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유적 평원 (3)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광대한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개 형상의 마수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략 3km는 떨어진 거리지만 놈의 덩치가 워낙 커서 멀리서도 잘 보였다.
‘흑암의 케르베로스! 오랜만에 보는구나.’
본래 케르베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의 파수꾼개다.
흑암의 케르베로스는 그 신화를 바탕으로 생겨난 월드 보스인 것이다.
일단 피부 전체가 암흑처럼 검었다.
높이만 20미터.
몸체의 길이는 50미터 정도지만 뒤로 거대 뱀을 연상케하는 꼬리가 늘어져 있었다.
거대한 세 개의 개 형상 머리 외에도 등에 수십 마리의 뱀 머리들이 돋아나 있어 정말 꿈에 볼까 두려운 녀석이었다.
‘덩치가 큰 만큼 감지거리도 꽤 넓은 놈이야.’
대략 1km 이내로 접근하면 놈에게 감지된다.
하지만 놈은 한 곳에 있지 않고 움직일 뿐 아니라 속도도 빠르다.
그러다 보니 수킬로미터 밖에 있다고 해도 금세 놈과의 거리가 1km로 좁혀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얘기를 들어봤지만 마쿠스 공작이 아무리 저돌적인 성격이라고 해도 저놈을 공격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딱 봐도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임을 단번에 간파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바로 다시 게이트를 빠져나가기엔 대전장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 컸다.
그래서 놈에게 들키지 않게 주의하며 그곳을 지나 대전장의 안쪽으로 들어가보려 했던 것이다.
갈까말까 고민하는 데만 무려 1시간.
혹시 죽을지도 모르니 마코스 공작이 나가서 헤로스에게 생명보험을 들고 오라고 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고 했다.
‘하여간 민폐 용사라니까.’
그렇게 흑암의 케르베로스를 지나가려던 마쿠스 공작 일행은 갑자기 거대한 포효와 함께 놈이 달려오자 기겁했다.
놈의 감지 거리가 1km나 된다는 사실을 몰랐으니 당연한 일.
곧바로 마쿠스 공작이 케르베로스를 향해 돌진했지만, 놈의 앞발 공격 한방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어서 마법공격을 날리며 달려들던 클로에 또한 연기로 변해 흩어졌다.
둘 다 죽을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한 이유는 생명보험이 없는 헤로스 때문이었다.
자신들은 죽어도 부활하지만 헤로스는 끝장이니까.
다행히 그들이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헤로스는 그나마 은신술이라도 펼쳐 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저놈이 있는 한 이곳 게이트는 사실상 폐쇄된 거나 다름없지.’
들어오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게이트다.
잠깐 들어와서 슬쩍 흑암의 케르베로스가 어떤 녀석인지 구경하는 일종의 관광 명소(?)로 활용될 수는 있겠지만, 그 또한 매우 위험하다.
놈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수시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즉, 잠깐 구경하러 들어왔다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그냥 죽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게임에서는 이런 게이트는 사실상 폐쇄된 것으로 간주했다.
말 그대로 죽음의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여지며,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당 영지의 영주나 국왕이 통제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나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장소지만 말이야.’
사실상 케르베로스에게 들키지 않은 채 저곳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가 바로 로안이다.
이는 곧 저 케르베로스의 영역 너머에 있는 수많은 꿀단지 유적들을 독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언젠가는 다른 루트로 그곳 유적들에 도달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로안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뭐가 있는지는 다음에 살펴보고 일단 지금은 헤로스부터 구하자.’
로안은 토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실아! 헤로스의 냄새를 기억하지?”
토실이가 끄덕였다.
“몰캉이를 그쪽으로 이동시켜.”
저기 흑암의 케르베로스 근처 어딘가에 헤로스가 은신해 있을 테니까.
그 위치를 찾아내는 건 토실이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
동시에 몰캉이의 빠른 속도를 이용해 순식간에 빠져나와야 한다.
로안은 몰캉이를 본신으로 변하게 한 후 위에 올라탔다.
[냄새동화를 펼칩니다.]
[당신과 펫들에게 냄새동화의 효력이 미칩니다.]
[지속시간 : 40분]
이제 쿨타임도 10분으로 매우 짧아진 상태다.
게다가 펼쳤을 때 지속시간도 늘어나 마나만 충분하면 제한없이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정말 완소한 능력이지.’
이 능력은 보통 땐 별것 아닌 듯해도 특정 상황 즉, 지금처럼 후각으로만 적을 감별하는 괴물들 앞에서는 사기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능력을 믿고 흑암의 케르베로스를 한 대라도 쳐보겠다고 생각한다면 미친 짓이다.
