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파괴력 최강의 도법이다 (1)
뭔가를 고민하고 있던 토실이.
그런데 녀석이 갑자기 귀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라?’
그런데 녀석뿐이 아니다.
몰캉이와 제논도 뭔가 홀린 듯 녀석의 옆에서 춤을 췄다.
몰캉이의 웨이브가 죽여줬고, 얼떨떨한 표정의 제논은 왠지 테크노 필이 났다.
“하하, 너희들 뭐하는 거냐?”
설마 재롱들을 피우는 걸까?
너무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나는 광경이었다.
[전설 펫 토실이에 의해 당신의 행운이 일시적으로 대폭 증가합니다.]
‘오!’
그럼 바로 이것 때문에?
[토실이가 기력이 소진되어 휴식처로 사라집니다.]
[몰캉이가 기력이 소진되어 휴식처로 사라집니다.]
[제논이 기력이 소진되어 휴식처로 사라집니다.]
[행운 증가 지속 시간 10초]
[10, 9,······]
드디어 흑사광살도법 따위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강력한 도법을 배울 때가 됐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토실이가 몰캉이와 제논까지 동원해 춤을 추며 올려준 행운이니까.
로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흑색의 상자를 열었다.
번쩍!
환한 광채와 함께 커다란 책자가 드러났다.
[거력붕멸도경(영웅)을 얻었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500 상승합니다.]
[누적 명성 6,550]
‘오! 이건?’
영웅 등급 도법 중에 귀령도법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무공이다.
쾌속함과 변식에 있어서는 귀령도법에 약간 떨어지지만, 파괴력에 있어서는 최강이라 할 수 있다.
‘대박이군. 스탯빨로 승부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이게 나을 수도 있어.’
역시 토실이다.
고맙다, 토실아!
[거력붕멸도경(巨力崩滅刀經)]
-분류 : 비급
-등급 : 영웅
-내용 : 거력붕멸도법을 배울 수 있다.
-습득 제한 : 스탯 총합 90[근력 50 이상]
레벨 제한이 걸려있지 않아 지금 당장 익힐 수 있었다.
‘이게 진짜 대박인데?’
그가 알기로 귀령도법은 레벨 55 제한이다.
따라서 그것이 나왔다면 일단 아공간에 넣어뒀다가 55레벨에 수련할 수 있다.
레벨 80 신화 등급 무기가 아공간에 잠들어만 있듯이, 지금 당장은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스탯 총합 90[근력 50 이상]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게 귀령도법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이다.
레벨 1 각성시 근력, 체력, 민첩, 지력을 모두 10점 만점으로 얻게 된 특별한 행운아라면, 레벨 51이 되었을 때 스탯 총합 90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문 터라 스탯 총합 90이 되려면 최소 레벨 60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생사인 로안의 현재 스탯 총합은 무려 126.
물론 템빨을 뺀 순수 스탯 총합이다.
근력도 50까지 올려둔 상태다.
【근력】 50
【체력】 25
【민첩】 30
【지력】 20
【정력】 1
즉, 거력붕멸도법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조건이다.
[당신은 비급을 통해 거력붕멸도법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습득 시 1,000코인이 소모됩니다.]
[소요 시간은 3시간입니다.]
[지금 습득하시겠습니까?]
영웅 최강의 비급 중 하나답게 희귀 등급 비급과는 습득 시간 자체가 다르다.
무려 3시간!
“예, 수련합니다.”
[아프릴 1000코인이 지불되었습니다.]
[거력붕멸도법의 습득을 시작합니다.]
[0% 체화 중]
일단 시작해두면 알아서 3시간이 지났을 때 습득이 완료된다.
1000코인이니 부담될 것도 없다.
[임무 〈좋은 게 좋은 것이다〉의 제한 시간이 24분 16초 남았습니다.]
[4분 44초 안에 완수하면 두 배의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다시 도미닉 사제를 죽이란다.
게다가 4분 44초라.
뭔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로안은 그 알림을 무시한 채 도미닉 사제가 있는 동굴 위로 올라갔다.
‘계속 도미닉 사제를 죽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가 살아있으면 안 될만한 일이라도 있다는 뜻인데?’
