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99화 (99/240)

고인물의 뒤끝 (1)

로안이 바위 거인의 마룡대도를 꺼내쥐자 주변을 포위한 사르곤 제국 병사들이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보기에도 엄청나게 무거워보이는 대도였다.

그것을 로안은 두 손도 아닌 한 손으로 쥔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으! 저거 두께 봐. 나 혼자서는 들지도 못하겠는데?’

‘자루에서 신비한 빛이 나는 걸 보니 전설 무기가 틀림없어.’

비로소 그들은 로안이 그저 무늬만 상급 마도객이 아님을 간파하고는 긴장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운좋게 가문의 후광을 이용해 레벨을 높인 철부지 귀족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 와서 보니 도무지 빈틈이 없었다.

그렇게 병사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며 제국군 대위 하라드 역시 표정을 굳혔다.

‘레벨 값을 하는 건가? 하지만 저놈은 혼자다.’

그리고 그는 제국군 상급 검술 교본을 7성까지 수련한 터였다.

무려 영웅 등급 검법이다.

따라서 그는 일대일로 싸워도 자신이 로안을 이길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3레벨 차이야 검술과 경험, 그리고 막강한 장비빨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리라 본 것이다.

그런데 로안은 그런 하라드의 내심을 훤히 읽었다.

그에게 독심술이 있는 건 아니다.

하라드가 워낙 당당하게 감정을 드러내고 있어 짐작이 가능한 것일 뿐이다.

‘역시나 사르곤 제국군 놈들은 게임과 다른 게 하나도 없군.’

그의 입가에 냉소가 피어났다.

저런 놈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주 잘 안다.

뒤끝 작렬!

뒤끝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그전에 일단 판부터 깔아놔야겠지.’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에 입장료와 생명보험비를 내고 들어온 각성자들간의 전투 중 사망 패널티는 일반 패널티와 조금 다르다.

사망 시 사라지는 경험치의 양이 대전장 던전의 괴물들에게 죽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또한 장비 역시 모조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랜덤하게 일부만 드롭된다.

물론 일부일 뿐 장비가 드롭되는 건 확실하다.

따라서 전투 중 상대에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잽싸게 장비를 탈착해 아공간으로 입고시킨 후 벌거숭이나 속옷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게 현명하다.

아공간에 있는 물건은 안전하니까.

‘게임의 설정이 그랬으니 여기서도 그렇겠지.’

그리고 이런 각성자들간의 전투에서는 상대를 죽여도 경험치나 코인 획득이 없다.

즉, 죽여봤자 이득을 보는 건 대상이 죽을 때 랜덤하게 드롭하는 장비나 등에 맨 배낭 속 아이템 외에는 없는 것이다.

‘죽여서 이득볼 게 별로 없으니 각성자들끼리 싸우지 말라는 것이 던전 창조자의 의도일 거야.’

그러나 게임에서도 그랬지만 각성자들은 자신의 직접적인 이득만을 위해 죽이는 게 아니다.

상대에게 패널티를 주기 위해 죽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가장 많은 케이스는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특정 유적 사냥터에서 나오는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죽이는 경우 말이다.

‘이런 게 꼭 나쁜 건 아니지.’

다시 말하지만 로안에게는 좋은 일이다.

대전장 던전에서 다툼이 많이 벌어질수록 로안의 수입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싸우기 전에 한 가지 제의를 하고 싶은데?”

“제의라고 하셨습니까?”

“별거 아니야. 이곳 대전장 던전 안에서의 일을 던전 밖으로 끌고 가지 않았으면 해서 말이지. 이런 걸로 시끄러워지는 건 꽤 귀찮은 일이거든.”

로안은 레온 왕국의 영주 중 하나다.

자칫 여기서의 전투가 사르곤 제국과 레온 왕국의 국가간 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터라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자 하라드가 큭큭 웃으며 말했다.

