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148화 (148/240)

< 어둠을 소멸시키는 물약 (5) >

“토실아~! 나와도 돼.”

로안의 순번이 마지막이다 보니 이곳 풍룡의 레어에는 지금 위협적인 존재가 아무도 없다.

드래곤들의 본신은 학살자의 탑에서, 분신은 대학살의 전장에서 대기 중이니까.

그래서 로안은 펫들을 마음 편하게 소환했다.

눈처럼 새하얀 털의 토실이를 비롯해 이제는 피부가 사파이어처럼 반짝이는 예쁜 애벌레 몰캉이, 그리고 뭔가에 주눅이 든 채로 시무룩해 있는 제논과 여전히 무표정한 귀마까지.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시작하자, 토실아.”

토실이가 끄덕이더니 댄스 자세를 취했다.

몰캉이가 왼쪽에 서고 제논이 오른 편에 귀마와 함께 섰다.

특히 제논은 몰캉이에게 정신 교육을 잘 받았는지 로안이 서큐버스의 속옷을 내밀자 순순히 받아 머리에 뒤집어썼다.

물론 그러면서 로안을 치사하다는 듯 한 번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토실이가 제논을 슥 앞발로 들어 비벼대자 녀석은 금세 헤벌쭉 미소를 흘려댔다.

‘괜찮네. 몰캉이가 혼내고 토실이는 달래고.’

맞선임은 갈구고 왕고는 다독이고.

원래 다 그런거지 뭐.

물론 제논에게도 위로가 되는 건 있다. 귀마가 녀석에게 딱 붙어 충성을 바치고 있으니까.

그 사이 녀석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귀여운 토실이, 깜찍한 애벌레 웨이브의 몰캉이, 어색한 테크노의 좀비 펫 제논, 더 어색한 괴상한 막춤의 귀마.

그런데도 신기한 건 다들 박자는 맞춘다는 거다.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해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녀석들이 아공간에서 댄스 연습을 하는 걸 지도.

‘저기에 노래나 악기 연주하는 펫들을 추가하면 대박이겠다.’

그런 펫들은 제법 있으니 기회가 되면 들여보기로 하자.

물론 토실이 녀석의 취향에 맞아야 하겠지만.

[토실이가 당신의 행운을 일시적으로 대폭 증가시킵니다.]

[20, 19,······]

[제논이 기이한 힘을 끌어옵니다.]

[당신의 악마 계열 행운이 상승합니다.]

[20, 19, ······]

예상대로 토실이의 행운과 제논의 행운 버프가 동시에 작동!

그 순간 환한 빛이 일어나 로안의 몸을 휘감았다.

[이곳은 대학살의 전장 대기 공간입니다.]

[1분 후 대학살의 전장으로 진입합니다.]

[승부는 7명의 참여자 중 최후 1명의 생존자가 우승하는 방식입니다.]

【이름】 로안

【HP】 30/30

【공격력】 1

【방어력】 0

【장비】 회합의 검

곧바로 기본 능력 상태창이 나타났다.

장비는 공격력 1 짜리 회합의 검 하나.

HP는 30.

레벨도, 학살자의 포인트는 없다.

그냥 기본 능력치만 있을 뿐.

‘여긴 1, 2, 3층으로 구성된 기존의 방식이 아니야.’

단층으로 구성된 전장.

7명 중 최후의 생존자 1명만을 가리는 무지하게 초단순한 생존 배틀 게임인 것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행운이 적용되어 당신의 기본 능력치에 변동이 생깁니다.]

[토실이의 행운이 당신의 공격력을 4 증가시킵니다.]

[토실이의 행운이 당신의 방어력을 1 증가시킵니다.]

[제논의 행운이 당신의 이동속도를 10% 증가시킵니다.]

[제논의 행운이 당신의 공격속도를 10% 증가시킵니다]

【이름】 로안

【HP】 30/30

【공격력】 5

【방어력】 1

【장비】 회합의 검

【추가 능력】

-이동속도 10% 증가

-공격속도 10% 증가

‘오!’

토실이 덕분에 공격력이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방어가 1뿐이라는 것.

그러나 다행히 제논의 버프가 있었다.

‘이속과 공속 상승이라고?’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타로 치고 빠지는 게 가능해지니까.

‘나만 이속과 공속 버프가 적용되면, 누구에게든 한 대도 안맞고 이길 수도 있지.’

도망칠 공간만 충분하다면.

그리고 다른 참여자에게 포위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풍룡 엘카리나도 공속이나 이속이 올랐을 지도 몰라.’

풍룡은 제논처럼 서큐버스의 속옷을 뒤집어 쓰고 춤을 췄으니까.

나머진 모두 토실이와 같은 선 계열의 행운 버프였다.

