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200화 (200/240)

< 밸런스 패치 vs 고인물의 반격 (5) >

[고대 귀령의 유적이 사라집니다.]

[유적에서 퇴장합니다.]

로안은 유적 밖으로 나왔다.

【이름】 로안

【레벨】 83

【직업】 귀령천도객/환생사(秘)

【신분】 황제

【소속】 레온 제국

귀력을 얻은 덕분에 그는 귀령들이 가진 힘을 쓸 수 있게 됐다.

‘귀력이 2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그로인해 귀령천도객으로 전환되며 얻게되는 페널티가 사라졌다.

‘오히려 더 강해진 상태야.’

로안은 뿌듯한 미소를 흘리며 아스피스 성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크시아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로드, 그럼 또 다른 유적을 찾아 이동할까요?」

이수지의 말에 로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부터는 유적보다는 악마들의 거점들을 찾도록 해.」

「네, 로드. 맡겨주세요.」

아스피스 성은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 대전장을 종횡무진 누빌 수 있다.

‘악마들의 거점을 발견하면 그 즉시 박살낸다.’

물론 로안이 노리는 건 거점의 주인인 악마 각성자다.

귀령의 힘을 얻은 이상 악마 각성자의 배후에 있는 악마의 분신을 소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귀령천도객의 가장 사기적인 능력이 바로 한 번 갔던 장소는 어디라도 공간이동이 가능하다는 거야.’

그것도 귀령체(鬼靈體) 상태로.

귀령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보다 총스탯이 낮은 이의 오감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다.

눈앞에서 빤히 보고 있어도 상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시각뿐 아니라 청각, 후각, 촉각까지.

따라서 적을 암살할 때 지척까지 접근해서 공격해도 죽는 순간에야 그것을 알아채게 된다.

‘암살만 편한 게 아니야. 그냥 어딜 돌아다녀도 눈에 띄지 않으니까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도 않고 편하지.’

조금 체신없는 짓일 수 있지만 여관의 빈방에 가서 공짜로 잠자는 것도 가능하다.

식당의 음식을 훔쳐먹거나, 남의 물건을 훔쳐도 상대는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흔히 남자들의 로망이라 말하는 훔쳐보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를 테면 여자 목욕탕 같은 곳 말이다.

‘가능이야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여신들에게 망신을 당한다.’

평범한 인간들은 그런 짓을 한다고 해도 어떤 즉각적인 망신은 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로안은 다르다.

이미 게임에서 경험해봤다.

〈 여신 아프릴리스가 당신의 파렴치한 짓에 분노합니다. 〉

〈 여신 헤나가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귀령체 상태로 여자 목욕탕에 가봤다가 이런 식의 알림을 들어야 했으니까.

‘여신들과의 친밀도가 높을 수록 더해.’

친밀도가 높아서 안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때다.

알림이 아니라 화신으로 나타나 잔소리를 해댈 수도 있다.

특히 지금은 크시아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터라 더더욱 그런 짓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어차피 그런 건 관심없어.’

총스탯 250을 최대한 빨리 달성하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난 이제 당분간 혼자서 움직일 생각이야. 악마 거점을 발견하면 그 즉시 보고해줘.」

「네, 로드.」

아스피스 성의 퀸과 킹은 언제 어디서든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킹인 로안은 어디서든 아스피스 성으로 귀환할 수 있다.

‘귀령체 변신.’

스스스.

[당신은 귀령체가 되었습니다.]

[GP가 10 소모되었습니다.]

[GP 190/200]

[귀령체 지속 1시간]

귀령체 상태를 유지하면 귀력 지수인 GP를 소모하게 된다.

1시간에 10포인트.

따라서 현재 귀령체 유지 시간은 최대 20시간.

그러나 공간이동의 일종인 귀령이동을 하거나 하면 GP가 또 소모되는 터라 실제 귀령체 유지시간은 더 짧다고 봐야 한다.

‘GP야 귀력을 쓰지 않으면 자동회복되니까 별 신경쓰지 않아도 돼.’

특히나 귀력 스탯 2는 GP의 회복속도가 스탯 1일 때에 비해 배나 빠르다.

‘그럼 먼저 신의 숲부터.’

한 번 가봤던 장소는 어디든 갈 수 있는 귀령이동!

신의 숲 또한 당연히 그에 해당된다.

‘넬리를 만나서 담판을 해봐야겠어.’

루넬리스.

여신들 중에서 가장 단순하면서 착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녀 역시 트렐라와는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아마도 그래서 반 트렐라 연합에 가입해 크시아와 함께 트렐라를 적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말은 통하는 여신이니 경험치 제한이라도 풀어보자.’

[귀령이동을 사용했습니다.]

[GP가 10 소모됩니다.]

[GP 180/200]

각종 수풀에 신령한 빛이 어려 있는 숲의 입구.

로안은 숲에 들어서는 즉시 귀령체를 해제했다.

어차피 화신들 앞에서는 귀령체가 통하지 않는다.

귀령체를 해제해 GP가 자동회복되도록 두는 게 현명한 일.

‘또 자고 있군.’