“그건 오히려 제가 부탁하려던 것이었습니다. 그럼 혹여 이후에 복수를 하더라도 이곳 대전장 던전 안에서만 하기로 약조하시겠습니까?”

“물론이야. 그대는 내가 바라는 걸 제대로 아는군.”

“크흣, 아주 훌륭합니다. 뜻하지 않은 일로 충돌하게 되었지만 새삼 남작님의 기개에 존경심이 드는군요.”

물론 빈말이었다.

하라드는 속으로 로안을 비웃었다.

사실 레온 왕국과의 충돌은 사르곤 제국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한(韓) 제국과 전쟁 중인 상황에 또 다른 국가와 전쟁을 벌이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온 왕국이 비록 약소국이라고는 하지만, 암흑마검사 마쿠스 공작과 같은 절대 강자가 존재해서 아르곤 왕국보다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즉, 여기서 공연히 충돌의 여지를 만들면 하라드는 상부의 문책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뜻밖이군. 그렇지 않아도 외교 문제로 비화될까봐 걱정했는데 말이야.’

바로 그 문제 때문에 하라드는 로안을 죽이기보다 그냥 망신만 주고 유적에서 쫓아버리는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로안이 이렇게 나와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대전장 안에서의 일은 대전장 안에서 해결본다는 합의만 이행되면 국가간 분쟁으로 확대될 일이 없으니까.

“모두 들었겠지? 저 레온 왕국의 남작 나으리께서 대전장에서의 일은 대전장에서 해결본다는 제의를 해오셨다. 물론 우리 제국군은 그에 응할 것이다.”

나중에 혹시라도 뒷말이 나올 때를 대비해 하라드는 큰 소리로 그 사실을 알렸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아르곤 왕국의 용병들과 각성자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이다.

“얘기가 길어지니 슬슬 지루해지는군. 누가 먼저 공격하겠나?”

그러자 하라드가 차갑게 웃으며 외쳤다.

“쳐라!”

순간 병사들이 로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창병과 검병, 궁병, 심지어 2명의 마법사까지 포함된 정예 부대다.

모두 각성자들로 구성되었고 평균 레벨은 30레벨.

단, 두 명의 마법사는 40레벨로 전투가 벌어지는 즉시 로안을 향해 속박 마법을 시전했다.

직접적인 공격 마법을 날리기보다 이런 식으로 로안의 움직임을 묶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상급 마도객 특유의 높은 마법방어력을 가진 로안이다.

거기에 권성 아르만의 기공법 기초편 3성과 오크 귀검사의 마룡경갑에 붙은 막강한 마법방어력도 있다.

저레벨 마법사들의 속박 마법은 그냥 스치는 바람처럼 소멸되어 버렸다.

휙! 휘휙!

그리고 곧장 그 두 마법사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걱! 촤악!

로안이 훌쩍 제국 병사들을 타고 넘어 마법사들에게 접근, 순식간에 그들의 목을 마룡대도로 갈라버린 것이다.

‘희귀 등급이지만 경공술도 익힌 몸이다. 이 정도는 껌이지.’

그렇게 가볍게 마법사들을 처치한 로안의 마룡대도는 이어서 궁병들의 가슴을 연이어 동강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한 방에 한 놈씩!

마룡대도가 번쩍일 때마다 제국군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렇다고 병사들이 멍하니 서 있던 건 아니다.

모두들 죽어라 스킬까지 펼쳐가며 로안을 공격했지만 단 하나도 적중하는 것이 없었을 뿐이다.

“제기랄! 비켜라. 내가 직접 상대한다.”

하라드가 자색빛으로 번쩍이는 검을 위로 쳐든 채 돌진했다.

본래 그는 부하들을 이용해 로안의 힘을 조금 빼놓으려 했는데, 오히려 몸풀 시간을 준 것처럼 되고 말았던 것이다.

“죽어랏!”

순식간에 로안의 지척에 접근한 하라드의 검이 짙은 광채를 발산한 채 전방을 사선으로 갈랐다.

가아아악!