즉, 공방이 랜덤으로 증가하는 식의 능력치 조정이 일어났을 것이다.

[전장에 진입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더 이상 생각은 그만.

이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본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화아악!

짙은 빛이 시야를 가렸다가 사라짐과 동시에 로안은 직경 50미터 정도 되는 원형 공간 위에 서 있었다.

물론 로안 말고도 6명이 더 보였다.

대학살의 전장과 달리 남녀구분조차 없는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

외모로는 누가 누군지 전혀 분간이 불가능했다.

‘일단은 최대한 도망다니면서 안 맞는 게 최선이야.’

이속이 높다 해도 도망칠 공간이 충분해야 의미가 있다.

다행히 결투장의 공간은 그리 비좁지는 않았다.

‘어디서 기습이 들어올지 모르니 조심하자.’

그런데 로안뿐 아니라 다들 그 생각인지 7명 모두 처음 나타난 장소에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다들 눈치 보느라 난리네.’

이런 때는 조급한 사람이 진다.

섣불리 나대다가 모두의 타겟이 되어 다굴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전투의 여신 트렐라가 지루해합니다.]

[전장에 태초의 구슬이 생겨납니다.]

그때 알림과 함께 갑자기 중앙에 큼직한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칠색의 광채가 반짝이는 것이 심상치 않아보였다.

[구슬을 얻으면 능력치에 변동이 생깁니다.]

[여러분의 운을 시험해 보세요.]

‘변수?’

그렇다.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전투의 여신 트렐라가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뭔가 변수를 추가한 것이다.

하긴 모두 멀뚱히 서서 눈치만 보고 있으니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지루할 수밖에 없으리라.

‘저거 느낌상 좋은 거지만 절대 먹으면 안 돼.’

고인물의 직감이다.

나대다 죽는다는 게 바로 이런 상황을 의미한다.

공연히 다른 여섯 명의 경계를 사게 되면 다굴을 당하게 되니까.

덥썩.

그때 누군가 앞으로 나가 구슬을 주워들었다.

순간 그 구슬을 쥔 자의 신장이 2배로 늘어났다.

그가 쥐고 있는 회합의 검도 마찬가지다.

‘역시 좋은 거네.’

그냥 좋은 게 아니다.

거의 사기다. 저건!

다른 참여자들의 표정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다 죽었어!”

한편 구슬의 힘을 얻은 자는 더 이상 눈치볼 것 없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그는 거검을 마구 휘두르며 결투장 안을 돌기 시작했다.

퍽!

퍼억!

급기야 누군가 그와 맞붙었다.

그리고 그때를 노려 또 다른 누군가가 로안에게 접근해와 검을 휘둘렀다.

소란이 생겼을 때를 노린 불의의 기습.

그러나 로안은 이미 그것을 눈치채고 있어 옆으로 피하며 반격했다.

퍼억!

회합의 검이 상대의 머리에 적중한 걸 본 로안은 그 즉시 상대를 피해 달아났다.

“너, 너 거기 안 서?”

서겠냐? 너같으면.

이속 10%가 주는 빠른 움직임으로 로안은 금세 거리를 벌렸다.

그 사이 경기장은 난전으로 되어 있는 상태.

‘잘됐어. 이래야 내가 유리해.’

구슬을 먹은 자로 인해 균형이 깨졌다.

드래곤들 모두 막가자는 식으로 난전에 휘말려 있는 것이다.

생존 배틀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

‘이런 상황에서 이속이 빠르면 꿩먹고 알먹기가 가능하지.’

이젠 멈춰 있으면 안 된다.

로안은 전후좌우를 살핌과 동시에 계속 위치를 이동시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군가의 뒤통수를 검으로 후려갈긴 후 또 자리를 피했다.

그런 식으로 한 대 치고 피하는 것을 반복했을 무렵.

어느덧 3명이 죽고 4명만 결투장에 남았다.

그 4명 중에는 구슬로 인해 거인이 된 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전히 그 거인은 의기양양했다.

자신이 최후의 승자가 될 거라 확신하는 듯 큭큭 거리며 거칠게 무기를 휘둘렀다.

그래서 다들 도망치기 바빴지만, 로안은 지금처럼 거인이 3명쯤 죽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때가 됐다.

“잠깐! 우리끼리 승부를 보기 전에 먼저 저 거인부터 공격해 없애는 게 어때?”

로안이 대뜸 소리쳤다.

“음, 그래.”

“맞아. 좋은 생각이네.”

다른 둘이 기다렸다는 듯 끄덕였다.

그들 역시 구슬로 인해 힘을 얻은 거인이 거슬리긴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자 거인이 흠칫했다.

“야비한 녀석들! 한꺼번에 덤빈다고 날 이길 것 같아?”

