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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으로 독존한다-129화 (129/240)

뜻밖의 임무 (2)

호색한이자 음적으로 유명한 리자드맨 난봉꾼 투라스.

로안이 내린 악마 크루스의 저주는 그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고자 5634일〉

고자가 된 것도 모자라 이 타이틀을 쓰고 앞으로 5,634일을 살아야 한다.

15년 5개월이 넘는 기간.

차라리 죽느니만 치욕적인 삶이리라.

그런데 한 가닥 희망이 있었다.

그 저주를 풀 물약이 눈 앞에 있었으니까.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냐?”

당연히 투라스는 로안을 향해 애걸복걸했다.

“그 물약만 내게 준다면 뭐든 시키는 대로 하마.”

그러자 로안은 물약을 아공간에 입고 시키며 말했다.

“네가 납치한 카라야를 라고스 영지로 데려와라. 그럼 이 물약을 주지.”

“카라야를 네놈이 어떻게?”

투라스는 삼왕자 데랄쿠의 약혼녀 카라야를 로안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뜻밖이었다.

그러나 저주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그깟 카라야는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카라야가 탐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고자 상태로는 그녀를 움켜쥐고 있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었는 일.

“단지 그것뿐이냐? 정말로 카라야만 네게 데려다주면 되느냐?”

“그래. 그것뿐이다. 그러니 저주를 풀고 싶으면 카라야를 라고스 영지로 데려와. 물론 소란스럽지 않게 말이야.”

투라스는 로안이 뭔가 더 엄청난 것을 요구할 줄 알았다.

그 자신의 목숨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을 요구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고작 데랄쿠의 약혼녀를 데려오라니.

투라스는 키득 웃었다.

“큭! 그러고 보니 인간 놈이 아주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구나. 하긴 나도 이해는 한다만.”

“뭘 이해한다는 거냐?”

로안은 어이가 없었다.

‘이놈이 나를 자신과 같은 부류로 보고 있네.’

그러나 그러건 말건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카보네스의 선행임무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로안이 직접 사브라 왕국까지 가서 카라야를 데려오는 건 매우 번거로운 일.

지금처럼 투라스를 협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이놈이라면 고자의 저주를 풀려고 목숨을 걸겠지.’

곧바로 로안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됐으니 이만 가봐라.”

“잠깐! 하지만 내가 네놈의 말을 뭘로 믿을 수 있느냐?”

투라스가 로안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보장이 필요하다.”

“보장이라고?”

“내가 카라야를 데려다준 이후에 네놈이 순순히 그 약을 내게 준다는 보장 말이다.”

“그게 없으면 안하겠다?”

“큭! 물론이다. 내가 네놈에게 이용만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

결론적으로 호구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투라스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올만 했다.

로안이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로안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저런 비열한 놈은 비열하게 상대해주는 게 답이지.’

그러나 역시나 비열한 녀석답게 이런 상황조차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분명 약속을 지킨다고 말했는데 그걸 못 믿겠다는 건가?”

“큭! 악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나를 순진한 놈으로 보지마라.”

죽더라도 배짱을 부려보겠다는 뜻.

로안은 생각같아서는 투라스의 저주 기간을 지금보다 몇 배 늘린 후 쫓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러면 내가 너무 귀찮아진다.’

일단은 투라스를 안심시켜서 순순히 카라야를 데려오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악마 모드 설명을 보니 퀘스트 생성 비슷한 것도 있었는데.’

로안은 설명 창을 쭉 다시 살펴봤다.

〈악마 모드에서는 지정한 대상에게 보상과 임무를 부여할 수 있음. 악마 코인 소모.〉

‘맞아. 바로 이거야.’

곧바로 로안은 하부 메뉴인 [임무 생성] 커맨드를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알림이 들려왔다.

[먼저 임무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고자의 저주를 풀고 싶다면.’

[임무의 이름이 〈고자의 저주를 풀고 싶다면〉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로안이 머리로 떠올리기만 했지만 즉각 반영되었다.

[다음으로 임무의 조건을 정해주세요.]

