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202화 (202/240)

< 최강 여신은 허무하다 (2) >

승리의 대가로 한낱 와인잔을 달라?

무려 여신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로안이 말한 건 그냥 와인잔이 아니다.

트렐라의 화신 트리아나가 애용하는 와인잔이다.

그녀의 입술자국이 묻어 있는.

다시 말해 로안은 지금 언제든 그녀와 진짜같은 간접 키스를 할 권한을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야말로 죽으려고 작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

‘날 승부수로 걸었는데 설마 죽이진 않겠지?’

로안을 죽이는 순간 트렐라는 이 전쟁에서 패배함과 동시에 잊혀진 고대의 여신이 된다.

그래서 로안도 미친척하고 한 번 말해본 것이다.

그러나 트렐라는 한편으로 잊혀진 여신이 되고 싶어하기도 하니 왠지 불안한 감은 있다.

“진심이니?”

트리아나가 로안을 슥 노려봤다.

왠지 화가 난 표정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진심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트리아나를 우롱하는 셈이 된다.

로안은 끄덕였다.

“진심입니다.”

그러자 트리아나는 말없이 와인잔을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저 와인잔의 와인은 아무리 마셔도 항상 채워져 있다.

저 와인잔을 얻게 되면 천상의 향긋한 와인을 언제든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로안이야 와인이 목적이 아니지만.

‘당연히 거절하겠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해본 거다.

“좋아. 네가 정말로 승리한다면 그 정도 자격은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트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입니까?”

“그래.”

로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빛났다.

“단, 네가 기대하는 그 효과는 세 번뿐이야. 그 순간 잔은 내게 다시 돌아온다.”

“세 번이요?”

“시도 때도 없이 나와 그러고 싶은 거라면 실망이겠지만 더 이상은 안 돼.”

역시나 그건 진짜 키스였나 보다.

그렇지 않다면 트리아나가 저리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을 리 없겠지.

‘최강 여신에게 귀여운 면이 있다니.’

그야말로 산뜻한 충격이다.

표정만 보면 넬리보다 더 순진해보일 정도니까.

‘그러고 보니 보통 때의 성격은 이런 건가?’

확실히 게임이 아닌 현실 속의 트렐라는 두 가지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싸울 때는 절대 카리스마의 무서운 성격이지만, 평소에는 지금처럼 수줍음이 많은 성격.

아쉽지만 3번이 어디냐?

이곳 세계관 최강의 여신으로부터 키스를 세 번이나 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건데.

물론 최종 전쟁에서 승리했을 때의 일이지만.

‘막상 받으면 아까워서 못할 거야.’

사실 저 와인잔은 그냥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섣불리 세 번을 사용해버리면 다시 트리아나에게로 돌아가 버린다.

따라서 영원한 소장품으로 아공간에 그냥 넣어두는 게 나을 것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당신도 용사 임무에 관여하실 생각입니까?”

일곱 개의 메인 임무 중 다섯 개가 끝났다.

나머지 두 명의 용사를 위한 메인 임무.

로안은 신계의 전황 상황 창을 통해 지금 활동 중인 여신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들 중에서 용사를 선택하지 않은 여신은 트렐라, 그라나스, 헤트시아.

“혹시 너도 용사가 되고 싶은 거니?”

트리니아가 물었다.

로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오. 용사에는 관심없습니다.”

“그럼 됐어. 난 관여하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트리아나 님.”

“최선을 다해줘. 네가 이기든 지든 나는 그 결과에 승복할 거야.”

“반드시 승리할 테니 기다려주세요.”

그러자 트리아나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기다리고 있겠다, 로안.”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짙은 와인향이 밀려오는가 싶더니 사방 공간이 뒤바뀌었다.

‘여긴?’

신비한 숲의 초입.

트리아나가 있던 곳에서 이곳으로 돌아오려면 한참이 걸릴 텐데 순식간에 이동을 시켜준 것이다.

‘귀환 아스피스 성.’

일단 로안은 아스피스 성으로 이동했다.

