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의 명예를 높여주면 생기는 일 (5)
“혹시 그대가 한 일이야?”
로안이 오델리아를 쳐다봤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끄덕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언니를 살리겠다는 마음을 먹자 제 손에서 빛이 뻗어나가 언니를 치료했어요.”
“벌써 용사 능력 중 하나를 각성했나 보군.”
일곱 명의 용사 중에서 오델리아는 힐러에 특화되어 있다.
각종 치료에 사기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제 용사.
탱커 용사 아이린과 함께 용사 파티의 주축이 되는 존재다.
“모르겠어요. 그게 용사의 능력인지는.”
“용사의 능력 맞아. 엄밀히 말하면 그대가 각성한 후에 얻을 능력이지.”
“저는 그저 여신 그라나스 님께 간절히 소원했을 뿐이에요. 언니를 살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용사 예정자의 경우 드물지만 각성 전에 용사의 능력을 사용하게 될 때가 있다.
생명이 위급에 처했을 때나.
지금처럼 간절히 소원했을 때.
그만큼 오델리아가 언니 엘레토르를 살리려는 마음이 간절했음을 의미한다.
로안은 말없이 엘레토르를 노려봤다.
‘골치 아프게 됐네.’
방금 전 그냥 타쿨룬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오델리아 앞에서 그녀의 언니를 로안이 직접 죽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악마 각성자의 힘을 상실했다지만 살려둘 수 없어.’
엘레토르는 여전히 각성자이며 사르곤 제국 최강 비밀 조직인 암부의 수장이다.
악마의 능력은 사라져도 그녀의 교활한 지략은 용사들을 궁지에 처하게 만들고도 남는다.
로안은 이런 위험한 존재를 살려두는 바보 짓을 할 생각이 없다.
‘부하로 만들어봤자 충성심을 보장할 수 없어.’
엘레토르는 충성심을 얻기가 매우 어려운 존재다.
게임에서 부하로 받아들였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이 몇 번이나 있을 정도니까.
‘그냥 죽이는 게 답이지.’
로안이 엘레토르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절대 안 돼요! 제발 언니를 살려주세요!”
오델리아가 로안의 앞을 가로막으며 애원했다.
“이건 여신 그라나스 님의 뜻이에요. 설마 여신의 뜻을 거역하실 건가요?”
“그게 무슨 말이지?”
“그라나스 님이 살려주신다고 제게 계시를 내려주셨어요. 정말이에요.”
그 순간.
로안을 향해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로안 님, 엘레토르의 죄는 크지만 당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으로 탕감받게 해주려 하는데 어찌 생각하시나요?』
놀랍게도 그라나스의 화신 그라엘의 음성이다.
『물론 로안 님이 원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앞으로 용사로서 많은 활약을 할 오델리아를 봐서 관용을 베풀어줬으면 해요.』
『당신이 허락하면 엘레토르는 이 시간 후로 당신의 메이드가 되어 절대 충성하게 될 거예요.』
로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델리아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네.’
사실 여신이 악마 각성자를 살려주는 이는 극히 드물다.
악마의 분신이 사라졌다고 해도 악마에게 충성을 바친 종자이기에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외적인 상황도 존재한다.
용사 오델리아의 간절한 기도가 그라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로인해 그라엘이 엘레토르를 살리자며 로안을 설득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라엘 님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신기하게도 로안 역시 염화를 통해 그라엘에게 뜻을 전달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로안 님. 엘레토르의 충성은 제가 보장할 테니 염려말아요.』
『그리 해주신다면 저야말로 바랄 게 없습니다.』
가장 충성심을 얻기 까다로운 존재 중 하나인 엘레토르.
그런 그녀의 충성심을 여신이 보장한다는 건 이른바 시스템으로 예속시킨다는 뜻.
‘그건 진짜 대박이지.’
지략으로 따지면 엘레토르는 로안이 애지중지하며 키우고 있는 메르벨과 동급이다.
아니, 메르벨의 완성형 버전이다.
아직 메르벨은 성장 중이라 엘레토르에 비하면 한참 아래일 수밖에 없다.
그녀와 진정으로 비견될 수 있는 존재는 다름아닌 크라겔이다.
물론 녀석이 좀비 펫이 아닌 인간일 경우의 얘기지만.
“로안 님!”
그때 엘레토르가 어떤 계시를 받았는지 로안의 앞에 엎드리며 말했다.