그 즉시 날아드는 광역 공격 한방에 녹아버릴 테니까.
‘어떤 상황이 있어도 저놈을 흥분시켜서는 안 돼.’
즉, 아주 찰나라도 놈에게 냄새를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그 경우 다시 냄새동화를 펼쳐 자취를 감춘다 해도 이미 흥분한 녀석의 분노 앞에 이 일대 전체가 지옥으로 변해버린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헤로스가 튀어나오는 순간을 노려 로안은 그 즉시 다시 냄새동화를 펼칠 것이다.
그의 채취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막힌 타이밍을 잡는다 해도 케르베로스의 후각에 감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위험을 없애려면 놈이 1km 이상 떨어져 있을 때 해야 한다.
다만 케르베로스의 행동 반경을 예측할 수 없으니 문제였다.
‘그래도 한 번은 1km 밖으로 벗어날 거야.’
그야말로 기다림과 타이밍의 승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지만 무조건 해내야 한다.
‘일단 10분 대기.’
냄새동화의 재사용 시간인 10분을 넘겨야 그 즉시 냄새동화를 펼칠 수 있다.
그래도 지속시간이 길어져 30분이나 남는다.
“이제, 출발해.”
몰캉이가 그 즉시 전진했다.
스스스스―
그동안 레벨이 꾸준히 오른 몰캉이의 지상 이동 속도는 빨랐다.
눈깜짝할 사이에 케르베로스 인근 500 미터 근처까지 접근했다.
‘저놈! 정말 크기는 엄청 크군.’
흑암의 케르베로스를 가까이서 보니 정말 기가 질릴 정도다.
토실이 또한 겁이 나는지 눈이 커져 있었고, 계속 고개를 돌려 로안을 쳐다보는 몰캉이 또한 겁을 잔뜩 먹어 울먹울먹한 표정이었다.
‘괜찮아. 저놈은 너희들을 감지 못하니 안심해.’
로안은 녀석들을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그가 속으로 생각만 해도 녀석들은 다 알아들었다.
‘가까이에선 소리도 조심해야 한다.’
케로베로스 자체는 후각만 존재한다.
본래 그리스 신화의 케르베로스는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만, 이곳 대전장 월드 보스급 괴물이 되면서 그런 패널티가 부여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케르베로스 등에 돋아나 있는 수십 마리의 뱀들이다.
그놈들은 모든 감각을 다 가지고 있다.
즉, 케르베로스의 약점을 그놈들이 커버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만, 놈들의 감지 반경은 비교적 좁은 편이다.
즉, 케르베로스에게 너무 근접하지만 않으면 뱀들에게 걸릴 일이 없는 것이다.
‘토실아, 아직 멀었냐?’
그러자 토실이가 앞발로 한쪽을 가리켰다.
뿅!
순간 멀리 특정 지점에 ∇ 표시가 반짝였다.
헤로스가 숨어있는 장소를 토실이가 징표로 알려준 것이다.
로안은 감탄했다.
‘오! 새로운 능력을 배운 거냐?’
토실이의 능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 또한 그런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 지점은 케르베로스가 서 있는 곳에서 대략 200미터 쯤 떨어진 장소였다.
‘후! 저긴 좀 위험한데.’
케르베로스가 조금만 산책하듯 움직이면 도달할만한 거리다.
‘냄새는 숨긴다쳐도 뱀들에게 간파될 가능성이 있어.’
쿵! 쿵!
그때 우뚝 서 있던 케르베로스가 갑자기 로안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냐? 저놈?’
설마 걸린 건가?
물론 아니다.
그랬다면 놈은 대뜸 포효부터 날리고 달려왔을 테니까.
지금은 놈이 산책하듯 움직였는데 하필 이쪽 방향인 것이다.
‘여기 그대로 있다간 끝이야.’
로안은 다급히 몰캉이에게 지시를 내렸다.
‘어서 멀리 피해, 몰캉아.’
그런데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몰캉이가 엄청난 속도로 케르베로스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잘했다.’
케르베로스는 앞으로 갔다가 다시 옆으로 가기도 하고, 갑자기 본래 방향으로 돌아가기도 하는등 변칙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몰캉이는 알아서 케르베로스와 최소 500미터 이상의 거리를 자동적으로 유지했다.
마치 물흐르듯 유연한 반응.
그건 몰캉이의 본능적 움직임이었다.
겁이 워낙 많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지금은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그래. 아주 잘하고 있다, 몰캉아.’
나중에 전설 등급 경공술이라도 배운다면 모를까 지금의 로안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속도와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토실이뿐 아니라 몰캉이까지 소환하긴 했지만.
