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오니아 세계의 숨겨진 조합 (4) >
어둠이 찾아온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
밤이 되면 이동에 갖가지 페널티가 주어지게 되어 야영은 필수다.
그러나 최근에 로안은 레벨이 높아진 터라 그 정도는 무시하고 있다.
특히 탑승펫인 몰캉이의 레벨이 높아지며 밤의 페널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됐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랜덤으로 발생하는 저주 지대다.
이 순간 극한의 저주가 발동된다.
누적되는 저주라서 무시하고 움직이다가는 결국 게이트 행 즉, 죽음 후 부활 루트를 밥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때는 무조건 움직임을 멈추고 야영을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상황.
[강력한 파멸의 저주가 사방을 지배합니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저주가 임할 것입니다.]
순간 몰캉이가 움찔 놀라며 즉각 이동을 멈췄다.
그의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이수지가 놀라 말했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대전장의 저주 지대군요.”
로안이 끄덕였다.
“그것도 가장 무섭다는 파멸의 저주야.”
암흑의 저주는 레벨 100정도만 되면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파멸의 저주는 그게 불가능하다.
네르나스의 경우 파멸의 용으로서는 본신 능력을 모두 쓸 수 있다면 파멸의 저주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지만, 지금은 메이드라서 무조건 멈춰야 한다.
“쳇! 내가 파멸의 저주를 무서워해야 하다니 갑자기 우울해지는군.”
네르나스의 표정은 정말로 우울해보였다.
로안은 픽 웃었다.
“앞으로 100년은 당신이 파멸의 용이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도록 해요. 괜히 우울해지기만 할 겁니다.”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거든.”
그러게 왜 여신사칭을 했냐고.
그것도 가장 성질 더러운 전투의 여신 트렐라의 이름을 말이야.
물론 덕분에 로안은 네르나스를 메이드로 부릴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야영을 하면서 저주 지대가 사라지길 기다려야 겠습니다.”
물론 패리드 호수나 케르웨이의 정원으로 귀환하면 굳이 야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러면 저주 지대가 사라진 후 다시 이곳까지 이동해와야 한다.
몰캉이를 타고도 며칠 이상 걸리는 거리인데 그럴 수는 없는 일.
‘잘됐어. 이 기회에 고대의 주술 램프를 사용해보자.’
리자드맨 장군 투라스가 풍룡의 레어에 보관해놨던 특별한 야영도구.
내구도가 0이라 사용불가 상태였던 걸 로안이 고자 해제 물약으로 모두 복구해둔 상태다.
[고대의 주술 램프]
-분류 : 도구
-등급 : 전설
-내구 : 40/40
-설명 : 고대 사브라 왕국의 신비한 대주술사 쿠라웩이 만든 램프로 문지르면 주술에 깃든 정령이 나타나 야영(野營)을 도와준다.
-1회 사용시마다 내구도가 1 소모되며 고대의 비약으로 내구도 복구가 가능하다.
야영 아이템의 끝판왕!
로안도 게임에서 있다는 정보만 얻었을 뿐 실제로 가져보지 못한 전설템.
슥슥.
로안이 램프를 문지르자.
[고대의 주술 램프를 사용하겠습니까?]
[사용 시 내구도가 1 소모됩니다.]
“예.”
[고대의 정령 집사가 소환되었습니다.]
순간 말끔한 흑색 정장을 입고 있는 리자드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저는 램프에 깃든 주술의 정령 게리히트입니다.”
고대의 리자드맨 대주술사가 만든 램프이다 보니 정령의 모습도 리자드맨이다.
그런데 게리히트는 이내 모습을 변환시켰다.
중후한 인상의 40대 인간 남성 집사로.
“그 사이 주인이 바뀌었는지 몰랐군요. 인간 주인이시니 앞으로는 이 모습으로 항상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인사드리죠. 주술의 정령 집사 게리히트입니다.”
게리히트는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래. 보다시피 파멸의 저주 때문에 야영을 할 거야. 알아서 야영 준비 좀 해줘.”
“예,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게리히트는 양팔을 펼치고 뭐라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거대한 천막으로 이루어진 쉘터가 생겨났다.
“완성됐습니다, 주인님. 인간에게 맞는 숙박 시설로 준비했으니 편하게 쉬실 수 있을 것입니다.”
“빨라서 좋군.”
쉘터 안으로 들어가 보니 놀랍게도 무슨 고급 호텔의 건물에 들어온 듯 완벽한 숙박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널따란 거실에 침실 4개, 욕실 2개, 화장실은 물론이고 식당과 바(Bar)까지.
‘카오니아 게임 최고의 야영도구 중 하나라더니 정말이네.’
