내야만 가능한 일.
로안은 왼손에 지켄의 불멸도를, 오른손에는 스켈레톤 로드의 악몽도를 쥔 채 담담히 전방을 노려봤다.
‘성배를 처음부터 사용하면 저놈을 잡을 수 없어.’
지켄은 매우 교활하다.
성배를 휘두르면 놈을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지만, 문제는 지금의 저 모습이 놈의 본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1단계 변신체!
보기에는 무시무시해보이지만 본신 즉, 2단계 변신체 전투력의 5분의 1 정도 수준이다.
놈은 그것으로 상대의 전투력을 테스트하고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주해버린다.
작정하고 지켄이 도주하면 놈을 쫓아가 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
그러나 놈이 일단 본신으로 변신한 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때는 도주가 불가능해지니까.
‘일단 이 두 무기로만 상대해야 해. 천룡도법도 펼치지 말고.’
로안이 두 신화 등급 무기만 양손에 각각 쥐고 선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
『바보같은 놈이로군! 그 따위 무기들로 나를 상대할 수 있다 보는가?』
곧바로 지켄의 거대한 촉수들이 무더기로 날아왔다.
각각의 촉수들은 끝이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의 형태로 변환되어 있는데, 그 위력들이 로안이 쥐고 있는 지켄의 불멸도를 방불케했다.
파파팟! 파파파파―
세상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흑색의 흉물스러운 촉수들만 존재하는 세계.
로안이 어디로 피해도 촉수들이 무섭도록 따라붙었다.
‘뇌광격! 파천붕멸! 뇌전참! 만도붕멸!’
로안은 차분히 피하며 필살기들을 쏟아냈지만 촉수들은 부서지지 않았다.
무기와 격돌하는 순간 뒤로 밀려났다가 다시 달려드는 식이었다.
물론 로안 또한 막강한 근력 스탯 덕분에 촉수에 맞아도 별다른 타격은 없다.
방어력이 기본 근력 스탯을 필두로 증폭에 증폭되어 불가사의한 수준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버티기만 할 수 있을 뿐 놈에게 반격이 불가능하다.
수백 개의 무기와 싸우고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
‘성배로 천룡도법을 펼치면 한방인데 답답하군.’
지금이라도 성배만 꺼내면 별 거 아니다.
‘하지만 성배가 없이도 이겨야 해.’
로안은 지켄의 1단계 변신체만 달랑 부수자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 스탯 재분배가 필요하겠군.’
【근력】 150
【체력】 30
【민첩】 35
【지력】 24
【정력】 1
【귀력】 2
【재치】 1
아래 3개의 특수스탯들은 재분배가 불가능하지만, 기본 4개 스탯은 재분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근력】 89(↓61)
【체력】 30
【민첩】 100(↑65)
【지력】 20(↓4)
【정력】 1
【귀력】 2
【재치】 1
로안은 근력과 지력을 줄이고 민첩을 100으로 맞췄다.
사실 이런 식으로 적에 따라 스탯을 재분배해서 싸우는 건 상당히 위력적이지만, 그동안에는 굳이 이런 번거러운 짓을 해야할만큼 강한 적이 없었다.
‘확실히 민첩을 늘리니 저놈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네.’
신체의 상태가 바뀌자 순간적으로 구토가 나올 정도로 어지러웠지만 로안은 금세 적응했다.
근력이 줄어 방어력도 대폭 하락했지만 급증한 민첩으로 인한 회피력 증가로 인해 지켄의 촉수들을 장난처럼 피하는 게 가능했다.
‘맞지 않으면 방어력은 좀 낮아도 상관없지.’
그리고 어차피 근력 위주로 대미지를 주는 거력붕멸도법과 달리 뇌전도법이나 천룡도법은 총스탯의 영향을 받는다.
근력 대신 민첩을 올린다 해서 필살기들의 위력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뜻.
‘뇌광격!’
순간 뇌기에 휩싸인 지켄의 불멸도가 지켄의 촉수들을 파고들어 놈의 몸체를 가격했다.
콰쾅! 파지지직!
지켄의 몸이 뇌기에 푸르게 휩싸였다가 본래로 돌아왔다.
드디어 반격 성공!
불과 한방뿐이라 큰 충격은 주지 못했지만.
일방적으로 방어만하다가 반격이 가능하게 된 것은 반전의 기회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일도붕멸! 뇌전참! 뇌광격!’