‘데랄쿠의 약혼녀 카라야를 라고스 영지로 무사히 데려와 나에게 인계한다. 기한은 한 달.’

기왕 퀘스트로 만드는 것이니 세부 조건도 좀 더 상세히 떠올렸다.

[임무의 조건이 결정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임무의 기본 보상을 정해주세요.]

‘고자 해제 물약 1병.’

[기본 보상으로 〈고자 해제 물약〉 1병이 등록되었습니다.]

[당신의 아공간에서 고자 해제 물약 1병이 사라집니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보상을 미리 가져가버렸다.

이제 로안이 직접 내주지 않아도 투라스가 임무 조건을 무사히 달성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보상을 내주게 될 것이다.

‘이런 건 편하네.’

임무 생성은 생각보다 유용한 방법이었다.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뭔가를 시켜먹을 때 특히 말이다.

[마지막으로 추가 보상을 정해주세요.]

[추가 보상은 〈코인〉, 〈아이템〉, 〈랜덤〉이 있습니다.]

[당신의 보유 코인 한도내에서 〈코인〉을 보상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아공간에 있는 〈아이템〉들 중에서 보상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랜덤〉은 악마 100코인을 소모하면 행운에 따라 보상이 무작위로 지정됩니다.]

‘이놈에게 추가 보상까지 줄 필요가 있나?’

고자에게 고자의 저주를 푸른 것 외에 뭐가 필요할까?

그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퀘스트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 추가 보상도 등록해보기로 했다.

‘랜덤이라는 것도 있군.’

코인과 아이템은 로안이 소유 중인 것의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랜덤은 악마 100코인만 소모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보상을 랜덤으로 생성시켜준다는 뜻.

랜덤이니 쓰레기 잡템이 나올 수도 있지만, 운빨이 좋으면 쓸만한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추가보상은 랜덤으로 결정합니다.’

과연 뭐가 나올지 궁금하기도 해서 한 번 시도해봤다.

[악마 100코인이 소모됩니다.]

[랜덤 보상으로 악몽의 스피어(Lv60, 신화)와 대량의 경험치가 결정되었습니다.]

‘아니?’

로안은 깜짝 놀랐다.

60레벨 악몽템!

게다가 대량의 경험치라니!

이거 실화인가?

‘미쳤군. 이건 내가 못 챙기나?’

아쉽게도 그런 선택지는 없었다.

여기서 임무 생성을 취소하던가 아니면 그냥 진행하는 것 외에는.

‘저놈 완전 대박 터졌네.’

물론 그래봤자 잠시의 기쁨이겠지만.

‘일단 임무를 시켜야 하니 줄 건 주고.’

배부른 돼지를 잡아먹는 건 그 다음의 일이다.

【임무 : 고자의 저주를 풀고 싶다면】

-내용 : 데랄쿠의 약혼녀 카라야를 무사히 라고스 영지의 영주 로안에게 데려와 인계한다.

-임무 기한 : 30일 이내

-기본 보상 : 고자 해제 물약 1병

-추가 보상 : 악몽의 스피어(Lv60, 신화), 대량의 경험치

-임무 수락 후 실패 시 : 임무 수락자에게 악마 크루스의 저주 랜덤 발동

[임무 생성 비용은 악마 500 코인입니다.]

마지막으로 종합 정리된 창이 나타났다.

‘실패 시 페널티도 나와 있네.’

이거야 로안으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그래야 페널티가 무서워서라도 무조건 임무를 최대한 빨리 수행하려 할 테니까.

[이대로 임무를 생성하시겠습니까?]

[대상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면 당신은 투자한 악마 코인을 회수할 수 있으며, 랜덤으로 경험치의 획득 및 악마 코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상의 임무 실패 시 당신이 투자한 악마 코인은 회수가 불가능하며, 랜덤으로 악마 크루스의 저주 및 악마 코인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오! 악마 코인은 회수가 가능하다.

심지어 운 좋으면 추가로 더 들어오기도 한단다.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경험치까지.

‘하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손해도 상당하네.’

