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206화 (206/240)

< 신의 숲을 활보하다 (2) >

은빛의 광채가 파동을 그리며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순간.

“꺄아아악!”

“아악!”

“으으윽!”

로안을 향해 달려들던 신의 숲 호수 가디언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신의 숲 호수 머메이드 링링이 기절했습니다.]

[신의 숲 호수 머맨 뎅뎅이 기절했습니다.]

[신의 숲 호수 머메이드 루루가 기절했습니다.]

······.

도합 6명의 가디언들.

그중에는 여성형 인어인 머메이드도 있고 남성형 인어인 머맨도 있다.

그러나 만도붕멸의 초식 한 방에 모조리 기절한 상황.

‘정말 쓸만한 무기네.’

낚싯대가 이리 좋은 무기일 줄이야.

달리 극초월이 아니다.

“그 아이들 그만 용서해줄 수 없나요?”

그때 들려오는 낯선 음성.

고개를 돌려보니 웬 소녀가 보인다.

테가 둥그런 안경.

긴소매와 긴바지.

복장은 마치 약초꾼들이 입는 채집복을 연상케 한다.

예쁘지만 뭔가 촌스러운 헤어 스타일.

한손에는 호미를 쥐고 서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무슨 시골 소녀같달까?

‘약초 캐는 시골 소녀 컨셉이군.’

낚시를 좋아한다기에 낚시꾼 복장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혹시 그라엘 님이십니까?”

“저를 알고 있군요.”

“네, 저는 로안이라고 합니다.”

“그 낚싯대를 보니 넬리 님이 보내서 왔나요?”

“네. 그라엘 님께 안부를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그러자 그라엘이 한숨을 내쉬었다.

“넬리 님과 저는 별로 친한 편이 아니에요. 뭔가를 부탁하러 왔으면 넬리 님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말과 함께 그라엘은 주변에 쓰러져 있는 가디언들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라엘 님······!”

“그라엘 님이 또 우릴 구해주셨군요.”

샤샤를 비롯한 가디언들은 그라엘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그라엘은 샤샤를 보며 탄식했다.

“저 사악한 낚싯대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그리 말했는데 또 당한 거니?”

“뻔히 낚시라는 걸 알고 있지만 도무지 물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어요.”

샤샤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그 말을 들으며 로안은 실소를 흘렸다.

청순한 얼굴의 독서하는 소녀 컨셉의 넬리.

만나서 대화를 할 때는 세상에 그처럼 착한 여신이 없는 듯하지만.

알고 보면 은근히 깜찍한 짓을 많이 벌이고 있다.

이전에 로안으로 하여금 파괴의 여신 헤트시아의 화신 크시아에게 키스를 하라고 말한 것도 그렇고.

오늘 대화를 통해 그라엘과 매우 친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큰 악의는 없어보이지만 은근히 장난기가 많은 듯하다.

“넬리 님이 이곳에 와서 낚시를 하면 그라엘 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하셔서 본의 아니게 실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 바로 그 로안 님이군요. 왜 저를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아요.”

그라엘은 로안을 슥 노려봤다.

왠지 잔뜩 화가 나 있는 표정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확실히 해둘게 있어요. 또 여기서 그 요망한 낚싯대로 저 아이들을 괴롭힐 건가요?”

“낚시는 그라엘 님을 만나기 위해 한 것뿐입니다. 앞으로는 호수에서 낚시를 하지 않을 테니 염려 마세요.”

그라엘은 그제야 표정이 좀 밝아졌다.

“신기하게도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군요. 하지만 눈빛을 보니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물론입니다.”

“좋아요. 그럼 이제 저를 만나러 온 이유를 들어보도록 하죠.”

“메인 임무 때문입니다. 여섯 번째 빛에서 막혀 있는 상태라서요.”

그러자 그라엘의 안경 속 두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여섯 번째 용사를 각성시키겠다는 그 뜻은 매우 가상하지만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군요. 지금 우린 전쟁 중이 아니던가요?”

“전쟁은 전쟁이고 용사는 용사입니다. 용사가 있어야 카오니아 대륙이 평화로워지죠.”

