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199화 (199/240)

< 밸런스 패치 vs 고인물의 반격 (4) >

“미안하지만 거절한다.”

로안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크시아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로안을 노려봤다.

“지금 뭐라고 했지?”

로안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거절한다고 했다.”

“그렇게 대놓고 내 앞에서 거절을 하기야?”

크시아는 기막혀하는 표정이었다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닌데. 난 언제든 그걸 네게서 빼앗을 수 있어.”

“억지로 빼앗아간다면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내 의지로 넘겨주지는 않아.”

그리고 강제로 빼앗아 간 것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받아낸다.

“더 할 말이 없다면 난 이만.”

로안은 석화된 네르나스를 안아든 채 저택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크시아가 로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난 아직 말이 안 끝났거든.”

“그럼 말해라.”

로안이 멈춘 채 쳐다보자 크시아는 나직이 한숨을 토했다.

“미안해.”

“······?”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네 선택을 강요한 것 같아서.”

크시아는 머쓱해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해하지는 마. 난 그저 네게서 내가 싫어하는 존재의 흔적을 털어버리고 싶을 뿐이야.”

로안은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내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생각은 없어.”

“뭐 좋아. 네 뜻이 아직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섭섭한 걸. 네가 나보다 그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딱히 그녀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냥 내 권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일 뿐이야.”

“그럼 이건 어때? 네가 패리드 호수를 포기하면 네게 걸린 제한을 어떤 식으로든 풀어줄게.”

“제한을 풀어준다고?”

“경험치 말이야. 이대로라면 넌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거든.”

“미안하지만 거절이야. 난 패리드 호수를 절대 포기 안 해.”

순간 크시아가 로안을 슥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하네. 하지만 괜찮아. 거절은 너의 자유니까.”

심통이 난 듯 입이 나와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 한편으로 귀엽기도 하다.

과연 파괴의 여신 헤트시아의 화신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헤트시아는 트렐라에 대한 경쟁심이 매우 강하다는 설정이었지.’

그래서 어떻게든 자신이 트렐라보다 더 우위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한다.

반면에 트렐라는 헤트시아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둘 다 최강의 여신이라지만 고인물의 판단으로 볼 때는 트렐라가 한 수 위다.

‘지금은 밀리는 것 같지만 두고 볼 일이야.’

트렐라는 절대 호락호락한 여신이 아니니까.

패배를 모르는 여신.

승리의 여신.

그게 다 트렐라를 부르는 말이다.

트렐라 vs 헤트시아와 각종 여신들.

아마도 이런 상태이다 보니 로안에게 닥쳐오는 각종 하향 패치나 페널티를 막아주지 못했을 것이다.

‘조만간 트렐라의 반격이 시작되겠지.’

그때는 로안이 트렐라에 대한 의리를 지켜준 것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임의 설정이었으니까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트렐라가 패배할 때도 대비해야 한다.

‘일단 크시아에게는 절대 비굴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게임에서 겪어본 건 아니다.

그러나 로안은 크시아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파악한 상태다.

‘만약 패리드 호수를 포기한다고 했으면 크시아가 날 죽였을 지도 몰라.’

말이야 로안을 영원히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크시아가 원하는 건 로안이 스스로 트렐라를 버리고 그녀를 선택해주는 거다.

목적이 달성되면 로안에 대한 모든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거절하면 계속 지금과 같은 태도로 나를 대할 거야.’

오히려 더 잘해주려 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로안이 그녀를 더 좋게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모든 협상이 그렇듯 조급하면 진다.

‘그보다 네르나스는 거실에 두는 게 좋겠지.’

로안은 네르나스를 안은 채로 저택의 거실로 들어가 한쪽에 세워놨다.

석화된 상태로 있어 마치 예술품 조각상처럼 보이지만.

‘후.’

네르나스와 처음에는 꽤나 많이 싸웠다.

그러나 그녀가 펫이 된 이후부터는 꽤 친근하게 느껴졌다.

〈 펫이라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아. 너의 어깨에 앉아 있으면 패리드 호수에 있을 때처럼 마음이 편하거든······. 〉

문득 그녀가 했던 말도 떠오른다.

로안의 펫으로 행복하다고.

메이드일 때는 그토록 불평불만하더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조금만 기다려요. 저주를 풀어줄 테니까.’