즉,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어차피 코인이야 남아도는 상황이니 상관없지만 악마 크루스의 저주까지 발동한다니 문제다.

‘그놈의 저주라면 뻔하지.’

즉, 자칫하면 로안도 고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고자 해제 물약을 잔뜩 만들어두길 잘했군.’

어쨌든 망설일 일이 아니다.

‘임무를 생성합니다.’

그러자 투라스에게 알림이 떴다.

[라고스 영지의 영주 로안이 악마 크루스의 힘으로 당신에게 임무를 부여합니다.]

그와 함께 임무의 조건과 보상이 환영처럼 창으로 떴다.

“쿠오오오!”

순간 투라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얼마나 놀랐는지 놈은 포효까지 날렸다.

“당장 한다! 무조건 하겠다!”

고자의 저주를 풀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신화 등급 창에 대량의 경험치까지!

임무로 생성된 이상 조건만 달성하면 보상은 무조건 받게 된다.

기한이 한 달이지만 며칠이면 충분하다.

아니 서두른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가능할 것이다.

이곳 대전장의 게이트들을 통하면 라고스 영지는 금방이니까.

‘크크, 그깟 년 하나 데려다 주고 신화 등급 무기까지 얻을 수 있다니 꿈만 같구나.’

그러고 보면 호구는 따로 있었다.

‘크크, 저놈 악마라서 겁냈는데 호구였군.’

즉, 그가 볼 때는 로안이야 말로 진정한 호구가 따로 없었다.

[임무 실패 시 당신은 악마 크루스의 저주를 받게 됩니다.]

[그래도 수락하시겠습니까?]

“물론이다! 크카카카!”

그렇게 투라스는 로안이 생성한 임무를 기꺼이 받았다.

* * *

리자드맨 투라스가 멀리 사라지자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몰캉이가 로안을 향해 다가왔다.

녀석의 등에는 아이린과 시어드가 타고 있었다.

로안도 몰캉이 위에 올랐다.

“그럼 가까운 미궁 유적부터 돌겠습니다.”

“네.”

아이린과 함께 유적을 돌아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용사인 그녀의 능력을 높여서 자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헤로스 정도로만 강해져도 그때부터는 아이린이 알아서 스스로의 경지를 높여가게 될 테니까.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그것은 바로 성수 때문이었다.

[파티원 아이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헤나의 성수를 얻었습니다.]

[전설 펫 전용 맛있는 사료를 얻었습니다.]

여신 헤나의 배려로 생겨난 선행임무.

로안과 파티 상태에서 아이린의 레벨 오를 때마다 로안에게 성수와 펫 사료가 보상으로 들어온다.

성수는 권능을 10 회복할 수 있는 귀한 아이템이니 로안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일 뿐.

로안이 유적에 온 건 그 자신의 레벨을 올리기 위함이다.

스케줄이나 루트도 당연히 로안 그 자신을 위해 짜놓았다.

아이린과 시어드는 그냥 거기에 숟가락 하나를 얹었을 뿐이다.

“로안 경! 아이템은 저희가 주울게요.”

“저의 보잘 것 없는 버프라도 받고 사냥하세요.”

그래도 그들은 뭐라도 보탬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아 로안은 끄덕였다.

“그러세요. 루팅은 두 분께 맡길게요.”

아이템 루팅이야 토실이가 훨씬 더 잘하는 터라 굳이 그들에게 맡길 필요는 없다.

그래도 아무 할 일 없이 뒤통수만 보며 따라오게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임무를 주는 게 낫다.

그런 와중에 그들 또한 드롭템의 공정한 배분과 같은 파티 매너도 터득하게 될 테니까.

[파티원 아이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헤나의 성수를 얻었습니다.]

[전설 펫 전용 맛있는 사료를 얻었습니다.]

[파티원 시어드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미궁 유적은 꽤 넓을 뿐 아니라 곳곳에 파티형 괴물들이 우글거리고 있어서 저렙들 버스 태워주기는 최적의 장소다.

더구나 로안은 미궁에 있는 모든 괴물들을 최단 시간에 싹쓸이 가능한 탑클래스 고인물.

