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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으로 독존한다-87화 (87/240)

디온 성의 비밀 (3)

굴라의 비밀 창고에서 찾아낸 예술품들을 옮기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바바리안들 덕분이었다.

예술품들의 덩치가 크다보니 일꾼들을 시켰다면 며칠이 걸렸겠지만 바바리안들은 불과 반나절도 안 되어 작업을 마쳤다.

랄프가 곧바로 로안을 찾아왔다.

“영주! 나 내일부터 한동안 수련을 좀 해도 될까?”

“승급 퀘스트 때문이냐?”

랄프가 씩 웃으며 끄덕였다.

“맞아. 더 강해져서 돌아와 영주의 힘이 되어 주겠다.”

“좋아! 기사가 강해지는 것처럼 영주에게 기쁜 일은 없지.”

로안도 미소 지었다.

랄프의 레벨 60 승급 퀘스트.

그것은 퀘스트에서 시키는 대로 혹독한 수련을 해야 완수할 수 있다.

‘저거 꽤 힘들 텐데. 최소 한 달은 굶어야 하고 말이야.’

로안도 바바리안으로 플레이를 해본적 있어 기억이 났다.

바바리안 40렙부터는 승급 시 단순히 괴물들을 처치하는 임무가 아닌 고통스러운 극기(克己)의 수행을 버텨내야 한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력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훈련으로 레벨이 높아질수록 그 강도는 세진다.

‘뭐 다른 직업도 레벨 60부터는 만만치 않지만.’

로안도 레벨 60 상급 마도객이 되려면 승급 퀘스트 수행이 필수다.

승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아무튼 여긴 걱정말고 수련에 몰두해라. 라고스 영지에는 험지가 많아 네가 수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고맙다, 영주.”

라고스 영지의 대부분은 숲과 산으로 되어 있다. 각종 험한 절벽이나 독지(毒地) 등이 수두룩하다.

거기에 괴물들도 득실거리니 인간이 생존하기엔 척박한 지역이지만 수련을 위해서는 최적의 장소.

랄프는 수련을 위해 어디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영주! 나도 한동안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아.”

이번에는 세리나였다.

그녀 또한 40레벨 승급 임무를 받았으니 당연한 일.

랄프처럼 홀로 고독한 수련을 하는 식이지만 대충 10일 정도면 충분한 기간이었다.

“그래. 넌 오늘 든든히 먹어 둬. 10일 동안 굶는 게 쉽지는 않을 거야.”

“그걸 어떻게?”

“내가 달리 영주겠냐?”

“그래도 대단해.”

세리나는 로안이 승급 퀘스트의 내용을 알고 있자 무척 놀랐다.

사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게 굶는 것이다.

이는 그녀뿐 아니라 모든 바바리안들에게 다 해당된다.

오죽하면 바바리안들이 뭔가 규칙을 어겼을 경우 징벌로 며칠을 굶게 하겠는가.

“그럼 난 내일 새벽 일찍 떠날게. 그동안 바바리안들을 잘 부탁해, 영주.”

“염려마라.”

세리나의 뒷 모습을 보며 로안은 살짝 걱정이 되었다.

‘랄프는 별 걱정이 안 되는데 세리나가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원래는 랄프와 세리나 모두 굶주림에 약하다.

‘게임에서 둘 다 계속 굶는데 실패해서 승급만 몇 달 넘게 걸린 적도 있었지.’

그러나 랄프는 본의 아니게 포식마 글루토누스와 싸우며 인내심이 대폭 증가했다.

자연스레 굶주림을 참는 법도 체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리나에게 있어 제대로 된 굶주림의 수련은 이번이 처음일 가능성이 높았다.

한편 승급 임무가 생겨난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랄프의 부하들인 100여명의 바바리안들에게도 각각의 승급 임무가 생겨난 것이다.

[레벨 20 승급 임무]

[라고스 영지의 마을들을 위협하는 괴물들을 처치하라! 0/20]

이에 그랄타를 비롯한 레벨 19 바바리안들은 환호했다.

각자 괴물 20마리를 처치해야 하지만, 파티 상태로도 카운팅된다.

따라서 그들은 6명씩 파티를 지어 영지의 마을들 주변을 순찰하기로 했다.

[레벨 10 승급 임무]

[어려움에 처한 마을의 힘이 되어주라! 촌장을 찾아가 시키는 일을 한다. 0/5]

레벨 9 바바리안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비교적 간단했다.

