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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으로 독존한다-170화 (170/240)

< 드래곤 메이드 (5) >

네르나스는 야구 모자 비슷한 걸 머리에 깊게 눌러써서 얼굴을 가린 상태다.

그 아래로 엘프 특유의 늘씬한 몸매를 흑색의 메이드복이 휘감고 있다.

방근 전 유적지에서 드롭템으로 얻은 전설 등급 메이드복.

기존에 입던 메이드복에 비해 상당히 세련되어 보이긴 하지만 치마가 더 짧아져 상당히 야해 보인다.

그러나 네 명의 드래곤 중 누구도 그녀가 네르나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

“당신은?”

“네, 네르나스 님!”

“네르나스 님이 아니십니까?”

“언니?”

그러다 그들은 이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위대하신 네르나스 님을 뵙습니다.”

“존경하는 네르나스 님을 뵈어요.”

그러다 그들은 네르나스 위의 정보창에 떠 있는 상급 메이드Lv69를 보고 멍해졌다.

“어떻게 되신 겁니까?”

“어째서 네르나스 님이 저 로안이라는 녀석의 메이드가 되어계신 거죠?”

네르나스는 모자의 챙으로 얼굴을 가리며 더욱 깊이 내려썼다.

“훗, 뭔가 잘못 보셨군요. 저는 그냥 이름만 네르나스일 뿐 당신들이 알고 있는 파멸의 용이 아닙니다. 로안 님의 충실한 메이드일 뿐이죠.”

그녀의 말을 들은 로안은 픽 웃었다.

나름 산뜻한 대처다.

파멸의 용이 아닌 척하기.

과연 드래곤들이 속을 지 의문이긴 하다.

그런데 풍룡 엘카리나의 반응이 뜻밖이다.

“오! 그러시오? 착각했소. 미안하오. 내가 아는 네르나스 님인 줄 알았소.”

적룡 카루이스도 마찬가지다.

“하하! 당신이 파멸의 용 네르나스가 아니라는 것 잘 알고 있으니 염려마시오.”

흑룡 베라는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네르나스 님과 이름만 같을 뿐 하나도 안 닮았네요. 딱 봐도 그냥 보통의 메이드 같아요. 그리고 그옷 정말 잘 어울려요.”

빙룡 아그너스도 슬쩍 끄덕였다.

“언니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순간 로안은 한숨이 나왔다.

‘아닌 척하려면 좀 연기들을 좀 그럴 듯하게 하든가.’

지금 네 드래곤들은 네르나스가 당연히 파멸의 용 네르나스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당연하다.

명색이 드래곤들인데 그걸 모를 리 없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네르나스가 로안의 메이드가 되어 있다는 것도.

하지만 네르나스가 곤란해하며 정체를 감추려는 모습을 보자 짐짓 못 알아본 척 연기하는 것이다.

나름 네르나스에 대한 그들의 배려다.

아마도 네르나스가 모자 대신 볼에 점 하나만 찍고 나타나도 저랬을 것이다.

‘하지만 연기가 너무 어설퍼.’

아니나 다를까.

네르나스가 결국 모자를 벗어 던졌다.

“됐어. 나 네르나스다. 너희들이 그러니까 괜히 더 비참하구나.”

그 말에 네 드래곤들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마 메이드 유희를 즐기고 계신 건 아닐 테고.”

역시나 성질 급한 적룡 카루이스가 물었다.

네르나스가 슥 카루이스를 노려봤다.

“왜? 궁금하니?”

“아닙니다. 그냥 도와드릴 게 없나 해서 말입니다.”

아무리 네르나스가 메이드 상태가 되었다지만 그녀를 향한 드래곤들의 외경심은 조금도 변함 없다.

“아무 것도 묻지마. 그게 날 도와주는 거야.”

“예, 네르나스 님.”

그러자 네르나스는 힐끗 로안을 노려봤다.

“날 부른 이유가 뭐야?”

“그러고 보니 당신을 부르려던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다시 가서 전투 임무를 수행하세요. 아직 오늘 일과가 끝나려면 한참이 남았습니다.”

순간 네르나스가 치를 떨었다.

“결국은 저 녀석들 앞에서 내가 메이드인 걸 보여주며 날 모욕하려는 게 목적이었구나.”

사실은 그게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굳이 본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며 설명할 이유는 없다.

그 어떤 주인도 메이드에게 그런 구차한 변명 따위는 하지 않으니까.

로안은 빙긋 웃었다.

