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로운장이다 (5)
대도와 쌍검이 연속으로 격돌했다.
카앙! 차앙!
로안은 몰캉이를 뒤로 피하게 하고 탈룬과 전투 중이었다.
마룡대도의 평타 한 방도 버거워하던 다른 오크 지휘관들과 달리 탈룬은 쌍검을 적절히 사용해 차분히 방어를 해냈다.
동시에 이어진 반격!
번개처럼 좌우로 파고들며 날아드는 쌍검의 공세!
순식간에 로안은 몇 군데의 자상을 입고 말았다.
피투성이가 된 로안을 보며 탈룬이 비릿하게 웃었다.
“어리석은 애송이 놈! 네놈은 그냥 조용히 성에 웅크리고 있었어야 했다. 기어코 죽겠다고 따라왔으니 소원대로 해주마.”
“꿈꾸고 있구나. 죽는 건 너다, 오크.”
뒤로 밀리는 듯 하던 로안이 쌍검을 피하며 힘차게 대도를 휘둘렀다.
쒸엑!
마룡대도가 공간을 비스듬히 갈랐다.
탈룬이 다급히 쌍검을 동시에 휘둘러 막았다.
카앙!
“컥!”
대도의 힘에 밀린 탈룬이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쭉 밀려났다.
그러나 그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은 듯 킥킥 웃었다.
“어린 놈이 정말 무식한 힘을 가지고 있구나. 힘으로 따지면 따라올 놈이 없겠어!”
현재 로안의 레벨은 42.
그러나 환생사라는 사기적인 직업 덕분에 로안의 스탯은 레벨로 따지면 그 두 배 이상이다.
【근력】 61(+3)
【체력】 29
【민첩】 32(+1)
【지력】 21(+20)
실제로는 레벨 100쯤은 되어야 가능한 스탯 총합이다.
따라서 신체의 피지컬로 따지면 로안이 레벨 70인 오크 군단장 탈룬을 월등히 능가한다.
그러나 탈룬은 레벨 70의 투혼쌍검사(鬪魂雙劍士)!
희귀 이상의 직업의 경우 레벨 70의 장벽은 마(魔)의 장벽이라 할만큼 깨뜨리기 어렵고, 그만큼 승급도 까다로운데 투혼쌍검사도 그중의 하나다.
특히 탈룬은 상급쌍검사에서 투혼쌍검사로 각성하며 영웅 등급 검법인 투혼쌍검법도 터득했다.
그 성취는 무려 8성.
물론 같은 영웅 등급 비급이라고 해도 투혼쌍검법은 로안의 거력붕멸도법에 비하면 한참 아래 수준이다.
그러나 로안의 성취는 아직 5성이라 문제다.
그뿐이 아니다.
레벨이 상승하면 스탯과 별개로 각 직업별 전용 스킬 위력도 상승한다.
아무리 로안의 스탯이 높다고 해도 레벨 30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즉, 객관적인 전투력만 따지면 로안이 불리한 게 맞다.
스탯 외에는 높은 게 없으니까.
‘하지만 전투는 객관적인 수치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지.’
수치상으로 나와 있지 않은 로안만의 강점.
그건 바로 그가 고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로안은 이미 탈룬과 게임에서 숱하게 싸워봤다.
따라서 탈룬이 어떤 스킬을 쓰는지를 아주 잘 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탈룬!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
자신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탈룬과 승부를 벌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크카캇! 뒈져랏!”
탈룬이 다시 돌진해왔다.
투혼쌍검법!
상처를 입을수록 투혼이 증가하고 그로인해 공격력이 사기적으로 강해지는 기괴한 검법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붓게 되면, 다 이겨놓고도 불의의 일격 한 방에 끝장이 날 수도 있다.
로안은 그것을 알고 있는 터라 놈의 공격에 방어 위주로 대응하는 중이었다.
【생명】 283/340
생명력이 제법 하락했지만 치명상만 입지 않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메인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 그냥 소지만 하고 있어도 회복력이 증가하는 신령한 빛의 조각 때문이다.
‘이게 달리 신화 등급 아이템이 아니지.’
지금처럼 숨가쁜 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아공간에서 생명력 회복 물약을 먹을 틈이 없다.
