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오니아 세계의 숨겨진 조합 (5) >
아르곤 왕국 파미스 영지 오가드 숲.
어둠이 짙게 깔리는 숲에 검붉은 안광들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크크크크!”
“키키킥!”
숲의 어둑한 음영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활동을 개시하는 존재들.
다름아닌 언데드들이다.
이미 죽은 시체가 괴물이 되어 움직이는 것이라 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살육과 식육의 본능만이 그것들을 지배하고 있을 뿐.
“다시 또 시작됐습니다.”
“궁수들 대기 시켜요.”
숲을 내려다보고 있는 언덕 위의 커다란 성 하나.
파미스 영지의 영주성인 던웬 성.
아르곤 왕국의 삼공주 아이린과 그녀를 따르는 독립군들이 모여 있는 최후의 보루다.
이 던웬 성을 향해 며칠 째 언데드들이 몰려오는 중이었다.
“키키킥!”
“크카카카!”
어둑한 숲에서 번뜩이는 시뻘건 안광들의 움직임.
안광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마치 숲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온통 붉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검붉은 안광들.
언데드들이 바람과 같은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불화살을 발사하라!”
“한놈도 성벽 위에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라!”
던웬 성은 긴장에 휩싸였다.
이제 지금부터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길고 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언데드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저것들을 모두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던웬 성을 지키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내일 아침까지 성이 함락되지 않도록 버티는 것뿐.
“두려워하지 마라.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백색의 갑주.
백색의 방패와 검을 쥔 채 강인한 눈빛을 발산하는 한 여성.
그녀는 다름아닌 용사 아이린이었다.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맞서라! 여신 헤나 님이 함께 하시니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아무리 봐도 절망적인 상황.
그러나 아이린의 선명하게 퍼져나가 성 안의 모든 병사들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그녀의 음성을 듣는 순간 병사들의 마음에는 용기와 투지가 불타 올랐다.
[용사 아이린이 던웬 성에 용사의 격려를 펼칩니다.]
[던웬 성 모든 병사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던웬 성 모든 병사들의 공격에 신성력이 깃듭니다.]
“와아아아!”
“아이린 공주님이 계시는 한 우리는 무조건 승리한다!”
“용사 아이린!”
“용사 아이린!”
병사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궁수들은 미친 듯 불화살을 날렸다.
화염에 휩싸인 화살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며 언데드들의 몸을 불태웠다.
“쿠아아아!”
“키아아악!”
언데드들은 몸이 화염에 휩싸인 채로 달려왔다.
완전히 타서 재가 되어버린 녀석들은 일부일 뿐 대부분 화살 한두 방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크크큭! 가소로운 놈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이지를 상실한 언데드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던웬 성 한 곳으로 몰려가는 이유.
그것은 그 언데드들을 조종하는 흑마법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도 아닌 수십 명의 흑마법사들.
그들 각각이 지휘관이 되어 언데드들을 조종하니 언데드들이 무작정 몰려오는 듯해도 다양한 전술을 구사했다.
특히 괴력을 가진 거대한 괴물 좀비들이 인간 좀비들을 성안으로 집어던지는 식의 전술은 방어하기 가장 까다로운 형태였다.
“성안에 들어온 좀비들을 가장 먼저 처치하라!”
“좀비에게 상처를 입은 자들은 즉각 사제들에게 달려오도록 하라!”
고위급 사제인 시어드를 비롯한 10여 명이 사제들이 가진 신성력은 좀비에게 물린 자들의 저주를 어렵지 않게 해제했다.
그러나 그것도 1시간 이내일 때의 얘기다.
그 시간이 지나면 좀비에게 당한 자는 좀비가 되어버리며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했다.
“지금 상황은 어때요?”
“언데드들의 숫자가 어제 보다 더 많고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사제들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 충분히 버틸 수 있으니 염려마십시오.”
용사 아이린이 주는 격려!
그리고 공격에 신성력 피해가 추가되는 버프로 인해 언데드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늘도 성을 방어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만 버틸 수는 없겠지.’
각지에 흩어진 아르곤 왕국의 충신들을 모아 사르곤 제국에 대항하던 아이린.
영웅행을 통해 순조롭게 진행되던 아르곤 왕국의 독립은 대량의 언데드들이 등장하며 좌절되고 있었다.
