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런스 패치 vs 고인물의 반격 (1) >
환한 광채가 사라짐과 동시에 나타난 정경.
각종 나무와 풀에 신비한 빛이 반짝이고 있는 신비한 숲이다.
‘신의 숲?’
지난 번에 넬리와 크시아를 만났던 바로 그 숲이다.
넬리가 그 사이 패리드 호수에서 이 숲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무슨 일일까?’
그냥 소환하는 것도 아니고 다급히 소환한다고 했다.
그래서 로안도 만사를 제쳐놓고 먼저 소환에 응한 것이다.
‘일단 만나보면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지.’
다행히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신의 숲 진입을 가로막는 악마는 보이지 않는다.
‘지형도 똑같네.’
숲길 사이로 난 소로를 따라 잠시 걷자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펴놓은 채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잠들어 있는 소녀 하나.
‘똑같은 컨셉? 사람을 불러 놓고 자고 있다니.’
하여간 루넬리스도 엉뚱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여신들이 유희 시에 컨셉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건 로안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그걸 존중해야만 여신들과의 친밀도를 해치지 않고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법.
로안은 서두르지 않고 넬리의 근처에 앉아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오래도 자는군.’
급하게 사람불러 놓고 그렇게 편하게 자고 있으면 좋냐?
그래도 로안은 차분히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한참 후 넬리가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다.
“로안 님?”
“일어나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넬리 님.”
“죄송해요. 깜빡 잠이 들고 말았네요.”
“괜찮습니다.”
“그냥 깨우지 그랬어요? 이젠 그래도 상관없는데.”
그러고 보니 그녀와는 친밀도가 많이 올랐다.
이제는 로안이 흔들어 깨운다고 해서 기분 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음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자 넬리는 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당신을 소환한 이유 중 하나는 악마 질라인의 인장 때문이에요.”
로안은 그렇지 않아도 인장을 통제할 권능을 얻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루넬리스의 화신인 넬리가 먼저 그 얘기를 꺼내자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당신은 더 이상의 인장을 사용할 수 없어요. 인간인 당신이 이미 두 악마의 인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해도 말들이 아주 많아요. 그런데 이번에 또 인장을 얻었죠.”
게임에서는 이런 게 문제가 된 적이 없는데.
악마의 인장을 몇 개 획득하든 상관없었으니까.
“편법을 쓴 것도 아니고 정당한 전투를 통해 얻은 건 데도 문제가 되는 겁니까?”
“네. 문제가 돼요. 모든 상황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당신은 물론이고 신계의 평화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답니다.”
신계의 평화에도 위협이 된다?
로안이 놀라는 표정을 짓자 넬리가 빙긋 웃었다.
“놀라지 말아요.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제가 당신을 불렀으니까.”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 전에 당신의 정체.”
넬리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했다.
그녀는 로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제가 누군지는 넬리 님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자 넬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제가 당신이 누군지 모를리 없겠죠? 그러나 그런 표면적인 정체말고 진짜 당신이 누구냐는 것이에요.”
그러고 보니 넬리는 고인물 로안의 정체를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로 대충 둘러댈 수는 없다.
여신이라면 로안의 대답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정도는 금방 파악할 테니까.
“그건 저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저를 신뢰하지 못하는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대답을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넬리 님.”
로안이 대답하지 않은 건 고인물로서의 직감이다.
이유는 뭔지 모른다.
넬리라면, 여신들 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착한 여신인 루넬리스의 화신이지만.
‘게임에서 이런 적이 있었지.’
좀 우습지만 게임 속 여신들과 친해져 동료처럼 지내다가 그녀들에게 로안이 자신이 고인물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친해졌으니 그래도 되겠다 싶어 말했는데, 결과는 매우 좋지 않았다.
여신들과의 친밀도가 대폭 하락했으니까.
왜 그런지는 솔직히 로안도 모른다.
그냥 설정이려니 했을 뿐.
‘세상일은 모른다. 여기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으니까.’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이미 알고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말하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면 굳이 말을 해서 화를 자초할 이유가 없다.
“저는 그냥 크시아 님과 친구가 된 로안 님의 정체가 너무 궁금해 한 번 물어봤어요. 미안해요, 로안 님. 제가 너무 불편한 질문을 드렸나요?”
“아닙니다. 넬리 님의 궁금함을 풀어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말을 하면서도 로안은 한편으로 의아했다.
‘진짜로 미안해하는 표정이야. 왜 나를 이렇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거지?’