[상급 마도객 로안의 파티]

-로안(Lv59/Lv51〈秘〉)(↑1〈秘〉)

-아이린(Lv30)(↑10)

-시어드(Lv36)(↑3)

덕분에 아이린과 시어드는 유적을 한 바퀴 돌고날자 그야말로 광렙을 할 수 있었다.

더구나 헤나 여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그들은 특별한 승급 아이템도 없이 레벨만 오르면 자동 승급이었다.

‘나도 1레벨 올랐네.’

로안에게는 저레벨 던전이지만 무려 두 가지나 되는 경험치 증가 버프가 적용되나 보니 가능한 일이다.

하나는 환생 버프 때문이고, 또 하나는 학살자의 탑 랭킹 1위 버프 효과 때문이다.

그 사이 펫들의 능력도 올랐다.

특히 유적의 괴물들을 포식한 몰캉이의 레벨 업이 눈부셨다.

Lv39 풀 경험치에 도달!

로안은 18,000 코인을 소모해 녀석을 승급시켰다.

[몰캉이가 40레벨이 되었습니다.]

[〈철갑〉이 Lv5가 되었습니다.]

[〈지상질주〉가 Lv5가 되었습니다.]

[〈마갑〉이 Lv3이 되었습니다.]

[몰캉이의 체력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몰캉이가 더 빨라졌고 또한 단단해졌다.

철갑Lv5과 마갑Lv3의 조화로 물리 공격이건 마법 공격이건 웬만한 수준으로는 녀석의 피부에 흠집을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제논이 Lv35가 되었습니다.]

[〈마뇌〉가 Lv7이 되었습니다.]

[제논의 지략이 더욱 뛰어나집니다.]

[〈마뇌(Lv7)로 인해 제논 소환 시 당신의 지력이 30 상승합니다.]

제논 덕분에 로안은 지력이 또 늘어났다.

전생에서는 게임을 할 때마다 골치를 썩였던 원수같은 녀석이 지금은 로안에게 이토록 보탬이 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럼 잠깐 쉬고 다른 곳에 이동하겠습니다.”

종일 괴물 사냥만 할 수는 없다.

로안도 인간인 이상 뭐라도 먹고 배를 채워야 한다.

펫들도 마찬가지다.

번쩍! 화아악―

그런데 로안이 쉰다고 하자 토실이가 몸에서 신비로운 녹색 빛을 뿜어냈다.

동시에 녀석이 주변을 돌아다니자 반경 10여 미터 정도에 푸른 풀밭이 생겨났다.

[토실이가 대지의 축복을 펼칩니다.]

[회복의 풀밭 지대가 생성되었습니다.]

녀석이 기특하게도 알아서 회복 지대를 만들어줬다.

“황무지에 풀밭이 생겨나다니 믿을 수 없군요. 향긋한 냄새가 너무 좋아요.”

“오오! 풀 향기를 맡기만 해도 피로가 풀립니다.”

아이린과 시어드가 탄성을 질렀다.

로안은 흐뭇하게 웃으며 토실이를 쓰다듬어주고는 아공간에서 큼직한 봉지 하나를 꺼냈다.

“밥먹자, 토실아.”

오늘 얻은 전설 펫 전용 맛있는 사료다.

토실이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

‘그릇에 주는 게 좋겠군.’

로안은 녀석이 먹기 좋게 아공간에서 널따란 그릇을 꺼내 사료를 부어줬다.

그러자 토실이 옆으로 어느새 애벌레가 된 몰캉이, 제논, 귀마, 슬라임 엘버까지 모여앉았다.

와작! 짭짭!

녀석들이 맛있게 사료 잔치를 벌이는 동안 로안도 아공간에서 음식을 꺼냈다.

아이린과 시어드도 각자의 식량을 아공간에서 꺼내 바닥에 늘어놓았다.

풀밭의 회복 효과와 더불어 음식을 먹으니 사냥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력붕멸도법 체화 100% 완료.]

[거력붕멸도법 9성을 성취했습니다.]

[당신은 도법이 일취월장했습니다.]