배후에 사르곤 제국의 악마 각성자들이 존재하는 걸로 추측되지만, 그들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날로 언데드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어 이대로두면 아르곤 왕국은 죽음의 땅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레온 제국에 원군을 요청한 상황이다.
‘로안 님이라면 절대 아르곤 왕국의 위기를 모른 척하지 않을 거야.’
아이린은 로안이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 확신했다.
거기에 어떤 논리적인 이유는 없지만, 그냥 그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대가 아이린 공주인가? 사악한 언데드들을 상대로 용케 잘 버티고 있군.」
바로 그때 그녀의 귀에 들리는 신비한 음성.
느닷없이 들려왔지만 아이린은 당황하지 않았다.
용사가 된 이후 그녀에게 생긴 능력 중 하나.
음성만 들어도 상대가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선한 목적을 가진 존재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누군지 모르지만 호의를 가진 존재야.’
아니나 다를까.
그 정체불명의 음성은 곧바로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나의 이름은 베라.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나를 흑룡이라 부른다. 위기에 처한 아이린 그대와 아르곤 왕국을 도우라는 주인 로안의 명령에 따라 이제부터 그대를 위협하는 사악한 언데드들을 괴멸시키도록 하겠다.」
전설의 드래곤 흑룡 베라의 등장!
그러나 그보다 놀라운 일은 흑룡이 나타난 배경이다.
황제 로안의 명령!
아이린은 가슴이 벅차 올랐다.
‘드디어.’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원군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전설의 드래곤이라니!
황제 로안이 드래곤들을 부리고 있다는 건 카오니아 대륙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역시 로안 님이 모른 척하지 않으셨구나.’
감동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스스.
곧바로 아이린의 앞에 나타난 한 여성.
그녀는 신비롭게 반짝이는 흑색의 메이드복 차림이다.
아이린은 한 눈에 그녀가 흑룡 베라임을 직감했다.
“아르곤 왕국의 용사 아이린, 위대하신 드래곤 베라 님을 뵈어요.”
아이린이 정중하게 예를 표하는 순간 근처에 있던 그녀의 부하들이 경악했다.
“드래곤 베라라면?”
“흐, 흑룡이다!”
“전설의 드래곤 흑룡이 이곳에!”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흑룡 베라로부터 피어나오는 가공스러운 기세.
누가 봐도 그녀가 범상치 않은 존재임을 알아볼 정도다.
그들 역시 즉각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위대하신 분을 뵈옵니다.”
“전설의 드래곤 베라 님을 뵙습니다.”
그러자 베라는 오연히 웃었다.
“오늘 이후로 그대들의 땅에서 언데드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그 이후 사르곤 제국과 맞서 독립을 쟁취하는 건 그대들의 몫이다.”
그말을 끝으로 베라의 모습이 사라졌다.
동시에 상공에 거대한 흑색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우우우우우우우!”
곧이어 이어지는 가공스러운 포효와 함께 던웬 성으로 몰려오던 언데드들이 그대로 연기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오오!”
“우와아아!”
던웬 성의 병사들이 환호하며 함성을 질렀다.
흑룡의 포효 한 번에 성에 근접한 언데드들부터 마치 파동이 퍼져나가듯 연기로 변하고 있다.
그것은 모두의 일생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감동스러운 장면이었다.
한편 그 사이 던웬 성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서는 전혀 뜻밖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머리에 팬티를 뒤집어 쓰고 메이드복을 입은 남자.
그의 다리는 찢어진 스타킹이 뒤덮고 있다.
다름아닌 풍룡 엘카리나.
“대충 다 모인 것 같으니 시작하도록 하겠다.”
언데드들의 지휘관인 흑마법사들.
풍룡은 그들 모두를 순식간에 잡아다 한곳에 모아놓았다.
“으으!”
흑마법사들은 감히 저항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고 몸을 떨기만 했다.
“너무 그리 떨 것 없다. 나는 흑룡이나 적룡처럼 보는대로 다 죽이는 무식한 드래곤이 아니라서 말이야.”
“제발 살려주십시오!”
“물론 살려줄 것이다. 단, 시험을 통과한 녀석에 한해서.”
풍룡이 시험이라는 말에 흑마법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와중에 느닷없이 웬 시험인가?
그들은 풍룡의 광기서린 눈빛을 보며 불안에 떨었지만 그래도 잘하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물었다.