로안이 아무리 대단해봤자 인간일 뿐인데 여신의 화신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했다.
“그럼 악마 질라인의 인장에 대해서는 일단 제가 폭주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봉인해두겠어요. 대신 그것을 통제할 권능은 부여되지 않아요.”
“그렇군요.”
로안은 담담히 끄덕였다.
룰이 그렇다면 따라야겠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만약 로안 님 스스로 그 봉인된 인장을 통제할 만큼 강해지신다면 굳이 여신의 권능이 없어도 그 힘을 쓸 수 있겠죠.”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랍니다. 대신 그때까지 일방적으로 로안 님만 손해볼 수는 없는 일이니 운명의 상자를 돌릴 기회를 드리겠어요.”
랜덤 박스를?
아쉽게도 여기서는 펫 소환이 안 된다.
토실이의 행운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
“아시겠지만 이 운명의 상자는 로안 님이 가진 순수한 행운의 힘에 좌우된답니다.”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겁니까?”
“글쎄요! 그거야 나와보면 알게 되겠죠.”
[신령한 운명의 상자를 얻었습니다.]
앞에 ‘신령한’이 붙은 운명의 상자를 얻어본 적이 있던가.
랜덤 박스도 종류가 하도 많아서 가끔은 헛갈린다.
지금 아공간에 들어있는 랜덤 박스만 해도 수두룩하다.
오늘 얻은 고대 용사의 보물상자도 10개나 되니까.
이런건 한번에 모조리 돌리는 것보다 어쩌다 느낌이 왔을 때 하나씩 돌리는 게 낫다.
토실이가 아무리 행운 펫이라 해도 녀석의 행운을 한번에 대량으로 소모시키는 건 좋지 않다.
‘행운도 회복 기간이 있어.’
따라서 적당하게 써야 한다.
남발하다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법.
‘아무튼 이 랜덤 박스는 순수한 나의 행운으로 작용한다 이거군.’
본래라면 악마 질라인의 인장을 통해 로안보다 레벨이 낮은 혹은 총스탯이 낮은 적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제한적이지만 적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터라 전쟁에서 굉장히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로안이 가진 환생사로서의 능력!
질라인의 인장을 통제할 권능을 획득하면 아마 악마 질라인 모드도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그걸 막겠다는 거지.’
게임 식으로 따지면 이른바 밸런스 패치.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뭐 내가 생각해도 너무 사기적인 능력은 맞아.’
그러나 무슨 버그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획득한 걸 느닷없이 패치를 통해 막는다?
이럴 거라면 미리 획득하지 못하게 막았어야지.
‘그럴 능력은 신들도 없다는 뜻.’
적어도 이곳 세계관 안에 있는 여신들은 운명 즉, 〈확률〉에는 섣불리 개입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악마들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또 랜덤 박스의 확률 게임을 나에게 제의한 건가?’
그말은 이미 대비해 놓았다는 뜻이다.
이 신령한 랜덤 박스에서 나오는 그 어떤 것도 악마 질라인의 인장에 해당하는 만큼의 가치가 있는 건 없다는 얘기.
“이걸 돌리는 것 말고 다른 방식은 없습니까?”
로안은 상자를 열지 않고 손에 쥔 상태로 물었다.
‘그럼 칼자루는 나에게 있다.’
넬리와 비교적 친해지긴 했지만 그녀가 아무 이유없이 이 랜덤 박스를 내민 게 아니다.
시스템의 룰!
아무리 밸런스 패치라고 해도 정당하게 획득한 어떤 권리를 강제로 포기시킨다면 마땅히 그에 해당하는 어떤 뭔가를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이 랜덤 박스를 받아서 로안이 고마워해야할 이유는 없다.
악마 질라인의 인장 봉인을 대가로 당연히 받아야할 보상이니까.
시스템의 룰에 의해서 말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랜덤 박스냐? 대박템이 나올 확률이 극히 적을 텐데.’
어차피 대박템이 나와도 본전에는 미치지 못한다.
여차하면 꽝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결론적으로 로안은 무조건 손해보는 것이 된다.
여신들도 사정이야 있겠지만 로안으로서는 왠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여기서 불만을 표시할 수도 없는 일이고.
‘처음부터 주지 말든가. 줬다가 뺏는 건 뭐냐고.’
로안은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거 아세요, 로안 님?”
그때 넬리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뭘 말입니까?”
