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193화 (193/240)

< 고대 용사의 성(城), 오랜 잠에서 깨어나다 (2) >

대전장 제릭스 성.

고대 용사의 성인 이곳에는 곳곳에서 【참전】을 선택한 각성자들이 속속 게이트를 통해 입성하고 있었다.

《 용사 헤로스가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 용사 아이린이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용사나 드래곤처럼 특별한 존재들이 참전할 경우 이처럼 전장 전체에 알림이 뜬다.

“와아아! 용사 헤로스 님이시다!”

“용사 아이린 님까지!”

다른 용사들의 지원!

당연히 아군의 사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 용사 코코가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 용사 데랄쿠가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묘인 용사 코코와 리자드맨 용사 데랄쿠!

그들의 참전 소식도 모두를 환호케 했다.

강무진 또한 다른 용사들이 주저없이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지원을 나서준 것에 가슴이 뭉클했다.

“다들 바쁠 텐데 이리 와주다니 정말 고맙소.”

강무진은 다른 용사들을 반갑게 맞았다.

헤로스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용사행을 이리 빨리 마치시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오랜만에 뵙겠어요, 천검 강무진 공작님.”

백색의 용사 아이린도 맑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 처음 뵙겠습니냥! 저는 초보 용사 코코 남작입니냥!”

“난 사브라 왕국의 국왕 데랄쿠요! 나 또한 용사로서 다른 용사의 전쟁을 지원하러 왔소.”

그러고 보니 다섯 명의 용사가 모인 건 처음이다.

최강의 용사라 할 수 있는 강무진도 있지만 풋내기 용사인 코코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 말고 다른 용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았다.

《 크시아의 친구! 패리드 호수의 주인! 아스피스 성의 킹! 다섯 드래곤의 주인! 레온 제국 황제 로안이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그 순간 모두의 귀를 뒤흔드는 웅장한 알림.

로안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한 개만 말할 것이지 무슨 칭호를 다섯 개씩이나.’

시스템이 알아서 하는 거라 로안도 어쩔 수 없는 일.

놀라운 건 칭호들 중의 하나에 ‘크시아의 친구’도 있다는 것.

그는 물론 크시아와 친구 관계가 맞지만 그 자체가 시스템에서까지 인정한 칭호가 되어버릴 줄이야.

‘공연히 쑥스럽네.’

그런데 그렇게 그가 나타난 순간.

“우와아아아아아!”

모든 용사들의 표정에 반가움이 어렸고, 제릭스 성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로안 폐하께서 오셨다!”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로안과 눈이 마주친 이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정중한 예를 취했다.

용사들도 마찬가지다.

강무진을 비롯한 다섯 용사 모두 로안을 향해 즉각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용사 강무진, 위대한 레온 제국의 로안 황제 폐하를 배알하옵니다.”

“용사 아이린, 레온 제국의 황제 폐하를 뵈어요.”

어제까지 존댓말을 하던 사람들이 아랫사람이 되어 예를 취하고 있으면 당연히 어색하다.

그러나 로안은 이런 상황에 매우 익숙했다.

드래곤들도 메이드로 부리고 있는 그에게 있어 이같은 상황은 그냥 일상일 뿐이다.

특히 황제 로안의 위상은 지금 한 제국의 황제나 사르곤 제국의 황제보다 높다.

즉, 카오니아 대륙 최강 제국의 황제라는 위치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모두 반갑군. 하나 개별적인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지금은 모두 성의 방어전에 집중하라. 나 또한 각성자의 하나로 성을 방어하기 위해 왔을 뿐이다.”

“예, 폐하!”

로안은 오랜만에 보는 용사들의 모습이 반가웠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그들과 인사를 나눌 때가 아니다.

벌써 악마 각성자들이 이끄는 군대가 성을 에워싼 채 공격해오고 있는 중이니까.

다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반가운 이들이 둘 있었다.

한 명은 용사 아이린.

그녀는 이전에 라고스 영지에서 봤을 때와는 비할 수 없이 멋진 기세를 뿜어냈다.