“제가 죽을죄를 진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죽어 마땅하나 만일 당신의 메이드로 받아주신다면 평생 충성하며 속죄하겠습니다. 이 맹세를 어길 경우 저는 여신 그라나스 님의 분노 아래 한줌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곧바로 들려오는 알림.
[여신 그라나스의 이름으로 충성 맹약을 한 엘레토르를 당신의 메이드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예.”
[엘레토르가 당신의 메이드가 되었습니다.]
엘레토르의 눈빛에 이채가 일었다.
【이름】 엘레토르
【레벨】 91
【종족】 하프 엘프
【직업】 특급 메이드/암살자
【소속】 로안
그녀의 정보창이 변했다.
악마 각성자의 신분과 능력이 사라지며 마현자라는 직업도 삭제됐다.
그러나 암살자로서의 능력은 유지되며 로안의 특급 메이드가 됐다.
로안 이외의 존재에게는 정보창에 물음표만 떠 있어서 그녀가 로안의 메이드란 사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미천한 것을 메이드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엘레토르가 이마를 바닥에 대며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오델리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언니 엘레토르가 메이드가 됐다는 것은 곧 로안이 그녀를 살려주기로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그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로안 앞에 엎드렸다.
“언니를 살려줘서 감사해요. 앞으로 언니를 잘 부탁드려요.”
“알았으니 그만 일어나라.”
그러나 오델리아는 엘레토르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웅크려있는 엘레토르의 몸에서는 심한 악취가 났다.
앞으로 내민채 바닥을 짚고 있는 손등의 피부는 악어가죽처럼 흉한 데다 검은 털도 숭숭 박혀 있었다.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버린 몸체.
그런데도 오델리아는 엘레토르를 끌어안고 있었다.
끔찍한 악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언니! 이제 살았어. 정말 다행이야.”
“오델리아······.”
그녀들을 내려다보며 로안은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천하에 악명이 자자했던 마현자 엘레토르는 이제 죽었다.
로안의 특급 메이드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여신이 보증한 충성심의 메이드.
그런만큼 이제 로안은 엘레토르의 과거는 묻지 않기로 했다.
‘충성심만 보장된다면야.’
과거에 좀 안 좋았던 일쯤이야 잊을 수 있다.
엘레토르가 몇 번 로안을 죽이려고 했었지만.
그 따위 사건은 웃으며 덮어줄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저주 해제 물약을 미리 좀 만들어두길 잘했군.’
악마 글루토누스 외형화 저주 해제의 물약.
레시피를 알고 있는 터라 아스피스 성에 있을 때 100병을 제조해놨다.
아공간에 넣어두고 새카맣게 잊고 있었는데.
[악마 글루토누스 외형화 저주 해제 물약 1병을 출고했습니다.]
로안은 아공간에서 물약을 꺼내 엘레토르에게 내밀었다.
“받아라, 엘레토르.”
“그게 뭐죠, 주인님?”
“딱히 네가 불쌍해서 주는 건 아니야. 그런 흉한 몰골로 어디 가서 나의 메이드라고 말하면 내가 창피해서다.”
“그럼 설마 그 물약은?”
그제야 물약의 이름을 정보창을 통해 확인한 엘레토르의 두 눈이 격동으로 물들었다.
“주, 주인님······.”
“멀뚱히 쳐다보고 있지 말고 어서 마시도록 해.”
“네, 주인님.”
그간 무슨 방법을 써도 풀지 못했던 끔찍한 저주였던 만큼 엘레토르 역시 물약을 입에 넣으며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비록 정보창에는 외형화 저주 해제 물약이라 적혀 있지만 정말로 그런 효능이 있는지는 마셔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
화아아악!
그런데 물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녀의 전신이 빛으로 뒤덮였다.
동시에 들리는 알림.
[악마 글루토누스 외형화의 저주가 해제되었습니다.]
“아······.”
순식간이었다.
엘레토르는 본래의 용모를 회복했다.
상태 창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를 비춰본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더 이상 괴물의 용모가 아니었다.
끔찍한 악취도 사라졌다.
흉하게 몸을 휘감았던 옷들을 먼지처럼 흩어버리고 아공간에서 새옷과 장비를 꺼내 장착했다.
음침하면서도 섬뜩한 분위기였던 엘레토르는 여전히 차갑긴 하지만 음침한 기운은 사라진 상태.
