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 숲을 활보하다 (3) >
고대의 잊혀진 여신.
그 숫자가 몇인지는 알 수 없다.
아주 유명했던 소수의 여신들은 이름이나마 기억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름조차 망각되어 누구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녀들이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현역에서 활동을 하지 못할 뿐 언제고 재기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일부는 신의 숲에 화신을 만들어 배회하기도 하는데.
지금 로안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하라넬이 바로 그런 경우다.
“나는 하라넬이라고 해. 신의 화신이 아닌 인간이 이곳을 거닐고 있다니! 아무리 봐도 너는 매우 특이한 존재로구나.”
‘유령 여신의 말은 무시하라고 했지.’
로안은 하라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근처에 있는 약초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라엘의 호미를 사용합니다.]
[채집을 시작합니다.]
팍팍!
대충 근처의 흙을 파는 시늉만 했는데도 흙속에 파묻힌 뿌리까지 말끔한 상태로 튀어나왔다.
마치 산삼처럼 생긴 뿌리다.
‘이 호미 정말 편하네.’
약초를 이렇게 손상없이 완벽하게 캐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 공들여야 하는데 불과 수초 만에 말끔한 상태로 그냥 튀어나오다니.
‘역시나 괜히 극초월 등급이 아니야.’
이 호미만 있으면 어디 가서도 밥 굶고 살 걱정은 안해도 될 것이다.
‘탐나는 도구지만 숲 밖으로 가져갈 수 없으니 아쉽네.’
[신의 숲 마스나스를 그라엘의 망태기에 보관했습니다.]
망태기에 넣자 들려오는 알림.
방금 전 캔 약초의 이름이 신의 숲 마스나스라는 것인 모양이다.
‘다음은 저쪽이다.’
수십 미터 떨어진 거리에 ▼ 표시가 보인다.
로안은 옆에서 호기심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하라넬을 무시한 채 다음 타겟이 있는 지점으로 향했다.
“잠깐만. 나와 얘기 좀 하면 안 될까?”
하라넬이 따라오며 말했다.
“아마도 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무시하라고 들었겠지. 나와 같은 잊혀진 존재가 어떤 식으로든 존재감을 드러내는 걸 그녀들은 매우 싫어하거든. 하지만 네게는 결코 손해되는 일이 아니야, 인간.”
로안이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데도 하라넬은 계속 말을 해댔다.
“나의 여신명은 하라니아. 풍요의 여신이야. 내가 대체할 수 있는 여신은 아프릴리스와 루넬리스, 그라나스, 헤나 정도랄까?”
대체라니.
약초 하나를 망태기에 넣은 로안이 결국 고개를 돌려 힐끔 쳐다보자 하라넬이 빙긋 미소 지었다.
“이제야 네가 나의 말에 관심을 갖는구나. 내가 원하는 건 하나 뿐이야. 나의 이름을 기억해줘.”
이름을 기억해달라?
단지 그것 때문에 이토록 귀찮게 달라붙고 있는 건가?
“나중에 잊어버려도 좋아. 그냥 나와 같은 여신도 있다는 걸 너의 기억에 잠시라도 갖고 있어줬으면 해.”
정말 그런 바람이라면 이미 이루어진 거다.
고대의 잊혀진 여신 하라니아의 화신 하라넬.
이미 그녀가 누군지 들었으니 한동안은 기억 속에 있겠지.
“만약 내 이름을 기억하겠다면 그렇다고 말해줘. 부탁이야.”
하라넬은 계속 로안을 졸랐다.
대답을 안하면 끝까지 따라붙을 기세다.
결국 로안도 참다못해 한 마디 했다.
“제가 왜 당신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지 그 이유부터 알고 싶군요.”
그러자 하라넬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으로서 이 숲에 들어왔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너는 대단한 존재인 게 분명해.”
“그런데요?”
“말 그대로야. 그런 대단한 존재인 네가 내 이름을 잠시라도 기억해준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해.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여신의 넋두리처럼 들리겠지만.”
로안은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정말이야?”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잊혀진 고대 여신의 소원 하나 못들어주겠습니까? 풍요의 여신 하라니아 님! 그 이름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그러자 하라넬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진심이구나.”
“물론이죠.”
“고마워. 부디 나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해 줘.”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내게도 너의 이름을 알려주겠니?”
“로안입니다.”
“로안······! 나도 널 기억할게.”