백색의 갑주에 백색의 방패, 백색의 성검까지 손에 쥔 그녀로부터 정말 용사다운 기세가 풍겼다.

그러나 무엇보다 로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무척이나 따사로웠다.

또 한 명은 다름아닌 레이.

마쿠스 공작의 손녀다.

그녀를 향해 레이 아가씨라 부르던 때도 있었는데.

그녀를 보면 항상 미안하다.

결과적으로 토실이를 빼앗은 셈이 되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로안은 그녀에게 토실이 대신 귀여운 고양이 펫을 구해준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그 약속을 못지키고 있다.

‘그 사이 놀랍도록 분위기가 바뀌었네.’

특유의 차분한 인상은 그대로지만 전신에 신비로운 마나의 기운이 후광처럼 휘돌고 있다.

고대의 대마도사이자 대현자인 엘니던의 마법서(魔法書).

그동안 이 전설 등급 마법서를 꾸준히 수련하며 레벨도 대폭 올린 덕분이리라.

72레벨 마도사.

상급 마법사에서 전설 등급 직업인 마도사로 승급한 상태.

레이는 어느덧 레온 제국에서 손에 꼽힐 만큼 강한 마법사가 된 것이다.

그녀 또한 로안과 시선이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이린과 레이.

그녀들의 친근한 미소 때문인지 둘 다 매우 반갑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같달까?

그래서 로안 또한 그녀들을 향해 정답게 미소를 지어준 후 이내 시선을 돌려 성밖을 바라봤다.

방금 전에 스스로 말했듯이 지금은 방어전에 집중해야 하니까.

“레온 제국의 황제 로안! 드디어 네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구나.”

그때 상공 멀리에서 거대한 얼굴이 로안을 향해 말했다.

얼굴의 크기만 수십미터는 됨직했는데, 당연히 환영일 뿐 실체는 아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으니 알려주지. 나는 사르곤 제국의 황제 디우스다.”

“알고 있다, 디우스.”

로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디우스야 로안이 처음일지 몰라도, 로안의 입장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봤다.

물론 게임에서지만.

“크하하하! 나를 보고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니! 역시나 최근 카오니아 대륙을 진동시키는 풍운아답구나.”

디우스는 가소롭다는 듯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너의 명성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로안.”

로안은 끄덕였다.

“내가 돌려주고 싶은 말이군, 디우스. 오늘 이후로 너는 나를 보면 무조건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건방진!”

상공에서 시커먼 구름이 소용돌이처럼 휘돌더니 거대한 번개가 일어나 로안을 강타했다.

번쩍! 파지지직!

그러나 로안은 피하지 않고 지켄의 불멸도를 들어 그것을 흡수해버렸다.

전설의 뇌전도법을 익힌 그에게 번개의 기운은 보약이나 다름없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지만 모두가 경악했다.

황제 디우스가 마치 드래곤을 연상케할만큼 섬뜩한 마법을 펼친 것도 놀라운 일인데, 로안이 그것을 가볍게 받아내버렸으니까.

“고작 이런 것뿐이냐, 디우스?”

“크큭! 드래곤들을 부리고 있다더니 괴상한 장비들을 얻기라도 했나보군. 하지만 오늘의 전투에서 드래곤들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로안.”

디우스는 로안이 장비빨로 방금 전 공격을 받아냈다 생각한 모양이다.

로안은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디우스는 원래 저렇게 떠벌리는 성격이 아니야. 나의 관심을 끌어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래서 그는 디우스를 무시한 채 전장을 살폈다.

‘고대 용사의 성 방어전! 본래라면 가장 까다로운 전쟁이지만.’

용사보다 7배나 많은 악마 각성자들.

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병력을 몰고와 용사가 고대 용사의 성을 얻지 못하도록 막으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에는 거의 수성에 실패한다.

용사들이 처참하게 패배해 죽임을 당하지만, 다행히 대전장의 특성상 부활이 가능한 터라 후일을 기약하게 된다.