그런 짓을 하다간 눈깜짝할 사이에 목이 잘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그저 아공간에 소지한 것만으로도 생명력과 마나가 차오르는 아이템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생명】 287/340
특히 생명력의 경우 상당히 빠르게 차오른다.
그가 한번씩 크게 대도를 휘둘러 탈룬과의 거리를 벌리는 것도 바로 이 틈을 얻기 위해서였다.
‘어설프게 공격해서는 내가 당한다. 단 한 방에 승부를 낼 기회를 노려야 해.’
다행히 그때가 언제인지 로안은 잘 알고 있다.
【생명】 291/340
한편 탈룬은 답답함을 느꼈다.
분명 자신이 전투에서 우월한 상황인데도 로안은 쓰러지지 않았다.
저게 어떻게 레벨 42의 전투력이란 말인가?
그는 짙은 의구심을 느꼈다.
본래라면 레벨 차이가 이 정도로 날 경우 단 한 방도 버티지 못하는 게 당연한 상식이니까.
‘정말 어린 놈이 보통이 아니군. 경미한 자상을 입을 지언정 치명상은 철저히 방어하고 있다.’
모든 의구심을 떠나 탈룬은 로안이 상당한 강적임을 인정했다.
말이야 애송이가 어쩌고 했지만 그건 감정을 자극해 허점을 드러내게 만들기 위한 수법일 뿐.
그는 지금 전력을 다해 로안을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정말 괴물같은 놈이다. 어디서 이런 놈이 튀어나온 건가?’
더욱 황당한 건 그 사이 그를 수행하는 귀검사 오크가 로안의 펫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고전중이라는 것.
그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사실 로안 또한 놀라는 중이었다.
몰캉이와 제논이 귀검사 오크를 상대로 거의 비등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으니까.
‘아니, 저 녀석들? 뒤에 피해 있으라고 했는데.’
그래도 토실이가 뒤에서 전투를 지휘하고 있을 터라 안심이었다.
몰캉이 등이 불리해지면 즉각 아공간 휴식처로 복귀시킬 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보면 그럴 필요가 없을 듯했다.
귀검사 오크가 휘두르는 검격을 몰캉이가 철벽 능력을 통해 모조리 받아내고, 제논은 끊임없이 마법을 쏟아부었다.
특히 아이스 애로우의 얼음 화살이 지속적으로 귀검사 오크의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얼마나 맞았는지 귀검사 오크의 몸체 일부가 얼음처럼 굳어져 있을 정도였다.
‘잘하면 저 녀석들이 이기겠는데?’
몰캉이도 몰캉이지만 제논은 그야말로 야비하게 마법을 날렸다.
녀석은 귀검사 오크의 영 좋지 못한 부분까지 서슴치 않고 공격을 해댔으니까.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크라겔 특유의 전법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로안은 탈룬과의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귀검사 오크가 합공을 해오면 여러모로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네놈 제법 대단한 펫들을 거느리고 있구나. 특히 저 토끼 놈이 보통이 아니야.”
그때 탈룬이 뒤쪽 토실이를 보며 흥미를 보였다.
“펫 볼 줄 아는군.”
“물론이다, 인간 놈. 저 앞의 놈들이 마음 놓고 싸우는 건 다 뒤에 있는 녀석을 믿고 있기 때문이지.”
탈룬은 말을 하면서도 쌍검을 폭풍처럼 휘둘렀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신없이 두 자루의 검이 날아들었다.
로안은 뒤로 물러나면서 대도를 효율적으로 움직여 방어했다.
스치듯 지나가는 자상쯤은 무시했다.
증폭된 근력의 위력은 공격력 뿐 아니라 방어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본래라면 탈룬의 쌍검에 스치기만 해도 상당한 대미지를 입게 되지만 그만큼 막강한 근력이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로안의 몸은 온통 피투성이었다. 외면만 보면 금세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해 보였다.
탈룬이 키득거리며 외쳤다.
“잘 버티고 있다만 그래봤자 네놈이 쓰러지는 건 시간문제다. 네놈을 죽이고 저 토끼 녀석을 나의 펫으로 삼도록 하마.”
꿈도 야무지다.
탈룬이 설마 토실이를 노릴 줄이야.
듣는 토실이도 기분 나쁜 듯 힐끔 탈룬을 한 번 노려볼 정도였다.