게리히트가 말했다.
“식사는 기본적으로 사브라 영양 식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식재료가 있으면 어떠한 요리도 가능합니다. 원하시는 요리와 재료만 준비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사브라 영양 식량은 미숫가루처럼 타먹는 리자드맨들의 전투 식량이다.
인간들도 먹을 수 있으며 맛은 구수하고 달콤하다.
“바에는 현재 100여 종의 술과 음료, 견과류의 안주와 다과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편하게 이용해주십시오.”
야영하면서 바까지 이용 가능하다니 놀라운 일.
네르나스가 감탄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신화 등급 야영도구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쓸만한 걸 가지고 있네.”
신화 등급 야영도구라.
하긴 최강의 드래곤인 네르나스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일.
“그런 게 있으면 당장 꺼내서 설치해봐요.”
“그러고 싶지만 메이드가 되면서 아공간 대부분을 봉인 당했어. 몇 가지 필수적인 아이템 빼고는 꺼낼 수가 없는 상황이야.”
“그렇군요.”
꺼내 쓰지 못한다면 신화 등급이라도 그림의 떡일 뿐.
“아무튼 파멸의 저주가 사라질 때까지 여기서 쉴 겁니다.”
몇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며칠이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몇 달 이상 지속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은 하루 이내에 끝나니까.’
로안은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그 사이 네르나스는 바(Bar) 앞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는 집사 게리히트를 닦달해 갖가지 술과 안주 등을 커다란 쟁반에 담아 로안이 앉아있는 소파의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뭐하는 거죠?”
“멀뚱히 앉아서 뭐해? 이런 게 있으면 적극 마셔줘야지. 내가 좋아하는 소주도 있어.”
네르나스의 말에 이수지와 로베니아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무조건 동의해요, 로드.”
“저도요. 소주라는 술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마셔보고 싶어요.”
둘 다 눈이 초롱초롱 반짝이는 걸 보니 술을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긴 마계 보스들이니 다들 주당들일 것이다.
그런데 마계에까지 소주가 알려져 있다니 뜻밖이다.
“좋아! 마시자고!”
“와아아!”
로안은 흔쾌히 승낙했다.
때론 릴렉스한 휴식도 필요한 법이니까.
“자, 원샷!”
“원샷!”
이놈의 원샷 문화는 왜 이곳 세계에도 있는 걸까?
드래곤이건 서큐버스건 원샷이 기본이다.
“로드, 제가 한 잔 따라드릴게요.”
“고마워, 로베니아. 나도 그럼 한 잔 따라주겠다.”
“영광이에요, 로드.”
로베니아는 로안의 옆에, 테이블 건너편 소파에는 네르나스와 이수지가 앉은 상태다.
이수지는 네르나스를 동경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파멸의 용 네르나스 님과 이렇게 술을 마실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마계에서도 네르나스 님의 명성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어요.”
그러자 네르나스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걸렸다.
“그래봤자 지금은 저 로안이라는 녀석의 메이드일 뿐이야.”
“메이드복이 잘 어울리시긴 해요.”
“너야말로 그 사슬옷이 꽤 잘 어울리는구나. 그거 굉장히 소화하기 어려운 복장인데.”
“네르나스 님도 꽤 잘 어울리실 걸요?”
네르나스는 당연하다는 듯 끄덕였다.
“그렇겠지. 하지만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어.”
“왜요?”
“그럼 로안이 얼마나 엉큼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겠니?”
그러자 로안이 픽 웃었다.
“이미 그보다 더한 복장도 봤는데 뭘 그래요?”
“더한 복장이라니?”
“다크 메이드. 그때 거의 알몸이었잖아요.”
“하긴 그렇네.”
네르나스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다 그녀는 돌연 울컥하며 로안을 노려봤다.
“설마 너 그 모습을 계속 떠올리고 있는 거니?”
“일부러 떠올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을 하다 보니 떠오르는군요.”
“흥! 엉큼하긴! 당장 기억에서 지우지 못해?”
“그걸 기억에서 무슨 수로 지우죠?”
“아무튼 지워. 생각도 하지마.”
“그런 말을 할수록 더 선명해질 뿐입니다.”
“흥! 두고봐. 반드시 복수할 거야.”
“복수라. 기대하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네르나스는 로안에게 알몸을 보여줬다고 해서 별로 창피해하는 기색은 없다.
그냥 뭐든 트집 잡고싶어서 저러는 거다.
절대 순종적인 메이드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일종의 시위 비슷하달까?
로안은 이제 그런 그녀를 다루는데 익숙해져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저러다가도 화제를 돌리면 언제 심통이 났냐는 듯 금방 눈을 빛내며 새로운 화제에 집중하니까.