그 말을 끝으로 하라넬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화신이 소멸되고 있군.’
그런데 고작 이름 하나 기억해준다고 말한 것이 저리 기쁜 것일까?
사라지는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로안을 바라보는 하라넬의 표정에는 환한 미소가 그치지 않았다.
『네가 언제까지 날 기억해줄 지는 모르지만, 내가 너의 기억 속에 있는 동안에는 나의 능력이 너와 함께 할 거야. 잊혀진 존재인 나로서는 네게 줄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서 아쉽구나······.』
환청처럼 아련하게 들려오는 하라넬의 음성.
동시에 알림이 울렸다.
[잊혀진 고대의 여신 하라니아가 당신에게 작은 선물을 보냅니다.]
[특수 스탯 재치를 얻었습니다.]
【재치】 1
[각종 생활 관련 능력을 더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제작의 대성공 확률이 상승합니다.]
[지력이 높을수록 재치는 더욱 위력을 발휘합니다.]
······.
정신없이 울리는 알림을 들으며 로안은 깜짝 놀랐다.
‘이런 식으로 특수 스탯을 얻다니.’
이유불문.
무조건 고마운 일이다.
‘그냥 고마운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야.’
특수 스탯 재치의 가치를 떠나서 스탯 1포인트가 소중한 로안에게는 이보다 더 귀한 선물이 없다.
‘넬리나 그라엘은 잊혀진 여신들의 화신을 유령이라 말하면서 무시하라고 했지만.’
그거야 고대의 잊혀진 여신들을 거슬려하는 현역 여신들의 입장일 뿐.
로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하라넬과 같은 유령 여신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있어.’
단지 이름 하나 기억해주고 스탯 1포인트를 얻는다면 세상에 이처럼 편한 일이 어디 있을까?
누군가는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로안은 당당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스탯 올리기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
라고 말이다.
물론 모든 유령 여신들이 다 스탯을 준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그라엘의 부탁으로 약초 캐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령 여신들이 나타날만한 장소도 탐색해보자.’
그러나 하라넬과 같은 유령 여신들 또한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닌 모양이다.
‘막상 찾아나서니 안 보이네.’
로안은 약초를 캐면서 계속 주변을 살폈다.
쿵! 쿵! 쿵! 쿵!
그때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렸다.
뭔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는 소리다.
‘저건?’
찾고 있는 유령 여신은 안 보이고 가디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인간 따위가 숲을 활보하느냐?”
높이가 100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나무.
수백 개는 됨직한 가지를 팔처럼 휘두르고 있다.
외양만 보면 거대 숫사자나 머메이드 형 가디언보다 훨씬 무식해보인다.
〈신의 숲 나무 정령 콰쿠(Lv110, 가디언)〉
놀랍게도 레벨 110.
지금까지 만난 가디언 중 최강의 존재!
“사라져라, 하찮은 존재여!”
거대한 나뭇가지 하나가 창의 형태로 변해 날아들었다.
섬광과 같은 속도!
로안은 잽싸게 그라엘의 망태기를 방패처럼 쥐고 막았다.
콰아앙!
그라엘의 망태기와 나무 정령 가디언 콰쿠의 나뭇가지 창이 격돌했지만 로안은 가볍게 반보 정도 물러났을 뿐이다.
예상대로 그라엘의 망태기는 흠집조차 없었다.
방패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다.
그러나 나무 정령 가디언 콰쿠의 상태는 처참했다.
로안을 공격했던 나뭇가지가 먼지로 변한 것도 모자라 놈의 거대한 몸체 곳곳에 균열이 일어나 있었으니까.
“감히 인간 따위가 권능이 깃든 도구를 쥐고 있다니!”
나무 정령 콰쿠는 상당한 대미지를 입었는지 몸체를 비틀거렸다.
‘지금이다.’
방어에 성공했으니 이번에는 공격이다.
로안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뇌광격!’
그라엘의 호미로 펼쳐진 뇌전도법의 필살기.
번쩌쩍―!
지켄의 불멸도나 스켈레톤 로드의 악몽도로 펼쳤을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크기의 번개가 호미로부터 뻗어나갔다.
파지지지직! 콰콰콰콰콰쾅!
콰쿠의 몸체 전체가 시퍼런 빛으로 물들었지만, 그런데도 쓰러지지 않았다.
‘용케 버티고 있네. 그렇다면.’
로안은 필살기를 한 더 날렸다.