“전쟁에서 패배하더라도 용사를 각성시키겠다는 뜻인가요?

“물론입니다.”

그러자 그라엘은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훌륭하군요. 아주 멋진 생각이에요. 그런데 어쩌죠? 저는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메인 임무를 발동시킬 만한 여유가 없어요.”

그렇게 바쁘다니.

“그럼 언제쯤 가능한지 알 수 있겠습니까?”

“일 년쯤 후에 저를 찾아와주세요.”

1년이라니.

100일 안에 무조건 용사 두 명을 채울 계획인 로안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악마 각성자들로 인해 지금도 죽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당장 용사가 탄생해도 시원찮을 판에 굳이 일년이나 늦출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이에요. 이유는 당연히 존재하죠.”

“대체 그 이유가 뭔데요?”

“그것을 제가 로안 님께 일일이 다 설명할 이유는 없답니다.”

“죄송하지만 알고 싶습니다.”

그러자 그라엘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일 년 후, 그때가 본래 여섯 번째 빛이 용사로서 각성하게 될 예정일이죠. 카오니아 대륙의 평화를 위한 로안 님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저를 다그치는 건 무례한 일이랍니다.”

알고 있다.

본래라면 이런 식으로 신 앞에 따지듯 말했다가는 징벌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전쟁 중이다.

그리고 전쟁 중에 로안은 헤트시아 연합 소속 여신들에게 추가 페널티는 물론이고 죽임을 당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는 트리아나가 보장한 것이니까.

그녀 스스로 로안에게 각종 페널티를 부여하는 대신 다른 여신들로부터는 로안이 철저히 보호되는 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따라서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평소라면 해서는 안 될 무례한 행동이라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무조건 이긴다.’

이번 전쟁의 승리는 단 한 번의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영원한 승리가 될 것이다.

“그래도 저는 지금 시점에서 용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제가 뭔가를 함으로써 여섯 번째 용사가 빨리 각성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용사 각성 시점을 재고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라엘 님.”

그라엘이 기막히다는 듯 로안을 쳐다봤다.

“한편으로 신기하군요. 로안 님은 제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어떻게 그리 당당할 수 있는 걸까요?”

“그거야.”

고인물이니까 그런 거겠지.

수백 번도 넘게 했던 카오니아 세계관의 게임에서는 여신들도 한낱 NPC에 불과했으니까.

그같은 데서 오는 자신감이 여신들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게 만들어 준다.

또한 이 세계 최강의 여신인 트렐라가 배후에 있다는 것도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물론 그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그라엘에게 말할 수는 없는 일.

“당당하기보다는 그만큼 그라엘 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저를 믿는다고요?”

“그라엘 님이 저보다 더 카오니아 대륙을 생각하고 동시에 악마들을 증오하는 마음도 저와 비교할 수 없이 강할 테니까요.”

“그건 맞아요. 저로서도 로안 님의 말대로 지금 당장 여섯 번째 용사가 각성해 악마 각성자들을 쓰러뜨려주길 기대하고 있죠. 그 갈망은 로안 님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크답니다.”

그라엘은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그보다 선행해야 할 일들이 있어요. 인간인 당신이 보기에는 별볼일 없어 보일지라도 그 또한 톱니바퀴처럼 얽혀진 각종 조건들과 맞물려 있답니다.”

“그렇다면 그 선행되는 일들이 좀 더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제가 돕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그라엘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가 로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트렐라 님을 버리고 저에게 오라고 한다면요. 그것도 감수하시겠어요?”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라엘로서는 전쟁을 단번에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테니까.

“죄송하지만 그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죽는다 해도 그분을 배신할 일은 없을 겁니다.”

로안은 두 번 다시 그런 조건은 나오지 않도록 못을 박았다.

그라엘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왠지 굉장히 샘이 나는군요. 죽어도 트렐라 님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로안 님의 그 마음. 만일 그 마음이 저를 향해준다면 저 또한 무슨 일이라도 로안 님을 위해 해줄 거예요.”