[메이드 아그너스가 주인인 당신에게 소환을 부탁합니다.]
그때 들려오는 알림에 로안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그너스가 또 무슨 일이지?’
현재 로안의 경우 메이드는 어디서든 소환이 가능하다.
사실 메이드를 둔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그런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펫이라면 아공간 휴식처에 쉬게 하다가 어디서든 소환할 수 있지만, 메이드는 그런 개념이 아니니까.
파멸의 용 네르나스가 징벌로 인해 메이드가 되면서 주인인 로안에게 생긴 능력.
엄밀히 말하면 전투의 여신 트렐라가 부여한 능력이다.
따라서 로안은 어디서든 메이드를 소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 본래 있던 장소로 역소환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소환 아그너스.’
[메이드 아그너스가 소환되었습니다.]
순간 로안이 앉아 있는 소파 옆에 우아한 메이드복 드레스 차림의 아그너스가 나타났다.
“주인님! 저 왔어요.”
“그래.”
그런데 아그너스는 잠시 묘한 눈빛으로 로안과 그 옆의 로베니아, 건너편의 네르나스와 이수지를 바라봤다.
“그런데 여긴 매우 즐거운 분위기 같네요, 주인님.”
“저주 지대가 발동된 상태라 내친 김에 술 마시고 있는 중이지.”
그러자 아그너스가 로베니아를 슥 노려보며 말했다.
“그만 비껴주겠니? 거긴 주인님의 메이드인 나의 자리란다.”
“네.”
로베니아는 말 못할 한기를 느끼고는 벌떡 일어났다.
슥.
그 자리에 아그너스가 순간이동을 하듯 번쩍 앉았다.
그리고는 수건을 꺼내 로안의 입가를 닦았다.
“이런 걸 묻히고 계시다니. 제가 항상 주인님의 옆에서 챙겨드리지 못해 안타깝군요.”
“뭐가 묻었는지 모르지만 고마워.”
아그너스가 빙긋 웃었다.
“이건 메이드라면 마땅한 의무랍니다. 저기 앉아 있는 누구처럼 나 몰라라 하면서 술만 먹는다면 제대로 된 메이드라 할 수 없겠죠.”
그러자 네르나스가 코웃음 쳤다.
“또 그놈의 주인님 소리니? 드래곤 망신 좀 그만 시키거라.”
“언니야말로 메이드답게 행동하는 게 어때?”
“언니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앞으로 백년 후. 그때부터 넌 슬라임 메이드 천 년 확정이야.”
슬라임 메이드라는 말에 아그너스가 치를 떨었다.
“역시 언니는 백 년 동안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교육을 받고 싶은 거지?”
“교육?”
“바로 이것.”
아그너스는 손을 들어 촉수 슬라임을 생성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네르나스가 치를 떨었다.
“너 치사하게 술먹는데 그런 짓을 할 셈이야?”
“흥! 못할 거 없지.”
촉수 슬라임이 길게 뻗어나가 네르나스의 사지를 휘감았다.
이에 당황한 네르나스가 다급히 외쳤다.
“정말 이러기야? 말로 하자 우리.”
“과연 백 년 후에도 언니가 말로 할까? 그때까지 실컷 괴롭혀 줄 거야.”
“백년 금방 지나간다, 아그너스!”
“괜찮아. 내겐 주인님이 계시거든.”
그 사이 촉수가 움직이며 네르나스를 마구 괴롭혔다.
“앗! 으윽! 자, 잠깐! 알았어. 슬라임 메이드는 취소할게. 그럼 됐지?”
“후후,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아그너스는 네르나스를 공중에 띄워놓은 채 로안을 바라봤다.
“저와 언니의 사소한 일이니 이해해 주실 거죠? 소란을 피워서 죄송해요, 주인님.”
“괜찮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걸.”
하여간 이 두 자매는 언제부터인가 만나면 인사도 하지 않고 다투기 바쁘다.
물론 로안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되기까지는 말리지 않는다.
둘 사이의 일은 둘이 알아서 해야하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구경이 재밌다.
‘촉수 슬라임까지 동원되는 드래곤 자매의 다툼은 흔히 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아니지.’
그야말로 돈 주고도 못 볼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보다 여긴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르곤 왕국의 아이린 공주가 원군을 요청했어요.”
“꽤 심각한 상황인가 보네. 그녀는 웬만해서는 원군 요청을 할 성격이 아닌데.”
“그녀의 성격이 어떤데요?”
“아닌 것 같아도 자존심이 꽤 강한 편이야.”