‘뇌광격!’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악!”
결국 콰쿠는 몸부림을 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신의 숲 나무 정령 콰쿠가 기절했습니다.]
그라엘의 호미와 망태기가 있는 이상 신의 숲에서는 무적이나 마찬가지.
다수의 적이 덤벼들면 넬리의 낚싯대를 꺼내면 된다.
좌 호미 우 낚싯대!
이렇게 양손에 각각 쥐게 되면 동시에 각각의 필살기를 날리는 것도 가능하니까.
‘저쪽에 약초가 많이 있네?’
나무 정령 콰쿠가 쓰러진 근처에 유독 ▼ 표시가 많았다.
약초를 캐기 위해서라도 녀석을 쓰러뜨리는 건 필수였나?
[신의 숲 마스나스를 그라엘의 망태기에 보관했습니다.]
[신의 숲 거더드를 그라엘의 망태기에 보관했습니다.]
······.
미니맵에 표시된 약초는 꼼꼼하게 하나도 남김없이 캐서 망태기에 넣었다.
‘어? 저건?’
근처에 있는 마지막 ▼ 표시의 약초 위.
웬 투명한 형체의 여성이 뒤로 팔배개를 한 채 잠들어 있다.
가까이 와서 약초를 캐려고 내려다보지 않았다면 발견할 수 없는 투명한 몸.
하마터면 아무 생각없이 그 여성을 호미로 찍을 뻔했다.
‘정보창이 안 뜨는 걸 보니 유령 여신 같은데?’
유령 여신도 컨셉이 제각각인 모양이다.
하라넬처럼 숲을 활보하는 유령 여신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투명화 상태로 잠들어 있는 유령 여신도 있다.
“저기요.”
로안은 조심스레 그녀를 불러봤다.
그러나 여성은 곤히 잠들어 있는지 깨어나지 않았다.
‘유령 여신인 걸 떠나 이러면 골치 아픈데.’
약초를 캐야해서다.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죄송하지만 좀 일어나주시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손으로 흔들어봤다.
“흥! 뭐야? 감히 날 깨우는 녀석이 있다니!”
그때 여성이 눈을 뜨고 일어나 로안을 노려봤다.
동시에 그녀의 투명한 몸체가 뚜렷한 형상으로 변했다.
10대 초반의 소녀 형상.
얼굴은 귀엽게 생겼지만 눈빛이 매우 차갑다.
“날 깨운 목적이 뭐야?”
“혹시 잊혀진 여신 아니신가요?”
그러자 소녀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역시나 예상대로다.
로안은 곧바로 그녀를 향해 정중히 예를 취하며 말했다.
“잊혀진 고대의 여신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게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로안은 본론부터 꺼냈다.
이미 잊혀진 여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는 이상 시간 낭비할 필요 없으니까.
“너 목적이 뭐지?”
“목적이라니요? 저는 그저 당신의 이름을 기억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 목적이 뭐냐는 거야?”
“일종의 취미입니다.”
“잊혀진 이름 수집이 취미라고?”
“예. 고대의 위대한 여신들 이름이 덧없이 잊혀지는 건 무척 슬픈 일이거든요.”
순간 소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완고해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성의는 고맙지만 필요없다. 나는 잊혀지고 싶으니까.”
“잊혀지기를 원한다고요?”
“그래. 그러니 이제 너는 가던 길을 가도록 해. 이 약초를 캐겠다면 내가 피해주마.”
소녀는 옆으로 3미터 정도 이동한 후 다시 벌러덩 팔배개를 한 채 누웠다.
하라넬과는 달리 정말로 잊혀지기를 원하는 여신인 모양이다.
하긴 그러니까 방금 전 투명화 상태로 누워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원한다면 그렇게 모습을 감출 이유가 없으니까.
‘포기해야 하나.’
그런데 로안은 소녀가 눈을 감기전 힐끔 이쪽을 한 번 쳐다보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관심없는 척하지만.’
어쩌면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건 지도 모른다.
한 번쯤 더 간청해주기를 말이다.
여신으로서의 자존심 같은 것 아닐까?
‘하긴 여신들 성격이 원래 좀 그렇긴 하지.’
특히 여신들은 자존심에 모든 걸 걸기도 한다.
아프릴리스의 경우 트렐라에게 이겨보겠다고 로안과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으니까.