* * *

[트렐라의 영향력이 2 하락합니다.]

[헤트시아 연합의 영향력이 2 상승합니다.]

【신계의 전황 : D-100일】

헤트시아 연합 518(↑2)

트렐라 482(↓2)

아스피스 성으로 복귀하자 들려오는 알림.

‘벌써부터 난리군.’

무엇 때문인지 트렐라와 헤트시아 연합의 영향력 포인트 차이가 또 벌어졌다.

‘사실 떨어져도 상관은 없어.’

로안의 표정은 느긋했다.

트렐라와 헤트시아 연합 간 영향력 포인트 전쟁이 시작됐지만, 로안은 다른 방법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전쟁 포기로 패배 선언이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물론 로안이 전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헤트시아 연합을 그렇게 만들 것이다.

총스탯 250 달성으로 미니 게임 『여신들의 향연』을 열면 가능한 일.

‘다만 여신들의 향연을 연다고 무작정 승리하는 건 아니야. 거기서 칼자루를 쥐려면 꼭 필요한 물건이 하나 있다.’

신령한 빛의 성배.

일곱 가지 신령한 빛의 조각을 모두 모아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다.

최상급 신화 등급 방어구임과 동시에 보조 무기.

일곱 가지 기본 효과는 그대로 유지되며, 거기에 추가로 강력한 빛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신령한 빛의 성배의 진가는 따로 있다.

그것이 있으면 여신들의 향연 미니 게임에서 게임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으니까.

‘즉, 메인 임무는 그대로 진행해야 된다는 뜻이지.’

현재 현역 활동 중인 여신들 중 용사를 선택하지 않는 이는 셋.

그중 트렐라는 그에 관심없다 말했으니 남은 둘은 여신 헤트시아와 여신 그라나스다.

이 둘이 각각 한 명씩의 용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한 명의 여신이 두 명의 용사를 선택할 때도 있긴 하니까.’

보통은 각 여신마다 한 명의 용사를 선택해 지원해준다.

그것이 이 게임의 세계관이지만, 지금은 상당히 비틀어진 상태.

따라서 과연 누가 메인 임무를 주게 될지는 섣불리 속단할 수 없다.

‘누가 해도 상관없어. 더 이상의 페널티는 줄 수 없다고 했으니 내가 메인 임무를 진행한다고 해도 방해하지 못한다.’

아니, 따지고 보면 로안이 하겠다면 오히려 반길 것이다.

‘내가 메인 임무를 수행하면 관련 여신의 영향력이 올라가니 방해할 이유가 없지.’

그때 아스피스 성의 퀸 이수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로드! 악마 거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위치를 등록해놓았으니 원하시면 즉각 이동이 가능합니다.」

로안은 반색했다.

「잘됐군. 당장 그쪽으로 이동해라.」

「네, 로드.」

그때 묘인 용사 코코가 로안을 향해 다급히 다가왔다.

“황제 폐하!”

그 사이 고대 용사의 성인 데릭스 성에서 이곳으로 복귀한 녀석은 로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무슨 일이냐, 코코?”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송구할 것 없으니 말해라.”

“루넬리스 님의 계시로 인해 저는 이만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아요.”

그럴 줄 알았다.

로안은 이미 짐작했던 일이라 놀라지 않았다.

여신 루넬리스가 직접 계시로 말했다면 코코가 그것을 무시하기란 불가능한 상황.

“알았다. 어디 가서든 잘해라. 네가 용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폐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냥.”

잠시 후 이수지가 묘인족 도시로 향하는 포탈을 만들어주자 코코는 애인 리나와 함께 사라졌다.

그 순간 들려오는 알림.

[트렐라의 영향력이 10 하락합니다.]

[헤트시아 연합의 영향력이 10 상승합니다.]

【신계의 전황 : D-100일】

헤트시아 연합 528(↑10)

트렐라 472(↓10)

단지 코코가 아스피스 성을 떠났을 뿐인데도 트렐라의 영향력이 10포인트나 하락하는 건가?