“큭! 저 토끼 녀석도 너 따위 인간 놈보다 나의 펫이 되는 걸 훨씬 좋아할 것이다. 뭐 말을 듣지 않으면 토끼 구이를 해먹어버릴 테니 별 수 있겠느냐?”
“싸움을 입으로 하는 거냐, 오크? 조용히 검이나 휘둘러라!”
“큭! 그러고 보니 토끼 고기 먹어본 지도 오래됐군. 저놈참 야들야들 맛있겠는데.”
역시나 놈은 식탐의 오크답게 토실이를 펫이 아닌 먹잇감으로 보고 있었다.
샤라랑!
그런데 그때였다.
[아프릴리스의 선행임무가 생성되었습니다.]
한동안 잠자코 있던 아프릴리스가 선행 임무를 내려줬다.
[탈룬을 처치하라!]
-분류 : 아프릴리스 선행 임무
-내용 : 붉은 오크 군단장 탈룬은 여러모로 패악한 일을 행하였다. 그를 응징하여 사악한 일을 행한 종자는 반드시 징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하라!
-보상 : 전설 펫 전용 사료 10봉지, 3만 코인
[이 임무는 흘륭한 보상이 있으니 가능하면 하기를 권장합니다.]
[임무를 수락하겠습니까?]
‘참 나.’
이럴 줄 알았다.
선행 임무라더니 다분히 감정적인 임무다.
그러나 로안은 충분히 공감했다.
감히 토실이를 구워먹겠다고 했으니까.
토실이의 주인인 로안이야말로 가장 크게 분노할만 한 상황이었다.
“그만 끝내자, 오크 놈아!”
로안은 대도를 거칠게 휘두르며 탈룬을 압박했다.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다.
탈룬이 아프릴리스를 도발해 로안으로서는 추가 보상을 얻게 생겼으니까.
그것도 무려 3만 코인이나 된다.
코인 금액만 봐도 아프릴리스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말 그대로 보물 오크 짓을 했다는 걸 탈룬은 알고 있을까?
물론 탈룬에게 그런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가 토끼 고기 어쩌고 한 것은 모두 로안을 도발하기 위함이었으니까.
‘큭! 이제 끝낼 때가 왔군.’
로안이 대도를 크게 휘두르자 빈틈이 드러났다.
그 빈틈을 노려 탈룬은 무자비하게 쌍검을 휘둘렀다.
촥! 촥!
“으윽!”
로안의 옆구리에 제법 깊은 상처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탈룬이 득의의 미소를 흘렸다.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인간 놈!”
“천만에.”
순간 로안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그 옆에 또 하나의 로안이 나타났다.
“뭐야? 분신인가?”
탈룬은 가소롭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정확하게 로안의 본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네놈이 본신이구나.”
당연하다. 모습은 동일하지만 본신의 기세가 훨씬 강력하니까.
탈룬이 단번에 로안의 본신을 간파한 건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귀찮으니 그만 끝내자!”
탈룬은 로안의 본신을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분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분신은 본신을 파괴하면 자동으로 사라지니까.
차창! 카캉! 카카캉!
급기야 탈룬은 두 자루의 검을 좌우로 수평을 그리며 쥐더니 몸 전체를 폭풍처럼 회전하며 날아들었다.
‘드디어 나왔구나, 폭풍참!’
로안의 눈이 번쩍였다.
폭풍참은 탈룬의 가장 무서운 필살기다!
위력은 엄청나지만 동작이 큰 만큼 놈은 필승의 자신감을 가졌을 때만 저 필살기를 펼친다.
파파파팟―
그 속도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다.
눈깜짝할 사이에 쌍검이 로안의 몸을 수십 번은 갈라버렸다.
로안의 몸은 잘 잘린 고깃덩이들이 되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그 모습을 탈룬은 오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승리자의 미소가 그의 입가에 피어났다.
그러나 그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로안의 분신이 뒤에서 대도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그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분신은 본신을 파괴하면 자동으로 사라져야 정상이니까.
“뭐냐, 네놈은?”
어떻게 분신이 살아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화들짝 놀란 탈룬은 다급히 신형을 돌려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대도는 그야말로 번개와 같았다.
번쩍!