아마도 헤로스 백작과 관련된 일일 것이다.
동굴에 도착하자 레이는 신비하게 빛나는 마법서를 읽으며 수련에 몰두 중이었다.
‘승급 중이군.’
금수저 답게 30레벨 중급 마법사 승급 아이템을 아공간에 미리 챙겨둔 모양이었다.
“오! 로안!”
그때 도미닉이 로안을 보며 반색했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야. 정말 고맙네.”
눈시울이 붉어진 걸 보니 도미닉은 무척이나 감동한 것 같았다.
로안은 미소 지었다.
“아닙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당연히 도와야죠.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젯밤 경비를 서는 병사들에게 축복도 줄겸 잠시 산책을 나왔는데, 어디선가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네.”
“그럼 혹시 그곳이?”
“맞아. 헤로스 백작님의 거처였어.”
이상함을 느낀 도미닉은 즉각 헤로스 백작의 거처로 달려갔다.
다른 건 몰라도 사제인 그가 느끼기에 매우 사악해보이는 기운이 그안에서 나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서였다.
“그런데 그때 마침 헤로스 백작님도 방안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날 찾으려 나오고 있던 참이었지.”
곧바로 헤로스 백작의 방에 들어간 도미닉은 진실을 드러내는 신성력을 이용해 바닥에 숨겨진 마법진을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찾아낸 순간 갑자기 사악한 기운이 나와 헤로스 백작님을 휘감았고, 이 낯선 던전으로 소환한 것이네.”
역시 로안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럼 헤로스 백작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저 아래 제단 위 사악한 마법진 위였고, 미노타우루스들이 나를 빙 둘러 노려보고 있었지.”
그렇다면 둘은 각각 다른 장소로 소환된 모양이다.
‘헤로스 백작이 소환된 장소는 마지막 보스가 있는 곳일 가능성이 높겠군.’
시련의 던전 최종 보스인 바위 거인 브라호스(Lv58, Boss).
어차피 그놈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이 던전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보다 이제 내가 묻고 싶은 게 있네.”
도미닉이 로안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방금 전 이 일에 대해 아프릴리스 님께 기도를 하는 도중 받은 계시가 있네. 다름 아닌 로안 그대를 도우라는 것이었어.”
로안은 놀랐다.
아프릴리스가 그런 계시를 내렸을 줄이야.
“그래서 나로서도 묻고 싶군. 어쩌면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그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러자 도미닉 뿐 아니라 플로리와 레이 등도 로안을 쳐다봤다.
모두들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하긴 이제 알려줄 때도 됐다.
어차피 이들도 알아야 한다.
곧바로 로안은 어젯밤 꿈얘기를 해줬다.
그리고 헤로스가 장차 어떤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말이다.
“헤로스 백작님은 장차 도래할 악마들의 재앙에 맞서 싸울 용사의 운명을 타고난 분입니다.”
모두들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도미닉은 담담하게 끄덕였다.
“그분이 그런 운명을 타고난 것은 나도 짐작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걸 그대도 알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군.”
“이곳 세계엔 장차 49명의 악마가 등장하고 그들과 맞서 싸울 7명의 용사가 나타날 겁니다. 헤로스 백작님은 용사 예정자 중 한 분인데, 악마가 그분을 지금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대는 꿈을 통해 그걸 막으라는 임무를 받았다는 것인가?”
“예, 바로 그겁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알아들으니 편했다.
도미닉은 로안에게 묻고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 다 짐작하고 있던 걸 확인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소 지었다.
“로안, 그대는 지난 번 권능 임무도 그렇고, 확실히 아프릴리스 님께서 특별히 지켜보고 계시는 것 같군. 정말 사제가 될 생각은 없는 건가?”
잘 듣고 있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웬 사제?
하긴 저번에도 이런 제의를 했었다.
“그대는 아프릴리스 님의 특별 관심을 받는 존재인 만큼 사제가 된다면 아주 대단한 존재가 될 걸세.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이 위대한 사제 말이야.”
“하하,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아서요. 고민해보겠습니다.”
“그래.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다음에 또 물어보도록 하지.”