‘수십 차례나 수성에 도전해도 실패해 결국은 포기한 경우도 있고.’

애초부터 너무 불리한 전쟁이니 어쩔 수 없는 일.

다굴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공연히 생겨난 게 아니다.

‘지금은 디우스를 포함해 8명의 악마 각성자들이 성을 공격해오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악마 각성자들은 더 많아진다.’

지금까지 로안에 의해 죽거나 무력화된 악마 각성자는 도합 6명.

따라서 생존해 있는 악마 각성자는 43명이다.

그중에 8명이 이곳에 왔지만, 나머지 35명도 속속 각자의 군단을 이끌고 나타날 것이다.

‘막연히 수성만 하고 있다보면 패배할 수밖에 없어.’

방법은 성안에서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격해 적들을 괴멸시켜버리는 것이다.

말이 쉽지 그야말로 압도적인 전투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

《 파멸마 조니스가 제릭스 성의 공성전에 참전합니다. 》

바로 그때 들리는 웅장한 알림.

강무진을 비롯한 용사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섬뜩한 상황이었다.

“파멸마라니!”

“조니스가 이곳에 나타났다!”

레벨 98 월드 보스!

끔찍한 재앙 중의 재앙!

정말로 조니스라면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수성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아군의 모든 전력을 다 합쳐도 조니스를 죽이기란 불가능할 테니까.

그러나 그 알림의 진동이 가기도 전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알림들이 사방을 울렸다.

《 풍룡 엘카리나가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 빙룡 아그너스가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 흑룡 베라가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 적룡 카루이스가 제릭스 성의 방어전에 참전했습니다. 》

하늘을 검붉게 물들이며 기세등등하게 나타났던 파멸마 조니스.

그는 그러나 별다른 위세도 부려보지 못한 채 상공 저 끝으로 달아나야 했다.

그의 뒤를 네 드래곤이 뒤쫒고 있었다.

이에 황제 디우스의 거대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설마 이토록 신속하게 드래곤들이 나타나 조니스를 견제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로안이 픽 웃었다.

“조니스를 믿고 있었나 본데 안 됐군.”

“그거야 내가 할 말이다. 너 또한 믿고 있던 드래곤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뭘 믿고 내게 대항할 수 있겠느냐?”

디우스는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다시 웃었다.

로안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내가 다섯 드래곤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군.”

“······!”

순간 디우스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분명 로안의 칭호 중의 하나에 ‘다섯 드래곤의 주인’이 있었음을 들었으니까.

전설의 네 드래곤을 제외한 또 하나의 드래곤이라면?

떠오르는 이는 하나밖에 없다.

드래곤 로드인 파멸의 용 네르나스.

디우스가 큭 웃었다.

“칭호에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지만 나보고 지금 그걸 믿으라는 것이냐?”

로안과 디우스는 대화하듯 말하고 있지만 그들의 음성은 전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렸다.

즉, 그들의 대화 하나하나가 각 진영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파멸의 용 네르나스가 로안의 휘하에 있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된 제릭스 성의 각성자들은 사기가 충천하도록 상승했지만, 악마 각성자 군단쪽은 떨떠름한 표정들이었다.

만약 정말로 이곳에 파멸의 용 네르나스가 나타난다면 그걸로 전쟁은 종결이니까.

파멸마 조니스와 풍룡 등을 비롯한 네 드래곤을 합친 전투력보다 더 강한 존재가 바로 파멸의 용 네르나스이기 때문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믿게 해주지. 네르나스! 너의 위용을 보여라.”

그때 펫 네르나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꼴이 보여지는 것이 싫어 몸체를 투명화 상태로 만든 채 로안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로안으로부터 명령이 떨어지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꼼짝없이 펫으로서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내보여야 할 판이다.

아마도 두고두고 카오니아 대륙이 멸망하는 미래의 그 어느 그날까지 사람들의 입에서 오늘의 일이 회자될 것이다.

네르나스가 로안의 펫이었다고!

