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85화 (85/240)

디온 성의 비밀 (1)

[아프릴 3,290 코인을 얻었습니다.]

[트렐 1,340 코인을 얻었습니다.]

[미노타우루스의 검(희귀)을 얻었습니다.]

[스네이크 맨의 가죽장갑(희귀)을 얻었습니다.]

[각성석을 얻었습니다.]

······.

토실이가 볼을 비비는 순간 들려오는 알림들.

대량의 코인과 잡템들이 무더기로 아공간에 이동되고 있었다.

‘토실아~! 너는 도대체!’

로안은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여긴 지금 그런 것에 기뻐하고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도대체 이 녀석들이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는지도 궁금했지만, 그건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로안은 쇠사슬에 몸을 칭칭 감고 있는 거대 바바리안을 쳐다봤다.

신장은 세리나와 비슷했다.

2.2미터의 거대 바바리안.

쇠사슬에 가려졌지만 드러난 부분만으로도 탄력있는 완벽한 근육질의 몸체.

우람한 팔뚝에서 가공스러운 힘이 느껴진다.

오우거라도 한 방에 보내버릴 괴력!

하긴 진정한 괴전사(怪戰士)란 바로 저런 거다.

말 그대로 근육맨의 끝판왕이었다.

“네가 랄프인가?”

“너는 펫들의 주인이냐?”

“그래. 나는 로안. 이곳 라고스 영지의 주인이다.”

“그 사이 새로 영주가 왔나 보군.”

랄프는 로안을 바라보며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우선은 로안이 강하다는 걸 알아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안이 토실이의 주인이라는 것에 대해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이제 자신이 죽을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세리나, 네가 딱 적당한 자를 잘 찾아온 것 같구나. 그렇게까지 날 살리고 싶은 거냐?”

“천만에! 그냥 뒈졌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지.”

세리나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멀쩡했을 때의 랄프는 말 그대로 훈련광이었다.

세리나를 비롯해 다른 바바리안들이 한가하게 쉬는 꼴을 보지 못하고 항상 훈련으로 몰아붙였다.

바바리안은 훈련 속에서 강해진다나 뭐래나.

게으름 피우는 이들에게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날아들었다.

모두가 랄프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랄프가 아니었다면 그녀를 비롯한 바바리안들이 지금껏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두려워하면서도 모두들 랄프를 의지했다.

세리나 역시 그 비슷한 심정이다.

그런데 그때 랄프가 큭큭 웃으며 말했다.

“세리나, 이제 네가 나 대신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죽고나면 바바리안들을 책임질 존재는 너밖에 없으니까.”

“네가 죽긴 왜 죽어?”

“이 악마는 내가 죽어야 나갈 것이기 때문이지.”

랄프는 씁쓸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로안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너라면 기대를 가져볼 수도 있겠군. 하지만 나를 죽이면 악마가 널 공격할 것이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모두 돌아가라.”

“모두 돌아가라고? 그럼 그꼴로 영원히 있겠다는 거냐?”

“아니지. 저 신통한 녀석들 때문에 잠시 내가 정상으로 돌아왔거든. 덕분에 스스로 죽을 수 있는 의지도 되찾았다.”

랄프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로안은 씩 웃었다.

“악마가 무서워서 그냥 돌아가려고 했다면 애초부터 오지도 않았다. 걱정말고 이제부터 내게 맡겨라.”

“뭘 맡기라는 거지? 자신있다면 넌 그냥 날 죽이기만 하면 된다.”

랄프는 자신이 살아날 선택지는 없다 확신하고 있었다.

그때 클로에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랄프, 당신은 죽지 않아도 된답니다. 모든 건 영주님께 달려있죠.”

“너는 사제로군. 그런데 내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이제 제가 당신의 몸에 있는 악마를 빼낼 거예요. 엄밀히 말하면 악마의 분신이죠.”

“악마의 분신?”

랄프와 세리나의 두 눈이 커졌다.

클로에는 끄덕였다.

“악마의 본신이 직접 활동을 한다면 아프릴리스 님께서 그대로 두지 않으실 테니까요.”

“큭! 그런가? 그럼 왜 분신은 그대로 두는 거지?”

“그건 저도 잘 몰라요. 아마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련이 아닐까 생각할 뿐이죠.”

“시련은 개뿔! 하여간 신들은 마음에 들지 않아. 뭐든 지들 맘대로라니까.”

랄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클로에가 탄식하며 말했다.

“지금 그런 식으로 불경스러운 언사를 하면 랄프 님께 좋겠어요? 안 좋겠어요? 악마를 빼내려면 아프릴리스 님의 도움이 절대적인데 말이죠.”

“그, 그게······.”

랄프는 흠칫하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또 그러실 건가요?”

“아니, 안 그러겠다.”

