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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으로 독존한다-142화 (142/240)

초대형 균열의 핵 보유 영지의 위상 (3)

[세 번째 빛]

-분류 : 메인 임무

-내용 : 이미 도래한 짙은 어둠과 맞설 일곱 개의 빛 중 하나인 데랄쿠를 어둠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라. 이번의 시련을 통해 데랄쿠는 빛으로서의 운명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보상 : 신령한 빛의 조각 - 균열 방어

-추가 보상 : 대량의 경험치, 카보네스의 가호

‘역시나 데랄쿠였나?’

로안이 이미 예상했던 대로 용사 설정에도 변동이 생겨났다.

그러나 데랄쿠의 약혼녀 카라야를 구하는 임무가 카보네스의 선행임무로 생성됐을 때 이미 짐작했던 바다.

‘데라쿠를 어둠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라는 걸 보니 이 녀석 또 뭔가 위험에 처해있는 게 분명해.’

로안은 한숨이 나왔다.

다들 알아서 척척 좀 용사가 되어주면 편한데 항상 이런 식이다.

‘데라쿠! 그 녀석 약골이긴 하지.’

또 어디서 누구에게 쳐맞고 있는 거냐?

말해라.

이 형이 구하러 갈 테니.

어디냐고?

‘관련 퀘스트가 떠줘야 위치를 알 텐데.’

아무튼 이번 임무를 통해 용사 한 명을 더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이번 임무의 보상이야말로 로안에게는 매우 필요한 것이다.

〈신령한 빛의 조각 - 균열 방어〉

신화 등급 아이템이다.

‘이게 있으면 용사가 아니어도 악마가 날리는 균열을 막을 수 있지.’

초대형 균열의 핵 보유 영지라는 뻥카가 언제까지 통할지 알 수 없는 일.

설령 초대형 균열의 핵을 몇 개 구한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악마들 중 일부는 위기에 몰리면 같이 죽자는 식으로 균열을 날려댈 수도 있으니까.

더구나 그 균열이 소형이나 중형 정도가 아닌 대형이나 초대형이라면?

말 그대로 핵전쟁으로 인류가 공멸하는 것과 같은 끔찍한 참상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균열 방어 아이템을 구해두면 안심이야.’

단순히 악마들이 균열의 핵을 통해 날리는 것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균열도 방어가 가능하다.

그때는 라고스 영지는 대륙 전체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영주님을 뵈어요.”

메인 임무를 수락한 후 생각에 잠겨 있는 로안을 향해 누군가 와서 조심스레 인사했다.

귀엽고 예쁘장한 외모의 리자드맨.

다름아닌 데랄쿠의 약혼녀 카라야였다.

“너구나. 아무래도 여기서 지내기 불편하지?”

“아니오. 언니가 잘 챙겨줘서 너무 편해요.”

“언니?”

“네. 덩치 큰 바바리안 언니요.”

세리나를 말하는 모양이다.

하여간 요 귀엽게 생긴 리자드맨은 붙임성도 좋다.

‘얘 이러다 친해지면 나에게 오빠라고 하는 거 아니야?’

왠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 나에게 무슨 볼일이지?”

“이 반지 때문이에요.”

카라야는 예쁜 보석 반지 하나를 보여줬다.

“근데? 그게 왜?”

“이거 데랄쿠 왕자님과 쌍으로 맞춘 거거든요.”

“커플링이라 이거냐?”

“그게 뭔데요?”

“아무튼 그런 게 있어. 자랑하는 게 아니라면 왜 그걸 보여주는 거지?”

“이 반지를 만든 주술사가 말했어요. 둘 중 하나가 아주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다른 이의 반지에 빛이 들어온다고요. 근데 지금 이 반지를 자세히 보면 미세한 빛이 나와요.”

“어? 정말이구나.”

“이 빛은 데랄쿠 왕자님의 반지와 연결되어 있어요.”

“잠깐! 혹시 그 빛을 따라가면 데랄쿠가 있는 곳이 나오는 거냐?”

카라야가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며 끄덕였다.

“네, 맞아요. 데랄쿠 왕자님을 빨리 구해야 해요.”

“알았으니 울지마. 그렇지 않아도 그 녀석을 찾으러 가려던 중이었어.”

“정말인가요?”

“정말이다.”

그러고 보면 여신 카보네스의 선행임무가 공연히 카라야를 구하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카라야가 있어야 데랄쿠를 찾을 수 있도록 미리 안배되어 있었던 것이다.

“몇 가지 급한 일만 처리하고 바로 출발할 테니 성에 대기하고 있어.”

“네, 영주님.”

* * *

미티언 영지.

데클러가 돌아오자 알레노그 자작은 즉각 그를 불러 물었다.

“어찌 되었느냐, 데클러.”

“로드의 뜻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로안 자작이 선물을 잘 받았다며 기뻐했습니다.”