로안은 소녀를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불쾌하시겠지만 다시 한 번 간청드립니다. 저는 당신의 이름을 꼭 기억하고 싶습니다. 알려주신다면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그냥 말만 하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진심도 있다.
뭐든 잊혀진다는 건 서글픈 일이니까.
그것도 한때는 카오니아 세계의 중심과 같은 존재인 여신으로서 위명을 떨치던 존재가 지금은 신의 숲 약초를 배개 삼아 누워 낮잠이나 자고 있어야 하는 신세라니.
누군가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채 그렇게 잊혀져 간다면 사실상 세상에 없는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그녀를 여신으로서 기억해준다면.
그녀는 더 이상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다.
“흥! 됐다고 했을 텐데? 네가 무슨 이득을 취하려고 내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만 난 이대로 잊혀질 생각이다.”
이번에도 거절이다.
그런데 로안은 그 말을 하면서도 소녀의 눈빛이 아까보다 좀 더 밝아져 있는 걸 놓치지 않았다.
‘역시나 기뻐하고 있군.’
따라서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한 번 더!
삼국지에서 유비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했다.
로안은 스탯을 얻기 위해서라면.
삼고초려는 웃으며 할 수 있다.
게다가 어디 멀리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눈앞에서 말 한 마디 더 하는 거야 몇 번인들 못할까?
“실례를 무릅쓰고 한 번 더 간청합니다. 저에게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영광을 베풀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방금 전과는 달리 소녀가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로안을 힐끔 한 번 노려보다가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했다.
“딱히 너 따위에게 기억되고 싶은 건 아니다만 그리도 간청하니 이름 정도는 알려주마.”
소녀의 몸에서 일순 가공스러운 기운이 피어났다.
“나는 에리스의 화신 에나다.”
에리스라면?
로안은 흠칫 놀랐다.
고대 전투의 여신이다.
꽤 유명한 여신이다보니 로안도 기억하고 있다.
다만 전투보다는 질투 쪽에 상당히 유명한 족적을 남긴 여신.
일명 질투의 여신 에리스!
“위대하신 여신 에리스 님의 화신이셨군요. 그 이름 저의 기억 속에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에나는 끄덕였다.
“너의 소원이 그렇다면 그리하라.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고마워할 것이란 망상 따위는 하지 말도록.”
“물론입니다. 이것은 저의 취미이자 자기만족이니 부담갖지 마십시오.”
순간 에나의 모습이 다시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투명화 상태가 아니라 화신이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에나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별로 네게 고맙지는 않지만 그래도 선물 정도는 주도록 하마······.』
[잊혀진 고대의 여신 에리스가 당신에게 작은 선물을 보냅니다.]
[민첩 2를 얻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말은 안 하고 가는군.’
그래도 말과는 달리 고맙긴 했나 보다.
스탯을 무려 2 포인트나 주고 간 걸 보면.
【근력】 140
【체력】 30
【민첩】 35(↑2)
【지력】 24
【정력】 1
【귀력】 2
【재치】 1
이로써 도합 233 스탯.
앞으로 17포인트만 더 모으면 250 스탯이 된다.
‘이제 다시 약초를 캐볼까?’
로안은 앞의 약초를 마저 캔 후 장소를 이동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낯익은 장소가 나타났다.
부서진 악마상들이 널브러져 있는 거대한 공터.
‘여긴?’
파괴의 여신 헤트시아의 화신 크시아가 있던 장소다.
‘크시아는 없네.’
최근에 아스피스 성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곳으로 돌아왔나 했는데.
‘뭐 잘됐지. 마주치면 괜히 피곤하기만 하니까.’
계속해서 로안은 약초를 캐며 이동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크시아의 영역을 지나 트리아나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또 약초가 많지.’
로안은 입체 지도에 표시된 지점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약초를 캐 망태기에 담았다.
[신의 숲 이츠므기스를 그라엘의 망태기에 보관했습니다.]
[신의 숲 이라니므를 그라엘의 망태기에 보관했습니다.]
······.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별 괴상한 이름의 약초들.
어차피 이것들이 뭔지 알 필요는 없다.
▼ 표시 된 것들만 착실하게 캐서 가져다주면 되는 일.
‘슬슬 이쪽도 끝나가는군.’
그때 갑자기 코에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이건 와인향인데?’
코에 스며드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는 듯한 신비한 술냄새.
그로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향기다.
고개를 돌려보니 트리아나가 와인잔을 든 채 특유의 몽환적인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신의 숲을 활보하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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