“다행히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가주신다 하시는군요. 아프릴리스 님은 사악한 악마의 분신에 의해 당신이 너무 가혹한 시련을 당한 것에 안타까워 하고 계시니까요.”

클로에는 숙연한 눈빛으로 랄프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당신의 몸에서 나온 악마의 분신과 영주님이 전투를 벌일 거예요. 영주님이 승리하면 당신은 자유를 얻게 되지만, 영주님이 패배하면 당신은 죽어요. 그래도 상관없나요?”

“물론이다. 어차피 죽으려고 했는데, 나에게 살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생겼다면 손해보는 일이 아니지.”

랄프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는 로안을 향해 말을 이었다.

“영주 로안! 네가 패배해서 내가 죽는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겠다. 그러나 만약 네가 승리해 날 자유롭게 해준다면 반드시 보답하겠다.”

로안은 고개를 흔들었다.

곧이어 반사적으로 나오는 고인물 영주의 멘트!

“그럴 필요 없어. 이 일은 보답을 바라고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이 땅의 영주. 내 땅에 들어온 백성을 돕는 건 영주로서 당연하다.”

“······!”

랄프가 놀랐는지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표정은 감동으로 물들어 있었다.

또한 세리나 역시 로안을 향해 한없이 호의적인 표정을 보냈다.

클로에는 살짝 미묘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는 이내 숙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제 시작하겠어요. 눈을 감아요, 랄프 님.”

“그러지.”

랄프는 눈을 감았다.

순간 클로에가 빠르게 외쳤다.

“사악한 악마의 분신아! 당장 그 안에서 빠져나와 너의 실체를 보여라!”

그녀의 손에서 일어난 찬란한 광채가 랄프의 몸을 휘감았다.

화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악―! 감히 사제년 따위가!』

지옥에서 울리는 듯한 섬뜩한 음성이 동굴 안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클로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손에서 나간 광채는 더욱 강렬해졌다.

『크으으으으! 빌어먹을, 여신같으니! 큭큭! 좋아! 그럼 너희 중에 누가 나를 감당할 수 있을······.』

악마의 음성은 소름끼쳤지만 그 음성은 급격히 작아졌고 이내 들리지 않았다.

동시에 동굴 한쪽에 붉은 빛의 폭풍이 일어났다.

“모두 저 결계에서 멀어져요. 세리나 님! 어서 랄프 님을 들고 저 뒤로 가세요.”

클로에가 다급히 외쳤다.

그러자 세리나가 바람처럼 달려가 랄프를 들고 뛰었다.

클로에도 그녀의 뒤를 따라 결계에서 멀리 피했다.

그러나 로안은 피하지 않았다.

‘마결계(魔結界)인가?’

지난 번 악마 크루스의 분신과 싸울 때 이미 한 번 들어가봤다.

그리고 놈을 죽이고 권능의 인장을 얻었다.

그렇다.

지금이 로안에게는 두 번째 권능을 얻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주저없이 마결계의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 * *

사실 레벨 59의 괴전사 랄프의 전투력이라면 악마 글루토누스의 본신도 아닌 분신 정도는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전투력을 수치로 환산한다면 오히려 랄프가 훨씬 우위라 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악마 글루토누스의 분신과 싸우는 방법을 모른다면 아무리 전투력이 높다 해도 쉽게 이기기 힘들다.

특히나 마결계 안에서라면.

‘랄프도 마결계 안으로 끌려와 전투를 벌였겠지. 그리고 패했을 거고.’

악마 글루토누스의 분신은 초반 30초만 극강한 전투력을 발휘한다.

보통 보스들은 초반보다 나중에 폭주해 증폭된 전투력을 펼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놈은 시작부터 전력을 다해 공격을 해온다.

특히나 그때는 방어력이 거의 무적에 가까운 상태라 공격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즉, 놈의 공격을 방어나 회피하며 30초의 시간을 끄는 게 승리의 관건이다.

‘랄프는 시작부터 미친 듯 공격을 퍼붓다가 당했을 게 분명해.’

당연히 공략법을 모른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상대가 꿈쩍도 하지 않은 것에 1차적으로 놀랄 것이고, 상대의 공격이 너무 강력해 무참히 패배하는 상황에 2차적인 충격을 받을 테니까.

그럼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악마에게 패배한 터라 악마에 대한 짙은 두려움 속에 빠지게 된다.

지금 랄프가 딱 그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감히 나의 권속 굴라를 죽인 놈이군. 그렇지 않아도 곧 너를 손보려 했는데 제발로 찾아왔구나.』

“귀찮으니 빨리 덤벼라.”

마결계 안은 이전에 크루스 때보다 훨씬 넓었다.

글루토누스가 크루스보다 한급 높은 녀석이다 보니 당연한 일.