“어차피 알게 될 것 굳이 숨길 이유가 없겠죠. 저 네 분들도 조만간 패리드 호수에 휴양을 오게 될 겁니다.”

그말에 네르나스가 놀랐다.

“패리드 호수에?”

그러자 풍룡 엘카리나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징벌의 예외 조항 중 하나가 그것이었습니다. 패리드 호수의 주인이 제공하는 휴식 중에는 특별히 레어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그런 게 있었다니 놀랍네.”

네르나스는 징벌의 당사자가 아니다보니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거 굉장히 이루어지기 희박한 조건이잖아.”

“그렇죠. 저희들도 꿈만 같습니다.”

패리드 호수의 주인이 새로 나타나야 하고, 또 그가 드래곤들의 레어에 방문해야 가능한 일.

사실상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일이라 드래곤들은 애초부터 이 조건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 자체도 안했던 것이다.

“뭐 네르나스님이 메이드가 되신 것 만큼이나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었죠.”

그말을 하던 엘카리라는 흠칫 놀라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네르나스가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후후후, 그래 아주 희박한 일이지. 그러고 보니 너 꽤나 즐거워보이는구나. 하긴 내가 이런 천박한 메이드복을 입고 있으니 우스워 보이겠지.”

“아, 아닙니다. 제가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내가 천년 만년 저 인간 녀석의 메이드일 것 같니? 딱 백 년뿐이야. 그후에는 이따위짓 안해도 된다는 거지.”

“그렇군요.”

“그러니 그때 가서 두고보자. 풍룡 네 녀석은 특별히 메이드복을 입힌 후 목에 쇠사슬까지 걸어주마.”

순간 엘카리나가 치를 떨었다.

네르나스는 한다면 하는 드래곤이다.

백년이 길어보이지만 드래곤들 입장에서는 금방이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이놈의 입이 방정입니다. ”

옆에서 지켜보던 적룡 카루이스가 혀를 찼다.

“그러게 엘카리나 네놈은 항상 그 입이 방정이다. 네르나스 님이 메이드가 되신 것이 무슨 좋은 일이라고.”

흑룡 베라도 한 소리 했다.

“아무튼 팬티를 뒤집어쓰고 춤을 출 때부터 알아봤지. 흥! 엘카리나 네놈은 네르나스님이 저런 야시시한 메이드복을 입고 있으니 분명 엉큼한 생각도 하고 있을 거야. 네르나스 님! 엘카리나 녀석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 돼요. 아셨죠?”

남의 집 불난 데 부채질하고 있는 두 사이코패스 드래곤들.

로안은 옆에서 듣고 있으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원래 인성 아니, 용성(龍性)이 저런 자들이니까.

‘그나저나 제 무덤을 파는군. 반응이 볼만하겠어.’

아니나 다를까, 네르나스가 더욱 치를 떨며 적룡과 흑룡을 노려봤다.

“너희들도 지금 계속 메이드 메이드거리고 있구나. 내 꼴이 우습지?”

“아닙니다.”

“오해세요, 네르나스 님.”

“흥! 오해는 무슨. 너희들도 메이드 확정이야.”

“그, 그게 무슨!”

카루이스와 베라는 놀라 펄쩍 뛰었다.

설마 이렇게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네르나스가 오연히 웃었다.

“딱 천 년씩이다. 각오 단단히 하고 있어.”

그러자 카루이스가 울컥했다.

“해도 너무하시는군요. 제가 말실수를 한 건 인정합니다만 고작 그거 하나로 천 년씩이나 메이드를 시키는 건 과한 처사십니다.”

“과하다고?”

“예. 천년은 너무합니다.”

“너무 과하세요, 네르나스 님.”

베라와 엘카리나도 항의조로 말했다.

그러자 네르나스가 큭 웃었다.

“고작 말실수라고? 내가 그 고작 말실수 하나 때문에 이꼴이 됐는데도?”

“설마 어디서 말 한 번 잘못하신 것 때문에 메이드가 되셨다는 겁니까?”

네르나스가 끄덕였다.

“그래. 트렐라 님을 잠시 사칭했으니까.”

“예?”

“맙소사!”

카루이스 등이 경악했다.

여신사칭!

그것도 전투의 여신 트렐라를 사칭했다!

그들은 그제야 네르나스가 왜 저꼴이 됐는지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하필이면 잔뜩 꼬여있는 네르나스에게 그들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

빙룡을 제외한 세 드래곤은 꼼짝없이 장차 천년 동안 메이드가 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천년은 너무합니다.”