“어떤 시험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풍룡이 끄덕였다.
“물론이다. 시험을 보려면 문제를 알려주는 게 당연한 일이지.”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복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나의 이꼴을 보며 우스꽝스럽겠지만 너희들이 가진 아이템들 중 여기에 조화될만한 아이템을 하나씩 내게 바쳐라. 최대한 변태 아니, 상식적이지 못한 것일 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자 흑마법사 하나가 아공간에서 붉은 장갑을 꺼내 풍룡에게 바쳤다.
“이것을 바치겠습니다. 붉은 루비 도마뱀의 가죽으로 만든 것으로 매우 귀한 것입니다.”
“그래. 귀해 보이는군.”
풍룡은 장갑을 받아들고는 곧바로 양손에 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장갑을 벗어 던지더니 아공간에서 거대한 해머를 꺼내 쥐었다.
“안 됐지만 아무 반응이 없구나.”
“예? 그게 무슨······”
퍽!
흑마법사의 머리가 해머에 뭉개져 사라졌다.
풍룡이 장난처럼 해머를 휘둘러 흑마법사를 죽여버린 것이다.
“보았듯이 예쁘거나 귀한 물건이 좋은 게 아니다. 나의 이 복장에 어울릴만한 괴상한 것이어야 한다.”
그말과 함께 풍룡은 또 한명의 흑마법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흑마법사는 가슴 가리개를 건넸다.
“이것을 메이드복 위에 장착해보세요.”
“이미 해봤지만 별 소용없었지.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풍룡은 기꺼이 메이드복 위에 가슴가리개를 장착했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콰직!
그렇게 또 하나의 흑마법사가 죽었다.
“흐흐흐! 다시 말하지만 정답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을 맞추면 살 수 있지.”
물론 정답은 존재하지만 풍룡도 그게 뭔지는 알지 못한다.
변태 M과 변태 혼돈 조합!
변태 S 조합은 이미 완성됐으니 그 둘만 완성하면 되는데 도무지 쉽지가 않았다.
콰직!
그 사이 또 하나의 흑마법사가 사라졌다.
그렇게 풍룡은 이 와중에도 변태 조합 완성을 위한 연구를 쉬지 않았다.
* * *
[아르곤 왕국의 위기를 모른 척하지 않고 원군을 보내 언데드들을 괴멸시킨 당신을 여신 헤나가 매우 기특히 여깁니다.]
파멸의 저주 지대는 예상대로 하루가 안 되어 사라졌다.
몰캉이를 타고 이동 중이던 로안의 귀에 들려오는 알림.
[여신 헤나의 당신에 대한 친밀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잘됐군.’
덕분에 여신 헤나가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재주는 드래곤 메이드들이 부리고 여신과의 친밀도는 로안이 챙기고.
‘여신과의 친밀도가 올라서 나쁠 일은 없지.’
로안은 뿌듯한 마음으로 달리는 성 유적의 추적에 몰두했다.
.
.
.
그 후로 다시 10일.
그 사이 새로운 유적이 보일 때마다 놓치지 않고 들러 경험치를 올렸다.
[천도객 로안의 파티]
-파티장 : 로안(Lv79/Lv72秘)(↑7)
-파티원 : 네르나스(Lv79)(↑5)
-파티원 : 이수지(Lv81)
-파티원 : 로베니아(Lv78)
덕분에 레벨은 79를 찍고 환생을 거쳐 72.
레벨은 순조롭게 오르고 있는 중이다.
[친숙도 13.28%]
또한 신화 등급 도인 지켄의 불멸도 친숙도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정확히 하루 100번 고정이 아니라 110, 120, 이런 식으로 횟수는 늘려나간다.
이 또한 요령이라면 요령.
애초 예상했던 100일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100%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10%가 넘어갈 때부터는 촉수가 드디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어.’
그전까지는 도의 의지에 맡겨야 했다.
네르나스, 이수지, 로베니아 중 누구를 끌어올지는 도가 선택했으니까.
이는 촉수가 아닌 도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평타는 되는데 아직 스킬이 안 나가는 게 문제.’
거력붕멸도법이나 뇌전도법과 같은 비급의 필살기를 지켄의 불멸도로 펼치려면 친숙도를 더 올려야 하는 모양이다.
[당신의 펫 토실이가 전방에 달리는 성 유적을 포착했습니다.]