야비하긴 하지.

그래도 패배하는 것보다는 낫다.

[당신의 경기 방식에 트렐라가 흡족해합니다.]

‘오!’

전투의 여신이 이런 관심을 보여주다니.

하긴 관람객 입장에서는 지루한 것보다야 야비하더라도 흥미롭게 싸우는 자가 마음에 들 것이다.

“이 야비한 놈! 일단 먼저 너부터 죽여주마.”

그때 거인이 로안을 향해 달려왔다.

그러나 로안은 잽싸게 피하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속도는 별 차이가 없어.’

거인이 다른 참여자를 공격할 때 이미 파악해둔 상태다.

그래서 빠른 이속을 이용해 거리를 유지한다면 쉽게 따라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로안이 시선을 끄는 사이 다른 두 참여자가 거인의 후면을 공격했다.

이에 격분한 거인이 방향을 돌려 그들을 공격하려 하면 로안이 잽싸게 돌진해 거인의 몸을 후려갈겼다.

퍼억!

그리고 다시 도주.

그게 반복되자 결국 거인이 한계를 느꼈는지 신경질을 내며 외쳤다.

“너희들 언제까지 비열하게 싸울 셈인가? 나 네르나스다!”

네르나스였나? 어쩐지.

그녀가 본색을 드러냈다.

거인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모두를 압박한 것이다.

그 순간 로안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체를 몰랐을 때는 몰랐다는 변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네르나스가 자신이 네르나스라는 걸 밝혔는데도 그녀를 공격하면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하지만 고인물 앞에서 그런 잔머리는 통하지 않는다.

로안은 대뜸 화난 음성으로 소리쳤다.

“네르나스는 나다. 감히 누가 나를 사칭하는 거지?”

그러자 거인이 기막혀하는 표정으로 로안을 노려봤다.

“누구니 넌? 죽고 싶으냐?”

“흥!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로안은 짐짓 분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여기서 나를 사칭할 만한 녀석은 아마도 인간 놈 뿐이겠지. 드래곤들이나 케르베로스가 날 사칭할 리는 없을 테니까.”

“뭐, 뭐라?”

“다들 뭐하고 있나? 인간 놈이 우승할 경우 우리들은 생피를 내줘야 한다. 그런 수치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당장 저 인간 놈을 공격해라.”

그러자 다른 둘이 끄덕였다.

“응, 언니.”

“저 거인 놈이 청금석 왕뱀 놈이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드.”

말투를 보니 하나는 빙룡, 다른 하나는 케르베로스다. 청금석 왕뱀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용케 아직까지 케르베로스가 살아있었던 것이다.

빙룡과 케르베로스는 즉각 네르나스를 미친 듯 공격했다.

퍽! 퍼퍽!

그렇게 네르나스와 빙룡, 케르베로스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로안도 가세했다.

[당신의 경기 방식에 트렐라가 매우 흡족해합니다.]

트렐라가 또 칭찬을!

그래. 경기란 이렇게 하는 거다.

관람객을 생각해야지.

“으! 언니, 난 여기까지야. 뒤를 부탁해······.”

그때 빙룡이 먼저 쓰러졌다.

그만큼 거인이 된 네르나스는 강했다.

그러나 다굴 앞에서는 역시 장사가 없다.

케르베로스가 날린 막타에 네르나스도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케르베로스 네가 감히······!”

네르나스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케르베로스와 로안을 번갈아 노려보다가 사라졌다.

“큭큭! 이로써 인간 놈은 확실히 때려잡았습니다, 로드.”

“그래. 수고 많았다.”

케르베로스가 로안 앞에 다가오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이제 절 죽이십시오, 로드. 우승은 로드의 것입니다.”

“좋아. 나의 충성스러운 부하답구나.”

로안은 사양하지 않고 녀석을 회합의 검으로 내리쳤다.

퍽! 퍽!

“으아아악!”

그렇게 케르베로스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당신은 최후의 생존자입니다.]

[당신은 용들의 회합에서 열린 대학살의 전장에서 우승했습니다.]

[전장에서 나갑니다.]

스스스.

곧바로 환한 빛과 함께 로안은 전장을 빠져나왔다.

동시에 들리는 신비하고 웅장한 음성.

[나 트렐라가 말하노라!]

[나는 대학살의 전장에서 열린 그대들의 경기를 매우 즐겁게 지켜보았다.]

[특별히 내가 관람한 경기였던 만큼 우승자가 원하는 조건은 나의 권능으로 직접 보장토록 하겠다.]

트렐라의 음성은 거기서 끝이났다.

그리고 나서 연이어 들려오는 알림들이 대박이었다.

[전투의 여신 트렐라가 특별한 가호를 펼칩니다.]