“기한을 좀 줄여주십시오.”

“진심으로 뉘우칠 테니 제발!”

세 드래곤이 무릎꿇고 사정했지만 네르나스는 들은 척도 안했다.

그 사이 빙룡 아그너스는 언니에게 혹시라도 작은 꼬투리라도 잡힐까봐 멀찌감치 떨어진 채 낭낭이, 토실이 등과 놀고 있었다.

‘가만 보면 빙룡이 제일 현명하다니까.’

로안이 볼 땐 그렇다.

‘하긴 둘이 자매라면 어렸을 때 성질 더러운 언니에게 꽤나 당하고 살았겠지.’

빙룡이 왜 항상 말 수가 적고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아무튼 또 여기서 드래곤들 괴롭히면서 오늘 하루를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군.’

로안은 네르나스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다.

하필이면 고인물을 주인으로 만난 것이 네르나스의 불행이었다.

“됐고. 이제 슬슬 그만 가서 일하는 게 어때요? 계속 그렇게 농땡이 피우면 이틀 휴가 취소할 수도 있어요.”

순간 네르나스가 움찔했다.

휴가 취소라니!

“안 돼.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데.”

비록 이틀뿐이지만.

저 악덕주인의 아무런 간섭없이 패리드 호수에서 모든 걸 잊고 쉴 수 있다는 것.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

“정말 너무하네. 모처럼 다른 드래곤들과 대화 좀 하겠다는데 꼭 그렇게 망신을 주어야겠니?”

“좋아요. 그럼 앞으로 딱 10분입니다. 그후에 일하러 가세요.”

“그래.”

네르나스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10분이 어디냐는 생각이었다.

사실 로안의 깐깐한 성격에 10분이면 그나마 사정을 좀 봐준 거다.

‘하지만.’

네르나스는 치를 떨었다.

‘이게 무슨 창피야?’

방금 전 그녀는 주인 로안의 자비만을 바라는 불쌍한 메이드의 모습을 여과없이 내보이고 말았던 것이다.

대전장의 가공스러운 월드 보스!

드래곤들의 로드!

그런 그녀의 카리스마가 추락하다 못해 저 땅바닥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네르나스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그녀는 곧바로 세 드래곤을 향해 싸늘히 외쳤다.

“너희들이 특별히 사정하니 천 년을 백 년으로 줄여주마.”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네르나스 님.”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불안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네르나스가 이유없이 감형을 해줄 존재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려 900년 감형이다.

무리한 조건이라도 무조건 할 수밖에 없다.

“단, 조건이 있어.”

역시나 예상대로다.

엘카리나가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어떤 조건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너희들은 앞으로 백 년 동안 나의 메이드가 되는 거야.”

“그, 그건!”

“뭘 망설이지? 어차피 너희들은 나의 메이드가 될 운명이야. 무려 천년 동안. 하지만 그 시간을 앞당기는 대신 시간은 십분의 일로 줄여준다.”

나만 창피할 수 없으니 너희들도 함께 창피해 해라.

본심은 왠지 그거 같다.

그러나 드래곤들은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게 어딘가 싶어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도요.”

“네르나스 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엘카리나와 베라, 카루이스는 네르나스의 메이드가 되었다.

[당신의 메이드 네르나스가 메이드를 얻었습니다.]

로안에게도 알림이 들려왔다.

[풍룡 엘카리나가 네르나스의 메이드가 되었습니다.]

[적룡 카루이스가 네르나스의 메이드가 되었습니다.]

[흑룡 베라가 네르나스의 메이드가 되었습니다.]

[메이드]

-네르나스Lv69, 상급 메이드

[서브 메이드]

-엘카리나Lv95, World Boss

-카루이스Lv95, World Boss

-베라Lv95, World Boss

‘서브 메이드?’

로안은 깜짝 놀랐다.

[엘카리나, 베라, 카루이스는 언제든 스스로의 의지로 메이드 상태를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메이드 상태를 유지하는 한 메이드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네르나스는 메이드가 되는 순간 레벨이 하락하며 직업도 상급 메이드가 되는 등 능력 제한이 걸렸었다.

트렐라의 징벌이 내린 제한인 것이다.

반면에 엘카리나 등은 그냥 무늬만 메이드일 뿐 능력은 그대로다.

그러다 보니 로안은 얼떨결에 서브 메이드로 월드 보스 3명을 거느리게 됐다.

‘뭐냐 이건?’

로안도 정말 황당했다.

이거 실화인가?