여전히 넬리는 독서하는 소녀 컨셉이다.

항상 있던 바로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책을 편 상태로 조용히 잠들어 있다.

“넬리 님!”

지난 번 만났을 때 넬리가 다음부터는 기다리지 말고 깨워달라고 했다.

그래서 로안은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봤다.

큰소리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넬리는 금세 반응했다.

곧바로 기지개를 펴며 눈을 떴다.

“로안 님이군요.”

“깨워서 죄송합니다, 넬리 님.”

“아니에요. 너무 심심해서 졸고 있었는데 마침 잘 오셨어요.”

넬리는 반가워하는 눈치다.

“왜 오셨는지 알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뜻.

“일단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요. 저는 로안 님과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으니까요.”

로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라도 듣고 싶습니다. 대체 제가 뭘 잘못한 겁니까?”

그러자 넬리가 잠시 침묵했다가 대답했다.

“본래라면 인간에게 신계의 사정을 말하는 건 금지되어 있죠. 그러나 당신은 명성이 충분히 높을 뿐 아니라 크시아 님의 친구이기도 하니 말해도 상관없을 듯해요.”

신계의 사정이라.

로안도 이미 짐작하고 있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알려주신다면 경청하겠습니다.”

“듣게되면 어떤 식으로든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나요?”

“네. 얼마든지요.”

“신계 또한 인간들의 세계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권력다툼이 있고 전쟁도 존재하죠.”

“그래서 전쟁이라도 벌어진 겁니까?”

“저를 포함한 다른 여신들이 트렐라 님에게 맞서고 있어요. 항상 있어왔던 일이죠. 그동안에는 우리쪽이 밀렸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죠. 우리가 아주 유리해요.”

거기까지 말한 후 넬리는 로안을 향해 물었다.

“당신은 현명하니 무슨 뜻인지 이해했겠죠?”

“그러니까 트렐라 님이 아닌 반 트렐라 연합 쪽을 지지해달라는 말씀이군요.”

넬리가 미소 지었다.

“맞아요.”

“거절하면 어떻게 되나요?”

“로안 님은 저를 비롯한 다수의 여신들과 적이 되는 거죠. 그땐 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당신에게 많은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답니다.”

“저는 이미 많은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이미 적으로 간주한 것 아닌가요?”

“천만에요. 오해하지 말아요.”

“오해라고요?”

“최근 당신에게 처해진 조치들은 우리가 아닌 트렐라 님이 원해서 한 일이에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크시아를 비롯한 반 트렐라 연합 소속 여신들이 아니라 트렐라가 내린 페널티라니.

로안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믿기 힘든 일입니다.”

“사실이에요. 물론 우리가 트렐라 님을 압박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니 우리 쪽의 책임도 있다고 봐야죠.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로안 님께 아무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지는 않아요.”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악마의 인장을 보너스 스탯으로 교환하는 것에 대해 넬리는 로안에게 그 사실을 미리 말해줬다.

로안으로서는 유쾌하지 않은 제의였지만 그래도 양해는 구했던 것이다.

“그럼 드래곤들을 봉인시킨 것이 트렐라 님의 뜻이라는 겁니까?”

“물론이에요. 추가로 당신의 경험치나 드롭률에 대한 조치도 모두 그분의 뜻이었어요.”

넬리는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저는 오히려 반대했죠. 로안 님이 상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로안은 한숨이 나왔다.

왜 트렐라가 그렇게 했을까?

‘설마 뭔가 다른 이득을 위해 날 희생시킨 건가?’

그때 넬리가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그런 페널티를 해제하고 싶으면 트렐라 님이 아닌 우리 쪽으로 손을 내밀어주세요. 이미 크시아 님께 들으셨겠지만 그 조건은 패리드 호수를 포기하는 거고요.”

결국 넬리의 입에서도 나왔다.

패리드 호수를 포기하라고.

‘대체 패리드 호수에 무슨 원수가 졌다고 이러는 거야?’

로안은 당연히 패리드 호수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여신들이 이렇게 나올 수록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하실 거죠, 로안 님?”

“여기서 거절하면 이제 넬리 님과 저는 적이 되는 겁니까?”

“그렇겠죠. 하지만 적이 되었다 해서 제가 로안 님을 미워할 일은 없을 거예요. 로안 님이 우리에게 오기를 계속 기다릴게요.”

“절 기다린다고요?”

“그래도 지금이면 좋겠네요. 패리드 호수를 포기하겠다면 제 손을 잡아주세요.”

넬리는 기대어린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로안은 그녀의 손을 잡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넬리 님.”

“안타깝군요. 그래도 저는 이곳에서 계속 로안 님을 기다리고 있을 게요. 언제라도 마음이 변하면 절 찾아오세요.”

넬리는 그 말을 끝으로 책을 펴더니 독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로안과 할 말이 없다는 듯.

‘후.’

로안은 돌아서 걸었다.

넬리를 만나서 경험치 페널티라도 풀어보려고 했는데.

그 페널티를 트렐라가 준 것이라면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

‘대체 이유가 뭐지?’