육중한 무게의 중검이 날아들자 공간이 두 개로 쪼개지는 듯 착각이 일었다.

‘큭! 어디 받아봐라.’

맞받는 순간 검을 타고 뇌전(雷電)의 기운이 파고든다.

제국 상급 검술 교본 중에 있는 뇌격검(雷擊劍)의 초식이었다.

콰앙!

하라드의 예상대로 로안은 그것을 대도로 맞받았다.

두 개의 무기가 격돌하자 폭음이 일었고 로안이 뒤로 죽 밀려가며 신음을 토했다.

“크윽!”

로안은 상당한 대미지를 입은 듯 창백한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그것을 본 하라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달려가 미친 듯 검을 휘둘렀다.

‘뇌격검을 그대로 받아내다니! 역시 레벨만 높을뿐 실전을 제대로 해본적 없는 애송이였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로안이 계속 비틀거리며 간신히 그의 검을 받아내고 있었으니까.

“애처로울 지경이군요, 로안 남작님. 그러게 왜 진작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 조용히 유적을 양보하고 넘어갔으면 이런 망신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하라드는 로안을 비웃으며 더욱 몰아붙였다.

슬슬 짜증도 났다.

로안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치명적인 검격을 피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루하군요. 이제 그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뇌격검을 다시 펼쳐 로안의 숨통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가 동작을 크게 한 순간 마치 우연처럼 로안의 마룡대도가 앞으로 향했다.

촥!

슬쩍 스친 듯했지만 하라드의 왼쪽 가슴이 쩍 갈라졌다.

“커으윽! 이, 이런! 제길!”

하라드는 기막힌 표정이었다.

다 이겨놓은 전투에서 이렇게 역습을 받을 줄이야.

특히 그가 열받은 건 로안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였다.

말 그대로 운빨!

“하하, 이거 어쩌지? 그래도 어쨌든 내가 이긴 건 맞잖아.”

로안이 히죽 웃는 것을 끝으로 하라드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와 함께 드롭된 아이템 하나.

멀리서 지켜보던 토실이가 잽싸게 그것을 주워 로안의 아공간에 입고 시켰다.

[다크 울프의 마룡 반지(전설)를 얻었습니다.]

하라드가 착용했던 반지였다.

30레벨 템이지만 마룡템.

잃어버린 입장에서는 눈 돌아갈 일이었다.

‘운빨로 이겼다 생각할 테니 계속 도전해오겠지.’

로안은 사실 단번에 하라드를 베어버릴 수 있었다.

애초부터 51레벨 상급 마검사 따위는 로안의 상대조차 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일부러 간신히 말 그대로 운빨로 이긴 것처럼 하기 위해 연기했다.

특히 그는 뇌검격이 뭔지도 아주 잘 안다.

서로 비슷한 수준에서는 뜻밖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압도적인 스탯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별다른 대미지를 주지 못한다는 것도.

‘계속 와봐라. 지옥을 경험하게 해줄 테니까.’

그 사이 로안이 비틀거리고 있자 하라드의 부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로안은 힘겹게 싸우는척하며 그들 모두를 해치웠다.

[제국 병사의 장갑(희귀)을 얻었습니다.]

[제국 병사의 단검(희귀)을 얻었습니다.]

[촉감 좋은 남성용 속옷 하의(일반)를 얻었습니다.]

······.

‘속옷은 뭐냐?’

아공간이 아닌 배낭에 있던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드롭템이지만 남이 입던 팬티는 좀 그렇다.

‘그나저나 저레벨 무기들까지 아공간에 넣긴 좀 공간이 부족해.’

그래서 일단 유적의 계단 앞에 쌓아놨다.

‘저기 놔두면 아무도 못 건드리지.’

접근했다간 유적 수호자의 망치에 맞아죽을 것이다.

물론 로안만은 예외다.

수수께끼를 풀어 오늘 하루 지하 유적의 주인이 되었으니까.

