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유적 평원 (1)
《여신 트렐라가 고대의 유적 평원을 대전장으로 확장합니다.》
《여신 트렐라가 카오니아 세계 각지에 고대의 유적 평원과 통하는 게이트를 생성시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알림을 듣고 로안은 깜짝 놀랐다.
‘맙소사! 대전장이라고?’
고대의 유적 평원 던전.
이곳은 던전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광대한 평원의 형태로 되어 있다.
그 평원 곳곳에 각종 고대의 유적들이 존재하는데, 당연히 그곳을 지키는 괴물들도 득실거린다.
여기까지는 아주 일반적인 케이스고.
상당히 희박하게 발생하는 특이 케이스가 존재한다.
그게 바로 대전장이다.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大戰場).
이건 던전의 개념을 완전히 넘어선 아차원의 필드와 같은 개념이다.
본래보다 수십 아니, 수백배 이상 광대한 영역으로 확장되어 그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다.
‘여기가 어떤 곳인 줄 알게 되면 다들 이제 난리가 벌어질 텐데.’
고대의 평원 유적 대전장은 도처에 임의로 생성되는 게이트를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그 안의 기후는 예측 불가능하며, 괴물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유적에 가도 어제 봤던 괴물이 아니라 새로운 괴물이 지키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어제는 설원(雪原)이 펼쳐진 곳에 존재하던 유적이 다음날에는 호수 바닥에 존재하기도 한다.
부분적으로 지형변동이 발생하는 게 일상적이니까.
‘나중에 밝혀지지만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은 사실 마계와 연결되어 있는 필드야.’
황당하지만 마계에서도 그곳 필드로 들어가 유적 탐사를 벌인다.
마계의 종족들에게는 카오니아의 각성자들과 달리 유적과 보물들을 지키는 임무가 존재하고, 각성자들은 그 반대의 목적이 존재한다. 지키는 마계의 괴물들을 죽이고 보물을 얻는 목적 말이다.
이토록 위험한 장소지만 각성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게 된다.
거의 모든 레벨 대의 전설템들이 각종 유적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전설 등급 마룡장비과 현자장비의 세트 아이템.
그리고 악몽이나 천룡, 흑룡과 같은 신화템들도 드물지 않게 드롭된다.
각종 진귀한 비급들도 마찬가지.
괴물들이 주는 경험치도 매우 높다.
그래서 용사들도 여기서 레벨 업을 하고, 심지어 악마 각성자들도 여기서 레벨을 올린다.
서로 사냥을 하다가 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다반사다.
귀족이나 왕족들은 막강한 군대를 동원해 좋은 사냥터를 독점하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른바 사냥터 통제!
그러다 또 싸움이 벌어지고, 그로부터 영지간 혹은 국가간 전쟁이 발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은 개인 각성자는 물론이고 국가 단위에서도 무조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장소다.
대전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국가들이 카오니아 세계에서도 더 부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여신이군.’
이렇게 되면 다른 던전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게 된다.
지금 당장은 다들 모르고 있지만 나중에는 거의 다 대전장 던전에서 살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즉, 다른 여신들이 들고 일어나 반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그래봤자 트렐라는 콧방귀도 뀌지 않겠지만.
‘모르겠다. 나야 뭐 뒤에서 배당금만 챙기면 되는 거지.’
로안의 입가에는 어느새 활짝 미소가 피어나 있었다.
‘그냥도 1좌당 10만 코인은 가는데, 이거 얼마까지 오르려나.’
그러나 어차피 가격은 의미가 없다.
절대 안 팔 거니까.
1좌당 10만이 아니라 100만이 되어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이건 시세차익을 노리고 산 게 아니고 배당금이 목적이다.’
고대의 평원 유적은 기본적으로 입장료가 존재한다.
대전장도 마찬가지다.
가격은 매우 싸다.
‘1인당 10코인 정도로 알고 있지 아마?’
그리고 더욱 경악할 만한 사실이 있다.
‘생명 보험도 있어.’
보험료를 내고 들어가면 죽었을 때 입구에서 부활할 수 있다.
물론 장착된 장비는 잃어버려 벌거숭이로 부활하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아주 가난뱅이가 아니면 무조건 보험료를 내게 되어 있다.
놀랍게도 보험료가 그리 비싸지 않다.
1인당 100코인 정도니까.
그래서 웬만한 각성자라면 부담없이 던전에 도전한다.
