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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으로 독존한다-152화 (152/240)

< 세 번째 용사 (3) >

야시시한 팬티를 손에 쥔 채 흔들고 있는 로안의 몸에서 피어나는 어둠의 포스.

네르나스는 자신도 모르게 치를 떨었다.

“미, 미친! 아주 망상이 심한 녀석이구나.”

“망상인지 아닌지 두고보면 알게 되겠죠. 아 그리고 당신이 날 방해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전장에서 당신이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순간 네르나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로안의 말이 틀림없으니까.

무척 방대한 영역을 그녀 마음대로 순찰할 수 있지만, 대전장의 일부에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가 진정으로 놀란 건 그것을 로안이 어떻게 알고 있느냐다.

그것은 그녀 외에는 누구도 모르는 특급 비밀이다.

“저놈은 대체 뭐지?'

점점 더 그녀는 로안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다.

특히나 만약 로안의 말대로 그의 펫으로 전락하기라도 한다면?

야한 팬티를 뒤집어 쓰고 춤추는 깃을 시킨다고 하니 하루하루가 굴욕일 것이다.

'터무니 없어. 저놈의 망상일 뿐이야.'

무엇보다 레벨 150은 말도 안 된다.

그건 그 누구의 방해가 없다 해도 달성하기 불가능한 초월적인 경지이니까.

'저 간교한 녀석에게 휘말리면 안 돼.`

네르나스는 어디 마음대로 해보라는 듯 로안을 무시한 채 다시 누워버렸다.

“좋아. 레벨 150 찍고 날 찾아와. 그럼 기꺼이 너의 펫이 되어주지. 야한 팬티도 얼마든지 뒤집어쓰고 춤도 춰주마.”

네르나스는 싸늘히 웃었다.

“하지만 이후로 넌 그 어떤 임무도 내가 있는 영역에서는 수행이 불가능할 거야.”

그녀는 막가자는 식이었다.

'후!'

로안은 나직이 한숨을 토했다.

'역시나 네르나스에게는 협박이 안 통하네.`

레벨 100.

네르나스의 생각과 달리 로안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조만간 어렵지 않게 달성이 가능한 레벨이다.

그러나 레벨 150 무쌍!

이건 네르나스틀 협박하기 위해 그냥 해본 말이지 가능한 일인지 알 수 없다.

게임에서나 가능한 레벨.

과연 될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은 알고 있으니 그대로 하면 되겠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싸워 이기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로안 자신과의 승부라 할 만큼.

사실 네르나스틀 이기기 위해 레벨 150까지 이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레벨 150은 무쌍 즉, 말 그대로 무적이자 초월이다.

오죽하면 그때 직업에 '여의(如意)'가 붙을까?

여의마검사, 여의천도객, 여의천검사, 이런 식으로 말이다.

'환생사의 사기적인 스탯이나 각종 모드 능력같은 걸 고려해본다면, 네르나스를 상대하는 건 110레벨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쩌면 그 이전에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를 테면 100레벨 대에서도 말이다.

'환생사는 게임에서 해본 적이 없어서 나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가지 않아.`

현재 중급 환생사인데, 앞으로 상급 환생사가 되거나 혹은 그 위에 또 뭐가 있다면 기존의 게임 상식을 뒤집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참고로 환생사가 아니라고 했을 때 그냥 마도객만의 힘으로 네르나스를 잡으려면 대략 140레벨에 육박해야 한다.

케르베로스 130레벨.

풍룡, 빙룡, 흑룡, 적룡 등은 약 135레벨.

물론 게임에서 솔플 기준이다.

신화 등급 장비 풀 세팅은 기본에 당연히 비급 능력도 신화 10성으로 도배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파티라면 얘기가 다르다.

용사들이 모두 110레벨 이상 달성하고, 지원조인 마법사나 사제들도 100레벨 이상일 경우라면 120레벨대에서도 네르나스까지 공략은 가능하니까.

그런데 그때.

네르나스가 돌연 하품을 하더니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다.