토실이나 몰캉이처럼 네르나스는 이제 로안의 소중한 펫이다.

펫으로서 행복하다는데.

그 소원 들어줘야지.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

.

.

네르나스가 석화된지 어느덧 10일.

그 사이 로안의 일과는 단조로웠다.

아스피스 성의 퀸 이수지가 유적을 발견하면 잠시 성을 멈춰놓고 유적에 들어가 사냥을 한다.

그리고 다시 아스피스 성으로 돌아와 이동.

그러다 유적을 발견하면 사냥.

이것의 반복이다.

그러나 코인 및 아이템 드롭률은 극악할 정도로 낮아졌고 경험치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레벨은 83.

그동안 단 1단계의 레벨도 올리지 못한 상태다.

‘경험치 획득량을 사실상 최저 수준에 가깝게 조정해놓았어.’

이대로라면 몇 년이 지나도 레벨 1단계를 올리기 힘들 것이다.

혹시 몰라서 유적 등에 존재하는 임무도 해봤지만 동일하다.

‘임무 보상 경험치도 매우 박하게 조정해둔 게 분명해.’

예상했던 일이다.

그런데도 지난 10일 동안 각종 유적들을 찾아 움직이는 이유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다.

오직 카오니아 게임의 초특급 고인물만이 알고 있는 하나의 비밀 임무.

과연 그 임무가 존재하는지 그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렇게 유적들을 찾던 중에 뜻밖의 전설 등급 유적을 발견했다.

「로드! 고대 귀령의 유적이라는 곳을 발견했어요.」

그때 들려오는 이수지의 음성.

순간 로안의 두 눈이 빛났다.

‘귀령의 유적이라면?’

고대 귀령(鬼靈)의 유적.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에 존재하는 아주 특별한 유적 중 하나로 귀령이라 불리는 괴물들이 포진해 있다.

‘잘하면 여기서 특수 스탯 중 하나인 귀력을 얻을 수도 있어.’

하향 패치로 인해 운빨이 나빠졌다지만, 귀력은 운빨과 관계 없다.

던전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발견만 하면 귀력은 얻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역시나 죽으라는 법은 없군.’

특히 귀력을 얻으면 천도객 계열의 아주 특수한 직업을 얻을 수 있다.

지금 레벨에서도 곧장 전환이 가능하다.

상급천도객에서 귀령천도객(鬼靈天刀客)으로.

이름은 그럴 듯하지만 딱히 전투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공격력과 방어력이 소폭이지만 하락하는 터라 정상적인 상황이면 할 이유가 없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여기서 레벨을 더 올리지 못할 경우를 말이다.

귀령천도객!

줄여서 귀도객(鬼刀客)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건 천도객 계열의 암살자 버전이라 보면 된다.

‘악마 사냥을 하는데는 최적의 직업.’

귀력의 힘을 사용하면 악마 각성자의 배후에 있는 악마의 분신을 무조건 끌어낼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인장도 매우 높은 확률로 강탈이 가능하다.

‘악마의 인장을 강탈하면 지금 레벨에서도 총스탯 250을 만들 수 있어.’

로안이 노리는 건 바로 그거다.

악마의 인장을 강탈하면 그 즉시 보너스 스탯 1 포인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

「난 유적에 들어갔다 올 테니 여기서 대기해라, 이수지.」

「네, 로드.」

로안이 아스피스 성에서 뛰어내려 귀령의 유적 앞에 서자 성의 광장에서 산책 중이던 크시아가 번쩍 앞을 막았다.

“또 유적이야? 별 의미없는 짓이라 말했을 텐데. 이런다고 레벨이 오를 것 같니?”

“달리 할 일도 없고. 유적이라도 돌아야지.”

“패리드 호수만 포기하면 모든 제한을 풀어줄게. 여섯 번째 용사를 찾고 싶지 않아?”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난 패리드 호수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정말이지 고집불통이네! 하지만 난 반드시 네게서 그녀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릴 거야.”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일이다.

로안이 거절하면 거절할수록 크시아는 더욱 불타오르는 듯했다.

그런데 이렇게 크시아의 제의를 뿌리치다 보면 간혹 은은하게 신비한 음성이 들려올 때가 있다.

『고마워, 로안······.』

누구에게서 들려오는지 모른다.

환청처럼 아련한 음성이라 잘못들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신비한 음성이다.

‘누구일까?’