한편 멀리서 지켜보던 용병들은 모두 환호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그들로서는 무조건 로안이 이기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멋집니다, 로안 남작님!”

“으하하하! 잘 하셨습니다!”

“제국 병사 일개 부대를 단신으로 몰살시키다니 대단하세요!”

소환술사 베네사 또한 그 사이 들어와 구경중이었는지 로안을 향해 경외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로안은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아 하라드 등을 기다렸다.

‘약이 바짝 올랐을 테니 또 오겠지?’

아니나 다를까.

멀리 게이트에서 하라드와 그의 부하들이 분통을 터뜨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로안의 입가에는 뿌듯한 미소가 피어났다.

입장료와 생명보험 때문이다.

50명이면 생명보험료만 트렐 5000 코인이다.

그중 일부는 로안에게 배당금으로 들어올 것이다.

‘과연 몇 번이나 덤빌지 궁금하군.’

고인물의 뒤끝이란 몰래 가서 뒤통수나 후려치고 그러는 유치한 게 아니다.

완전히 탈탈 털어먹는 것.

진정한 뒤끝이란 바로 그런 거다.

“여기서 얼쩡대지 말라했을 텐데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는군.”

“으아아악!”

그때 싸늘한 음성과 함께 이어지는 비명 소리.

하라드가 달려오던 중 보이던 용병 중 하나를 베어버린 것이다.

“속국의 쓰레기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옛!”

이어서 그는 병사들에게 격살 명령까지 내렸다.

자신들의 꼴이 우습게 된 것에 대한 분풀이도 할겸 동시에 로안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으! 이건 너무 하잖아. 갑자기 우릴 왜······아악!”

“크아아악!”

“피, 피해! 꺄아아악!”

용병들은 처참하게 죽었다.

하라드가 키득거렸다.

“크흐흐! 너희들도 억울하면 얼마든지 덤벼라. 대전장에서 말이야.”

그는 통쾌했다.

아무리 그라도 사실 이런 식으로 막나가지는 않는다.

속국의 용병들이라도 마구 죽였다간 즉각 상부의 문책을 받게 될 테니까.

‘그러나 여기선 죽여도 어차피 부활하니 상관없지.’

패널티를 좀 입겠지만 대전장에 들어오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하고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대충 했으면 이제 돌진한다. 방심하지 말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라!”

하라드는 당연히 이번에는 자신이 이길 거라 확신했다.

경험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다행히 아직 레벨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여전히 51.

병사들 중 다수도 레벨은 그대로였다.

장비를 하나씩 잃어버린 것이 문제일 뿐.

‘제기랄! 저기다 쌓아놓았군.’

하라드는 자신과 부하들의 장비를 유적 수호자 거인 옆에다 로안이 쌓아둔 걸 보고 분통을 떠트렸다.

저대로라면 로안을 죽인다고 해도 저걸 되찾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마룡 반지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서 하라드는 잠시 부하들을 멈추게 했다.

“모두 정지해라. 저자와 할말이 있다.”

“옛!”

“로안 남작님! 이번의 승부에 앞서 한 가지 제의드리고 싶은 게 있군요.”

“어떤 제의일지 궁금하군.”

“이번에 당신이 패배하면 저 뒤에 쌓아둔 장비는 물론이고, 아공간에 넣어둔 장비도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제국군의 소중한 자산이니 부디 양해부탁드립니다.”

“그럼 만약 내가 이기면 뭘 줄 거지? 일방적으로 나만 그런 조건에 응할 이유가 없지 않나?”

로안의 말에 하라드는 인상을 썼다.

‘큭! 정말로 또 요행이 따라줄까 생각하는가 보군.’

그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따져보면 로안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말했다.

“혹시 원하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전설 등급 장비 아니면 영웅 등급 이상의 비급. 혹은 그에 준하는 보물이야. 종류는 어떤 것이라도 좋아. 내가 수집벽이 조금 있어서.”

“영웅 장비는 안 됩니까?”