“잘 잤다.”

벌써?

한 달은 자야 잠 좀 잤다고 할 수 있는 드래곤이 1분도 안 되어 일어나다니.

무슨 변덕일까?

“자고 일어났더니 배가 허전하네. 목욕은 천천히 하고 일단 뭘 좀 먹어야겠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혼잣말을 하고 있는 네르나스였다.

그런데 저 말대로라면 이곳을 떠나 어딘가로 가겠다는 뜻?

'찜찜하긴 했나보군.'

그렇다.

로안의 협박이 통한 것이다.

배째라는 식으로 누워있던 네르나스도 정말로 나중에 로안이 그녀를 펫으로 만들어 야한 팬티나 뒤집어 씌우고 춤추게 만들까봐 은근히 두려웠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뜻을 바꿀 리 없는 것이다.

후환이 두려웠나, 드래곤?

어쨌든 잘 생각했다.

이럴 땐 칭찬을 해줘야지.

로안은 네르나스의 자존심을 세워 주기로 했다.

“네르나스 님의 깊은 배려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의 은헤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네르나스가 힐끗 로안을 노려봤다.

“이번뿐이야. 또 나의 사생활을 침범하면 그땐‥….”

네르나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보통은 이 뒤에는 정말 무시무시한 말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니 속이 터진다.

“아무튼 우리 두 번 다시 보지 말자.”

그 말을 끝으로 네르나스는 환영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카라얀에게 내린 파멸의 용 네르나스의 저주가 플렸습니다.]

[그라델라에게 내린 파멸의 용 네르나스와의 저주가 풀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결빙되어있던 호수면이 해동되기 시작했다.

“몰캉아, 이제 나와도 된다.”

몰캉이와 토실이가 아공간에서 빼꼼 밖을 살피며 나왔다.

두 눈이 둥그렇게 커져있는 걸 보니 토실이도 네르나스는 무서운 모양이다.

“걱정마. 이제 그 못된 드래곤은 사라졌어."

그러자 토실이가 흠칫하더니 앞발로 위를 가리켰다.

로안이 쳐다보니 까마득한 상공 위에서 은빚의 드래곤이 날개를 펼친 채 아래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직 거기 계셨습니까?"

그러자 네르나스가 다시 한숨을 토했다.

「흥! 못된 드래곤? 아주 이제 대놓고 나에게 욕을 하는구나.」

「도대체 네 녀석이 무엇이기에 트렐라 님이 그리 챙기시는 것일까? 아무리 유희에서 우승을 했다고 해도 한날 인간 녀석 따위에게 너무 과한 능력을 부여하셨단 말이야. 」

네르나스는 육성이 아닌 뜻으로 그녀의 말을 전해왔다.

아주 멀리 있어서일 것이다.

그녀로서는 로안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답답한 모양이었다.

「다시 내려가 임무고 뭐고 못하게 방해하고 싶다만 귀찮아서 참는다. 그리고 예전에 어떤 고서에서 본 적이 있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갑자기 이건 또 웬말?

「이건 나도 뭔지 알 수 없는 물건이야. 하지만 네 녀석의 무모함이라면 혹시 이것의 비밀을 밝혀낼 지도 모르지. 버린다 생각하고 주는 거니 고맙다는 말 따위는 할 것 없다.」

그 말을 끝으로 네르나스는 사라졌다.

동시에 로안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알 수 없는 물건 1개를 얻었습니다.]

[알 수 없는 물건]

-분류 : ???

-등급 : ???

-설명 : 무엇에 쓰는 용도인지 알 수 없는데도 사용한다면 그것은 용기일까 아니면 객기일까? 삶을 아주 가벼이 여긴다면 모들까 단지 호기심으로 사용하지 말것이다.

[알 수 없는 물건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아니오. 일단 아공간에 보관합니다."

[알 수 없는 물건이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이런 건 보통 고대의 기물 중 하나지.'

네르나스가 홧김에 그냥 엿먹으라는 듯 던져주고간 물건.