당연히 입장료와 보험료 수입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던전 수입은 곧 배당금과 비례하지.’
물론 대부분의 수입은 던전의 주인인 트렐라가 챙긴다.
그리고 그중 극히 일부는 던전에 투자한 이들에게 배당금으로 준다.
하지만 그 극히 일부만 해도 상당한 금액일 수밖에 없다.
‘1좌당 월배당금이 몇천 코인은 기본이겠다. 아니, 더 뛸 수도 있어.’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최소가 그 정도고 상한은 없다고 봐야하니까.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이 던전의 던전 좌 단, 1개만 소유하고 있어도 평생 먹고살 걱정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매월 수천 코인씩 따박따박 배당금이 떨어질 테니 말이다.
그런데 로안은 그것 1만 좌를 모조리 싹쓸이했다.
트렐라를 제외하면, 앞으로 고대의 평원 유적 던전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배당금을 받게 되는 이는 로안이 유일하다는 뜻이다.
‘낮게 잡아 월 배당금이 1천 코인만 해도 얼마야?’
1만 좌이니 매달 1천만 코인을 따박따박 받게 된다.
그것도 모든 코인 중 가장 가치가 높은 트렐 코인으로 말이다.
‘후후, 그때가 되면 모두 나를 로안 버핀이라고 부르게 되겠지.’
전생의 지구에서 주식으로 최고의 부자는 오렌 버핀이었다.
이대로라면 장차 카오니아 세계의 오렌 버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 *
【던전 투자】
-고대의 유적 평원 : 10,000좌
[1좌 당 트렐 10코인](▼990)
[총가치 : 트렐 100,000코인]
(▼3,484,000)
“······.”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었다.
‘뭐야? 가격 변동이 없네.’
그럼에도 타이나의 표정은 조금은 밝아져 있었다.
“고대의 유적 평원 대전장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던전이 열렸으니 다행이야. 이런 경우 던전이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거든.”
“당연하지. 이제 곧 가격도 오른다.”
“안심하지 마. 던전이 별 인기가 없다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일은 없으니 걱정 마라.”
대전장이 뭔지 모르니 저런 말을 하는 거다.
“어? 드디어 올랐어!”
그때 타이나가 탄성을 질렀다.
[1좌 당 트렐 30코인](▼970)
10코인에서 20코인 상승.
‘오호!’
벌써 움직이는 건가?
그런데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1좌 당 트렐 40코인](▼960)
[1좌 당 트렐 50코인](▼950)
.
.
.
[1좌당 트렐 990코인](▼10)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다.
본래 가격을 거의 회복 직전이었다.
“맙소사! 세상에!”
시종 경악의 표정으로 탄성을 지르는 타이나와 달리 로안은 흐뭇한 표정으로 가격을 지켜봤다.
【던전 투자】
-고대의 유적 평원 : 10,000좌
[1좌 당 트렐 1000코인]
[총가치 : 트렐 10,000,000코인]
(▲6,516,000)
가격 변동은 어느덧 1000코인에서 멈췄다.
본래가격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옥에 갔다 생환한 기분이 이럴까?
‘꿈을 꾸는 것 같네.’
마치 언제 가격이 떨어졌었냐는 듯 1000코인에 고정되어 있다.
990코인이나 하락했던 것이 꿈속의 일인 듯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지금 팔면 무려 6,516,000 코인의 이익을 보게 된다.
대부분의 던전 좌를 200코인에 매수했기에 평균 단가가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후! 그러면 그렇지.’
로안은 비로소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던전 좌의 총가치는 무려 1천만 코인.
대출금 130만 코인을 제외하면, 순자산만 870만 코인이었다.
“아! 말도 안 돼!”
타이나는 망치로 머리를 몇 대 맞기라도 한 듯 멍한 표정을 짓다가 돌연 울상을 지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괜히 팔았어! 무려 55만 코인이나 손해봤다고!”
그냥 놔뒀으면 푸니카 상단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줬을 텐데.
하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다.
타이나가 판 덕분에 로안이 그걸 매우 싸게 살 기회를 얻었으니 그녀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었다.
“부럽구나, 인간. 지금 팔면 두 배나 이익이야. 어서 팔아! 이러다 또 떨어질 수도 있어.”
팔면 사려고?
로안은 타이나의 두 눈이 반짝이는 걸 보고 픽 웃었다.
그녀가 공연히 상단의 부단주가 된 것이 아니라면, 이제 감을 제대로 잡았을 것이다.
