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82화 (82/240)

나보다 강한 자를 데려와라 (1)

[마도객 로안의 파티]

-파티장 : 로안(Lv45)

-파티원 : 클로에(Lv57)

-파티원 : 닐스(Lv42)(↑1)

-파티원 : 데라(Lv33)(↑2)

-파티원 : 하일(Lv33)(↑2)

포식전사 굴라를 해치우자 로안과 클로에를 제외한 파티원들의 레벨이 올랐다.

[몰캉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몰캉이도.

몰캉이(Lv34)(↑1)

몰캉이는 포식전사 굴라의 사체를 먹어치우며 대량의 경험치를 얻은 것이다.

‘몰캉이 녀석 잘 크고 있군.’

괴물 사냥뿐 아니라 포식으로도 엄청난 경험치를 얻는 녀석이니 펫들 중 성장이 가장 빠른 것은 당연하다.

‘별다른 아이템은 없네.’

포식전사 굴라가 제법 강하긴 했지만 보스급 괴물은 아니었다.

그저 레벨이 높아서였을 뿐.

게다가 사제 클로에가 함께 한 파티다 보니 별다른 명성 상승도 없었다.

* * *

한편 행정관 케빈이 정체를 숨긴 악마의 하수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자 성의 병사들과 일꾼들은 경악했다.

그것도 인간을 잡아먹는 포식자였을 줄이야.

당연히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병사들은 물론 메이드들도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제부터 병사들의 지휘는 하일과 데라가 맡는다. 그리고 닐스는 새로운 행정관이 올 때까지 성의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도록 해.”

“예, 로드.”

“메이드로 잡혀온 소녀들은 모두 풀어주고 노예들도 마찬가지야. 각 마을로 돌려보낸 후 필요한 일꾼들은 공식 절차를 거쳐 다시 차출하고.”

“예, 로드.”

“코볼트 오롬! 성의 보수 공사는 너와 코볼트들에게 맡기겠다. 필요한 자재는 모두 구해줄 테니 최대한 빨리 성벽과 타워 등을 원상 복구시켜라.”

“맡겨주십시오, 로드. 그런 건 저희들이 전문입니다.”

이미 성이 어떤 상황인지는 방금 전 죽인 굴라의 입을 통해 들었다.

영주인 로안이 해야할 일은 최대한 빨리 영지의 상황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

어렵다면 한없이 어려운 일이지만 로안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뭐든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특별히 대단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지. 그냥 하던대로 밀어붙이는 거야.’

게임에서 하던대로 말이다.

로안은 카오니아에서 영주를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

남작에서 시작해 공을 세우고 공작이 된 적이야 수도 없이 많다.

나아가 왕이 되고, 황제가 된 적도 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는 단 하나다.

영주가 직접 할 필요가 없다.

유능한 인재에게 뭐든 맡기면 된다.

단, 영주가 큰그림은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 영지를 운영할지에 대한 지침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유능한 인재를 계속 찾아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당연히 게임과 다르다.

생각처럼 척척 되지 않을 것이다.

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어쩔 수 없다.

그때 그때 머리를 모아 해결해나가야 한다.

‘완벽하게 하는 건 불가능해. 일단 기본만 하자.’

어쩌다 보니 레온 왕국의 귀족이자 영주가 되었지만, 로안은 계속 레온 왕국에 충성해 이대로 눌러 앉을 생각은 당연히 없다.

그냥 귀족이 되면 좀 더 활동하기 편하기에 받아들인 것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영주로서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아무리 허접한 영지의 영주라고 해도 영주만이 할 수 있는 특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악마들이 대거 준동하면 국가 개념도 별 의미가 없어지지. 그땐 오히려 영주들의 시대라고 봐도 된다.’

심지어 왕들 중 상당수가 악마의 하수인이 되거나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그때가 되면 영주들은 각자 도생해야 한다.

그런 건 당연히 로안의 전문이었다.

‘그나저나 굴라 놈이 너무 큰 똥을 싸놔서 그걸 치우는 데만도 한 세월이 걸리겠어.’

게임에서 아무리 허접한 영지를 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영지의 정규 병사가 고작 80명이라니.

당연히 내정도 개판이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를 정도이니까.

‘이런 경우 촌장들의 마음을 얻으면 편하지.’

곧바로 로안은 닐스에게 지침을 주었다.