‘······!’
그러던 로안은 케르베로스가 갑자기 몸을 털자 깜짝 놀랐다.
놈의 등에 돋아있던 뱀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최대한 멀리 피해!’
로안이 외치자 몰캉이는 바람처럼 질주했다.
‘한번씩 저놈이 뱀들을 주변에 뿌려서 주변을 정찰하는 걸 깜빡했어.’
모든 걸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래도 기억에서 사라진 게 아닌 터라 극한 상황이 벌어지면 민첩하게 대응할 수는 있었다.
‘저 뱀들 한 번 나오면 꽤 오래 돌아다니는데.’
게다가 정찰 반경도 상당히 멀다.
반경 수킬로미터를 훑기 때문이다.
그런데 뱀들 자체는 그리 전투력이 높지 않은 평범한 녀석들이다.
〈붉은 뿔 독뱀(Lv67)〉
〈거대 맹독뱀(Lv62)〉
〈줄무니 왕독뱀(Lv68)〉
······.
레벨이 60대이니 저렙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녀석이지만, 웬만한 고렙들에게는 우스운 사냥감에 불과하다.
로안의 경우 마룡대도 한 번 휘두르면 동강낼 수 있을 정도니까.
그러나 그렇게 그것들을 사냥감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순간 대재앙이 벌어지게 된다.
놈들이 피습을 당할 경우 즉각 흑암의 케르베로스가 그것을 감지하고 달려오기 때문이다.
‘저게 미끼라는 건 웬만해서는 알기 어렵지.’
저런 뱀들은 대전장 곳곳에서 흔하게 출몰한다.
로안도 근처에 흑암의 케르베로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라면, 아무 생각없이 저 뱀들을 공격했을지 모를일이다.
그 사이 흑암의 케르베로스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잠을 자기 시작했다.
뱀들은 놈이 잠을 자는 동안 주변을 살피는 일종의 정찰병들인 것이다.
‘골치 아프게 됐네. 저놈이 잠을 자면 답이 없는데?’
흑암의 케르베로스가 한 번 잠이 들면 한달이고 두달이고 깨어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게 놔두면 헤로스가 아무리 용사라도 굶어죽을 위기에 처하고 만다.
‘방법을 찾아보자.’
로안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부비.
그때 토실이가 로안의 볼을 비볐다. 그리고는 폴짝 날아올라 로안의 앞에서 눈을 반짝였다.
‘뭐? 네가 뱀들을 유인하겠다고?’
끄덕.
토실이가 뜻을 전해오면 이제 로안도 알아들을 수 있다.
대화처럼 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눈빛을 보면 딱 감이 오는 식이었다.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다.’
로안은 감탄했다.
괴물들을 홀리는 건 토실이의 특기다.
녀석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멀리 유인하기만 하면 흑암의 케르베로스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놈의 근처에서 헤로스를 데려가도 눈치 못채겠지.’
잠들어 있을 때는 후각도 발동하지 않으니까.
‘좋아! 그럼 조심해라.’
부비.
토실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날아와 로안의 볼에 머리를 한 번 비벼댄 다음 당차게 날아갔다.
그리고 녀석이 하얀 바람처럼 날아다니는 뒤로 뱀들이 하나둘 따르기 시작했다.
어느덧 수십 마리의 뱀들 모두가 토실이를 따라 멀어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이제 저쪽으로 가자, 몰캉아.’
로안은 몰캉이를 케르베로스가 있는 쪽으로 몰았다.
‘이런!’
그런데 하필이면 ▽표시가 된 장소 위에 케르베로스가 누워있었다.
‘큰일이다. 땅굴을 파고 들어갈 수도 없고.’
최악의 상황!
이러면 진짜 답이 안 나오는데.
‘이만 포기해야 하나.’
로안도 이제 슬슬 포기가 왔다.
이 정도면 헤로스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할만큼 한 것이다.
[제논이 마뇌Lv6를 발동합니다.]
그런데 언제 나왔는지 제논이 로안을 향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가서 뱀을 공격하겠다고?’
끄덕.
제논의 작전은 뱀을 유인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들을 공격해서 케르베로스를 그쪽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럼 그 사이 로안은 헤로스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오호! 묘책인데?’
역시 잔머리하면 제논을 따를 수 없다.
흑암의 케르베로스가 달려오면 토실이 등은 즉각 아공간 휴식처로 도망치면 된다.
이전에 시련의 던전 보스 바위 거인과 싸울 때도 이 작전을 사용한 적 있으니까.
‘그럼 넌 바로 토실이와 함께 아공간으로 숨어. 알았지?’
끄덕.
로안은 작전을 승인했다.