그때 마침 거력붕멸도법이 9성에 도달했다.

‘오! 드디어 9성이군.’

단계가 높을수록 수련 시간이 대폭 늘어나지만 틈틈이 휴식 시간에는 수련에 집중해 체화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요령이다.

[마지막 경지인 10성을 수련하겠습니까?]

[흥정에 의해 184,320코인이 소모됩니다.]

‘예.’

[거력붕멸도법 최종단계인 10성 및 제 3도식 파천붕멸(破天崩滅)의 수련에 돌입합니다.]

[성취도 10성 체화 진행 중 0%]

이것 역시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그럼 다른 유적을 찾아볼까?’

대전장에는 유적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대전장이 워낙 넓다보니 그 유적들을 발견하는 건 운이 좋아야 한다.

‘다행히 권성의 룬이 있어서 유적 추적이 가능해.’

예전에 토실이가 월드 보스인 흑암의 케르보로스에게 받아 온 『권성의 룬』.

이 신화 등급의 아이템은 권법과 관련된 비급이나 장비가 있는 유적이면 미니맵에 방향을 알려준다.

상당히 많은 유적에서 권법 비급이나 장비가 드롭되는 편이라 유적을 찾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물론 일정 반경 이내에 위치한 유적들에 한하지만 말이다.

대략 수십 킬로미터 이내.

가장 가까운 곳은 초록색, 좀 더 먼 곳은 파란색, 그보다 더 먼 곳은 붉은 색 방향이 표시된다.

‘아쉽게도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에는 유적이 한 개 뿐이네.’

미니맵에 떠 있는 초록색 점.

그건 바로 이곳 유적이었다.

여기서 권사 장비인 권갑이나 건틀릿 같은 것이 드롭되니 당연히 표시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움직여보자.’

몰캉이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보면 권성의 룬 탐지 범위내 나타나는 유적이 분명 있을 테니까.

“다른 유적을 찾아 이동할 테니 몰캉이 위로 올라가주세요.”

“네.”

토실이의 풀밭 덕분에 모두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토실이도 소진된 기운을 완전히 회복해 쌩쌩해 보였다.

특히 40레벨이 된 몰캉이의 본신은 더욱 크고 우람해졌다.

승차감 아니, 승펫감도 아주 훌륭했다.

‘푹신하면서도 안정적이야.’

경차를 타다가 중대형차를 탄 듯한 안정감이랄까?

속도가 훨씬 빠른데도 말이다.

몰캉이가 이렇게 쓸만한 펫이 될 거라고 처음엔 상상도 못했다.

징그러운 애벌레라며 괄시하기도 했는데.

‘이 녀석 정말 잘 컸어.’

확실히 펫은 키우는 재미가 있는 듯하다.

“몰캉아, 이쪽으로 가보자!”

스스스―

로안은 왠지 유적이 있을 것 같은 곳으로 몰캉이의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미니맵을 살폈다.

‘어?’

드디어 붉은 색 방향 표시가 하나 잡혔다.

“좋아, 이쪽이다.”

대략 40km 정도만 가면 유적이 나올 것이다.

몰캉이의 속도로는 금방이리라.

‘이상한데?’

그런데 한참을 가도 여전히 붉은 색이었다.

‘30킬로는 온 것 같은데?’

그렇다면 방향 표시가 붉은 색에서 파랑색, 그리고 다시 초록색으로 색이 바뀌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여전히 붉은 색이라니?

‘설마 그럼?’

이런 경우의 유적은 한 종류뿐이다.

움직이는 유적!

유적이 한 곳에 있지 않고 이동한다는 뜻이다.

‘속도가 장난이 아니네.’

유적이 바람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니 쉽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속도를 높여봐, 몰캉아.”

순간 몰캉이가 공간을 워프하듯 팟팟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그러자 미니맵의 표시가 금세 붉은 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가 초록색이 되었다.

“오! 저기 있다!”

전방에 거대한 버섯 형상의 괴상한 유적이 뛰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더니 순식간에 멀어졌다.

“쫓아가, 몰캉아!”

몰캉이가 다시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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