그녀의 목적은 로안이 호기심에 이걸 사용해 낭패를 당했으면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고인물인 로안은 이미 게임에서 이같은 아이템을 얻어본 적이 있다.

'섣불리 사용해서는 안 돼. 어떤 위험한 효과가 있을지 모르니까.'

이건 행운과도 관계 없다.

확률로 내용물이 바뀌거나 하는 랜덤 박스가 아니라 이미 확정된 아이템이니까.

다만 그 정체를 몰라서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이게 뭔지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는 걸 네르나스는 모르고 있는 거고.'

고인물은 절대 무모하지 않다.

또한 호기심에 목숨을 걸만큼 삶을 가벼이 여기지도 않는다.

그저 노련할 뿐이다.

'좋은 거 나오면 네르나스가 나중에 꽤 배 아파할 거야.'

그때가서 약이나 팍팍 올리자.

일단 지금은 메인 임무 진행이 우선이다.

로안은 호숫가로 가서 카라얀과 그라델라를 몰캉이에 태워 호수 중앙으로 데려왔다.

“반지의 빛이 여기서 멈췄어요, 영주님.”

“그럼 이곳 지하에 데랄쿠가 있다는 뜻이야.”

로안은 권성의 룬을 통해서도 호수 지하에 유적이 있는 걸 확인했다.

그때 그라델라가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드, 그런데 이 호수의 수심이 보통 깊은 게 아니에요.”

“네르나스가 목욕을 할만한 곳이니 평범한 호수가 아니겠지.”

카오니아 세계관에서 보통 이런 깊은 호수라면 물의 정령이 있다.

그건 대전장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이런 경우 물의 정령의 도움을 받는다면 임무가 아주 쉬워진다.

“그라델라! 너 혹시 정령도 유혹이 가능해?"

“그럼요. 정령 하나 후리는 거야 일도 아니죠. 왜요?"

“그럼 한 번 해봐."

그라멜라는 로안이 서큐버스로서의 그녀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듯한 말을 하자 눈이 반짝였다.

“정령이 어디에 있는데요?"

“이 호수 어딘가에 물의 정령이 분명 있을 거야. 그 정령을 불러내서 우릴 도와주게 만들면 돼."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

“남자 정령이어야 저의 유혹이 통한다는 거죠. 여자 정령일 경우에는 오히려 적개심을 느낄 수도 있어요."

보통 물의 정령 대부분은 여자 정령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남자 정령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한 번 해봐. 뒷감당은 내가 할 테니까."

"넹."

순간 그라델라가 푸른 날개들 활짝 펼치며 날아 올랐다.

그리고는 수면 위에 착지하듯 내려앉더니 매혹의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특유의 몽환적인 자태에서 뱀처럼 흐느적거리며 갖은 유혹을 발산하는데 로안도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와! 진짜 너무 예뻐요, 언니!"

카라얀이 탄성을 질렀다.

“영주님, 그라델라 언니 좀 보세요. 오우야! 너무 야해요.”

서큐버스가 그럼 야하지 안 야하냐?

촌스럽긴.

그러고 보니 카라얀은 여자인데도 저 춤에 적개심을 안 느낀다.

오히려 동경하는 표정이다.

그럼 물의 정령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오우야아! 언니 정말 미쳤어요! 히히!"

“그렇게 떠들면 정령도 창피해서 안 나와. 조용히 안 하면 너만 호수밖으로 쫓아낸다."

로안이 주의를 주자 카라얀은 속으로만 호들갑을 떨었다.

잠시가 지났을까?

호수의 수면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

그런데 그 호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위로 용솟음치던 물살이 수십 개의 수창(水槍)으로 변해 그라델라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조심해!”

로안이 번쩍 달려가 그라델라를 한쪽 팔로 안은 후 수창들의 공세에서 벗어났다.

수창들이 유도탄처럼 방향을 돌려 날아들었지만 마룡대도가 번찍이는 순간 그것들은 물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로드! 실패해서 죄송해요.”