피하고 반격! 피하고 반격!
지루하지만 이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다.
월드 보스인 만큼 생명력이 엄청나게 높아 제법 오랜 시간이 소모됐다.
‘단순해도 이게 외통수나 마찬가지야.’
100 포인트 민첩 스탯으로 회피하며 지속적인 타격!
지켄 1단계 변신체로서는 로안의 공격을 막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여기서 그냥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찮은 녀석 따위가 나를 번거롭게 하는구나.』
결국 지켄의 거대한 몸체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2단계인가?’
그 순간 뭔가가 번쩍하며 로안의 몸을 스쳐지나갔다.
촤아악!
순간 로안의 왼쪽 허벅지에서 피가 솟구쳤다.
이미 2단계 변신체가 완성돼 공격을 개시한 것이다.
‘빠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빠름.
이는 지켄의 공격이 공간을 가르고 날아드는 식이 아니어서다.
공간을 단축해 마치 워프하듯 날아드는 공격!
따라서 놈의 공격이 지척에 이르렀을 때에야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극쾌(極快)의 빠름.
촤아아악! 촤아아악!
로안의 몸에서 다시 핏줄기가 피어났다.
‘이놈의 움직임은 100의 민첩으로도 부족하군.’
그럼 다시 스탯 재분배를 해볼까?
로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이건 민첩성을 약간 올려서 회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야.’
로안은 스켈레톤 악몽도를 아공간에 넣은 후 신령한 빛의 성배를 꺼냈다.
화아아악!
그 순간 성배에서 찬란한 칠색광채가 피어났다.
『그, 그것은 설마?』
어디선가 지켄이 당혹스러워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놈은 지금 투명체 상태인데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워프하며 움직이고 있는 상태라 음성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말해보아라, 인간! 그것은 혹시 여신들의 성물 아니냐?』
넘버2 월드 보스답게 신령한 빛의 성배가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 줄 알아본 모양이다.
로안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알아봤다면 이제 네가 죽을 일만 남았다는 사실도 짐작하겠지. 각오해라, 지켄!”
그와 함께 로안은 천룡도법의 버프기를 펼쳤다.
‘천룡신!’
[일시적으로 당신의 근력, 체력, 민첩, 지력이 240% 증가합니다.]
12성 천룡도법!
올스탯 240% 증가의 사기적인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네놈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 한들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지켄이 비웃듯 다시 공격을 날려왔다.
그러나 아까와 달리 불가사의한 회피력을 지닌 로안은 공간 워프를 통한 지켄의 공격을 성배로 모조리 차단해버렸다.
쾅! 콰아앙! 콰쾅!
방어와 동시에 반격!
2단계 변신체인 지켄은 3미터 정도 체구의 거인형 전사.
전신이 근육질로 이루어진데다 놈의 양손에는 묵색의 긴 창이 쥐여져 있었다.
묵창의 끝에서 신비로운 칠색 광채가 피어나는데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무극창법?’
천룡비급과 쌍벽을 이루는 최상급 신화 비급인 무극비급.
‘아주 드물지만 지켄을 해치우면 무극비급상자를 얻을 수 있지.’
물론 드롭률이 아주 좋을 때의 얘기다.
지켄의 불멸무기를 얻는 것만 해도 상당한 행운을 요하는데, 무극비급상자는 그보다 훨씬 더 희박한 확률이니까.
그러나 지켄이 아무리 무극창법을 익혔다고 해도 로안 또한 그못지 않은 위력의 천룡도법을 익혔다.
거기에 초월등급 무기인 신령한 빛의 성배를 쥐고 있는 상태다.
‘슬슬 저놈의 필살기들이 나올 때가 됐는데.’
로안은 압도적인 우세였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지켄은 이 정도로 무너질 만큼 약한 녀석이 아니니까.
『크크크! 건방진 인간 놈! 네놈이 얼마나 무모한 짓을 했는지 알려주겠다. 감히 나에게 도전한 죄과를 치르라.』
아니나다를까, 지켄의 반격이 시작됐다.
[월드 보스 지켄이 학살의 홀을 소환했습니다.]
[당신의 펫들이 강제 소환되었습니다.]
[당신의 펫들이 학살의 홀에 갇혔습니다.]