『그런데 네게서 어찌 크루스의 힘이 느껴지는 것이냐?』

놈은 악마답게 로안에게 악마 크루스의 인장이 있는 걸 단번에 알아봤다.

로안은 싸늘히 웃었다.

“너도 곧 같은 꼴이 될 거다, 글루토누스.”

『크크크카카카카! 정말 겁 없는 놈이로군.』

스스스스!

순간 마결계의 중앙에 거대한 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장은 대략 5미터.

그런데 머리와 몸체만 존재한다.

나름 2등신이지만 하나도 귀엽지 않다.

거대한 머리의 태반이 입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포식마!

먹어도 먹어도 만족할 줄 모르는 탐식의 악마!

저놈에게 장악되어 악마로 각성하면 전장에서 적들을 그런 식으로 잡아먹는다.

『인간! 네가 무슨 수로 크루스의 인장을 얻었는지 모른다만, 나는 그 따위 녀석과 비할 수 없이 강하다. 어떠냐? 감히 내게 저항한다는 무모한 생각을 버리고 나의 권속이 되는 것이! 그러면 네게 나의 힘을 주마.』

항상 악마들을 만나면 지겹도록 듣는 말이다.

이는 놈들이 직접 본신으로 활동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신을 통해 자신의 아바타를 찾는 것이다.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즉, 악마는 악마 각성자나 권속을 통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 봐도 된다.

따라서 로안처럼 잠재력이 높아 보이는 육체를 악마들이 아바타로 탐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두 번 말하게 하는군. 귀찮으니 어서 덤벼라.”

그러자 글루토누스의 몸체에서 팔과 다리가 쑥쑥 빠져나왔다.

그로인해 2등신에서 대략 5등신 정도가 된 녀석의 신장은 10미터가 넘었다.

양 손에는 각각 거대한 식칼을 쥐고 있었다.

『큭! 어차피 네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영원히 나의 권속이 되어야 할 운명임을 깨닫게 해주마!』

그 말이 끝나자마자 놈의 몸 주변을 붉은 오러의 빛이 휘돌았다.

중앙에 있던 녀석이 바람처럼 돌진해 거대한 식칼로 로안을 내리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공격.

쾅! 콰앙!

그러나 두 개의 식칼은 바닥만 무참히 가격했을 뿐이다.

로안이 잽싸게 옆으로 피했으니까.

스스스.

동시에 로안의 옆에 또 하나의 로안이 나타났다.

분신술(Lv2)이었다.

‘기왕이면 안전빵으로 가자.’

어차피 분신을 만들어도 웬만큼 강한 녀석은 분신에 속지 않는다.

즉, 분신은 거의 무시한 채 본신만 공격해온다.

더구나 방어력이 무적인 상태인 글루토누스는 더더욱 로안의 분신 따위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쾅! 콰앙!

또 다시 펼쳐진 공격.

그러나 로안은 맞서지 않고 미리 피했다.

『제법 신경쓰이게 하는 놈이군.』

벌써 10초가 지났다.

그런데도 로안을 쓰러뜨리지 못하자 글루토누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번쩍! 번쩍! 파파파팟―!

두 개의 식칼이 움직이는 궤적은 광풍이라도 부는 것처럼 난폭했다.

숨 쉴틈도 없이 내리쏟아지는 식칼의 공세!

대미지가 증폭되어 극대화된 상태라 막아도 엄청난 충격을 입게 된다.

카앙! 콰앙!

미친 듯 날아드는 두 칼의 공세를 모조리 피해내기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로안은 마룡대도를 휘둘러 막았다.

‘윽! 근력을 그렇게 높여놨는데도 대미지가 들어오네.’

그래도 버틸만 했다.

‘이대로 좀 더 시간만 끌면 된다.’

그 사이 그의 분신은 멀리 반대쪽 결계 벽에서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대충 20초쯤 지난 것 같은데?’

이제 10초 남았다.

기억대로라면 이때쯤부터 글루토누스가 최후의 공격을 펼쳐온다.

『정말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인간! 하지만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이걸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글루토누스가 돌연 왼손의 식칼을 집어던졌다.

콰아앙!

로안이 피하자 칼이 바닥에 꽂히며 폭발했다.

쾅! 콰앙! 콰아앙!

연달아 파동처럼 계속 날아드는 충격파!

저기에 휘말리면 그냥 녹아내린다.

대미지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콰아앙! 쾅! 콰콰앙!

충격파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결국 로안은 그것을 버텨내지 못하고 처참하게 녹아버렸다.

물론 그것은 분신이었다.

그 사이 블링크를 통해 위치를 바꿔 로안의 본신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이제 끝장을 내주지.’

로안은 지체없이 돌진해 일도붕멸을 날렸다.

『······!』

글루토누스가 흠칫 놀라며 황급히 칼을 휘둘러 막았다.