“물의 정령이 여자라서 그런 거지 너의 매혹이 약해서가 아니야.”

로안은 그라델라를 몰캉이 위에 내려놓았다.

그라델라는 본래 저 정도 공격에 당할 만큼 약하지 않다.

그러나 매혹의 춤을 추는 도중에는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어 로안이 잽싸게 구해왔다.

촤아아아!

그 사이 호수의 물살이 더욱 출렁였다.

호수에 있는 물의 정령이 화가 잔뜩 난 것이다.

어느새 물살의 중심에는 물의 정령 소녀가 나타나 싸늘한 표정을 깃고 있었다.

그런데 매우 작았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등신 캐릭터처럼 생긴 귀여운 정령.

토실이보다도 작으니 말 다했다.

그 정령 소녀가 양손을 허리에 대고 씩씩대며 외쳤다.

“흥! 어디서 그 따위 천박스러운 몸짓으로 호수를 더럽히는 것이냐? 당장 꺼지지 않으면 이 아래 무덤 속에 가둬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자 그라델라가 곤란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로드, 어쩌죠?”

“넌 잠시 호수밖으로 나가 있어봐.”

그라델라의 우려대로 그녀의 매혹이 적개심으로 작용한 상태다.

일단 저 물의 정령을 진정시키려면 그라델라가 여기 있으면 안 된다.

과연 그라델라가 사라지자 물살은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그러나 물의 정령 소녀는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천박한 서큐버스와 함께 있는 걸 보니 그대들의 수준도 알만하구나. 호수를 더럽히지 말고 속히 나가라.”

“토실아~! 저기 너 친구 있어. 가봐.”

로안은 이미 계획이 있었다.

그라델라가 실패하면 토실이들 투입하기로.

'저 정령 딱 토실이를 좋아하게 생겼어.`

아니나 다를까.

냉기가 풀풀 풍기던 물의 정령 소녀는 그녀 앞으로 토실이가 날아가 해맑게 웃자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때까지는 정령체로 조금은 흐릿한 형상이었던 소녀의 모습이 점점 더 확연해졌다.

푸른색 투명한 보석처럼 빚나는 신비한 몸체로.

'더 귀여워졌네.'

다행히 토실이가 가서 머리를 비벼대자 정령 소녀의 표정이 금세 환하게 변했다.

골바로 정령 소녀는 토실이와 장난을 치며 놀기 시작했다.

로안은 잠시 놀게 내버려다가 정령 소녀를 불렀다.

<물의 정령 아쿠아(Lv65, Boss)>

'나처럼이나 흔한 이름이구나.'

어느 마을에 가든 로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한둘은 있듯, 아쿠아란 이름도 물의 정령계에서는 아주 흔해빠진 이름인 것이다.

“나를 부른 이유는 뭐냐, 인간?"

“이 아래 유적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고맙겠다"

“본래라면 안 되는데. 그대는 내 친구 토실이의 주인. 특별히 들어준다."

둘이 벌써 친구가 된 거냐?

그래. 잘했다. 토실아.

그러고 보니 가까이서 본 물의 정령 아쿠아의 모습은 더욱 귀여웠다.

이런 걸 보면 귀여운 녀석들은 서로 잘 통하는 모양이다.

금방 친해지는 걸 보면.

* * *

몰의 정령 아쿠아가 도와주자 호수 바닥으로 내려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호숫가에서부터 유적과 연결되는 물의 터널을 만들어 걸어서도 갈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아쿠아가 함께 움직이고 있어 물의 터널은 매우 안전했다.

[유적 : 영웅의 무덤]

호수 지하 유적의 이름은 영웅의 무덤.

아쿠아가 아까 무덤이 어쩌고 하더니 여기를 가리킨 것이었다.

“저곳이다, 인간.”

둥둥 뜬 채로 움직이던 아쿠아는 어느 순간부터는 로안의 어깨 위에 앉은 채로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토실이는 왼쪽 어깨, 아쿠아는 오른 쪽 어깨.