“미천한 메이드에게 베푸신 주인님의 자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로안의 앞에 엎드려 공손히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그 장면을 지켜보던 오델리아 또한 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당신에게 저주 해제 물약이 있었군요. 언니의 저주를 풀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주인님.”
순간 로안은 어이가 없었다.
“뭐지? 너까지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거냐?”
“언니의 주인이면 저의 주인이죠. 앞으로 당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겠어요.”
“됐고. 넌 용사다. 너의 수호여신 그라나스 님을 제외한 누구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마라.”
“물론이죠. 하지만 주인님만은 예외예요. 그라나스 님도 이해해주실 걸요?”
물론 그라엘이 그런 걸로 딴지를 걸지야 않겠지만.
『후후, 저는 괜찮아요. 로안 님에게라면 상관없어요.』
곧바로 들려오는 그라엘의 염화.
예상대로다.
반대할 명분도 사라졌다.
그 사이 오델리아는 로안이 주인님이라 부르지 못하게 할까봐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뭐 저리 주인님 칭호에 집착하는 걸까?’
로안은 한숨을 내쉬며 끄덕였다.
“그렇게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마음대로 해라.”
그러자 오델리아의 안색이 밝아졌다.
“정말이죠? 감사합니다, 주인님.”
“나에 대한 호칭이야 그렇다 치고. 앞으로는 최대한 용사답게 행동해. 그래야 사람들이 너를 의지할 거야.”
오델리아가 빙긋 웃었다.
“염려마세요, 주인님. 그런데 지금 용사로 각성할 거냐는 알림이 떴는데 수락하면 되겠죠?”
그말에 로안은 반색했다.
“당장 수락해라.”
“네, 주인님.”
그 즉시 오델리아는 용사로 각성했고 덕분에 로안은 메인 임무가 완수됐다.
[메인 임무 〈여섯 번째 빛의 각성〉이 완수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신령한 빛의 조각 ? 면역〉을 얻었습니다.]
아쉽게도 경험치나 코인 보상은 받지 못했지만 모든 종류의 저주에서 면역이 생기는 신령한 빛의 조각을 얻었다.
‘이제 하나만 더 모으면 신령한 빛의 성배를 얻을 수 있다.’
일곱 번째 메인 임무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무사히 용사 오델리아를 각성시키고 메인 임무를 완수한 당신에게 여신 그라나스가 찬사를 보냅니다.]
[당신을 향한 그라나스의 호감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고생 정말 많으셨어요, 로안 님.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신 것 축하해요.』
그라엘이었다.
알림 뿐 아니라 염화까지 보내주는 센스.
『별말씀을요. 그라엘 님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곧 일곱 번째 메인 임무에 대한 힌트를 드릴 테니 신의 숲에서 만나요.』
『그러죠.』
『참, 패리드 호수 너무 좋아요.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좋아하셔서 다행입니다.』
로안은 그라엘과 메신저를 하듯 염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는 그녀와의 호감도가 크게 증가한 것도 있지만, 마신의 숲 가디언 포로를 바쳐 그녀의 명예를 높여준 것이 결정적일 것이다.
“엘레토르!”
로안은 엘레토르를 쳐다봤다.
그녀가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로안을 응시했다.
“네, 주인님.”
아까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로안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지금은 그와 달리 로안에 대한 경외심이 피어나 있다.
그러나 경외심이 50%라면 절망과 좌절, 허무함이 나머지 50%다.
뭔가 풀이 잔뜩 죽어 있는 눈빛이랄까?
어둠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던 마현자 엘레토르의 자신만만하던 기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너를 내가 거둔 것은 그라나스 님의 부탁도 있긴 하지만 황제 디우스를 상대하는데 너의 힘이 필요해서다.”
“알고 있습니다.”
“디우스를 비롯한 악마 각성자들을 몰살시키는 것이 나의 목표다. 너에게는 그들에 대한 배신이 될 수도 있겠지만.”
“······.”
엘레토르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로안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알고 있는 악마 각성자들의 거점과 정보,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밝혀야하는 건 물론이고, 그것들을 이용해 그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멸살하는데 너의 모든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
“할 수 있겠지?”
로안이 묻자 엘레토르의 몸이 떨렸다.
“왜 대답을 못하는 거지? 네게는 디우스에 대한 복수를 할 절호의 기회일 텐데.”