각 마을의 촌장을 찾아가 부서진 집을 보수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주는 등의 도움을 주면 임무가 완수되어 10레벨로 승급할 수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바바리안들이 영주인 로안의 부하가 되자 자동적으로 영지에 도움이 되는 식으로 시스템이 임무를 생성시킨 것이다.

‘알아서 치안과 민심 관련 임무가 생겨나주니 편하네.’

괴물들을 해치워 치안도 좋아지고, 각 마을들의 어려움도 제법 해결해주고.

무엇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바바리안들에 대한 영지민들의 인식이 매우 좋아질 것이다.

그들을 두려운 괴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도와주는 아군으로 확실히 인식하게 될 테니까.

‘이건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바바리안들의 숫자는 점점 많아진다.’

대륙 도처에서 정처없이 유랑하는 바바리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랄프가 있는 곳으로 계속 모여들 것이기 때문이다.

“로드! 영지에 바바리안 부대가 생겨나다니 정말 꿈만 같군요. 저들이 있는 한 괴물들이 쳐들어올 일은 거의 없겠습니다.”

그때 닐스가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로안은 끄덕였다.

“그래도 일반 병사들 또한 나름의 강점이 있으니 꾸준히 훈련을 시키도록 해.”

“예, 로드. 그런데 저 광장에 놔둔 예술품들은 어떻게 처분하실 건가요? 워낙 고가의 물건들이라 영지 내 상인들의 재력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은데요?”

“내일 푸니카 상단을 부를 생각이야.”

“오! 그 고블린 상단 말입니까? 잘됐군요. 성벽과 건물 보수에 필요한 자재도 대량으로 구해야 하는데, 영지의 마을들에는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당장은 푸니카 상단이 많은 도움을 줄 거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많은 상인들이 오가도록 해야지. 여긴 땅이 척박해 어차피 교역으로 먹고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니까.”

“교역이요? 인구도 적은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동안은 괴물들 때문에 외부 상인들이 이쪽으로 들어오길 꺼려했지만 치안이 좋아지면 하나둘 모여들 거야. 유랑민들도 와서 정착하려고 할 거고 인구도 많아지겠지.”

“오! 그렇군요.”

라고스 영지는 대부분 산이다 보니 농사를 짓기에 적당한 땅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인구가 많아지면 쌀이나 밀과 같은 곡식들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신 야채나 과일은 풍성하다.

또한 사냥한 온갖 괴물의 사체에서 얻어지는 고기와 가죽과 같은 것들은 일종의 특산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드롭 아이템들도 상당한 수입이 될 것이다.

* * *

성의 광장에 예술품들을 쌓아놨지만, 【악마가 훔쳐간 여신상】과 【낭만의 디온 성】은 팔지 않을 물건들이라 영주의 저택으로 옮겨두었다.

둘 중에서 여신상은 헤나 신전으로 운반해야 한다.

여신상의 신장이 3미터나 되는 터라 어지간한 마차로는 운반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로안은 코볼트들에게 커다란 마차를 제작하도록 지시해두었다.

그리고 고대 디온 성의 모습이 고풍스럽게 그려져 있는 【낭만의 디온 성】은 저택의 침실 벽에 걸었다.

‘이건 그냥 그림이 아니지.’

이 그림이 바로 비탑이 있는 아공간 던전의 입구다.

게임에서 많이 해봐서 잘 안다.

물론 전설 등급 고대 유물이다 보니 영주 중에서도 극히 소수만 운 좋게 얻을 수 있다.

‘여긴 몇층이나 되려나?’

탑의 층은 높을수록 좋다.

탑의 각층을 돌파할 때마다 영지 전체에 적용되는 특수한 버프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운이 나쁘면 1층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3층만 되어도 꽤 쓸만하지.’

몇층인지는 이미 결정된 상태라 토실이의 행운 버프도 소용없었다.

“토실아! 너희들은 여기서 놀고 있어.”

저 안에서는 펫 소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슥슥! 부비! 몰캉말캉!

녀석들을 한번씩 쓰다듬어주고 로안은 그림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오른 손을 탑이 그려진 부위에 댔다.

지금의 디온 성에는 없는 건물.

그림에만 존재하는 탑이었다.

[라고스 영지의 영주인 당신은 디온 성의 비지(秘地)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곧바로 들려오는 알림.

‘역시.’

로안은 미소 지었다.

[입장은 하루 한 번 가능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예.”

순간 앞에 푸른 빛의 게이트가 생겨났다.

츠읏.

게이트는 침실이 아닌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어져 있었다.

신비한 빛으로 둘러싸인 땅.