“제국군 일개 부대의 목숨값이 고작 그 정도라 생각하는가 보군.”

“으득! 좋습니다. 그럼 우리가 패배하면 이걸 드리지요.”

하라드는 아공간에서 자그만 액자 하나를 꺼냈다.

[고대 용사의 초상화]

-분류 : 보물

-등급 : 전설

-설명 : 알 수 없는 무명의 화가가 그린 고대 용사의 초상화. 색이 바래고 일부가 훼손되어 있어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진다. 진짜 용사가 이 그림을 얻게 되면 특별한 능력을 얻는다는 전설이 있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가격 : 헤나 30,000 코인

“장비 말고 이 그림은 어떻습니까? 우연히 습득한 그림인데 3만 코인의 가치가 있지요.”

순간 로안은 깜짝 놀랐다.

‘저건?’

별거 아니어 보이지만 나중에 메인 퀘스트를 할 때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3만 코인이 아니라 3백만 코인을 주고서라도 구해야할 보물.

“아쉬운대로 나쁘지 않군. 그럼 그걸 저기 거인에게 맡겨라.”

로안은 유적 수호자를 가리켰다.

순간 하라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저 거인에게 말입니까?”

“그래.”

로안은 끄덕이고는 거인을 향해 말했다.

“네게 맡길 테니 나중에 이긴 쪽에게 돌려줬으면 한다.”

그러자 거인이 크게 웃었다.

“좋아! 유적의 주인이 하는 부탁이니 그 정도는 들어주도록 하지. 그걸 나에게 맡겨라. 이번 전투에서 이긴 자에게 주도록 하겠다.”

하라드는 잠시 고민이 되었다.

‘저 거인놈이 돌려준다는 보장이 있는 건가?’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러지. 이걸 저 거인에게 주고 와라.”

그는 부하에게 그림을 넘겼다.

그러자 부하 병사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 그림을 들고 거인에게 달려갔다.

거인은 그림을 옆에 쌓인 장비들 위에 올려놨다.

“그럼 이제 시작들 해라. 너희들 중 이긴 쪽이 여기 있는 물건들을 모두 가지게 될 것이다. 그건 내가 보장하도록 하마.”

순간 하라드가 두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쳐라!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전력을 다해라!”

그말과 함께 하라드는 선두로 돌진했다. 그뒤로 병사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훙훙훙훙.

로안은 마룡대도를 풍차처럼 회전시키며 제국군 병사들을 베어넘겼다.

무대포로 휘두르는 것 같았지만 마룡대도가 한번씩 공간을 가를때마다 제국군 병사의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었다.

하라드는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의 부하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 있었다.

또한 그 역시 한쪽 다리를 구부린채 자신의 심장에서 뿜어져나오는 선혈을 바라봐야만 했다.

“아, 이번에도 운이 좋았군.”

로안도 피칠갑을 한 채 하라드 앞에 서 있었다.

한 대만 딱 더 치면 쓰러질 듯 위태해 보였다.

그래서 하라드는 쓰러지면서도 분통이 터졌다.

‘제기랄!’

그는 의식을 잃었고 곧바로 입구 게이트에서 부활했다.

[로안이 당신을 죽였습니다.]

[당신은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바람의 마룡검(전설)이 사라졌습니다.]

[대량의 경험치가 사라졌습니다.]

[레벨이 한 단계 하락해 Lv50이 되었습니다.]

레벨 다운!

거기에 그의 애병(愛兵)인 바람의 마룡검까지!

하라드는 미쳐 죽을 지경이었다.

‘한 대만 더 쳤으면 그놈이 먼저 쓰러졌다······.’

따라서 그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물러나는 건 제국군의 장교로서 개망신이기 때문이다.

“모두 집결해라. 다시 간다!”

그렇게 다시 그들은 게이트에 가서 각각 입장료와 생명보험료로 트렐 110 코인씩을 지불했다.

“으득! 이번엔 반드시 그놈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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