그 생각을 하자 끔찍하게 싫었지만 주인의 명령을 받은 이상 펫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물론 보통의 펫이라면 간혹 주인에게 앙탈을 하듯 저항이라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여신 트렐라의 징벌로 펫이 된 네르나스는 사정이 다르다.

로안의 명령을 거부하는 건 곧 트렐라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스스스.

어쩔 수 없이 네르나스는 투명화 상태를 해제했다.

그러자 귀엽게 생긴 아주 자그만 은빛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매우 작지만 고레벨 각성자들은 멀리서도 네르나스의 모습을 알아봤다.

또한 그 위에 떠있는 정보창도.

〈로안의 펫 파멸의 용 네르나스〉

친절하게도 파멸의 용이라는 칭호까지 펫 앞에 붙어 있다.

따라서 디우스는 물론이고 강무진을 비롯한 용사들, 그리고 악마 각성자들도 펫 네르나스를 보며 경악했다.

“저럴 수가! 정말로 파멸의 용 네르나스다!”

“말도 안 돼! 드래곤 로드가 펫이라니!”

“크큭! 설마 저걸 믿으라는 건가? 뭔가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어.”

악마 각성자들은 로안의 펫 네르나스가 진짜 파멸의 용 네르나스가 아닐 거라고 외쳤다.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로안은 네르나스의 목을 간질이며 말했다.

“일단 디우스부터 손을 봐주도록 해, 네르나스.”

그러자 네르나스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스스스. 스스스스―

순간 네르나스의 모습이 점점 커지더니 일순간 거대한 은빛 용의 형체로 변했다.

“오오! 진짜 파멸의 용이다!”

“저럴 수가! 말도 안 돼!”

용사들은 환호했고, 악마 각성자들은 패닉 비슷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디우스가 큭 하고 비웃었다.

“뭔가 했더니 본신이 아닌 환영이로군. 실제 본신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제약이라도 있는 건가?”

악마 각성자들의 우두머리답게 디우스는 단번에 네르나스의 환영마법을 간파했다.

본래 네르나스라면 간파당할 일이 없겠지만 지금의 네르나스는 레벨 80의 펫일 뿐이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네르나스는 거대한 브레스를 내뿜어 디우스의 환영을 불덩이로 만들어버렸다.

거대한 디우스의 얼굴이 불에 타 사라지고 있는 모습에 악마 각성자들은 몸을 떨었다.

디우스 덕분에 네르나스가 환영 상태라는 걸 알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마음에서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이다.’

로안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즉시 성벽 아래로 뛰어내려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첫번째 타겟은 제1군단장인 마현자 엘레토르.

이에 기겁한 엘레토르가 다급히 외쳤다.

“뭣들 하느냐? 저놈을 막아라!”

그녀의 명령에 의해 제1군단의 각성자와 병사들이 로안을 향해 미친 듯 달려들었다.

촤아아악!

순간 로안의 왼손에서 촉수가 쭉 뻗어나가더니 그를 중심으로 반경 40여 미터의 원을 그리며 휘돌았다.

디우스가 날린 뇌전의 기운을 흡수한 터라 촉수에는 강력한 뇌전의 대미지가 추가된 상태.

파지직! 파직!

촉수의 반경 이내에 위치해 있던 이들에게는 재앙이 펼쳐졌다.

이미 지켄의 불멸도 자체 파괴력만 해도 평타조차 견디기 힘든 이들이 대부분인데, 거기에 뇌전력의 추가 대미지까지 들어오자 그로부터 살아남는 건 불가능한 일.

“크아아악!”

“으아악!”

맥없이 나동그라지는 부하들을 보며 엘레토르는 몸을 떨었다.

‘믿을 수 없구나. 저놈이 언제 저리 강해졌지?’

물론 그녀는 로안이 만만치 않은 대상인 걸 잘 안다.

라고스 영지에서의 결투 시 그녀는 로안에게 패배한 바 있으니까.