“그럼 절반이라도 파는 게 어때? 혹시 모르잖아. 안전하게 이익을 남겨두면 나머지 절반이 하락해도 마음이 편안할 거야.”
“속보이는 소리 그만해라. 내가 팔면 너희 상단에서 사려고 하는 것 모를 줄 알아?”
로안이 딱밤을 날릴 자세를 취하자 타이나가 흠칫 뒤로 물러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솔직히 털어놨다.
“쳇! 그럼 1000좌만 넘겨. 시세의 두 배, 아니 세 배로 살게.”
정말 제대로 촉을 잡은 모양이다.
무려 세 배까지 쳐준다는 걸 보니 말이다.
“미안하지만 100배를 준다고 해도 안 팔아.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른 트렐 코인 던전이나 알아봐라. 시련의 던전도 나쁘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알아보고 있어.”
현재 트렐 코인으로 투자 가능한 던전 중 또 하나는 시련의 던전이다.
이 또한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 던전이다.
그러나 고대의 유적 평원처럼 가격이 폭등하지는 않는다.
일단 투자해두면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르며 나름 안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일 뿐이다.
[시련의 던전]
-1좌 : 트렐 12,000코인
-월배당금 : 20코인/1좌
-구매가능 수량 : 0좌/10000좌
그러나 이미 시련의 던전은 누군가 다 싹쓸이해 간 후였다.
“정말 빠르네. 지난 번에 1200좌 정도 남아있었는데 벌써 누가 사간 거냐?”
로안도 혹시 몇 좌라도 남아있다면 사둘까 했는데 이미 순삭이었다.
“우리 상단에서 200좌 샀는데, 나머지 1000좌는 방금 전 순식간에 사라졌어.”
방금 전 전체 알림을 듣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투자자들이 있다는 얘기였다.
‘다들 강적들이군.’
아까 고대의 유적 평원 던전좌를 미리 싹쓸이해둔 건 정말 신의 한수였던 것이다.
‘그때 망설였다면 지금 후회하고 있겠지.’
【던전 투자】
-고대의 유적 평원 : 10,000좌
[1좌 당 트렐 1030코인](▲30)
[총가치 : 트렐 10,300,000 코인]
(▲6,816,000)
그 사이 현황판을 보니 고대의 유적 평원이 역시나 조금씩 오르고 있다.
‘좋아! 이제 그만 쳐다보고 할 일이나 하자.’
이러다간 하루 종일 이것만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아 로안은 푸니카 상단의 막사를 나왔다.
그리고는 닐스를 불렀다.
“닐스, 혹시 영지 내에 새로운 게이트가 열린 곳이 있나 알아봐.”
“혹시 그 고대의 유적 평원이라는 던전 게이트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잘 알고 있군.”
“하하, 저도 아까 알림을 들었습니다. 대체 어떤 던전인지 궁금하군요.”
닐스는 로안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병사들을 소집했다.
또한 바바리안 전사들에게도 관련 임무를 내렸다.
곧바로 모두들 샅샅이 흩어져 게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영지 내에 게이트가 있으면 편할 텐데 말이야.’
게이트는 꽤 많이 만들어졌겠지만 트렐라가 랜덤으로 마구 뿌려놨을 것이라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 * *
잠시 후 로안은 저택의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머리도 식힐겸 곧바로 전투의 탑에 들어갔다.
‘여긴 매일 들어갈 수 있고 꽤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니 빠뜨리지 말자.’
1층부터 5층까지 헬 모드로 가볍게 돌파하고 나니 레벨이 두 단계 올라 Lv54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 레벨인 Lv59에 두 번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땐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떠나야 한다.
겸사겸사 헤나의 여신상도 그때 마차에 싣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헤나 신전은 레온 왕국에 없는 걸로 아는데.’
설정대로라면 아르곤 왕국이나 아모스 왕국에 가면 헤나 신전이 있다.
‘아모스 왕국보다는 아르곤 왕국이 훨씬 가깝지. 그쪽으로 가는 게 낫겠군.’
아직 98일이나 남았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참, 주머니를 열어본다는 걸 깜빡했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인 신성한 복주머니.
샤라랑.
[신성한 복주머니에서 아프릴 1004코인이 나왔습니다.]
오! 오늘은 제법 코인이 나왔다.
무려 1004.
‘웬일이야?’
어제는 달랑 1코인만 주더니 말이야.