그 사이 애벌레로 변한 몰캉이는 로안의 목에 붙어 있는 상태.

그러고 보면 로안이야 말로 녀석들의 탑승수단인 것이다.

다들 귀여우니 봐준다.

“그럼 저 유적 안에 들어가봤어, 아쿠아?”

“갑자기 생겨난 유적이라서 가보지 못했다. 안에서 무서운 기운도 느껴지고.”

“생긴지 얼마 안 된 유적이라고?"

“입구 근처까진 가봤다. 괘씸한 리자드맨들을 쳐넣기 위해.”

“뭐? 리자드맨?”

로안은 고개틀 돌려 오른쪽 어깨 위의 아쿠아를 쳐다봤다.

깜찍한 요정같이 생긴 물의 정령이 순진무구한 눈빚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녀석들이 감히 내 호수를 더럽혔다.”

“혹시 그중에 데랄쿠라고 있지 않았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뭐가 잘못됐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아쿠아를 보며 로안은 실소를 지었다.

결국 데랄쿠가 위기에 처한 건 바로 요 귀여운 물의 정령 때문인 것이다.

뒤에서 따라오던 카라얀이 울컥했다.

“대체 데랄쿠 왕자님이 뭘 잘못했다고 그런 나쁜 짓을 했나요, 물의 정령님?"

“그들은 감히 내 호수에 오줌을 쌌다. 그것도 단체로. 멈추라고 했는데 오히려 날 향해 창을 던졌다."

오줌이라니.

왜 그런 거냐, 데랄쿠?

왜 하필 이 호수에 그 짓을 했냐?

다른 데도 많은데.

그리고 귀여운 물의 정령이 멈추라고 하면 멈췄어야지.

녀석의 편을 들고 싶어도 들 수가 없다.

“아무튼 이 정도면 그 녀석들은 충분히 벌을 받은 셈이니 그만 용서해주도록 해."

“좋아. 토실이의 주인인 그대의 부탁이라면."

아쿠아는 흔쾌히 끄덕였다.

로안은 미소 지었다.

“고마워. 근데 너도 유적에 들어가 볼거냐?”

“이상하게 인간 그대의 어깨에 앉아 있으니 별로 안무섭다."

펫들만 앉을 수 있는 로안의 어개 위에 너무도 당연하게 앉아 있는 아쿠아.

너 그러다 펫 된다, 물의 정령!

[영웅의 무덤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곧바로 유적의 입구에 서자 들려오는 알림.

"예."

그러자 전방의 결계가 출렁이듯 흔들리더니 로안 등을 안으로 흡수하듯 빨아들였다.

[영웅의 무덤에 입장했습니다.]

주위의 정경이 변했다.

앞쪽에 거대한 무덤을 연상케 하는 능이 있고, 그 능의 입구를 지키는 리자드맨들.

“어떤 놈들이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리자드맨들이 창을 쥔 채 험악한 기세로 달려왔다.

그런데 녀석들의 안면이 낯익었다.

카라얀이 울면서 외쳤다.

“데랄쿠 왕자님!"

“카, 카라얀! 그대가 어떻게?”

다름아닌 데랄쿠와 그의 부하 리자드맨들이었다.

황당하게도 녀석들은 이 유적을 지키는 문지기 신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흐흑! 왕자님, 무사하셨군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카라얀!"

카라얀이 달려가자 데랄쿠는 그녀를 품에 안고 격동어린 표정을 지었다.

“왜 아무데나 오줌을 싸서 이런 봉변을 당하고 그래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았소?"

“물의 정령이 알려줬어요."

그러자 데랄쿠는 상당히 쪽팔려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실소를 흘리던 로안은 리자드맨들이 지키던 능을 바라보며 의문을 가졌다.

아무리 데랄쿠가 아직 약하다지만 그래도 명색이 용사 각성자인데 고작 문지기나 시키고 있다니!

“그럼 저 안에는 뭐가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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