“후! 그거 다행이구나. 혹시 내게 안 좋은 감정 같은 건 없더냐?”

“예, 로드. 제가 잘 설명했습니다. 로드께서 비록 멜더 후작의 후광을 입고 계시지만 그와 뜻을 같이 하는 건 아니라고 했지요.”

“잘했다.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지. 친사르곤파니 뭐니 나는 관심없어.”

“친한파건 중립파건 중요한 건 우리의 생존 아니겠습니까?”

“물론이다. 역시 데클러 너는 나의 심복이라 할 수 있구나.”

알레노그 자작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는 데클러의 표정이 굳어 있는 걸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네 표정을 보니 염탐에 실패한 것이냐?”

“아니, 그 반대입니다.”

“반대라고?”

“염탐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믿기 힘들지만 라고스 영지에는 초대형 균열의 핵이 10개나 있었습니다.”

“지금 10개라 했느냐?”

“확실합니다. 이미 배치가 완료되었다고 하는 걸 보면 언제든 그걸 쏘아보낼 수 있는 듯합니다.”

데클러는 로안의 집무실에서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순간 알레노그 자작의 표정은 거의 패닉 상태로 변해 있었다.

“그, 그렇다면 큰일 아니냐?”

“이미 우리가 적이 아니라고 말하고 선물까지 바쳤는데 무슨 큰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해. 선물을 좀 더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 선물을 좀 더 보내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친분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저에게 맡겨주시면 그렇게 추진해보겠습니다.”

“알았다. 그 일은 네게 맡기마.”

알레노그 자작은 사람을 만나는 걸 잘 못한다.

워낙 소심할 뿐 아니라 말주변도 없어서다.

지금처럼 영지에 웅크리고 앉아 대외적인 관계도 데클러에게 맡기고 있을 뿐이다.

“어서 멜더 후작님께도 네가 알아낸 걸 보고해라. 그래야 추궁이 없을 것이다.”

“예, 로드.”

데클러는 즉각 마법 통신을 보냈다.

* * *

라고스 영지에 대한 데클러의 염탐 보고는 멜더 후작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는 즉각 그 사실을 사르곤 제국 쪽으로 알렸다.

암부(暗部)의 수장인 마현자 엘레토르에게 그 정보가 들어오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쳤군.’

엘레토르는 도저히 그 보고를 믿을 수 없었다.

라고스 영지에 초대형 균열의 핵 10개가 배치되어 있다니!

여기서 배치라는 말은 발사 직전의 상태로 대기시켜놓았음을 의미한다.

모든 커맨드의 마지막 단계까지 진행시킨 후 최종 목적지를 지정하는 것만 남아있다는 뜻.

‘아니, 어쩌면 그놈이라면 이미 목적지까지 지정해 놓았겠지.’

당연히 그중의 하나는 사르곤 제국의 황도(皇都)일 것이다.

또한 사르곤 제국의 주요 군사 기지가 있는 대영지들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초대형 균열 10개가 동시에 날아와 황도를 비롯해 주요 군사 기지를 모두 박살낸다면?

사르곤 제국이 아무리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으로 패망이다.

그 즉시 한 제국에 병합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재기불능!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봐도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한 개 아니면, 정말 많이 잡아도 두 개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10개라니.

‘그놈이 있지도 않은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허세가 아닐 가능성도 높았다.

‘최소 한 개가 더 있는 건 분명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초대형 균열의 핵이 단 1개뿐이라면, 상대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지점을 공략하는 게 맞다.

즉, 제티스 영지가 아닌 황도로 날리는 게 맞는 것이다.

‘그러나 놈은 보란 듯 제티스 영지에 그걸 날렸어.’

그말은 곧 황도를 향해 날릴 여분이 있다는 얘기다.

두 번 다시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말이다.

‘이 또한 그놈의 잔머리라면?’

엘레토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떻게 보면 뻔히 보이는 수작처럼 느껴졌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10개는 절대 아니야.’

악마인 그녀이기에 잘 알고 있다.

초대형 균열의 핵은 단 1개도 구하기가 극히 어려운데 10개는 말이 되지 않으니까.

로안이 아무리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어도 불가능한 일.

‘하지만 최소 한 개 이상 존재하는 건 분명해. 어쩌면 서너 개 정도까지도.’

그녀는 중형 균열의 핵을 꺼내 만지작거리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걸 그곳에 쓰지 않길 잘했구나.’

썼다면 이미 그녀가 있던 곳은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즉각 황궁으로 들어가 황제를 알현했다.

“어서오라, 엘레토르 후작.”

“긴급히 건의코자 할 것이 있나이다, 폐하.”

“말해보라.”

“제국에 있는 대부분의 주요 군사 기지를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 안으로 조속히 이전해야 합니다.”

그러자 대신들 중 하나가 항변했다.