물론 우연히 알림 타이밍이 겹쳤을 수도 있겠지만.

「로드! 저곳이 악마 거점 화염의 계곡입니다. 악마 고로스의 하수인 카모스가 주인으로 있습니다.」

「좋아! 여기서 대기해라.」

로안은 즉각 귀령체로 변신한 후 화염의 계곡으로 진입했다.

《 계곡에 적 출현! 》

《 침입자를 즉각 처치하라! 》

웅장한 경고 알림과 동시에 계곡 도처에 있는 화염 괴물들이 두리번거리며 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안은 산책하듯 녀석들 사이를 걸어가는 중이다.

‘귀령체가 이래서 좋아.’

물론 싸우려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페널티로 녀석들을 죽여봤자 경험치, 아이템 등을 얻을 수 없는 상황.

‘굳이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

그냥 가서 보스만 처치하면 된다.

악마 각성자 말이다.

‘저쪽이군.’

그 사이 계곡 내 지형을 파악한 로안은 거점의 중심으로 보이는 성채를 발견했다.

성에는 신장 3미터가 넘는 화염 골렘 병사들이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녀석들 또한 로안의 기척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침입자를 찾아라!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마라!”

성채의 중앙 석탑 정상.

사르곤 제국의 귀족 중 하나인 카모스 백작.

그는 붉은 빛의 거대한 배틀액스를 양손에 쥔채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대체 어떤 놈이지?’

그가 악마 각성자가 된 이래 가장 뿌듯했던 때는 바로 이 화염의 계곡 거점의 주인이 되었을 때다.

화염 괴물들 각각의 전투력은 악마 각성자인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런 녀석들이 수백이 넘게 그의 부하가 되었다.

특히 보스 괴물인 가아탄(Lv80, Boss)은 매우 듬직했다.

가아탄은 신장 10미터가 넘는 화염 골렘으로 녀석이 날리는 브레스는 드래곤 못지 않다 알려졌을 정도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여기선 그 누구도 나를 어쩌지 못한다.’

카모스 백작은 가아탄의 거대한 몸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가아탄! 아직도 적을 발견하지 못했느냐?”

그러자 불타오르는 거대한 골렘의 머리에서 하얀 빛이 번쩍였다.

“아직 찾지 못했지만 염려마십시오, 로드.”

“큭! 염려하는 것이 아니다. 무료할 뿐이지. 적이 침입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설마 싸우지도 않고 도주라도 한 것인가?”

“도주한 것은 아닙니다, 로드. 적은 분명히 계곡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종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투명체 상태라는 거냐?”

“아직 파악된 것은 없습니다만.”

그런데 가아탄이 돌연 눈을 빛냈다.

“저쪽이군요. 찾았습니다.”

그 말에 카모스 백작은 반색했다.

“그래? 몇 놈이나 되느냐?”

“한놈이군요. 제가 직접 가서 끝장을 내겠습니다.”

가아탄이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새처럼 날아서 계곡 입구쪽으로 향했다.

붉은 화염으로 뒤덮인 10미터 거대한 골렘이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역시 믿음직스럽군.’

카모스 백작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 그의 뒤에서 서늘한 음성이 들렸다.

“부하의 능력에만 의존하고 있다니 실망이군. 명색이 악마 각성자라는 놈이 여전히 레벨 80도 못되는 건가?”

“감히 누가?”

카모스 백작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네놈은 설마······커억!”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한 순간 그의 복부로 차디찬 칼날이 파고 들었다.

“크으윽! 로안! 어떻게 네놈이 여기를?”

로안은 귀령체 분신을 하나 만들어 입구로 가아탄을 유인한 후 손쉽게 카모스 백작을 기습했다.

그러나 카모스 백작을 죽인 것은 아니다.

어차피 죽여봤자 게이트에서 부활하니 의미없는 일.

그보다는 카모스 백작을 무력화시킨 후 녀석의 배후에 있는 악마 고로스를 소환하는 게 중요하다.