“내일 각 마을의 촌장들을 불러서 회의를 열도록 해. 영지의 내정에 대해 좋은 의견이 많이 나올 거야.”

“예, 로드. 그런데 제가 볼 때 치안이 가장 큰 문제 같습니다. 괴물들이 마을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병사들이 지금의 열배는 있어야 합니다.”

닐스의 말에 로안은 끄덕였다.

“그건 나에게 맡겨. 적당한 녀석들이 있으니까.”

“바바리안들 말입니까?”

“그래. 그 녀석들 한 부대만 있으면 일단 안심이거든.”

“그야 엄청날 겁니다. 일당십은 되는 놈들이니까요. 하지만 그놈들이 순순히 영주님의 부하가 되려고 할까요?”

“되게 만들어야지.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닐스 그대는 당분간 내정에만 전념해. 마을에 찾아보면 의외로 유능한 인재가 있을 거야.”

“예, 그렇지 않아도 마을을 돌아보려고 합니다만.”

닐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래도 돈이 아닐까 합니다.”

영지의 재정도 엉망이었다.

【라고스 영지】

-영주 : 로안 레푸스

-재정 : 아프릴 834코인

-재정담당 행정관 : 닐스

닐스에게 권한을 줬지만 가용할 수 있는 코인이 거의 없었다.

고작 834코인이 이 거대한 영지 전체의 재정인 것이다.

굴라가 얼마나 개판을 쳐놨는지 여기서도 증명이 됐다.

“일단 이걸로 써. 부족하면 또 마련해 볼 테니.”

[영주 로안이 아프릴 10,000코인을 라고스 영지의 재정 코인으로 입금했습니다.]

[재정 : 아프릴 10,834코인]

“예, 로드. 아껴쓰도록 하겠습니다.”

1만 코인이 들어오자 닐스는 반색했다.

그래봤자 영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푼돈에 불과하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다.

닐스가 나간 후 로안은 방을 둘러봤다.

‘그놈이 분명 어딘가로 코인을 빼돌려놨을 텐데.’

여기는 내성에 있는 성주의 저택이다.

그동안 행정관으로 위장한 굴라의 거처이기도 했다.

성의 다른 곳은 허름했지만 여기만은 유독 화려했다.

‘참 나 호텔이 따로없군.’

금빛으로 번쩍이는 벽.

보석이 박힌 거울은 물론이고, 테이블이나 의자, 심지어 물병과 컵들까지.

하나같이 다 고급져 보인다.

침실만 대체 몇 개인지.

각각의 방마다 놓여있는 침대의 종류가 달랐고 장식도 상이했다.

재정 코인을 다 이런 데다 쓴 것 같아 울화가 치밀었다.

‘아니야. 아무리 여기다 처발랐다고 해도 그 많은 재정 코인을 다 쓰는 건 한계가 있어. 분명 어딘가 꼬불쳐놓은 코인이 잔뜩 있을 거야.’

영주는 영지의 재정 코인을 자신의 개인 코인으로 얼마든지 입출금 할 수 있다.

그건 오직 영주만 가능하다.

재정담당 행정관은 그것이 불가능하며, 오직 재정의 집행을 통해 코인을 쓸 수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개인 코인으로 직접 뺄수만 없을 뿐이지, 다른 방법으로 빼돌리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영지의 재정 코인으로 보물같은 걸 사서 챙겨두는 방법이 대표적이지.’

그런 경우 아공간에 넣어두면 답이 안 나온다.

하지만 아공간은 제한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 이런 짓을 하는 녀석들은 어딘가 따로 보물 창고를 만들어 두는 게 일반적이었다.

게임에서 그랬으니까.

‘서랍도 아니고 바닥도 아닌 것 같고.’

로안이 찾긴 무리였다.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다름아닌 토실이.

“토실아! 성의 어딘가 보물 창고나 비밀의 방 같은 곳이 있을 거야. 샅샅이 뒤져 찾아내.”

끄덕!

토실이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몰캉이와 제논 역시 심심하던 참에 잘됐다는 듯 신나는 표정으로 토실이를 따라갔다.

로안은 머리도 식힐겸 밖으로 나갔다.

정원에 사제 클로에가 서 있었다.

“오! 클로에 사제님 그렇지 않아도 찾으러 가려던 참인데 잘됐군요.”

“혹시 포식마 글루토누스 때문인가요?”