둥그런 구형체 결계 하나가 나타남과 동시에 토실이를 비롯한 로안의 모든 펫들이 강제 소환되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학살의 홀! 저걸 1분안에 깨뜨려야 한다.’
학살의 홀을 파괴하지 않으면 그 안에 갇혀 있는 펫들이 몰살당한다.
‘정말 왕짜증나는 스킬이지.’
지켄에게는 이런 지저분한 필살기가 은근히 많다.
수십 종이 넘는 변칙적인 스킬 중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긴장해야 하지만, 다행히 로안은 각각의 파훼법을 모두 꿰고 있다.
‘천룡섬!’
신령한 빛의 성배로 펼친 천룡도법 제1도식!
섬광과도 같은 광채가 뻗어나가 학살의 홀을 강타하자 그것은 그대로 흩어져버렸다.
[학살의 홀이 파괴되었습니다.]
[펫들이 안전한 휴식처로 귀환합니다.]
그렇게 펫들을 구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날아드는 거대한 푸른불꽃.
[월드 보스 지켄이 지옥의 불꽃을 소환했습니다.]
로안이 인상을 구겼다.
‘저것도 나왔군.’
지옥의 불꽃!
이건 표적 대상이 연소되어 사라질 때까지 무슨 짓을 해도 꺼지지 않는다.
즉, 이 불꽃에 휘말리면 무조건 죽는다.
그래서 사신의 불꽃이라고도 불린다.
‘쉽게 피할 수도 없어.’
그야말로 사기적인 공격.
어느새 로안의 몸은 푸른 불꽃에 휩싸여 있었다.
화르르르!
가공스러운 열기의 불꽃은 로안의 몸을 순식간에 불태웠다.
그러나 완전히 연소되기 직전.
화염에 휩싸인 로안의 몸이 자폭하듯 지켄을 향해 날아가 폭발했다.
콰아아앙!
뜻밖의 자폭 공격에 지켄이 흠칫 놀라며 피했지만 그 여파에 놈의 왼쪽 눈이 날아가버렸다.
『커으으윽!』
그렇게 인상을 찌푸린채 신음을 흘리던 지켄의 눈에 멀쩡한 모습으로 달려드는 로안이 보였다.
『네놈은?』
“내 분신을 잘도 태워먹었구나. 이제 내 차례다, 지켄!”
로안은 질풍처럼 돌진하며 성배로 지켄의 몸을 가격했다.
그가 집중적으로 타격한 부위는 지켄의 양팔.
지켄의 팔이 절반쯤 부서져 팔꿈치 아래로 부러진 뼈가 드러났다.
[월드 보스 지켄이 학살의 홀을 소환했습니다.]
[당신의 펫들이 강제 소환되었습니다.]
[당신의 펫들이 학살의 홀에 갇혔습니다.]
‘이 와중에 또?’
잠시라도 회복 시간을 벌기 위함이겠지.
하여간 정말 왕짜증나는 녀석이다.
로안은 어쩔 수 없이 학살의 홀부터 파괴했다.
펫들이 죽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학살의 홀이 파괴되었습니다.]
[펫들이 안전한 휴식처로 귀환합니다.]
그러자 지켄이 다시 지옥의 불꽃을 날렸다.
이번에는 놈도 작정을 했는지 한 번에 3개나 되는 불꽃이다.
로안이 분신을 소환하면 분신뿐 아니라 본신까지 덮치겠다는 의도.
동시에 놈은 아까처럼 분신폭발에 당하지 않도록 멀리 이동해 있었다.
『크크큭! 어디 이것을 피해봐라, 인간 놈! 지옥의 불꽃은 네가 세상 끝으로 도주한다 해도 따라붙을 것이다.』
“멍청하군. 그럼 나도 분신을 셋 생성하면 되는 일이다.”
로안의 말대로 그의 분신들이 지옥의 불꽃을 하나씩 맡아 장렬히 산화했다.
그 사이 로안은 성배로 지켄의 몸체를 향해 무자비할만큼 필살기를 쏟아부었다.
그로인해 지켄의 몸은 고깃덩이처럼 변해 금세라도 파괴될 듯 엉망이 되었다.
『으으윽! 나 지켄이 한낱 인간 놈 따위에게! 정말 믿기지 않는군.』
지켄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 분통을 터트렸다.
그 순간 로안이 지켄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켄! 나와 거래를 하는 게 어떠냐?”