설마 트렐라?

그러나 로안이 알기로 여신이 이런 식으로 말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알림을 통해서 호의를 표하는 적은 있지만.

〈여신 트렐라가 당신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혹은

〈여신 트렐라가 당신을 기특히 여깁니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트렐라뿐 아니라 모든 여신들 관련해서 그 어떤 알림도 없다.

대신 로안이 크시아의 유혹적인 제의를 뿌리치고 패리드 호수의 주인임을 고수할 때 간혹 방금처럼 고맙다는 음성이 들려올 뿐이다.

[고대 귀령의 유적에 입장했습니다.]

[유적에 있는 모든 귀령들을 처치하면 경험치 보상과 함께 당신의 직업에 맞는 귀령무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적 안에는 로안 혼자 입장했다.

‘저기가 입구군.’

입구부터 무시무시한 외모를 가진 귀령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귀령들은 적에게 공포심을 주는 패시브 능력이 존재해 그냥 시선만 마주쳐도 사람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간다.

‘그래봤자 총스탯이 더 높은 존재에게는 통하지 않지.’

귀령들은 자신보다 약한 적에게는 무자비하지만, 반대로 자신보다 강해보이는 적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고분고분해진다.

그 강함의 판단은 오직 스탯.

그러다 보니 로안에게는 매우 유리한 장소다.

무려 227의 막강한 총스탯을 가진 로안이 나타나자 귀령들은 패닉 상태가 되고 말았다.

“사, 살려주세요!”

“저는 당신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요.”

로안과 시선이 마주친 귀령들은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좋아. 살려준다.”

“고마워요.”

“가, 감사합니다.”

[귀령이 당신에게 고마워합니다.]

[귀령이 당신에게 고마워합니다.]

······.

보통은 유적에 들어오면 무조건 괴물들을 죽이는 게 일반적이다.

모조리 죽이라는 토벌 임무도 자동으로 발동되니 그 보상을 얻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귀력을 얻으려면 귀령을 하나라도 죽이면 안 돼.’

흥미로운 얘기지만 귀령들은 살려주면 보답을 한다.

고마워한다는 알림이 뜰 때마다 상태창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종의 고마움 포인트가 쌓이고 있다.

오직 고인물만이 알고 있는 지식 중 하나.

[귀령이 당신에게 고마워합니다.]

[귀령이 당신에게 고마워합니다.]

······.

로안은 계속 귀령들을 살려주며 고마움 포인트를 올렸다.

미로처럼 되어 있는 통로들을 한동안 돌다보니 웬 귀엽게 생긴 소녀 귀령 하나가 보였다.

녀석은 로안을 보자마자 겁이 나는지 일단 울기부터 했다.

“흐흑! 제발 살려주세요.”

“안 죽일 테니 겁먹지 마라.”

“네에~.”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을만큼 깜찍하게 생긴 소녀 귀령.

살려준다고 하자 녀석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귀령이 당신에게 아주 많이 고마워합니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알림.

순간 로안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이 녀석이 보스네.’

정보창에는 그저 Lv80의 귀령이라고만 나와 있을 뿐 다른 특별한 정보는 없다.

그러나 귀령 보스임을 알 수 있는 단서가 하나 있다.

그냥 고마워 하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이 고마워한다고 했으니까.

‘자신뿐 아니라 부하들도 살려줘서겠지.’

아무튼 서둘러야 한다.

보스까지 살려준다고 한 이상 이 유적은 잠시 후 사라진다.

로안은 자동 퇴장될 거고.

어쩌면 이 유적은 영원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애써 쌓은 고마움 포인트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로안은 곧바로 소녀 귀령을 향해 말했다.

“귀력을 얻고 싶은데 가능할까?”

그러자 소녀 귀령이 깜짝 놀라더니 눈을 크게 뜨고 로안을 빤히 쳐다봤다.

로안은 말없이 기다렸다.

더 이상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강요도 애걸도 불필요한 일.

이제 모든 건 소녀 귀령 즉, 귀령 유적의 보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귀력을 얻는 건 펫을 얻는 거랑 비슷하지. 최대한 날 호의적으로 봐야 한다.’

그때 토실이가 소녀 귀령을 향해 날아가 머리를 비볐다.

소녀 귀령의 표정이 밝아진다.

로안은 쾌재를 불렀다.

‘잘한다, 토실아.’