하긴 아프릴리스도 트렐라의 등장으로 긴장했을 지 모른다.
‘이것도 트렐 코인으로 바꿔야지.’
로안은 흐뭇하게 웃으며 버프를 기다렸다.
오늘은 어떤 버프가 뜰까?
[당신의 몸에 기분좋은 향기가 스며듭니다.]
[오늘 하루 당신의 손에 신묘함이 깃듭니다.]
‘신묘함?’
[신묘함의 손길]
-분류 : 특수능력
-설명 : 만병(萬病)을 치유하는 신성한 힘이 손에 깃들어 있다. 병자의 아픈 부위를 만지면 병이 낫는다.
-능력 제한 : 오늘 자정
‘별게 다 생기네.’
스탯 증가 버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뜨다니.
‘단기간이어서 그렇지 완전 대박 능력인데?’
부상이나 가벼운 병은 포션으로 치료되지만, 중병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
그런데 로안은 오늘 하루만이지만 어떤 병이든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전생에 내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문득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폐암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만병을 치유할 수 있으니 폐암도 오른쪽 가슴을 한 번 슥 문지르면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생(生)이니 생각해서 뭐할까?
‘그래도 이거 그냥 날리기는 아까운데?’
랜덤이라 언제 또 이런 능력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전투의 탑을 돌고 나왔지만 아직 오전.
자정까지는 꽤 시간이 있으니 내친김에 좋은 일을 해보기로 했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전생의 자신처럼 병으로 고통받는 이가 있을지 모르니까.
마침 메이드 베키가 앞에 보였다.
“베키?”
“네, 영주님.”
“어디 아픈데 없어?”
“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혹시 몸에 병 같은 거 있냐고.”
“요즘 편두통이 있긴 하지만 견딜만 해요.”
“잘됐군.”
로안은 베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병명은 몰라도 된다.
그냥 주무르면 나으니까.
샤라랑.
신비한 빛이 일어나 베키의 머리에 스며들었다.
순간 베키는 지끈거리던 편두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귀에도 알림이 들렸다.
[영주 로안이 신묘함의 손길로 당신의 병을 치료했습니다.]
“아! 세상에!”
“어때? 머리가 나았어?”
“네, 영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머리가 안 아프니 살 것 같아요.”
베키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 듯했다.
“그러고 있지말고 다른 메이드들도 불러와.”
“아, 네.”
곧바로 메이드들이 모였다.
모두들 한두 가지 지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로안이 주무르자 순식간에 나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머리에 혹이 없어졌어요!”
“정말 놀라워요! 어깨 통증이 사라지다니!”
모두들 황송해하면서도 신기해했다.
로안도 뿌듯했다.
‘이건 상급 사제도 불가능한 일인데.’
곧바로 그는 밖으로 나갔다.
푸른 수염 코볼트 오롬이 뭔가를 내려놓고 잠시 쉬는 모습이 보였다.
“오롬!”
“앗, 영주님을 뵙습니다.”
오롬은 넙죽 엎드렸다.
“괜찮으니 편하게 있어. 그보다 혹시 어디 아픈데 없어?”
“헤헤, 허리가 좀 아픈 것만 빼고 건강합니다.”
“잘됐네.”
로안은 즉각 오롬의 허리를 주물렀다.
[영주 로안이 신묘함의 손길로 당신의 병을 치료했습니다.]
“오오!”
오롬은 꿈을 꾸는듯했다.
허리의 만성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럼 수고해.”
로안은 계속해서 닐스와 데라, 그리고 성안에 있는 일꾼들과 병사들의 병도 모두 치료해줬다.
“영주님, 감사합니다!”
“크흑! 매일 배가 아파죽는 줄 알았는데 이제야 살겠습니다!”
“오오! 왼쪽 귀가 거의 안들렸는데 멀쩡해졌습니다! 영주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다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지병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직 정오인데 또 고칠 사람들 없나?’
마나를 쓰는 것도 아니고, 코인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주무르기만 하면 낫는다.
정말 기막힐 따름.
‘시간도 남았으니 산책도 할겸 마을 순회나 해볼까?’
오늘 하루뿐이지만 영주로서 인심을 얻을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로드!”
그때 닐스가 다급히 달려왔다.
닐스는 오랜 무릎 통증이 있었는데 로안이 치료해주자 신이 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인지 긴장한 표정이었다.
“마쿠스 공작님이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