‘귀령들의 힘으로 명한다! 악마는 모습을 드러내라!’

순간 카모스 백작의 목이 뒤로 꺾였다.

“커어어억! 크아아아아악!”

꺾여진 목이 찢겨짐과 동시에 피분수가 일어났다.

촤아아아아!

섬뜩한 장면이지만 로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악마 고로스의 분신이 소환되었습니다.]

동시에 시뻘건 혈무(血霧)가 피어난 공간에서 거대한 뱀의 머리를 한 뭔가가 나타나 로안을 노려봤다.

『로안! 네놈이로군. 그 사이 귀령의 힘까지 얻다니 대단하구나. 하지만 감히 나 고로스를 소환한 것은 너의 실수다.』

악마 고로스.

뱀 형상의 머리의 크기만 30미터가 넘어 보인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위용이지만 로안은 담담했다.

‘어차피 본신이 아닌 분신에 불과해.’

더구나 악마 분신의 능력은 각성자의 레벨에 좌우된다.

지난 번에 해치웠던 악마 질라인보다도 약한 수준.

‘뇌광격! 파천붕멸!’

로안은 즉각 필살기를 날렸다.

귀력이 깃들어 있어 대미지가 증가한 상태.

스켈레톤 로드의 악몽도가 빛을 뿜어내는 순간 고로스의 거대 몸체 곳곳에서 시커먼 피가 흘러내렸다.

『크으으! 감히! 너 따위 녀석이!』

거대 뱀의 입에서 뿜어져나온 기운에 화염의 계곡 성채가 무너져내렸다.

그 사이 돌아온 보스 가아탄 또한 악마 고로스의 분신이 펼친 광역기 앞에 몸체의 절반이 날아간 상태다.

그러나 로안은 차분하게 고로스의 공격을 피하며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누적시켰다.

그러다 결국 고로스가 바닥에 쿵 쓰러지는 순간 놈의 입에서 튀어나온 강렬한 광채의 구슬을 발견했다.

‘저기 있군.’

그는 그 즉시 날아가 그것을 움켜쥐었다.

[악마 고로스의 인장을 강탈했습니다.]

[악마의 인장이 보너스 스탯 포인트로 전환됩니다.]

[보너스 스탯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로안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로써 올 스탯은 230.

앞으로 20스탯만 더 모으면 된다.

[트렐라의 영향력이 15 상승합니다.]

[헤트시아 연합의 영향력이 15 하락합니다.]

【신계의 전황 : D-100일】

헤트시아 연합 513(↓15)

트렐라 487(↑15)

덕분에 트렐라의 영향력 포인트가 올랐다.

이 영향력 포인트는 총합 1000점에서 서로 나눠먹는 식이다 보니 한쪽 진영의 포인트가 오르면 다른 쪽 진영의 포인트는 무조건 내려간다.

‘역시 악마 분신을 죽이니 포인트가 금방 회복되네.’

그때 로안을 향해 뭔가가 돌진해왔다.

쿵쿵쿵쿵!

몸체가 절반쯤 날아간 거대 화염 골렘 보스 가아탄.

놈은 그 상태로도 아직 죽지 않은 모양이다.

‘저놈을 죽이면 최소 전설 등급 아이템은 나오는데 아깝네.’

여신들의 패치로 인해 드롭템은 대부분 일반 등급이다.

경험치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전설 등급 아이템은 바라볼 수도 없는 상황.

그런만큼 스켈레톤 로드의 악몽도와 지켄의 불멸도는 매우 소중한 장비라 할 수 있다.

특히 네르나스 덕분에 얻은 지켄의 불멸도.

이 최상급 신화 등급 무기는 친숙도가 증가할 수록 위력이 증가한다.

[당신은 화염의 계곡 보스 가아탄을 쓰러뜨렸습니다.]

불멸도로 날린 뇌광격 한 방에 가아탄은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트렐 1 코인을 얻었습니다.]

[최하급 생명력 물약을 얻었습니다.]