『무슨 헛소리냐, 인간 놈?』
“널 살려주마.”
『날 살려준다고?』
“그냥 살려준다고 해봤자 믿지 않겠지. 상호공격불가 1시간. 그 정도면 넌 나로부터 충분히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순간 지켄은 뜻밖이라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야 물론이다. 그렇게 해준다면 너는 날 절대 찾아내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해줄 생각이냐?』
“그래. 딱 두 가지만 나에게 주면 말이야.”
두 가지 아이템만 주면 이대로 살려준 후 더 이상 귀찮게 안하겠다?
지켄으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더구나 지금 그는 죽기 직전의 상황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슨 물건들인지 말해봐라, 인간.』
“하나는 심연의 신비 조각, 또 하나는 무극비급상자다.”
그러자 지켄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물었다.
『내가 거절하겠다면 어떻게 할 건가?』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거절하면 넌 죽는다.”
드롭률과 경험치 페널티가 아니라면 이따위 거래를 제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켄을 죽여봤자 로안은 경험치는 물론이고 아이템도 일반 등급 정도만 간신히 얻을 뿐이다.
죽여서 얻을 실익이 거의 없는 상태니 차라리 살려주는 대신 꼭 필요한 두 가지 물건을 요구해봤다.
『그런데 심연의 신비 조각이라? 인간 너는 혹시 그것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냐?』
그때 지켄이 물었다.
그는 사실 그것의 비밀에 대해 연구해왔다.
고작 일반 등급에 불과했지만 세트 아이템이라고 하니 신기해서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로안이 그것을 요구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글쎄!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독특한 것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을 뿐이다.”
로안은 심연의 신비 조각에 깃든 비밀에 대해 말해줄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뭔지 알게 된다면 지켄은 쉽사리 그것을 내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수집의 취미라. 큭!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녀석이 또 있었군.』
지켄은 잠시 더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심연의 신비 조각을 건네주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극비급상자 또한 내주도록 하지. 대신 거래창을 통한 거래를 원한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사실 이런 종류의 거래는 거래창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로안이 끄덕이자 지켄이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네놈이 들고 있는 그 무기. 그것은 어디에서 얻은 것이냐? 혹시?』
“네 짐작대로다. 네르나스에게 받았다.”
『파멸의 용 네르나스를 말하는 것이냐?』
“그래. 그녀는 내 펫이자 메이드니까.”
『빌어먹을! 그러고 보니 바로 네가 그녀의 주인이었군. 어쩐지. 더럽게 강하다 했더니 말이야.』
지켄 또한 네르나스가 누군가의 메이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런 자를 만나서 봉변을 당할 줄이야.
그는 똥밟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거래를 제시했다.
[월드 보스 지켄이 거래를 제의합니다.]
[거래에 응하겠습니까?]
곧바로 울리는 알림.
“예.”
로안이 끄덕이자 그 즉시 거래창이 나타났다.
[지켄 거래 조건]
-심연의 신비 조각(일반)
-무극비급상자(신화)
[로안의 거래 조건]
-상호공격불가(1시간)
[각각의 거래 조건에 만족하시면 확인을 눌러주세요.]
[확인]
로안은 즉시 확인을 눌렀다.
그 순간.
[지켄과의 거래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심연의 신비 조각(일반)을 얻었습니다.]
[무극비급상자(신화)를 얻었습니다.]
[지켄과 상호공격불가 상태입니다.]
[앞으로 1시간 동안 지켄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거래 조건대로 처리됐다.
그러자 지켄이 로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두 번 다시 보지말자, 인간 놈!』
그말을 끝으로 그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혼신을 다해 로안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안은 이제 지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이제 디우스만 죽이면 심연의 신비 조각을 다 모을 수 있겠군.’
심연의 신비 조각(6/7).
7개중 6개를 모은 것이다.
그리고 무극비급상자는 그야말로 대단한 쾌거다.
이 상자를 열면 직업에 맞는 무극비급이 나온다.
무극도법(無極刀法).
무극도법 자체가 천룡도법과 쌍벽을 이루는 도법이지만, 천룡도법이 있으면 그보다 더 특별한 위력을 발휘한다.
‘무극도법과 천룡도법을 합치면 또 하나의 도법을 얻을 수 있지.’
초월 등급 도법인 무극천룡도법(無極天龍刀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