“그 무슨 황당한 말씀이시오, 엘레토르 후작? 대전장이 아무리 카오니아 대륙 못지 않은 방대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한들 위험한 던전의 하나일 뿐이오. 그런 곳에 기지를 이전하면 하루라도 마음이 편할 일이 있겠소?”

황제 또한 의아한 표정이었다.

“짐의 생각 또한 그러하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인가?”

“라고스 영지에 초대형 균열의 핵 10개가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살펴본 바 10개는 아니지만 서너 개 이상은 족히 있는 것으로 추측되옵니다.”

순간 황궁의 대전이 조용해졌다.

그것은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사실이었으니까.

“그게 정말인가, 엘레토르 후작?”

황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제가 무슨 이익이 있어 폐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제티스 영지에서 벌어진 대재앙이 제국의 다른 곳에서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신은 군사 기지뿐 아니라 황도 또한 천도해야 마땅하다 여기옵니다.”

균열의 핵은 대전장에서는 쓸 수 없다.

초대형 균열의 핵이라고 해도 대전장 안에서는 그냥 돌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엘레토르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천도를 해야 한다니.

“황궁까지 이전하라는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낮다 보지만 혹여라도 광룡이 황도에 나타날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로안은 실로 간교하기 이를데 없어 그것을 빌미로 폐하를 협박하려 할 것입니다. 미리 대비해두지 않을 경우 심히 굴욕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비해둔다면 오히려 그놈의 영지로 우리가 준비해둔 균열들을 대규모로 날릴 수 있죠.”

엘레토르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대전장이 위험한 곳이라 하나 많은 병력이 있으면 가장 안전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부활이 가능한 이점이 존재합니다. 이곳 카오니아 대륙과 통하는 게이트만 철저히 봉쇄하여 통제한다면 폐하께서는 카오니아 대륙뿐 아니라 대전장까지 지배하게 되실 것입니다.”

황제의 눈이 커졌다.

“짐이 대전장을 지배한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대전장을 지배하는 자가 카오니아 대륙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엘레토르의 뜻은 대전장에 또 하나의 사르곤 제국을 만들자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나 과연 실현이 가능한 계획인 것인가?”

“당연히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닙니다. 막대한 시간과 코인이 소모될 터라 한시라도 빨리 추진해야 합니다.”

황제는 고심했다.

제국 최고의 현자 엘레토르의 입에서 나온 것인만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었으니까.

그러나 겉으로만 고심하는 것처럼 보일 뿐 그의 내심은 느긋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구나, 엘레토르. 로안이라는 놈이 초대형 균열을 가지고 있다 하니 요즘 도통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지.」

「폐하께서 친히 거점을 활용하실 수 있으실 것이니 흥미로운 일도 많을 것입니다.」

「물론이야. 나 또한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오나 대신들이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니 좀 더 설득해 보겠습니다.」

「아니, 되었다. 내가 곧 결론을 내리도록 하지. 대전장으로 간다니 나 또한 매우 설레어서 말이야.」

「예, 폐하.」

황제 또한 악마 각성자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엘레토르를 비롯한 극소수였다

“모두 들으라. 짐은 대전장으로 제국의 영토를 확장할 생각이다. 그곳은 또 하나의 사르곤 제국이 될 것이다.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될 것이며, 그에 관한 모든 전권을 엘레토르 후작에게 일임할 것이니 대신들은 모두 그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라.”

“폐하의 명을 받드옵니다.”

* * *

한편 그 시각 디온 성.

로안의 집무실에 메르벨이 찾아왔다.

“로드, 건의할 것이 있습니다.”

“또 뭐냐?”

로안은 메르벨의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보고 녀석이 뭔가 또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음을 간파했다.

“지금쯤 이곳에 초대형 균열의 핵 10개가 있다는 첩보가 사르곤 제국까지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1개라면 몰라도 무려 10개입니다. 사르곤 제국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입니다.”

“협박이라도 하자는 거냐?”

“바로 그겁니다. 가만 있으면 오히려 이쪽에서 속인 게 들통날 것입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도박판에서 기왕 뻥카를 쳤으면 판돈도 적극적으로 올려 밀어붙여야 적들이 알아서 게임을 포기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소극적으로 나가면 뻥카라는 걸 의심받게 된다.

“로드! 지금 광장 마법진 위에 베안트 공작님과 마쿠스 공작님이 오셨습니다!”

그때 닐스가 다급히 집무실로 들어와 말했다.

레온 왕국 최강의 실세 두 명이 동시에 이곳에 오다니.

“드디어 왔군요. 저는 그들이 왜 안 오나 했습니다.”

메르벨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로안도 대충 무엇 때문일지 짐작했다.

그는 일어나 집무실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두 분이 다 여기에 오셨다고?”

“예.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

그말대로였다.

마쿠스 공작과 베안트 공작이 일단의 무리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로 헤로스 백작과 마법사 플로리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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