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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으로 독존한다-167화 (167/240)

< 드래곤 메이드 (2) >

멜더 후작은 기겁했다.

“마쿠스 공작님! 어찌 당신이 이곳에?”

그러자 마쿠스 공작이 노기서린 눈빛으로 멜더 후작을 노려봤다.

“설마했는데 네놈은 인간말종이다.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을 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멜더 후작은 아공간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냈다.

이전에 마현자 엘레토르에게 받은 구슬이다.

〈혹여라도 마쿠스 공작에 의해 위험에 처하게 되면 이 구슬을 보여주십시오. 그럼 마쿠스 공작이 아군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구슬에는 마기(魔氣)가 응축되어 있다.

악마 각성자로 예정된 자라면 마기로 인해 그 안에 잠재된 악마의 활동이 더욱 강렬해지게 된다.

츠츠츠―

그렇게 회심의 일격처럼 내놓은 구슬이었지만 마쿠스 공작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팍!

오히려 마쿠스 공작의 대검이 번쩍이는 순간 그 구슬은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요사한 기운이 가득한 물건을 내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 네놈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악한 마음에 가득 차 있구나.”

“그, 그게 아니라.”

“네놈의 영달을 위해서 나라를 팔아먹을 셈이었더냐? 국왕 폐하를 시해하고 나와 베안트 공작, 그리고 로안 자작이 없으면 이 왕국이 네놈의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했느냐?”

“맙소사! 국왕 폐하를 시해하다니요. 저는 절대 그리 대역무도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닥쳐라! 네놈이 왕비마마와 작당하여 지은 죄는 백번 죽어 마땅하다.”

“무슨 억지를 부리는 것이옵니까? 감히 왕비마마까지! 공작님이야말로 지금 대역무도한 짓을 하고 계심을 모르십니까?”

“네놈이 끝까지 잡아떼는구나.”

“아무런 증좌도 없이 무턱대고 그 어떤 흠결도 없는 저더러 국왕 폐하를 시해하였다고 하시는데 어찌 그걸 인정하란 말입니까?”

지금 이 순간에 멜더 후작이 할 수 있는 건 발뺌 외에는 없었다.

‘그 독은 절대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 제 아무리 브리건 그놈이 밀고했다해도 증거가 없으면 죄가 될 수 없지. 그렇다고 저들이 감히 왕비마마를 문초할 수는 없는 일이고.’

멜더 후작은 어떻게든 지금의 순간만 잘 넘기면 사르곤 제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미치리라 생각했다.

“저에게 죄가 있다면 오직 레온 왕국에 충성한 죄 외에는 없사옵니다. 어떤 사특한 무리의 터무니 없는 밀고를 받았는지 모르오나 이런 일에는 증좌부터 찾는 것이 우선이 아니옵니까?”

“증좌라 하였느냐?”

“그렇사옵니다. 아무런 증좌도 없이 감히 왕비마마까지 대역죄의 누명을 씌우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외려 대역죄라 할 수 있지요.”

“차고 넘치는 게 증좌다. 이제부터 그걸 보여줄 것이다.”

생각보다 증거는 많은 곳에서 나왔다.

브리건 백작의 밀고뿐 아니라 멜더 후작이 별것 아니라 여기던 메이드들이나 병사들의 입에서 각각의 진술이 나왔고, 그것들이 모이자 빼도박도 못할 증거가 되었다.

이는 모두 베안트 공작이 사전에 심어둔 세작들을 비롯해, 추가로 심증이 가는 자들을 미리 갖고 있던 비리나 약점을 통해 심문한 결과였다.

그가 라고스 영지에서 휴가를 즐기는 듯했던 건 어디까지나 눈속임일 뿐이고, 그의 부하들은 그 어떤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며 사르곤 제국과 멜더 후작의 음모를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멜더 후작뿐 아니라 그와 연관된 모든 이들이 줄줄이 체포되었다.

그 마지막은 왕비였다.

“왕비마마! 독을 써서 국왕 폐하를 시해하시다니오! 어찌하여 그런 패륜무도한 일을 범하시었습니까?”

“그 무슨 망발들을 지껄이는 것이냐? 폐하께서 붕어하신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고 슬픔에 젖어있거늘, 정녕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경들이야말로 지금 대역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모든 증좌가 왕비마마께옵서 이 일에 연루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사옵니다.”