“어차피 당신은 제가 누군지 짐작하고 있겠죠?”
순간 로안은 급히 그 자리에 엎드리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루넬리스 님. 그동안의 결례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러자 넬리가 재빨리 로안을 일으키며 말했다.
“지금은 그냥 넬리일 뿐이에요. 그러니 방금 전처럼 절 대해주세요.”
“원하신다면.”
여신의 화신이 스스로 자신이 여신임을 밝히면서도 그냥 평소처럼 대해 달라?
이런 경우는 정말 희박한 일이다.
게임에서 친밀도가 극에 달했을 때 아주 드물게 발생했던 일.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로안이 복잡한 표정으로 넬리를 바라보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주 이상한 일이지만 저는 화신이 아닌 본신의 상태에서도 당신의 마음을 완전히 읽을 수 없어요. 일시적인 감정이나 순간적인 생각 정도를 간혹 느낄 수 있을 뿐이죠.”
그 말에 로안은 놀랐다.
‘신이 내 마음을 읽지 못한다고?’
로안이 고인물이라는 사실!
로안이 가진 전생의 기억을 여신 혹은 악마들조차 읽지 못한다는 얘기다.
“저로서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로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넬리가 끄덕였다.
“당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그만큼 당신은 특별한 존재일 뿐이죠.”
“제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러자 넬리가 기이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둘 중 하나라고 봐요. 하나는 크시아 님 혹은 그분과 동급의 어떤 존재가 당신의 배후에 있다는 뜻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당신에게 신들조차 어쩌지 못하는 어떤 특별한 능력이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둘 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 쪽이겠지.
그런데 고인물의 지식이 과연 신들조차 어쩌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에 해당될까?
‘하긴 그럴 수도.’
카오니아에 존재하는 이벤트 혹은 미니 게임들까지 이곳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면 말이다.
‘신들의 향연이라는 이벤트성 미니 게임에서는 가장 존재감 없는 여신을 잠들게 만드는 것도 가능해.’
레벨 150 혹은 총스탯 250이 되면 플레이어 스스로 각종 미니 게임을 소환 가능하다.
학살자의 탑이나 명예의 탑같은 이벤트를 소환하거나.
숨겨진 재앙인 파멸마 조니스와 같은 월드 보스들을 소환해 해치우는 것도 가능하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신들의 향연.
말이 향연이지 여신들의 평가 게임이다.
정상적으로는 코인 가치, 신도수, 각종 명성 등을 포함해 가장 존재감이 낮은 여신을 잠들게 하는 것이지만, 미니 게임을 하도 많이 해본 고인물 로안은 평소 마음에 들지 않은 여신을 잠들게 만드는 것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신을 잠들게 한다?
이 말은 여신을 현역에서 강제 은퇴시킨다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고대의 여신이 되게 만들어 버린다는 얘기.
당하는 여신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지만 게임에서는 가능했다.
‘미친! 설마 그런 것까지 가능할 리는 없잖아.’
그런데 만약 가능하다면?
레벨 150은 요원한 일이지만 총스탯 250은 생각보다 빨리 달성할 수 있다.
【근력】 132
【체력】 30
【민첩】 33
【지력】 24
【정력】 1
레벨 83인 지금 이미 총스탯 220에 도달했으니까.
물론 순수 스탯 말이다.
‘앞으로 30스탯이면 레벨 100 이전에 가능한 일이야.’
단, 조건이 있다.
스탯빨로 미니 게임을 소환하려면 총합 250뿐 아니라 특수 스탯을 두 종류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보유한 특수 스탯은 정력 하나뿐.
만약 여기에 신성력, 요력, 마력, 괴력과 같은 특수 스탯 중 아무거라도 하나 더 얻는다면?
‘마력 스탯을 확실히 얻는 방법은 알고 있지.’
다른 건 운빨이지만 마력 스탯을 얻는 방법은 퀘스트로 존재하고 있으니까.
상당히 귀찮고 오래 걸리는 일이라서 안 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까지 가능하겠냐?’
현역 여신 중 하나를 잠들게 하고 대신 고대의 여신 중 하나를 현역으로 복귀시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막강한 권한을 로안이 갖는다는 얘기니까.
‘신들의 향연은 게임 시간으로 10년에 한 번 열 수 있어.’
만약 그대로 적용된다면 여기서도 10년에 한 번씩 마음에 들지 않은 여신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정반대 성향의 미니 게임도 있다.
악마들의 연회.