이런 건 괜찮다.

로안이 강요하지 않은 펫 토실이의 자발적인 행동이니까.

역시나 귀여운 녀석들은 모습은 달라도 서로 통하는 게 있는지 금방 친해지는 듯하다.

토실이에 이어 몰캉이도 가서 소녀 귀령의 몸을 간질였다.

그러자 소녀 귀령의 표정이 더욱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압권은 제논이다.

녀석은 어디 가서 귀여움을 떠는 성격이 아닌데 느닷없이 소녀 귀령을 향해 돌진했다.

놀랍게도 제논을 본 순간 소녀 귀령의 표정에 아주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제논을 매우 반기는 눈치다.

‘그러고 보니.’

아니었다.

소녀 귀령의 시선은 제논이 아니라 제논이 타고 있는 탑승펫인 귀마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귀마의 눈은 다른 때와 달리 아주 신비하게 빛났다.

그렇다.

제논이 소녀 귀령을 향해 이동한게 아니라 귀마가 소녀 귀령을 본 순간 날아간 것이다.

제논이 그러면 그렇지.

속닥속닥.

귀마가 소녀 귀령과 뭐라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로안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다.

뭔 소린지는 모르지만 귀마가 저렇게 말을 할 줄도 알았던가?

속닥속닥.

소녀 귀령이 뭔가를 물어보고 귀마가 뭐라고 대답하고.

귀마는 귀(鬼)의 기운을 가진 펫.

다른 곳에서는 토실이가 펫 중의 갑이지만, 적어도 이곳 귀령의 유적에서만은 귀마가 갑이라 할 수 있다.

(너의 주인 어때?)

(무척 좋은 분이야.)

추측이지만 아마 이런 식의 대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너의 주인 어떤 분이야?)

(아주 성질 더럽고 나쁜 놈이야. 웬만해서는 상종하지 마.)

설마 이렇게 대답하지는 않겠지.

‘귀마야! 너만 믿는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로안이 귀마는 별로 귀여워해주지 않았다.

대부분 토실이와 몰캉이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특히 귀마를 불러내 따로 쓰다듬어주거나 한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어쩌면 귀마가 로안에 대해 나쁘게 말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귀마에게도 좀 잘해줄 걸 그랬나.’

녀석을 제논의 그림자 취급을 했던 것이 왠지 후회가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귀마가 뭐라 말을 할때마다 소녀 귀령의 표정이 더욱 밝아지고 있다.

이윽고 소녀 귀령은 로안을 향해 한없이 호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신뢰할 수 있는 존재이군요. 당신이라면 저희의 모든 걸 드려도 아깝지 않아요.”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유적 안의 모든 귀령들이 소녀 귀령의 몸으로 흡수되듯 합체가 되기 시작했다.

스스스슷!

귀령들이 그렇게 합체되자 소녀 귀령은 사라지고 주먹만한 형상의 정팔면체 2개가 나타났다.

번쩍!

‘저건?’

로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특수 스탯을 의미하는 정팔면체.

여기서는 당연히 귀력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하나가 아닌 2개나 나타나다니.

이는 귀령들이 그만큼 로안에 대해 신뢰한다는 의미다.

‘귀마 덕분이야.’

녀석이 귀령 보스에게 로안에 대한 매우 좋은 말을 해줬던 것이 분명하다.

‘귀마 녀석! 기특하네.’

살다 보니 귀마 덕을 다 볼 때도 있구나.

하긴 이번뿐은 아니다.

지난 번 케르웨이 정원에서도 귀마는 특유의 표정으로 냉혹의 서큐버스 그라델라를 웃게 만들었으니까.

그야말로 다크 호스!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지만 지금처럼 아주 드물게 한 번씩 대단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특이한 녀석이다.

[특수 스탯 귀력을 얻었습니다.]

[특수 스탯 귀력을 얻었습니다.]

【귀력】 2

【GP】 200/200

곧바로 스탯창에 귀력 스탯과 귀력지수인 GP가 생겨났다.

【근력】 139

【체력】 30

【민첩】 33

【지력】 24

【정력】 1

【귀력】 2(↑2)

이로써 총스탯은 229 포인트.

특수 스탯은 정력과 귀력의 2종류다.

이로써 굳이 마력을 얻지 않아도 특수 스탯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250포인트까지는 이제 21포인트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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