“호호호! 증좌라. 너희들이 거짓으로 꾸며낸 것을 그 어찌 증좌라 할 수 있겠느냐?”

왕비 안나는 멜더 후작의 누나답게 잡아떼는 능력도 절대 아래가 아니었다.

동시에 이 기세를 빌미로 왕위에 올라 그간 눈엣가시같았던 왕국의 실세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조니스 왕세자 또한 마찬가지다.

“무엄하도다! 경들이 지금 감히 누구를 모함하는 것이냐? 근위기사들은 무엇들 하느냐? 저 패악무도한 반역도들을 속히 체포하지 않고!”

조니스 왕세자의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졌지만 근위 기사들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프릴 신전의 사제 도미닉이 탄식하며 말했다.

“아프릴리스 님의 계시가 계시었소. 더 이상 레온 왕국의 국운을 패악한 무리인 카라스 가문에 맡기지 않으시겠다 하셨소.”

쿠우웅!

이처럼 신전에서 여신의 계시가 내려오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여신들은 국왕이 누가 되든 상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관여하게 되면 반드시 그 여신의 계시를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여신의 분노가 국왕에게 임하게 되고 어떤 끔찍한 재앙이 벌어질지 알 수 없게 된다.

“말도 안 돼! 도미닉 사제! 그것이 어찌 여신의 계시임을 증명할 수 있나?”

왕세자 조니스가 창백하게 변한 안색으로 도미닉을 쳐다봤다.

그러자 도미닉이 그의 뒤에 서 있는 한 여성을 가리켰다.

“아프릴 신전의 성녀 아르시안 님이십니다.”

각 여신마다 한명씩만 존재한다는 성녀.

성녀는 여신의 뜻을 직접 전한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여신의 뜻과 동일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며 평생 신전에서 나오지않는 경우도 많아 성녀의 얼굴조차 알기 힘들다.

“패악의 끝에 달한 카라스 왕조여! 오늘의 일은 그대들의 어리석은 폭정과 탐욕의 후과이니라. 나 성녀 아르시안이 존귀하신 여신 아프릴리스 님의 뜻을 받아 명하노라. 이 시간 이후로 카라스 가문은 더 이상 레온 왕국 왕궁의 주인이 아니라.”

순간 베안트 공작과 마쿠스 공작을 비롯한 모든 대신들과 대전의 모든 이들이 즉각 성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천한 존재들이 여신 아프릴리스 님의 뜻을 받드옵니다.”

물론 왕비 안나와 왕세자 조니스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참담한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닥쳐라! 한낱 계집 따위가 어디서 감히 신의 뜻을 안다고 망발이더냐?”

조니스는 급기야 성녀를 모독하며 조롱했다.

바로 그 순간.

『알고 있다. 내가 구해오라는 약은 어찌 되었느냐?』

『여기 있사옵니다.』

『그것을 입안에 삼켜두시면 3일 동안 누님의 침에 그 약기운이 녹아있게 됩니다.』

갑자기 모두의 눈에 환상처럼 어떤 장면이 나타났다.

다름아닌 왕비 안나와 그의 동생 멜더 후작의 대화였다.

마치 그때 그 자리에 모두가 함께 있는 것처럼 그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었다.

『약효는 틀림이 없겠지?』

『사르곤 제국의 암부에서 극비리에 제조한 것입니다. 효과는 확실하다 하였습니다.』

『수고했다. 훗, 하긴 이제 허울 뿐인 왕을 갈아치울 때도 됐지.』

『왕세자 조니스 전하라면 아주 훌륭한 국왕이 되실 것입니다.』

『물론이다.』

『두 공작이 사라지면 공작의 자리는 저에게 주시는 것 잊지 마십시오, 누님.』

순간 왕비 안나와 멜더 후작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와 달리 다른 이들의 표정에는 분노가 피어났다.

이미 증좌가 드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일을 작당하던 상황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니 치가 떨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어찌 되었느냐?』

『이왕자 전하는 더 이상 세자 전하의 앞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옵니다.』

『후사는?』

『완벽히 제거하였으니 염려마소서.』

17년 전 느닷없이 죽은 전대 이왕자의 죽음.

총명하고 영민하여 마쿠스 공작과 베안트 공작이 차기 국왕으로 강력하게 지지하던 그의 죽음 또한 안나와 멜더 후작의 간계 아래 벌어진 일이었다.