그러나 그때는 저런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그녀가 볼 때 로안은 가히 무쌍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대단한 녀석이로군. 하지만 이건 공성전이란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성을 방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엘레토르는 최대한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로안을 유인했다.

동시에 다른 악마 각성자들에게 염화를 날렸다.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테니 그대들은 공성에 집중하라.」

다른 악마 각성자들 또한 이미 그 생각인 듯 더욱 거칠게 성을 공격해나갔다.

그러자 강무진을 비롯한 용사들은 제릭스 성의 각 성벽과 주요 망루를 지키며 바쁘게 움직였다.

“절대 성을 빼앗겨서는 아니 된다! 물러나지 말고 각자의 위치를 사수하라!”

강무진은 그렇게 외친 후 다시 크게 외쳤다.

“여신 베로니카 님의 축복이다! 모두의 방어력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린이 백색의 검을 번쩍 들며 외쳤다.

“모두 용기를 내라! 여신 헤나 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그녀의 낭랑하면서도 힘찬 음성이 울려퍼지는 순간 성안이 눈부신 빛의 광채로 휩싸였다.

여신 헤나의 축복!

부상자들은 즉시 회복되고 마나가 소진된 이들에게는 마나가 채워졌다.

“여신 카보네스 님의 가호다! 모두 힘을 내서 적을 섬멸하라!”

이번에는 데랄쿠의 외침.

여신 카보네스는 치명타 확률을 대폭 올려주는 가호를 내려줬다.

“여신 루넬리스 님의 축복입니냥!”

계속 해서 초보 용사 코코.

루넬리스의 가호!

덕분에 모두의 회피력이 대폭 증가했다.

“여신 아프릴리스 님의 가호다! 모두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마지막으로 용사 헤로스.

아프릴리스의 가호로 인해 아이템 드롭률이 대폭 증가했다.

‘다들 잘하고 있군.’

다섯 명의 용사들이 힘을 합쳐 성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며 로안은 왠지 뿌듯했다.

그동안 각성시킨 용사들이 드디어 제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저대로라면 성은 쉽게 함락되지 않는다.’

특히 아이린이 가진 헤나의 축복이 아주 사기적이다.

그녀는 부상자들을 순식간에 치료할 뿐 아니라 마나까지 채워주는 축복을 주기적으로 펼치니 병력으로 열세인 아군에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후후훗, 황제 로안! 그렇게 전투에 자신 있으면 어디 나와 싸워보겠느냐?”

그때 엘레토르가 로안을 도발했다.

그녀는 로안과 100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로안이 접근하면 뒤로 훌쩍 물러나며 도무지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명령에 따라 1군단은 산개한 상태로 로안을 포위 공격했다.

한 곳에 뭉쳐있다가 몰살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함인 것이다.

‘시간을 끌겠다는 뜻이군.’

이럴 때 아주 유용한 능력이 있다.

악마 글루토누스 모드!

‘저주 발동!’

악마 글루노투스 외형화의 저주.

유효거리는 로안의 레벨에 2미터를 곱한 거리를 반경으로 한다.

현재 80레벨이니 반경 160미터.

그 안에 위치한 적들에게 악마 글루노투스의 외형화 저주가 펼쳐졌다.

‘저주 발동!’

‘저주 발동!’

악마 크루스의 고자 저주는 로안보다 레벨이 낮은 이들에게 한해 저주가 발동한다.

그러나 악마 글루토누스의 외형화 저주에는 그런 제약이 없다.

설명에는 없지만 이런 경우는 보통 스탯빨이다.

로안보다 총스탯이 낮은 적들은 글루노투스의 외형화 저주에 걸리기 쉽다는 뜻.

[황제 로안이 악마 글루토누스의 저주를 내립니다.]

[저주에 저항했습니다.]

엘레토르의 경우에는 처음엔 저항이 떴다.

그런데 두 번째는 아니다.

[황제 로안이 저주를 내립니다.]

[악마 글로토누스의 저주가 당신의 몸을 변형시킵니다.]

그와 함께 엘레토르의 외형이 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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