그때 들리는 알림.
동시에 방금 전까지 그의 품에 앉아서 졸고 있던 토실이가 두 눈에서 신비한 푸른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로안은 반색했다.
“저 앞에 달리는 성 유적이 있다는 거냐?”
끄덕.
아직 로안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속력을 내보자.”
순간 몰캉이가 마치 축지법을 구사하듯 수십 미터씩 앞으로 워프하듯 쏘아져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기운을 소모하지만 순간적인 가속을 통해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는 몰캉이의 필살기.
‘오! 저기 앞에 있군.’
널따란 원기둥 형태의 성(城) 유적.
지상에서 약 20미터 정도 부양한 상태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후! 드디어 저 녀석을 따라잡은 건가?”
“근접하면 속도가 빨라지니 쉽지 않을 텐데.”
네르나스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였다.
몰캉이가 50미터 근처까지 접근하는 순간 성 유적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그때부터는 몰캉이가 무슨 수를 써도 50미터 이내로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토실이가 기운을 넣어주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몰캉이의 기운이 떨어져 결국 유적을 놓치고 말 것이다.
‘저 성은 지금 몰캉이의 속도와 동일하게 움직이고 있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이걸 이런 식으로 써먹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로안은 지켄의 불멸도를 꺼냈다.
그리고 성 유적을 향해 휘둘렀다.
촤아아악!
순간 불멸도가 고무처럼 길게 늘어나며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촉수는 약 30미터 정도를 뻗어나간 채로 멈췄다.
그 이상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재는 30미터가 한계다.
더 늘리고 싶으면 친숙도를 더 올려야 하는 것이다.
“20미터가 모자라네.”
그러자 뒤에 있던 이수지가 몸에 감아놓은 사슬낫을 풀어 앞으로 날렸다.
촤르르르!
그녀의 사슬낫이 번개처럼 앞으로 뻗어나갔다.
놀랍게도 지켄의 불멸도 촉수보다 훨씬 길었다.
대략 40미터.
아쉽게도 10미터 정도가 모자라다.
그러자 이수지가 말했다.
“로드! 제 허리를 촉수로 묶은 후 앞으로 던져주세요. 그럼 제가 사슬낫을 저 유적에 걸어보겠어요.”
“좋은 생각이야.”
로안은 즉각 불멸도를 촉수로 만들어 그 끝을 그녀의 허리에 감았다.
그리고 도를 앞으로 휘두르자 촉수에 감긴 이수지의 몸이 쏜살같이 앞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20여 미터 정도 날아간 순간 이수지는 사슬낫을 전방으로 날렸다.
촤르르르!
사슬낫의 유효거리는 40미터.
이수지와 성 유적과의 거리는 30미터가 안 된다.
따라서 이제 무조건 사슬낫으로 성유적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성 유적은 무슨 회피기를 사용하듯 빠르게 방향을 선회해 사슬낫을 피해버렸다.
“정말 보통 놈이 아니군.”
그러나 놈이 더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어차피 독 안에 든 쥐일 뿐이다.
로안은 이수지를 끌어당겨 몰캉이 위에 세웠다.
그 사이 몰캉이 또한 방향을 선회해 놈을 50미터까지 따라잡았다.
“다시 해보자, 이수지.”
“좀 전에는 제가 방심했어요.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이수지는 뭔가 약이 오른 표정이었다.
설마 저 거대한 유적이 회피기를 쓸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지금이야.”
로안은 도를 휘둘러 이수지를 앞으로 던졌다.
순식간에 20여 미터를 날아간 이수지는 다시 사슬낫을 날렸다.
촤르르르!
그러자 유적이 또 다시 빙글 휘돌며 아까처럼 그것을 피했다.
그러나 마치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이수지는 또 하나의 사슬낫을 날려 성 유적의 흉벽에 걸었다.
스킬이었다.
먼저 날린 건 허상이고 두 번째가 진짜였던 것.
“됐어요, 로드.”
“좋아!”
로안은 그대로 점프하며 촉수의 길이를 줄였다. 그의 몸이 순간이동하듯 이수지의 몸과 밀착되었다.
그와 동시에 이수지가 사슬낫을 빠른 속도로 감았다.
사슬이 바람처럼 휘감기자 성벽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로안은 성 유적의 성벽에 순식간에 도달했다.
[달리는 성 유적에 입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