“어, 어찌 저런!”

“세상에 어찌 저런 패악한 자들이!”

그렇게 이미 잊혀졌다 생각한 까마득한 과거의 일까지 모두의 앞에 명백하게 드러날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안나와 멜더 후작은 패닉 상태가 되어 몸을 떨고만 있었다.

『저년은 누구냐? 꽤 예쁘게 생겼는데?』

『아프릴 신전의 사제이옵니다.』

『당장 끌고와라. 오늘 밤 데리고 놀아야겠다.』

『사제는 아니되옵니다, 왕세자 전하. 자칫 여신의 분노를 살까 두렵사옵니다.』

『닥치거라! 나는 머지않아 이 땅의 주인이 될 몸이다. 이 땅에 내가 품지 못할 계집은 없어. 설령 사제라 해도 말이야.』

『전하의 명이시니 받들겠사옵니다.』

이어서 나타난 환상은 왕세자 조니스의 만행이다.

그는 결국 여사제를 강제로 끌고가 겁탈했고, 욕구를 충족한 즉시 목 졸라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왕세자 전하, 이 일을 어찌 하옵니까?』

『어찌하긴. 알아서 시신을 잘 처리하도록 하라.』

조니스의 만행은 그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여사제가 3명, 귀족의 영애들 중 의문의 실종을 당한 32명이 모두 조니스가 겁탈 후 살해한 이들이었다.

말 그대로 조니스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

성녀 아르시안은 그 모든 상황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에게 보여줬다.

“흐흑! 데나트! 네가 그리 죽었더냐?”

“크으윽! 내 딸이 사라진 게 왕세자 전하 때문이었소?”

딸들이 실종되어 전국을 찾아헤매던 귀족들 중 일부도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보여주는 상황들은 간살의 경우에만 해당될 뿐 저것말고도 조니스가 귀족들의 영애를 겁탈해 앞길을 막아버린 경우는 허다했다.

문제는 이번에 붕어한 카라스 2세가 그 사실을 알고도 방관했다는 데 있었다.

아무리 왕비 안나가 아들을 감싸고 돈다지만, 카라스 2세가 엄히 추궁을 했다면 조니스 왕세자의 악행을 초기에 진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대들 모두가 보았듯이 카라스 2세는 그의 아내 안나에게 독살당하였다. 그러나 그 또한 자식의 악행을 묵인한 간악한 행위의 후과였으니! 카라스 왕조의 파멸은 이미 예정되었던 것이라.”

성녀 아르시안은 탄식했다.

그러자 조니스가 큭큭 웃기 시작했다.

“감히! 하찮은 것들이 건방을 떠는구나.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너희 하찮은 벌레들 따위가 이 땅의 주인인 나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 보느냐?”

조니스의 두 눈이 피처럼 붉게 변했다.

동시에 그의 어깨쭉지에서 박쥐 형상의 거대한 날개가 뻗어나왔다.

머리에서 검은색 뿔이 솟아나더니 그로부터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그의 뒤에서 후광처럼 음산한 광채를 발산했다.

“저, 저런!”

“저게 무슨!”

“아, 악마다! 왕세자 전하가 악마로 변했다!”

모두 난리가 났다.

마쿠스 공작과 베안트 공작 또한 경악하는 표정으로 조니스 왕세자를 쳐다봤다.

특히 마쿠스 공작의 놀람은 다른 누구보다 더 컸다.

‘왕세자가 저런 가공한 기세를 뿜어내다니!’

왕국 제일 검사인 그조차도 한낱 먼지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미증유의 기세.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였다.

‘설마 악마로 각성한 것인가?’

그러나 아직 어떤 악마 각성자도 저리 강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천검 강무진도 저 앞에서는 한낱 지푸라기에 불과할 것이다.

심지어 지금껏 그가 만났던 존재들 중 가장 강했던 대전장 월드 보스 흑암의 케르베로스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화아아악!

다행히 성녀 아르시안의 손에서 피어난 신비한 광채로 인해 조니스는 인상만 구기고 있을 뿐 그 어떤 공격도 펼치지 못했다.

“숨겨진 재앙! 너무도 끔찍하여 그 재앙이 각성하기 전에 제거될 운명이었도다.”

성녀 아르시안이 탄식했다.