그러자 아그너스가 눈을 빛내며 로안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주인님께서 아이린 공주와 남다른 관계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어. 그녀가 용사가 되는데 내가 도움을 준 건 사실이니까.”
“그게 아니라 용사가 아닌 여자로서의 아이린 공주를 어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는 거예요.”
“그걸 갑자기 왜 묻는 거지?”
“그냥요.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안 하셔도 되고요.”
“상당히 곤란한 질문이야. 그보다는 아르곤 왕국의 상황에 대해 알고 싶은데?”
“알아보니 사르곤 제국에서 아르곤 왕국의 사람들을 언데드로 만들고 있는 듯해요. 심지어 살아있는 사람을 좀비로 만들기도 하는데 전염병처럼 마구 늘어나고 있어요.”
“블러디 좀비까지?”
로안은 어이가 없었다.
블러디 좀비!
본래라면 지금은 좀비 펫이 된 제논 즉, 크라겔이 만들어냈을 끔찍한 재앙이다.
그 재앙이 다른 악마 각성자들에 의해 결국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데드 군단을 만들 셈인가 보군. 그대로 놔두면 레온 제국은 물론이고 수많은 국가들에 끔찍한 재앙이 닥칠 거야.”
사실 그건 보통 재앙이 아니다.
전생의 지구에서 아포칼립스물의 단골 소재 중 하나가 좀비 바이러스였으니까.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로 변한다.
지금 그런 끔찍한 아포칼립스가 아르곤 왕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저 또한 심각하게 보고 있어요. 허락해주시면 저희가 나서서 그 상황을 해결하겠어요. 배후에 있는 사르곤 제국의 조직은 물론이고요.”
그건 곧 레온 제국과 사르곤 제국이 전쟁을 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타국과의 전쟁을 로안이 금지한 터라 그의 허락을 받으러 아그너스가 온 것이다.
“당연히 허락해야지. 그건 그냥 두고 볼 재앙이 아니라서 말이야.”
“네, 주인님. 그럼 저희가 나서서 언데드의 재앙을 해결하고 아르곤 왕국에 잠입한 사르곤 제국의 병력을 몰살시키겠어요.”
“아니, 언데드의 재앙만 해결하고 사르곤 제국과 싸우는 건 아이린 공주에게 맡겨둬. 아르곤 왕국의 독립도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어. 알아서 잘 할 테니까.”
아그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번거롭게 그럴 이유가 있나요?”
“용사행 때문이야. 무작정 막 도와주면 그녀가 충분히 강해질 기회를 빼앗는 게 되거든.”
“주인님께서는 용사로서 아이린 공주가 강해지길 바라고 계시는군요.”
“맞아.”
그대로두면 아이린은 나중에 드래곤 못지 않게 강해진다.
아니, 부단한 노력을 통해 드래곤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다.
그게 바로 용사니까.
‘그래야 나중에 내가 편하거든.’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삶을 살게 된다면 49 악마의 재앙은 앞으로 닥칠 재앙들의 시작일 뿐이다.
그후로 계속 들이닥칠 끔찍한 재앙들과 맞서싸울 용사들을 잘 키워놓지 않으면 매번 재앙때마다 로안이 관여해야 하니 삶이 피곤해지는 것이다.
‘물론 드래곤들에게 시켜도 되지만 그래도 아군이 많을 수록 좋은 거니까.’
용사들이 다 드래곤 급이 된다면 정말 든든한 일이다.
드래곤 넷에 드래곤 급 용사 7명.
도합 11명의 드래곤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쯤되면 각 용사들과 함께 성장해온 그들의 동료들도 준용사급 전투력을 가지게 된다.
그 어떤 재앙이 몰려와도 알아서 해결가능한 자동재앙방어시스템!
고인물인 로안은 바로 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용사들과 준용사들이 직원으로 있는 회사의 주인이 되겠다는 뜻.
‘그럼 그 회사는 대충 패리드 호수 그룹의 계열사 쯤 된다고 보면 되겠지.’
로안은 패리드 호수 그룹 회장.
회사로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그때 아그너스가 로안에게 다시 술을 따라줬다.
“주인님, 여기요.”
“그럼 너도.”
“저같은 메이드에게도 술을 따라주시다니 영광이에요.”
“파멸마 조니스 견제에 황제 대리까지. 여러모로 고맙게 생각해.”
“고마우면 러브 샷 어때요?”
아름다운 메이드의 러브 샷 제의!
“좋아! 러브 샷!”
로안이 마다할 리 없다.
“흥! 잘들 놀고 있군.”
로안과 아그너스가 러브 샷을 하는 모습을 촉수에 휘감겨 있는 네르나스가 못마땅한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