“예, 굴라는 그놈의 하수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분명 영지의 어딘가에 그놈의 하수인이 또 있을 겁니다.”

그러자 클로에가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 영지 어딘가에서 어둠의 기운이 짙게 느껴지고 있어요.”

굴라는 어둠의 일부였을 뿐 진정한 어둠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는 것.

“혹시 어느 쪽에서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안타깝게도 그건 알 수 없어요. 아주 가까운 곳에 가면 느낄수야 있겠지만.”

그녀 또한 그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서는 얻었답니다. 아무래도 바바리안들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바바리안이라고요?”

“네, 아프릴리스 님께 기도를 통해 알아낸 것이니 틀림없어요. 그 이상은 저의 레벨이 낮아 알 수 없지만.”

로안의 눈이 커졌다.

“설마 그들이 어둠의 하수인이라는 뜻입니까?”

“그건 아니에요. 그랬다면 아까 바바리안들을 만났을 때 제가 알아봤겠죠.”

그렇다니 다행이다.

바바리안들은 로안이 부하들로 눈독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 바바리안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무턱대고 바바리안들을 찾아다닐 수는 없는 일.

그렇게 돌아다니기에 이곳 영지는 너무나 넓다.

닐스에게 각 마을에 관련 내용을 공지하라 지시했다.

바바리안들이 어느 마을에 들르든 영주인 로안이 그들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그보다 바바리안들이 왜 족장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했는지 모르겠군.’

그랄타의 곤란해하는 표정을 보니 분명 무슨 일이 있는 듯했다.

바바리안들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일정한 거처가 없다.

랜덤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어디에 어떤 바바리안들이 나타날지 예측도 불가능하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장차 무수히 흩어진 바바리안들을 규합해 무시못할 세력을 형성할 존재는 정해져 있다는 것.

대족장 랄프!

물론 게임에서 그랬듯이 등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또한 랜덤이니까.

역사의 흐름과는 무관하다.

랄프는 대체로 용사의 편에도, 악마의 편에도 끼지 않는 중립적인 존재다.

‘랄프의 전투력은 용사에 버금갈 정도지.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 건데.’

운이 좋아 랄프를 거둘 수 있게 된다면 진정한 대박이다.

‘랄프가 아니라 세리나도 나쁘지 않아.’

랄프가 바바리안의 신화적 존재라면, 세리나는 전설적 존재쯤 된다.

게임할 때 운 좋게 그 둘을 동시에 부하로 거둬본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때 정말 신났었지.’

즉, 로안이 그랄타에게 족장의 이름을 물어본 건 그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랄프’나, ‘세리나’라는 이름이 나온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그들의 호의를 얻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해야한다.’

그랄타가 찾아오면 다시 한 번 물어볼 생각이었다.

* * *

한편 그때 그랄타를 비롯한 바바리안들은 다시 숲에 있는 그들의 거처로 돌아왔다.

산의 중턱에 있는 커다란 동굴.

여기엔 바바리안 1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었다.

“늦었구나, 그랄타.”

강철처럼 강인한 근육질의 몸매.

다른 바바리안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신장.

그저 눈빛만으로도 다른 바바리안들을 위축시키는 존재였다.

차가우면서도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성 바바리안.

그녀의 이름은 세리나였다.

“왜 이리 늦었지, 그랄타? ”

“그게 미노타우루스를 사냥하느라.”

그랄타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영지 내 인간들과 접촉하지 마라!

이건 세리나가 만든 규율이다.

인간들과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면 그녀에게 혼이 난다.

그래서 그랄타는 영주와 만났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눈치 빠른 세리나를 속일 수는 없었다.

“흐음!”

세리나가 손가락을 투둑거리며 험악한 눈빛으로 그랄타를 노려봤다.

“맞고 말할래? 그냥 말할래?”

“자, 잠깐!”

그랄타는 움찔했다.

그와 함께 돌아온 11명의 바바리안들도 흠칫하며 세리나의 눈치를 봤다.

그랄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늘 사실 라고스 영지의 영주란 인간을 만났다.”

“내가 분명 인간들과 접촉을 하지 말라 했을 텐데?”

세리나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랄타가 헤헤 웃었다.

“그냥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다. 저 미노타우루스 놈을 사냥하려다가.”

“그런데?”

“영주라는 자가 팔씨름을 하자고 해서 팔씨름을 한번씩 했을 뿐이야.”