마계의 악마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악마 하나를 갈아치우면 그 아래 6명의 악마까지 그쪽 계보가 줄줄이 사탕처럼 날아가버린다.
이른바 강제 은퇴 시스템!
‘미친! 말이 안 되는 소리야.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로안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짓는 모습을 넬리가 다시 한숨을 내쉬며 쳐다보더니 말했다.
“지금도 그래요. 저는 지금 로안 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본래라면 당신의 생각이 저절로 읽혀야 하는데 마치 안개 속을 보는 느낌이군요.”
로안은 순간 뜨끔했다.
만약 그가 방금 전 생각했던 걸 넬리가 읽었다면 상당히 곤란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확실히 내 생각을 읽지 못한다니 다행이긴 하군.’
머리에 각종 생각이 떠오르는 건 로안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입으로 하는 말은 스스로 절제가 가능하지만 생각까지 통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아무튼 로안 님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는 게 당연해요. 그러나 제가 말한 둘 중 어느 것도 특별하지 않은 건 없어요. 그 자체로만 봐도 로안 님은 매우 특별한 존재랍니다.”
“둘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존재인데 운빨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자 넬리가 빙긋 웃었다.
“그게 정말로 행운 때문이라면 그 자체로도 정말 특별하다할 수 있죠. 그런데도 신령한 운명 상자의 행운을 시험해보지 않을 생각인가요?”
“그게 아니라 혹시 다른 방식도 존재하는가 싶어서 말입니다.”
행운을 높일 수 없다면 랜덤 박스는 무조건 손해보는 게임이다.
“무려 악마의 인장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저는 그 대가를 운빨에 맡기기 보다는 확실한 보상을 원합니다.”
“원하시는 보상이 있나요?”
“보너스 스탯입니다.”
보너스 스탯 포인트.
레벨을 올리면 얻을 수 있다.
저렙일 때는 쉽지만 고렙이 될 수록 스탯 1의 가치는 엄청나다.
‘지금도 쉽지 않지만 레벨 90이 넘어가면 레벨업이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로안은 혹시나 싶어서 한 번 딜을 걸어본 것이다.
[흥정(Lv9)를 발동합니다.]
[현재 대상에게는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무심코 흥정 스킬도 써봤지만 효과는 보지 못했다.
순간 넬리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거니 로안을 슥 흘겨봤다.
“저의 면전에서 그런 능력을 쓰려는 건 상당히 무례한 짓이랍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로안 님이니 그 정도 장난은 넘어갈게요. 나름 재미도 있고요.”
넬리는 은근히 재밌어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다른 여신들에게 그랬다간 화낼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보너스 스탯이라면 나쁘지 않아 보여요. 다만 제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서 다른 여신들은 물론이고 악마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죠. 혹시 1포인트라도 상관없나요?”
“예, 상관없습니다.”
장비나 비급을 받는 것보다 지금은 보너스 스탯 1포인트가 더 중요하다.
‘장비야 어차피 던전을 돌다보면 다 나오게 되어 있어. 비급도 마찬가지고.’
로안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또 악마들의 인장을 얻게 될 경우 그것들도 모두 보너스 스탯 1포인트로 교환해준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오늘 용사 진영과 악마 진영의 전쟁에서 용사 진영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악마 하나가 게임판에서 완전히 퇴장당했고.
악마 각성자 셋이 무력화 상태가 됐으며, 황제 디우스는 공포에 몸을 떨고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49 악마의 재앙은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이 모든 중심에 로안이 있다.
레벨 81인 로안이 레벨 98 월드 보스인 파멸마 조니스와 맞먹는 전투력을 발휘했으니까.
즉, 오늘의 밸런스 패치는 악마들이 요청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여신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패치는 불가능하다.
가장 착하고 단순한 여신인 루넬리스를 앞세워서 로안에게 아닌척 가장하고 있을 뿐.
‘어쨌든 내가 더 강해지는 걸 여신들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모든 여신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다수의 여신이 그럴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적이 악마 진영뿐 아니라 여신들도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아니, 이 방대하고 기괴한 카오니아 시스템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제 날 토사구팽하겠다?’
아닐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다.
하긴 사냥이 끝났으면 사냥개는 필요없겠지.
‘하지만 난 사냥개가 아니라고.’
그럼 뭔데?
뭐긴?
고인물이지.
‘니들이 뭔데 나를 패치해?’
로안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기다려! 내가 너희를 패치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