[화염 골렘의 쓸모없는 파편(일반)을 얻었습니다.]

[심연의 신비 조각(일반)을 얻었습니다.]

[고대 화염 골렘의 방패(일반)를 얻었습니다.]

······.

‘혹시나 했지만.’

레벨 80 보스를 처치했는데 트렐 1 코인이라니.

게다가 드롭템은 다 일반이다.

물약도 최하급.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기대할 게 없으니까.

‘괴물 사냥은 무의미한 짓이니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지.’

그러던 로안은 문득 드롭템 루팅 알림 창을 살펴보며 깜짝 놀랐다.

‘저건?’

드롭템들은 토실이와 몰캉이 등이 알아서 아공간으로 넣어주는 터라 로안이 굳이 손댈 필요가 없다.

일반 등급 아이템은 본래 줍지 않는데 최근에는 드롭률 자체가 희박하다보니 녀석들은 뭐든 다 루팅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들어온 물건.

‘심연의 신비 조각! 이거 설마?’

로안은 잽싸게 정보 창을 살폈다.

[심연의 신비 조각 1/7]

-등급 : 일반

-내용 : 일곱 개로 이루어진 조각 중 하나. 모두 모으면 합체되지만 무슨 용도인지는 알 수 없음.

로안의 두 눈이 희열로 물들었다.

‘설마했는데 이게 진짜로 존재하고 있었네.’

일반 등급인데다 설명도 모호하다.

게다가 외양도 손바닥만한 크기의 별볼일 없어보이는 돌조각이다.

잡템으로도 쓸데가 없는 쓰레기.

누구라도 이걸 보면 그냥 버리고 말 것이다.

세트 아이템이지만 일반 등급이니 모을 가치가 없다 여길 테니까.

‘하지만 그게 바로 트릭이지.’

일반 등급으로 위장되어 있는 신비한 세트 아이템.

대부분 각성자들은 아공간의 크기도 부족한 터라 일반 등급 잡템까지 모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게 쓰레기처럼 그냥 버려지는 아이템 속에 숨어있는 경천동지할 비밀.

심연의 신비 조각 세트가 바로 그것이다.

고인물이 아니면 절대 알기 힘든 카오니아 세계의 비밀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게 혹시 있나 해서 찾고 있었는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다.

로안이 생각하는 최악의 경우란 모든 여신들과 적이 되었을 때를 의미한다.

혹은 총스탯 250을 달성해도 미니 게임을 소환할 수 없는 상황일 때다.

이도 저도 할 수 없이 어쩔 수 없는 최악의 상황.

로안이 가진 최후의 패라 할 수 있다.

‘이걸 쓰는 일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래도 가지고는 있어야겠지.’

적어도 트렐라는 한편이니까.

그래도 세상 일은 모른다.

고인물이라면 모든 상황을 다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튼 이게 나오는 걸 보면 여신들도 이게 뭔지 모른다는 뜻이야.’

로안에게 드롭률을 패치해 희귀 등급 이상의 아이템을 거의 얻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설마 일반 등급에 이런 게 존재할 줄은 그녀들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슥.

로안은 심연의 신비 조각을 아공간에서 꺼냈다.

그리고 손가락에서 피를 내 그것에 묻혔다.

스스.

곧바로 들리는 알림.

[언령을 완성해주세요.]

[심연의 빛들이 하나로 모이면.]

문장을 완성하라는 뜻이다.

일종의 암구호와 같은 내용.

로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태초의 빛을 형성한다.”

[언령이 완성되었습니다.]

[흩어진 심연의 빛들을 모아 태초의 빛을 만들어주세요.]

로안의 두 눈이 빛났다.

‘이렇게 하면 다른 조각들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지.’

이 조각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신의 숲]

[서큐버스 케르웨이Lv75, Boss]

[지켄Lv99, World Boss]

[마도사 레이]

[저주의숲 혈강시 요후Lv90, Boss]

[사르곤 제국 황제 디우스]

< 최강 여신은 허무하다 (2) > 끝

ⓒ (20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