그냥 드래곤들간의 합의 사항으로 100년 동안 네르나스가 저들에게 메이드복을 입혀놓는 정도가 다일 거라 생각했는데.

[서브 메이드들에게도 네르나스와 같은 임무 명령이 가능합니다.]

[서브 메이드들이 사냥 중 획득한 경험치 및 임무 보상 또한 당신에게 귀속되지만 그 양은 네르나스가 획득한 것에 비해 적습니다.]

[엘카리나 소환 명령이 생성되었습니다.]

[카루이스 소환 명령이 생성되었습니다.]

[베라 소환 명령이 생성되었습니다.]

“으! 맙소사!”

“이건!”

“뭐야 이게?”

설마 시스템으로 이렇게 로안의 서브 메이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터라 카루이스 등의 표정은 멘붕 그 자체다.

네르나스 또한 뜻밖이라는 듯 황당해하는 표정이다.

[서브 메이드들은 기존 장비 위에 추가로 메이드복 장착이 가능합니다.]

[메이드복 장착시 외형 효과가 적용되며 전투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메이드복을 입으면 전투력이 오른댄다!

‘잠깐! 베라는 여성이니까 그렇다 치고 엘카리나와 카루이스는 남성인데.’

메이드는 여자 하녀를 말한다.

남자 하인은 메일 서번트라고 해야 정상인데, 시스템은 그들도 그냥 메이드로 만들어버렸다.

엘카리나와 카루이스도 설마 메이드복을 입어야 할 운명일까?

그 꼴은 도저히 못봐줄 것 같은데.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네르나스의 성격이라면 그들에게 메이드복을 입혀놓고 좋아하겠지.

‘전투력이 늘어난다니 무조건 입힐 거야.’

비록 소폭이라지만, 그 소폭이 Lv95 월드 보스들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닐 테니까.

‘후!’

아무튼 진짜 대박이다.

옛말에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는 말이 있는데 왠지 지금 상황이 그렇다.

메이드 하나로 인해 서브 메이드들까지 부려먹을 수 있게 됐으니까.

‘어차피 드래곤들은 조니스를 견제하는 일에만 투입해야 하니 지금 당장은 못 부려먹지만.’

나중에 조니스를 처치한 이후에는 로안에게 또 다른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네르나스뿐 아니라 추가로 세 명의 드래곤들이 부지런히 사냥을 해서 로안의 경험치를 올려줄 테니 말이다.

[페리드 호수의 주인 로안의 서브 메이드가 된 엘카리나, 카루이스, 베라의 레어 감금 형벌이 잠정적으로 중단됩니다.]

그때 들리는 놀라운 알림.

세 드래곤들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들을 구속하고 있던 레어 감금의 형벌 중단!

로안이 발행한 호수 무료 이용권을 통해 제한적으로 외출이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징벌 자체가 중단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카오니아 대륙에는 경천동지할 만한 일대사건이었다.

《로안의 서브 메이드 풍룡 엘카리나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납니다.》

《로안의 서브 메이드 흑룡 베라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납니다.》

《로안의 서브 메이드 적룡 카루이스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납니다.》

월드 알림!

전설의 드래곤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것은 파멸마 조니스의 등장으로 불안에 떨던 카오니아 대륙의 사람들에게 어둠 속의 희망과 같은 소식이었다.

그때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존재.

‘뭔가? 저놈들이 왜 갑자기 깨어난 거지?’

그는 다름아닌 조니스였다.

‘하필이면 이때 저 피곤한 녀석들이 세 놈이나 깨어나다니.’

개별적으로 드래곤들은 그에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드래곤들은 서로 툭탁거리다가다도 무슨 일이 있으면 뭉친다.

한놈이 공격받으면 곧 다른 녀석들이 근처에 나타나곤 해서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나마 네 명의 드래곤 중 셋만 깨어났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그렇지. 아직 빙룡이 깨어났다는 말은 없었다.’

드래곤 셋 정도라면 어떻게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넷은 절대 무리다.

‘빙룡까지 깨어나면 골치아파진다. 그전에 어떻게든 저놈들 중에서 한놈은 없애버려야 해.’

어둠 속에 있던 조니스의 모습이 환영처럼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편 이 상황에서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이는 당연히 빙룡 아그너스다.

갑자기 상황이 반전되었으니까.

방금 전까지 그녀는 메이드가 되어버린 세 드래곤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조용히 있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오직 그녀 혼자만 레어 감금 형벌이 진행 중이니까.

‘······.’

어쩌면 이 기약없는 레어 감금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일 지도 모른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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