그 중앙에 큼직한 탑이 하나 보였다.

[디온 성 전투의 탑]

〔1층〕 레벨10 [???]

〔2층〕 레벨20 [???]

〔3층〕 레벨30 [???]

〔4층〕 레벨40 [???]

〔5층〕 레벨50 [???]

‘오! 5층!’

3층 정도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5층이면 대박이다!

‘그럼 1층부터 시작해볼까?’

로안은 탑의 1층 입구로 들어갔다.

[전투의 탑 1층입니다.]

[이곳은 레벨 10을 달성한 영주만 진입이 가능합니다.]

[1층의 모든 괴물들을 처치하면 탑의 숨겨진 능력 하나를 개방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망 시 죽지는 않지만 대량의 경험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자신 없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십시오!]

레벨 10 제한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10레벨 대 괴물들 100마리와 혼자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1 vs 100.

10레벨 대이니 당연히 19레벨도 나올 수 있다.

‘직업에 따라 다르지만 1층은 최소 30레벨이 넘어야 승산 있어.’

문득 게임에서 아무 생각없이 레벨 25에 들어왔다가 다굴당해 죽은 기억이 났다.

다굴 앞에 장사는 없다고, 100마리가 동시에 달려드는 상황에서 승리하는 건 압도적인 전투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

게다가 놈들을 다 죽이면 나타나는 보스급 괴물도 처치해야 한다.

[1층의 수련을 시작하겠습니까?]

“예.”

로안은 마룡대도를 번쩍 쳐들고 대답했다.

[수련 시작 10초 전입니다.]

[10, 9, 8······2, 1, 0]

카운팅이 끝나는 순간 언데드 100마리가 환영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크키키키!”

“카카카!”

좀비나 구울, 스텔레톤 등의 언데드들이었다. 놈들은 로안을 보자마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평균 레벨 17 정도.

‘한번에 덤벼주니 편하네.’

로안은 체조하듯 휭휭 좌우로 마룡대도를 휘둘렀다.

대도에 맞은 언데드들은 그냥 툭툭 터지듯 튕겨나가며 널브러졌다.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

여기선 코인이나 드롭템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경험치가 제법 쏠쏠한 편이다.

매일 한번씩 들어올 수 있으니 영주로선 레벨을 올리기에도 적당한 장소다.

‘탑이 5층이니 잘하면 60레벨 후반 까지 여기서 올릴 수도 있겠어.’

매일 이 탑만 돌아주면, 굳이 레벨을 올리려 다른 장소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사이 100마리의 언데드들이 모두 동강났다.

[주의하십시오!]

[언데드 로드가 나타납니다.]

경고의 알림과 함께 3미터 신장의 스켈레톤 하나가 나타나 험악한 기세를 뿜어댔다.

레벨 19 보스 급 스켈레톤.

“크크큿! 이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도전자인가? 인간 놈! 절대 이곳을 통과하지 못할······.”

“시끄럽다!”

쾅! 콰작!

놈은 로안이 휘두른 평타 한 방에 맥없이 허물어졌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1층의 모든 괴물을 처치했습니다.]

[1층의 숨겨진 능력이 개방됩니다.]

[당신과 당신에게 충성을 바친 모든 각성자 부하들의 근력이 1 증가합니다.]

[이 효과는 라고스 영지 내에서만 적용됩니다.]

‘근력 1이 어디야.’

로안은 당연하고 기사 닐스 등과 바바리안 부대 전원, 병사들 중 각성자들, 심지어 각 마을의 주민들 중 각성자가 있으면 그들 모두 근력이 1 증가했을 것이다.

로안에게 충성심만 있으면 말이다.

물론 이 충성심은 그리 대단한 기준이 아니다.

로안을 로드 즉, 영주로 인정함과 동시에 로안에게 적의를 품지 않으면 된다.

[2층으로 올라가겠습니까?]

그때 들려오는 알림.

이 경우 보통은 당연히 그렇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고인물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

“아니오, 1층 한 번 더 갑니다. 헬 모드로!”

헬 모드!

각 층의 숨겨진 모드로 난이도가 대폭 증가하는 대신, 돌파하면 버프 효과가 증대된다.

‘이건 첫 도전때 안 하면 기회가 사라진다.’

아마도 이런 게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이곳 세계에 로안 외에는 없을 것이다.

‘있다면 신들 정도겠지.’

그때 곧바로 알림이 들려왔다.

[1층을 헬 모드로 진행하면 이후의 층도 모두 헬 모드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또한 헬 모드에서 사망 시 당신은 사망 패널티로 레벨이 한 단계 하락하게 됩니다.]