“제가 트렐라 님을 신뢰하고 있다 해서 그라엘 님을 그만큼 신뢰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꼭 트렐라 님을 배신하지 않아도 그만큼 그라엘 님을 신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 명의 친구가 있다고 해서 또 다른 친구를 사귀지 못할 이유가 없듯이 말이죠.”

그러자 그라엘이 웃었다.

“단순히 친구처럼 본다면 그렇죠. 하지만 여신들의 마음은 다르답니다. 누구에게든 단 한 명의 유일한 여신이길 원하죠. 제가 볼 때 지금 로안 님에게 있어 트렐라 님은 그같은 존재일 거예요.”

결국 트렐라를 버리지 않으면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얘기인가?

외모는 순진한 시골 소녀 컨셉인데 깐깐하기는 넬리나 아르시안보다 더한 듯하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죠.”

“정말입니까?”

로안은 놀랐다.

무슨 변덕인 것일까?

방금까지 절대 안 될 것처럼 말하더니 갑자기 방법을 찾아보다니.

순간 그라엘이 강한 시선으로 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저는 신계의 전쟁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트렐라 님이 항상 승리한다고 해서 그게 딱히 불만이 있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왜 헤트시아 연합에 가입하신 겁니까?”

“평소에 친분이 있던 아프릴리스 님과 헤나 님의 부탁 때문이죠. 그분들에게는 여러모로 신세 진 것도 많고 해서요.”

“그렇군요.”

“하지만 이제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번 전쟁 꼭 이기고 싶어요.”

그라엘의 두 눈이 빛났다.

“그래서 트렐라 님을 잊혀진 고대의 여신으로 만들겠어요. 그리고 그분을 향했던 로안 님의 그 마음을 제게로 가져올 생각이에요.”

후! 꿈도 야무지다.

뭐 망상은 자유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유일한 여신에 너무 집착하는군. 무슨 애인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 여신들의 독점욕이야 로안도 익히 알고 있는 바라서 특이할 것도 없다.

그건 언뜻 남녀관계와 비슷해보이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훨씬 고차원적 개념이니까.

“참고로 어떻게든 용사 예정일을 앞당기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영향력 포인트가 헤트시아 연합에 쌓이게 되죠. 어쩌면 역전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상관없나요?”

“그런 걸 두려워했다면 그라엘 님께 부탁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는 하루라도 빨리 용사가 나타나 카오니아 대륙을 든든하게 지켜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자 그라엘이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순수하게 카오니아 대륙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이 순간 저를 부끄럽게 하는군요.”

“부끄럽긴요. 그래봤자 그라엘 님께서 카오니아 대륙을 위하는 마음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로안 님의 그런 말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더욱 제 것으로 만들고 싶네요.”

그라엘은 기분이 매우 좋아진 듯 표정이 밝았다.

“생각해보니 로안 님이 한 가지 일을 도와주신다면 큰 무리없이 용사 예정일을 앞당길 방법이 있어요.”

로안은 반색했다.

“그 일이 뭔지 알려주십시오.”

“약초를 채집하는 일이에요.”

채집이라고?

역시나 채집의 여신 답게 임무도 그런 것인가?

“맡겨주십시오. 어떤 약초인지 모르지만 당장 캐오도록 하죠.”

“이곳 숲에는 각 여신들의 영역이 있죠. 물론 저처럼 화신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각 화신들은 다른 여신의 화신이 있는 영역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그것은 서로간의 암묵된 룰이거든요. 물론 넬리 님처럼 룰을 잘 안지키는  분도 계시죠.”

“그렇군요.”

“문제는 제가 구해야할 약초들 중 다수가 저의 영역 밖에 존재하고 있다는 데 있어요. 각 여신들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저 또한 그만한 조건을 제시해야 해서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답니다.”

“그런 거라면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보겠습니다.”

그라엘이 끄덕였다.

“다른 영역들은 제가 이미 합의했지만 크시아 님, 넬리 님, 그리고 트리아나 님의 영역은 아직 합의하지 못했어요. 가장 까다로운 분들이니까요.”

“다행히 모두 제가 잘 아는 분들이군요.”

“그래도 약초를 캐다 들키면 그분들이 달갑지 않게 여길 수도 있어요.”