“본래라면 악마로 각성한 이에게 무참히 죽을 운명이었던 그대가 살아나 재앙의 각성을 하였으니 앞으로 세상이 얼마나 황폐하게 변할지 심히 걱정이구나.”

“크큭! 나 또한 뜻밖이다. 피우지도 못할 재앙의 운명을 타고나 심히 통탄하였는데 이런 기회가 내게 주어지다니 말이야.”

조니스와 아르시안은 의미모를 대화를 주고 받았다.

아르시안이 조니스를 노려봤다.

“신계의 룰에 의해 지금 그대를 놓아보내나 그대를 향한 아프릴리스 님의 분노가 하늘보다 높음을 잊지마라.”

“키키킥! 크크크카카카카! 성녀 아르시안! 조만간 내 친히 네년을 겁탈하고 갈기갈기 찢어죽여주마! 감히 나를 심판하려했던 이 땅의 모든 버러지들도 마찬가지다!”

조니스는 번쩍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한 곳에서 나타났다.

그곳은 마쿠스 공작의 앞이었다.

“이봐 마쿠스 공작! 난 너에게는 별 유감이 없어. 본래는 검마로 각성한 네게 죽을 운명이었는데, 뜻밖에도 네가 악마의 굴레를 벗어버렸지 뭐야. 그러니 내가 어찌 고맙지 않겠나?”

“으으! 너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냐?”

“네가 본래 타고난 악마 각성자. 이 땅에 도래할 49명의 재앙. 그것을 합친 것보다 더 한 놈이 바로 나야. 그러면 답이 됐나?”

“······.”

이 무슨 충격적인 말인 것인가?

49 악마 각성자의 재앙을 합친 것보다 더한 재앙이라니!

마쿠스 공작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조니스가 큭큭 웃었다.

“그래서 정해진 순리는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니야. 신들이 아무 생각없이 49 악마 각성자를 허용했겠느냐는 거지. 다 나같은 놈이 세상에 나오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야. 쉽게 말하면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사소한 재앙을 허용한다! 일종의 거래를 했다고 봐야하는 거야.”

조니스는 마쿠스 공작의 어깨를 치며 말을 이었다.

“가서 전해라. 너를 악마로부터 해방시켜준 그 어떤 녀석에게 말이야. 지금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었다고 말이야.”

그의 몸이 대전의 입구로 번쩍 이동했다.

“아, 마지막으로 마쿠스 공작 넌 내가 특별히 한 번은 봐줄 거야. 다른 놈은 다 죽여도 말이지. 너의 손녀를 마후로 봉해 내 옆에 둘 생각도 있고.”

“닥쳐라! 감히!”

저 악마가 손녀 레이를 아내로 삼겠다는 말을 하자 마쿠스 공작은 치를 떨었다.

그러나 이미 조니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순간 들리는 월드 알림.

《숨겨진 재앙 파멸마 조니스(Lv98, World Boss)가 자신의 존재를 자각했습니다.》

파멸마(破滅魔) 조니스.

무려 98레벨 월드 보스의 등장이었다.

그것도 대전장이 아닌 카오니아 대륙에서.

“동요하지 마라. 그대들은 악마의 사특한 협박 따위에 굴해서는 아니된다. 예정도 뒤바뀐 운명도 그 또한 신들의 섭리인 것이니.”

순간 마쿠스 공작이 성녀 앞에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성녀시여! 대체 그 무서운 악마 놈을 무슨 수로 우리가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파멸마 조니스는 지금 당장은 힘을 쓰지 못하니 안심하세요. 하나 그가 힘을 회복하고 나오는 순간 벌어질 재앙은 그대들의 상상 밖에 존재할만큼 끔찍한 것이에요.”

“하오면 이제 레온 왕국은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본래부터 사라질 운명이었으니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지 말아야겠죠. 그가 그대의 운명을 바꾸어주었듯 레온 왕국의 운명 또한 그로 인해 새롭게 될 테니까.”

“그라 하시면 혹시?”

“제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대들이 이미 마음 속으로 인정한 그가 레온 왕국의 새로운 왕이에요. 그것이 바로 아프릴리스 님의 뜻.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순간 베안트 공작과 마쿠스 공작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들은 그것을 위해 온갖 명분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그 어떤 명분도 지금 성녀의 말보다 확실한 건 없다.

여신 아프릴리스가 직접 그를 왕으로 인정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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