그러자 엘레토르가 고개를 들어 로안을 쳐다봤다.
“그 자에게 복수가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로안에게 되묻는 그녀의 눈빛에는 짙은 공포심이 피어나 있었다.
전신이 한기라도 든 듯 그녀의 몸이 덜덜 떨렸다.
“디우스가 그리 두려운 거냐?”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는 악마 각성자가 아니라 악마 그 자체입니다.”
“악마 그 자체라고?”
“저도 그에 대해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그에게는 하나가 아닌 무려 세 명의 악마가 붙어 있습니다.”
순간 로안이 담담히 웃었다.
“대악마 켈베더와 그 이하 계보인 악마 포델, 악마 재리스. 이 셋을 말하는 건가?”
“어떻게 그것을?”
엘레토르가 경악해하는 표정으로 로안을 쳐다봤다.
로안의 두 눈이 강하게 빛났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디우스는 이대로 방치하면 점점 더 많은 악마들을 수용하게 되어 네 말대로 그 자체가 완벽한 악마처럼 변해버릴 거야.”
최대 7명의 악마까지.
그래서 로안은 1대 7로 악마의 분신들과 붙어본 적도 있다.
‘천룡도법을 12성까지 올리면 해볼 만하지.’
로안은 엘레토르의 머리에 손을 대고 말했다.
“엘레토르! 너는 지금 너무 디우스라는 존재에게 눌려 있다. 놈에게 원수를 갚으려면 자신감의 회복이 필요해. 그래서 너에게 잠시 휴가를 주려한다.”
“휴가라고요?”
엘레토르는 놀란 듯 로안을 쳐다봤다.
“물론 네가 지정한 장소에 한해서야. 패리드 호수라는 곳이다.”
패리드 호수라면?
엘레토르도 들어본 적 있다.
대전장에 존재하는 신비의 호수.
모두가 동경하는 최고의 휴양지로 알려져 있지만 악마 각성자였던 그녀는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다.
악마 각성자 연합의 원수라 할 수 있는 로안이 바로 패리드 호수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로안의 메이드가 되었으니 그녀에게도 패리드 호수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닙니다, 주인님. 이제 막 주인님의 메이드가 된 제가 무슨 염치로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명령이다. 때가 되면 부를 테니 가서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자신감을 회복해라. 지금 네 상태로는 나에게 민폐만 줄 뿐이야. 오델리아 너도 함께 가라.”
“네? 저도요?”
“그래. 너도다. 잠시지만 언니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해.”
“정말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된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어요, 주인님.”
사양은커녕 오델리아는 환호하며 좋아했다.
그녀에게 있어 언니와 함께 휴가를 간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
그야말로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게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그 사이 로안은 아스피스 성의 퀸 이수지에게 염화를 보냈다.
「내 앞으로 게이트를 하나 생성시켜라. 두 명을 보낼 테니 패리드 호수로 보내 쉬게 해줘.」
「네, 로드.」
잠시 후 로안의 앞쪽에 아스피스 성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생겨났다.
곧바로 로안은 엘레토르와 오델리아를 향해 말했다.
“이 게이트로 이동해라. 그럼 거기서 너희들을 패리드 호수로 안내해줄 거야.”
“주인님의 깊은 배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휴가 다녀오겠어요, 주인님.”
게이트로 진입하는 엘레토르와 오델리아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이제 여기서 할 일은 하나 남았군.’
로안은 저주의 숲 안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숲에는 아주 강력한 괴물이 하나 존재한다.
혈강시 요후(Lv90, Boss).
필드 보스지만 공략을 모르면 대전장 월드 보스만큼이나 까다로운 상대다.
무엇보다 요후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숨겨진 뭔가를 찾는 데는 사기적인 능력을 지닌 녀석이 있다.
“토실아!”
로안은 즉각 토실이를 소환했다.
아공간 휴식처에서 하얀 털의 토끼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슥슥.
로안은 토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녀석은 나오자마자 눈을 반짝이더니 어디론가 뛰어갔다.
“뭐야? 벌써 찾은 거냐?”
아직 뭔가를 찾으라는 말도 안했는데.
아무래도 수상한 냄새를 맡은 모양이다.
로안은 즉각 토실이의 뒤를 따라갔다.
“어? 저 녀석은?”
대략 5km미터 떨어진 숲의 한 곳.
토실이가 거기서 웬 녀석을 끌어안고 비벼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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