콰아아앙!

악마의 분신답게 놀라운 반사신경이었지만, 놈은 칼과 함께 뒤로 퉁 나가떨어졌다.

폭주로 인해 힘의 대부분을 소모한 탓이었다.

‘예상대로 저놈이 약해졌다.’

그러나 설정대로라면 여기서 1분 안에 놈을 죽이지 못하면 본래 힘을 회복한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아까와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로안의 공격을 피해 글루토누스가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쿵쿵쿵쿵!

거대한 덩치답지 않게 놈의 움직임은 바람처럼 빨랐다.

그 뒤를 추격하며 로안이 대도를 휘둘렀지만 놈이 워낙 빨라 잘 맞지 않았다.

‘뭐지? 저놈도 시간을 끄는 건가?’

게임에서는 없던 현상이다.

낮아진 전투력 상태에서도 무식하게 돌진해오는 게 정상인데.

‘좀 더 영리해졌군. 하긴 현실이니 게임처럼 단순하게만 움직이지 않겠지.’

1분의 시간을 끌어 본래 힘을 회복하면 아까처럼 무적 상태에서 반격을 해올 것이다.

‘그러면 꽤 피곤해지는데.’

그전에 반드시 해치워야 한다.

“토실아! 몰캉이를 시켜 저놈을 막아!”

[토실이가 몰캉이를 소환합니다.]

[토실이가 제논을 소환합니다.]

[토실이가 귀마를 소환합니다.]

아공간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핀 토실이가 몰캉이 등을 즉각 소환했다.

몰캉이는 곧바로 거대 베르미스로 변해 글루토누스의 분신을 가로막았다.

『하찮은 마물 놈 따위가 어딜 막느냐?』

글루토누스는 가소롭다는 듯 오른 손의 식칼을 내리찍었다.

카앙!

“끼아아아아!”

몰캉이가 몸을 움찔 떨며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철갑Lv3〉 덕분에 부상은 거의 입지 않았다.

몰캉이가 그냥 비명부터 지르고 본 것이다.

‘녀석 엄살은!’

로안은 다급히 외쳤다.

“몰캉아, 그놈의 발목을 물어!”

꽈악!

그러자 몰캉이는 주저없이 글루토누스의 발목을 물었다.

『건방진!』

격분한 글루토누스가 식칼을 내리찍었지만 몰캉이는 몸으로 버텨냈다.

“잘하고 있다!”

그 사이 로안과 거리가 가까워지자 조급해진 글루토누스는 몰캉이에게 물린 다리를 스스로 잘라냈다.

『으득! 귀찮은 놈 같으니! 잠시 후 두고 보자!』

그리고는 외발로 쿵쿵 뛰어 달아났다.

‘미친! 도마뱀 꼬리 자르기냐?’

로안은 보면서도 황당했다.

정말 기발하다고 해야할까?

글루토누스가 저런 방법으로 도망을 칠 줄이야.

그런데 그때.

미끌!

외발로 바람처럼 뛰던 글루토누스가 돌연 균형을 잃더니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제논이었다.

그 사이 녀석이 바닥에 얼음 장판을 깔아놓은 것이다.

“잘했다, 제논!”

잘한 건 칭찬해줘야 한다.

곧이어 글루토누스의 앞에 도달한 로안이 대도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서거걱!

일도붕멸 앞에 글루토누스의 목은 맥없이 잘려나갔다.

『크으으윽! 네놈이 감히!』

목이 잘렸는데도 멀쩡히 말을 하고 있지만 이상할 것 없다.

어차피 지금의 음성은 뜻으로 전해오는 것이니까.

‘이놈의 인장은 목 부위에 있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갈라진 글루토누스의 몸체에서 튀어나온 작은 구형체.

작지만 어둠 속에서 태양처럼 빛났다.

악마의 가공스러운 힘이 담긴 인장!

‘저거다.’

로안은 기다렸다는 듯 그것을 낚아챘다.

츠읏!

그러자 그 인장이 로안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번쩍!

순간 이미 인장이 있는 왼팔뚝이 아닌, 오른쪽 팔뚝에 이글거리는 악마 문양이 피어났다.

[당신은 악마 글루토누스의 인장을 강탈했습니다.]

이로써 악마의 인장을 두 개째 얻는데 성공한 것이다.

『감히 인장을 강탈하다니!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으냐? 네놈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영원한 고통으로······.』

“시끄럽다! 나같은 고인물에게 그런 협박은 안 통해.”

『고인물······?』

“그런 게 있어.”

로안은 팔뚝에서 환영처럼 튀어 나온 자그만 악마의 얼굴을 향해 딱밤을 날렸다.

퍼억!

『쿠아아악―!』

놈의 얼굴이 연기로 변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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