[그래도 진행하시겠습니까?]

“예.”

헬 모드는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경험치도 많이 얻을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레벨이 높아 3층까지는 거의 무의미한 경험치지만 말이다.

[1층 헬 모드가 곧 시작됩니다.]

[수련 시작 10초 전입니다.]

곧바로 카운팅이 끝나고 다시 언데드들이 나타났다.

평균 레벨이 23 정도.

게다가 원거리 공격을 펼치는 궁수나 투척전사 류의 언데드들도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래봤자 레벨 48의 환생사이자 중급 마도객인 로안에게는 장난과 같은 전투일 뿐이다.

로안은 언데드 100마리를 가볍게 해치우고 이어서 나타난 보스 급 괴물도 순식간에 박살내버렸다.

[1층의 능력이 갱신되었습니다.]

[당신과 당신에게 충성을 바친 모든 각성자 부하들의 근력이 도합 3 증가합니다.]

[이 효과는 영지 내에서만 적용됩니다.]

‘좋아! 바로 이거야.’

로안은 뿌듯하게 웃었다.

헬 모드 덕분에 근력 1에서 3으로 버프의 효과가 증대된 것이다.

근력 +3.

이는 레벨이 3단계 증가한 것이나 다름없는 위력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시겠습니까?]

“예.”

.

.

.

전투의 탑 2층은 엔트맨, 3층은 리자드맨, 4층은 미노타우루스와 같은 대형 괴수 마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안은 4층까지 일반 모드와 헬 모드를 차례대로 모두 돌파했다.

사기적인 스탯빨과 전설 장비인 마룡대도, 영웅 비급인 거력붕멸도법 덕분에 4층 헬 모드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디온 성 전투의 탑]

〔1층〕 [근력+3]

〔2층〕 [체력+3]

〔3층〕 [민첩+3]

〔4층〕 [지력+3]

〔5층〕 레벨50 [???]

아쉽지만 5층은 아직 레벨 제한이 걸려 올라갈 수 없었다.

현재 로안의 레벨은 44.

방금 전 4층 헬 모드에서 제법 많은 경험치를 얻었다.

레벨 49에서 40으로 환생한 후 다시 4단계 레벨이 오른 상황.

환생 특혜인 경험치 추가 버프도 받은 상태라 내일 4층을 한 번 더 돌면 49 풀 경험치가 될 것이다.

‘곧 승급할 때가 됐네.’

고블린 타이나에게 50레벨 승급 아이템을 부탁해놨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갑자기 모든 스탯이 3씩 증가했으니 다들 꽤나 놀라고 있겠지?’

이는 기적과 같은 버프였다.

비록 라고스 영지 내에서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지만, 영지를 쳐들어온 적들과 싸울 때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전투의 탑에서 나가시겠습니까?]

“예.”

그러자 앞에 다시 푸른 게이트가 생겨났다.

그곳을 통과하자 침실 안이었다.

그런데 침대 위에서 놀고 있어야 할 펫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어디 갔지?’

로안은 침실 밖으로 나가며 토실이를 불렀다.

“토실아~!”

순간 토실이 등이 날아와 로안의 얼굴에 비벼댔다.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뭐하고 있었어?”

그러자 토실이가 앞발로 한쪽을 가리켰다.

창밖이었다.

메이드들도 몇 명 그쪽에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들은 로안이 보이자 다급히 외쳤다.

“아, 영주님!”

“큰일이 벌어졌어요!”

“무슨 일이지?”

“저기 하늘을 좀 보세요.”

“무서운 괴물이라도 나타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밤인데 하늘빛이 좀 이상했다.

달을 검은 구름이 가리고 있었는데 그 구름 사이로 괴상한 빛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다들 불안해하는 게 이해가 됐다.

토실이와 몰캉이뿐 아니라 제논도 눈이 휘둥그레 커져 있었다.

‘균열이라도 생기려나?’

로안의 표정도 굳었다.

영지에 차원의 균열이 발생하면 비상 상황이다.

각 마을들이 마물들에게 초토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균열은 아니었다.

검은 구름이 금세 사라지고 드러난 달.

놀랍게도 오렌지빛이 아닌 신비한 은빛이었다.

동시에 울리는 웅장한 알림.

《신계(神界)에 이상변동이 생겼습니다.》

“······!”

로안은 순간 놀랐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을 회복했다.

은빛 달과 함께 나타난 신계의 이상변동!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기억났으니까.

다름 아닌 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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