[이후 로안은 파멸의 용 네르나스가 펼친 모든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이후 로안은 풍룡 엘카리나가 펼친 모든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이후 로안은 흑룡 베라가······]

······

······

[이후 로안은 빙룡 아그너스가 펼친 모든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이후 빙룡 아그너스는 로안이 펼친 모든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애초 정한 조건대로다.

드래곤들과 케르베로스는 로안을 공격할 수 없고, 로안은 그중 아그너스만을 공격하지 못한다.

‘후! 이제 용들에게 죽을 일은 없구나.’

그때 네르나스를 비롯한 드래곤들과 케르베로스가 맥빠진 표정으로 서있는 모습이 로안의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또 들리는 알림.

[트렐라가 당신에게 용의 피를 담는 빈병 5개를 하사합니다.]

[트렐라가 당신에게 고대 신비의 혈액채취도구를 하사합니다.]

‘오오!’

그렇지 않아도 용들의 피를 어디에 담을까 고민 중이었는데.

아무데나 담을 경우 용의 피가 가진 신비한 능력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퀘스트로 받은 건 1병 뿐.

5병이 더 필요했는데 트렐라가 알아서 챙겨준 것이다.

거기에 혈액채취도구까지!

[고대 신비의 혈액채취도구]

-분류 : 도구

-등급 : 신화

-내구 : 6/6

-설명 : 용과 같은 신비한 존재의 혈액을 정확히 100ml만큼 채취하는 도구이다. 이 도구를 사용해 채취한 혈액은 효능이 더욱 뛰어나다. 혈액을 한 번 채취시마다 내구도가 1 소모된다.

칠색 광채가 빛나고 있지만 모양은 딱 피뽑는 용도의 큰 주사기다.

‘트렐라가 원래 이렇게 상냥한 여신이 아닌데.’

로안은 왠지 당황스럽기도 했다.

친밀도를 올리기 가장 까다로운 존재인 트렐라가 이렇게 이것저것 챙겨주는 경우는 게임에서도 없었으니까.

‘모르겠다. 아무튼 주는 거니 잘 받자.’

확실한 건 트렐라와 친해져서 손해볼 건 없다는 거다.

“여러 가지 배려 정말 감사합니다, 트렐라 님.”

혹시 몰라 로안은 큰소리로 트렐라에게 감사의 말도 했다.

그런 그를 네르나스 등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멘붕 상태.

지금 드래곤들의 표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용어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리라.

“자, 그럼 한 분씩 돌아가며 피를 뽑도록 하겠습니다. 협조 부탁합니다.”

로안은 고대의 신비한 혈액채취도구를 들고 말했다.

그러자 네르나스 등이 움찔했다.

용들도 주사기는 무서워하는 모양이다.

“먼저 네르나스 님부터.”

로안은 그녀의 앞에 다가가 사무적인 음성으로 말했다.

네르나스가 힘없이 팔을 내밀었다.

“뽑아.”

뭔가 불쌍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동정심은 금물이다.

로안은 네르나스의 팔을 슥 잡은 후 고대의 신비한 혈액채취도구를 팍 꽂았다.

그러자 곧바로 들리는 알림.

[파멸의 용 네르나스의 혈액 채취를 시작합니다.]

쭈우우욱!

[100ml 채취에 성공했습니다.]

[파멸의 용 네르나스의 피(신화)를 얻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로안이 가지고 있는 용의 피를 담는 빈병에 저절로 네르나스의 피가 채워지며 주사위는 깨끗하게 변했다.

‘이거 아주 편하네.’

로안은 흐뭇하게 웃고는 이번에는 풍룡 엘카리나의 앞에 섰다.

“피뽑겠습니다. 팔 내밀어주세요.”

“그래.”

여전히 혼이 나간 표정으로 서있는 엘카리나도 저항없이 팔을 내줬다.

[풍룡 엘카리나의 피(신화)를 얻었습니다.]

[흑룡 베라의 피(신화)를 얻었습니다.]

[적룡 카루어스의 피(신화)를 얻었습니다.]

[빙룡 아그너스의 피(신화)를 얻었습니다.]

이로써 용의 피 5병 확보.

이제 고대의 신비한 혈액채취도구의 내구도는 1 남았다.

빈병도 한 개.

로안은 케르베로스의 앞으로 갔다.

그러자 오우거 형상의 케르베로스가 로안을 향해 먼저 굵은 팔뚝을 내밀었다.

“뽑아라.”

순간 로안이 싸늘히 웃으며 말했다.

“개 피는 됐고.”

“뭐라는 거냐, 인간 놈!”

케르베로스! 너 개잖아.

용들 사이에 있으니 지가 용인줄 아나보다.

“용 피 내놓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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