그리고 그 위력 또한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제1도식 일도붕멸!
거력붕멸도법의 필살초식이 펼쳐졌으니까.
당연히 지금 로안은 분신이 아닌 본신이었다.
분신 블링크!
분신과 본신의 위치를 교환하는 스킬이다.
이것을 이용해 로안은 방금 전 본신이 죽기 직전 분신과 위치를 교환했다.
탈룬이 죽인 것은 분신이었고, 그 사이 분신의 자리로 이동한 로안은 방심한 탈룬을 향해 기습을 날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탈룬은 무방비 상태로 일도붕멸의 필살기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걱!
바위 거인의 마룡대도가 탈룬의 몸을 무참히 양단하고 지나갔다.
“크어어억!”
그런데도 탈룬은 죽지 않았다.
분명 분리되어야 할 몸체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고, 놈은 저멀리 거리를 벌렸다.
[주의하십시오!]
[오크 군단장 탈룬의 투혼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동시에 들려오는 경고의 알림.
이런 알림은 극히 위험한 상황일 때만 들려온다.
과연 탈룬의 몸이 핏빛의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악마처럼 변한 놈의 눈빛을 보며 로안은 어이가 없었다.
‘미쳤군. 일도붕멸을 정통으로 맞고도 안죽다니.’
그야말로 사기적인 맷집.
오히려 탈룬의 투혼이 맥스 상태로 변해 전투력이 급증하고 말았다.
지금 상태로 한 대 맞으면 로안도 끝장이었다.
“죽여버리겠다, 인간 놈!”
그러나 탈룬은 그 말을 끝으로 푹 주저앉았다. 그의 몸이 시커먼 재가 되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크윽! 이런 개같은······.”
이는 로안이 날린 불의 칼(Lv4)의 위력이었다.
‘막타로 아껴뒀지. 나도 마법을 쓸 수 있거든.’
달리 마도객이 아니니까.
[오크 군단장 탈룬이 죽었습니다.]
[당신은 레벨에 비해 막강한 적을 처치했습니다.]
[명성 2,000이 올랐습니다.]
[누적 명성 13,550]
[베로 15,000코인을 얻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당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당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당신의 레벨이 44가 되었습니다.]
[비급 질풍비(희귀)를 얻었습니다.]
단번에 레벨 44.
거기다 희귀 등급 경공술 비급인 질풍비(疾風飛)를 얻었다.
[질풍비]
-분류 : 비급
-등급 : 희귀
-설명 : 몸을 가볍게 하여 빠르게 달릴 수 있게 한다. 성취도가 높아지면 장거리 이동시에도 체력 및 마나 소모가 적다.
-직업 제한 : 없음
-스탯 제한 : 민첩 30
이걸 익힌다고 막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런 건 전설 이상 경공술 비급에서나 기대해볼 수 있을 뿐.
이건 점프력 및 달리는 속도가 대폭 빨라지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쓸만하지.’
비록 희귀 등급이지만 경공술이 없는 것보다 백배 낫다.
[아프릴리스의 선행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습니다.]
[전설 펫 전용 사료 10봉지를 얻었습니다.]
[아프릴 30,000코인을 얻었습니다.]
때마침 선행 임무도 완수되어 사료와 코인 보상도 받았다.
“커어억!”
그리고 바로 그때.
제논에 의해 전신이 얼어버린 귀검사 오크의 몸체가 몰캉이의 돌진에 의해 무참히 박살났다.
* * *
한편 드라우트 성의 상공.
오크들이 멀리 물러가 시야에서 사라졌는데도 마쿠스 공작의 환영은 그대로였다.
스카드 남작은 물론이고 성의 병사들도 조금씩 이상하게 생각했다.
눈치빠른 이들은 마법의 환영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대놓고 그것을 입에 말하는 이는 없었다.
덕분에 오크들이 퇴각한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와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가짜라도 좋았다.
그들은 계속 함성을 질렀다.
오크들이 멀리서라도 듣고서 감히 되돌아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때 드라우트 성의 광장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츠츠츠.
마법진 인근에 있던 이들이 멀리 밀려났고, 그곳에는 다른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는 마쿠스 공작도 있었다.
그는 마법진에서 걸어나오다 힐끗 하늘을 쳐다봤다.
“뭐냐, 저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