솔직히 로안은 나름 트렐라에 대한 의리를 지켜주고 있다.

그런데 뭔가 혜택을 주지는 못할망정 불이익을 주다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야.’

로안이 알고 있는 트렐라는 절대 이렇지 않다.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니맵에 미지의 위치가 등록됐습니다.]

그때 들려오는 알림.

동시에 입체 지도 하나가 투명한 스크린의 형태로 로안의 앞에 나타났다.

신의 숲의 지형이 지도로 그려져 있는데 그 중 한 곳에 ▼ 표시가 있다.

‘지도를 보니 여기서 꽤 먼 곳인데?’

신의 숲은 매우 신비한 장소다.

갑자기 지도가 나타난 걸 보면 뭔가 특별한 것이 ▼ 표시 부분에 존재함을 의미할 것이다.

‘보물이라도 있는 건가?’

이 숲에는 어떤 대단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지만.

‘왠지 가봐야할 것 같은데.’

무언지 모를 직감이 로안을 그쪽으로 잡아끌었다.

‘어쩌면 보물이 아닐 수도 있어.’

이 숲에 있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물론 여신 중 한 명의 화신일 것이다.

‘일단 가보자.’

로안은 지도를 보며 이동했다.

지도에 ▼ 표시뿐만 아니라 그쪽으로 향하는 길찾기도 함께 나타나 있어 이동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크르르르!

갑자기 전방에 거대한 숫사자 형상의 괴수 하나가 나타났다.

〈신의 숲 맹수 Lv100, 가디언〉

‘저놈은 또 뭐지?’

게임에서도 본 적 없는 괴수다.

레벨이 무려 100.

거기에 가디언 등급이라니.

기세를 보니 장난이 아니다.

“가증스러운 침입자여! 여긴 너와 같은 인간이 지나갈 수 없는 곳이다.”

맹수로부터 중후하면서도 웅장한 음성이 들려왔다.

번쩍!

동시에 놈의 두 눈에서 붉은 화염과 같은 안광이 레이저 광선처럼 뻗어나왔다.

‘으윽!’

로안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슬쩍 스쳤을 뿐인데 생명력의 3분의 1 정도가 날아갔다.

번쩍!

다시 날아오는 붉은 안광!

로안은 놈이 쳐다보는 순간 미리 몸을 날렸기에 이번에는 무사히 피해냈다.

파스스.

그로인해 광선은 로안을 지나 뒤의 나무기둥에 적중했다.

그런데도 나무는 멀쩡하다.

광선의 기세만 보면 나무뿐 아니라 일대가 초토화되어야 정상이지만.

그리고 보니 맹수의 공격은 이 숲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모양이다.

‘나에게만 대미지가 들어오는 건가?’

그 사이 로안은 지켄의 불멸도로 맹수의 몸체를 한대 후려갈겼다.

[대상은 무적 상태입니다.]

[당신의 능력으로는 신의 숲 가디언에게 대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이런!’

대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설마 무적 상태일 줄이야.

그야말로 불공평한 상황이다.

“쿠우우어어어어!”

맹수가 포효하며 달려오고 있다.

이대로는 승산이 전무!

일단 피해야 한다.

‘아스피스 성 귀환!’

[이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귀령체 변신!’

[이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각종 귀환 스킬이나 공간이동도 불가!

어쩔 수 없이 왔던 길을 돌아 달렸다.

이런 곳에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는 일.

그런데 잠시 후 고개를 돌려보니 신의 숲 맹수는 잠시 쫓아오다 말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저길 지나지 못하게 막고만 있는 거군.’

그래서 가디언인 모양이다.

그러나 저길 지나야 ▼ 표시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으니 문제다.

‘저 맹수가 있는 한 저길 지나가는 건 불가능해.’

공격이 통해야 뭐라도 해볼 텐데 무적 상태면 방법이 없다.

[길찾기 경로 갱신 중입니다.]

그때 들리는 뜻밖의 알림.

동시에 미니맵에 방금 전과는 다른 루트의 이동 경로가 나타났다.

‘가디언을 우회해서 지나가는 길이군.’

역시나 그 길을 따라 이동한 후 지도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로안은 신의 숲 맹수가 있던 곳을 지나 ▼ 표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저 앞에 또 가디언이 보이는데?’

전방 먼 곳에서 숫사자 형상의 거대 괴수가 로안을 발견했는지 달려오고 있다.

“쿠우우어어어어! 가증한 침입자여!”

[길찾기 경로 갱신 중입니다.]

그때 다급히 들리는 알림.

동시에 나타난 새로운 경로.

잽싸게 그 길을 따라 뛰자 가디언을 따돌릴 수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거대한 정원.

▼ 표시가 있는 바로 그 지점이다.

‘여긴?’

도처에 끔찍한 악마상들이 널브러져 있다.

‘단 하나도 멀쩡한 것이 없네.’

처참하게 부서진 악마상들.

그 숫자가 크시아가 있던 곳보다 배는 많은 것 같다.

이런 정도의 위용을 보여주는 존재라면?

‘설마?’

순간 로안은 여기가 어디일지 짐작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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