곧바로 제논이 귀마를 타고 토실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로안은 몰캉이와 함께 케르베로스로부터 500미터 정도 거리를 둔 채 상황을 지켜봤다.
잠시 후 토실이는 제논에게 작전을 들었는지 뱀들을 이끌고 최대한 멀리 가려고 했다.
그러나 뱀들은 대략 5km 정도 거리를 벗어나면 케르베로스 쪽으로 방향을 돌려버렸다.
‘5km 정도가 한계군.’
아무리 토실이의 홀림 스킬이 대단해도 그 이상은 뱀들을 끌고갈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토실이는 제논을 시켜 뱀들을 공격하게 했다.
제논이 손을 휘젓자 수십 개의 아이스 애로우들이 뱀들을 향해 내리꽂혔다.
파파파팍!
고렙 뱀들이다 보니 제논의 공격에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순간 잠자고 있던 케르베로스가 눈을 번쩍 뜨더니 그쪽으로 바람처럼 질주했다.
커우우우우우우!
귀를 찢는 듯한 포효.
로안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몰캉이는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그러나 로안은 이내 정신 차리고 몰캉이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몰캉아. 어서 저쪽으로 이동해.’
로안이 쓰다듬어주자 몰캉이는 용기가 났는지 금세 ▽지점 앞에 도달했다.
“헤로스 백작님, 빨리 나와요. 급합니다!”
“······!”
“늦으면 두 번의 기회없어요.”
순간 환상처럼 헤로스가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척이나 지쳐보이는 모습.
반쯤은 미쳐있는 듯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로안······? 네가 어떻게?”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빨리 타세요.”
로안은 몰캉이 위에 헤로스를 태우고는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전속력으로 달려, 몰캉아!”
케르베로스가 눈치채고 쫓아오기 전에 게이트 밖으로 나가야 한다.
던전의 괴물은 아무리 월드 보스급이라고 해도 게이트 밖으로는 쫓아오지 못하니까.
츠으으읏!
다행히 몰캉이는 금세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화아아악!
찬란한 빛무리와 함께 게이트 밖으로 이동되는 순간 로안의 귀에 알림이 들렸다.
[제논이 아공간 휴식처로 사라집니다.]
[귀마가 아공간 휴식처로 사라집니다.]
‘휴! 녀석들이 무사히 피했군.’
작전 성공이다!
헤로스도 구하고 펫들도 무사하고.
로안은 안도했다.
‘······가만?’
그런데 왜 제논과 귀마 뿐이지?
당연히 토실이 또한 아공간 휴식처로 사라졌다는 알림이 떠야 정상이다.
이상하게도 게이트 밖으로 이동될 때까지 그 알림은 뜨지 않았다.
“오! 이건 기적이로군.”
“아아! 헤로스 백작님, 무사하셨군요!”
“우와아! 헤로스 백작님이 생환하셨다!”
그 사이 게이트 입구에서 마음을 졸이고 있던 이들이 로안과 헤로스를 발견하고 반색했다.
“이 망나니 놈 같으니!”
“헤로스!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언제 왔는지 헤로스의 부친인 베언트 공작과 모친 제니엔 공작 부인도 그곳에 있다가 달려왔다.
“으하하하! 로안! 네가 정말 큰일을 했구나.”
“로안 남작님! 정말 대단해요!”
마쿠스 공작과 클로에가 기뻐하며 다가왔다. 도처에서 로안을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또한 헤로스와 베안트 공작 부부도 로안을 향해 찾아와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맙다, 로안! 네가 아니었으면 난 꼼짝없이 죽었을 거다.”
“로안 남작이라고 했나? 나와 베안트 가문은 오늘 그대의 도움을 절대 잊지 않겠다.”
그러나 로안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토실이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작은 애벌레로 돌아온 몰캉이는 토실이가 걱정되는지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고 있었다.
‘토실아~!’
로안은 다시 게이트로 들어가려고 했다.
순간.
[지금 게이트를 통과하는 즉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도 진입하겠습니까?]
섬뜩한 경고의 알림이 떴다.
이런 경우는 하나밖에 없다.
게이트 바로 앞에서 흑암의 케르베로스가 길길이 날뛰고 있다는 뜻이니까.
게이트로 진입하자마자 놈의 광역 공격에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제논!”
로안은 즉시 제논을 소환했다.
녀석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제논이 아공간 휴식처에서 나왔습니다.]
이등신 좀비 펫 상태의 제논이었다.
녀석은 뭐에 놀랐는지 맥이 풀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거냐, 제논? 토실이는 지금 어디 있어?”
그러자 제논이 힘없이 고개를 들어 로안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