그랄타는 아까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했다.

세리나의 표정이 놀람으로 물들었다.

“인간 영주가 너희들 모두와 팔씨름을 해서 이겼다고?”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저기 있는 성의 주인 놈을 죽였다.”

그랄타는 멀리 보이는 성을 가리켰다.

영주성인 디온 성이었다.

세리나가 미간을 좁혔다.

“너희들 설마 저 성 근처에 까지 갔던 거야?”

“헤헤, 그냥 영주라는 자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따라가봤어.”

“흥! 규율을 어겼으니 각오는 되어 있겠지.”

“물론이다. 하지만 벌은 나 혼자만 받겠다. 저 녀석들은 죄가 없어. 다 내가 하자고 한 일이거든.”

“그 말 접수하지. 그래도 제법 바바리안답구나.”

세리나가 웃었다.

자신은 벌을 받더라도 동료들의 징벌을 면하게 해주려는 그랄타가 기특했으니까.

“그랄타! 너를 삼일 징벌형에 처하겠다.”

그랄타는 움찔했다.

솔직히 맞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세리나도 험악하게 분위기만 조성할 뿐이지 이런 일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징벌형이 무척 가혹하다는 것이다.

무려 삼일동안 굶어야 하니까.

‘크흑! 씨X, X됐다.’

울상을 짓고 있는 그랄타를 향해 세리나가 물었다.

“영주 성에 가서 구체적으로 뭘 봤는지 자세히 말해봐.”

“그동안 주인 행세를 하던 케빈이라는 놈이 사실은 괴물이었는데, 영주가 한 방에 두 동강내버렸다.”

세리나의 눈이 커졌다.

“디온 성의 행정관 케빈이 괴물이었다고?”

“그놈은 케빈이 아니라 굴라라는 이름의 포식전사였다.”

“포식전사라면? 설마?”

“맞아.”

어차피 이제 숨길 것도 없다는 생각에 그랄타는 본 것을 모두 말했다.

“그러니까 인간 사제가 케빈의 숨겨진 정체를 간파해 본신을 드러나게 만들었고, 영주는 그놈을 단칼에 베어버렸다는 거군.”

“그래. 그 영주란 자는 정말 세다. 그런데······.”

“그런데?”

“영주에게 죽은 그놈 말이야. 내 착각인지 모르지만 그놈이 정체를 드러내자 풍겨나오던 기운이 아주 익숙해.”

“익숙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족장님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과 정말 비슷했다.”

세리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다시 물들었다.

“그게 정말이냐?”

“틀림없다.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그 영주라는 자에게 부탁해보면 어떨까?”

“그게 무슨 뜻이지?”

“그라면 혹시 족장님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 모르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세리나는 안색을 굳혔다.

“너는 이만 징벌방으로 이동해!”

“자, 잠깐! 징벌을 이틀로 줄여주면 안 되냐? 삼일을 굶는 건 너무하다고.”

“하루 더 늘리고 싶으면 계속 그래라.”

“크흑! 알았다.”

그랄타는 울상을 지으며 징벌방으로 향했다.

세리나는 팔짱을 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랄타의 말대로 영주라는 자가 족장의 저주를 풀어줄 수 있을까?’

그랄타에게는 터무니없다고 말은 했지만 왠지 계속 생각이 났다.

‘하지만 진짜 터무니없는 일이야. 족장을 구하려면 일단 족장과 싸워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해.’

족장보다 강한 존재여야 한다는 것.

이건 그녀의 생각이 아니라 족장의 뜻이었다.

「나를 구하려면 나를 이길 수 있는 강한 자를 데려와라, 세리나. 하지만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악마의 저주에 걸렸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묶은 채 밖에서 빼주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곳에 갇힌 존재.

그는 바바리안들 중 그녀보다 강한 유일한 이이기도 했다.

‘이대로 두면 족장은 죽고 말 거야.’

세리나는 족장이 죽는 걸 원하지 않았다.

성격이 좀 지랄맞긴 하지만.

말보다 주먹이 앞서긴 하지만.

살리고 나면 분명 후회하겠지만.

그래도 그를 살리고 싶었다.

‘족장은 나보다 훨씬 강해. 최소한 나보다 훨씬 강하지 않으면 시도하는 게 무의미한 일.’

세리나는 그 영주라는 자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과연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존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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