“그런 경우 최대한 양해를 구해보겠습니다.”

“또한 가디언들의 경우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면 사정없이 공격해올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가디언들을 잘 피해 약초를 채집해오라는 얘기다.

“그리고 잊혀진 여신들의 화신들이 간혹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는데, 그녀들은 무조건 무시하세요.”

“잊혀진 여신들의 화신도 이 숲에 있나요?”

“일단 보면 누군지 느낌이 와요. 물론 그녀들은 로안 님을 해칠 수는 없으니 걱정할 건 없어요. 그냥 유령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그러고 보니 로안은 문득 떠오르는 존재가 있었다.

이전에 크시아를 찾아갈 때 말을 걸었던 화려한 외모의 여성.

혹시 그녀도 잊혀진 여신의 화신일까?

“그보다 이제 구체적으로 어떤 약초를 캐와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약초는 입체 지도에 위치 표시가 뜰 테니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그 말과 함께 그라엘은 로안에게 호미와 망태기를 하나씩 건넸다.

“이 숲에서 나는 약초는 오직 그 호미로만 채집할 수 있고 또한 그 망태기에 담아야 보관이 가능해요.”

[그라엘의 호미(극초월)를 얻었습니다.]

[그라엘의 망태기(극초월)를 얻었습니다.]

[그라엘의 호미]

-등급 : 극초월

-설명 : 여신 그라나스가 제작한 호미. 신의 숲에서 뭔가를 채집하기 수월하다.

-사용 제한 : 그라엘

-장소 제한 : 신의 숲

[그라엘의 망태기]

-등급 : 극초월

-설명 : 여신 그라나스가 제작한 아공간 망태기. 신의 숲에서 채취한 채집물의 안전한 보관이 가능하다.

-사용 제한 : 그라엘

-장소 제한 : 신의 숲

[그라엘이 당신에게 그라엘의 호미 사용 권한을 부여합니다.]

[사용 기한 10일]

[그라엘이 당신에게 그라엘의 망태기 사용 권한을 부여합니다.]

[사용 기한 10일]

“망태기는 아공간에 넣을 수 없으니 등에 짊어지는 게 편하죠. 신의 숲 바깥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는 물건이랍니다. 혹시라도 밖으로 가게 되면 저에게 돌아와 맡겨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 순간 투명한 입체지도가 생겨나며 로안이 캐야할 약초들이 ▼ 표시로 나타났다.

크시아, 넬리, 트리아나 각 영역별로 수십 개씩 표시가 떠 있었는데, 모두 합쳐 대략 100개 정도.

‘이 정도면 길어야 이틀 정도겠네.’

로안은 망태기를 등에 졌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

‘이건 방어구로도 활용이 가능하겠군.’

등쪽의 공격은 무시해도 망태기가 막아줄 것이다.

무려 극초월 등급이니까.

그리고 호미.

‘이건 무기가 될 수 있겠지.’

잠시 걷다가 한적한 곳에서 호미로 일도붕멸을 날려봤다.

‘역시 된다.’

호미의 길이가 짧다보니 반경이 좁긴 하지만.

적중만 시키면 이걸로 가디언들조차 기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의 숲 장소 제한만 아니라면 좋을 텐데.’

이 호미나 낚싯대만 있으면 레벨 99 월드 보스 지켄도 별거 아닌 상대일 뿐이다.

‘그보다 여기서 어느 쪽으로 가야 좋을까? 지도를 보니 크시아 영역이 가장 가까워.’

크시아의 영역, 트리아나의 영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넬리의 영역을 거쳐 그라엘이 있는 호수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빠른 경로다.

‘약초가 저기 하나 있군.’

한참을 걷자 멀리 ▼ 표시가 있는 풀이 하나 보인다.

어느덧 크시아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누군가 있네?’

설마 크시아인가?

그녀는 아니다.

금발과 은발이 뒤섞여 있는 머리카락. 다이아몬드와 같은 광채가 후광처럼 빛나고 있는 여성.

글래머한 몸매가 유독 드러나는 그녀의 모습이 낯익다.

“어라? 또 너구나?”

여성이 로안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 신의 숲을 활보하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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