안 물어봐도 되는데.
왠지 부담스럽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닐스가 불쑥 물었다.
“그런데 사제가 되면 영원히 고자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순간 도미닉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닐스를 노려봤다.
“사제는 신의 선택을 받은 자답게 동정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네. 그것을 고자라는 속된 말로 표현해야 되겠나?”
“죄송합니다.”
닐스는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한편 로안의 표정은 살짝 굳어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부분은 생각 안 해봤는데.’
당연히 사제가 될 생각 자체가 없어서 그냥 고민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대놓고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그러나 그에게 사제가 되라는 건 닐스의 말처럼 고자처럼 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건 아니지.
그럼 대체 악마 크루스 놈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젠장! 왜 다들 나를 고자로 못 만들어서 난리냐?’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못을 박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부터는 도미닉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그의 생명을 구해준 이상, 갑을(甲乙) 관계에서 사실상 갑(甲)의 위치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여자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겁니다. 도미닉 사제님처럼 신성한 삶을 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도미닉은 마치 로안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역시 토실이를 성펫으로 보내는 게 좋겠군.”
“그것도 안 됩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결국 도미닉이 노리는 건 토실이였던 것이다.
물론 배후에는 아프릴리스가 있고 말이다.
“솔직히 말씀해보십시오.”
“뭘 말인가?”
“아프릴리스 님이 시킨 거죠?”
순간 도미닉이 움찔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계시를 받은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뭐 기왕 그렇게 물어보니 솔직히 대답하겠네. 아프릴리스 님이 선택한 이상 토실이는 성펫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그러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걸세.”
그러자 레이와 플로리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정말이에요?”
“아프릴리스 님이 그토록 토실이를 간절히 원하고 계세요?”
도미닉은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로서도 중간에서 정말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지요.”
그는 로안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확신컨대 분명 엄청난 보상을 내려주실 것이네. 지금이라도 토실이를 성펫으로 바치는 게 어떤가?”
“토실이는 제 가족입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여신이 닦달을 하니 사제로서 어쩔 수 없겠지만, 집요한 영업 사원처럼 설득을 하는 도미닉이 왠지 얄밉게 느껴진다.
그 순간 들리는 알림.
[임무 〈좋은 게 좋은 것이다〉의 제한 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금이라도 임무를 완수하면······.]
갑자기 알림이 뭔가 고민을 하듯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당신에게 특별히 파천도경(전설)과 30만 코인의 보상을 약속합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당신을 고자로 만들려 할 뿐 아니라 소중한 펫까지 빼앗으려는 고약한 사제를 지금 당장 처절히 응징하십시오!]
하여간 집요하기 짝이 없다.
마지막까지 이런 제의를 하다니!
그러나 보상은 대박 그 자체다.
‘맙소사! 파천도경이라고?’
이건 정말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보상이다.
파천도경(破天刀經)은 전설 비급 중에서도 꽤 상위에 위치해 있으니까.
‘후!’
아니란 걸 알면서도 정말 솔깃하다.
생각해 보니 굳이 머리 아프게 용사들의 편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냥 악마들의 진영에 들어가 뒤에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방법도 있는데 말이다.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여기는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악마들에 의해 끔찍하게 죽어갈지 모른다.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악마들의 편에 서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이다.
‘아무튼 악마들의 유혹은 방심할 수 없다니까.’
이런 식으로 마음 속의 허를 찔러오는 악마들의 꾀임은 정말 주의해야 한다.
[파티원 레이가 중급 마법사로 승급했습니다.]
[레이가 레벨 30이 되었습니다.]
때마침 레이가 승급했다.
모두들 그녀의 승급을 축하해줬다.
“그럼 다음 관문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도미닉 사제님 파티 받으시고 전체 버프 아니, 축복 돌려주세요.”
“알았네.”
로안이 파티를 걸자 도미닉은 즉각 수락했다.
[중급 마도객 로안의 파티]
-파티장 : 로안(Lv35)
-파티원 : 도미닉(Lv58)
-파티원 : 플로리(Lv57)
-파티원 : 레이(Lv30)
-파티원 : 닐스(Lv25)
상급 사제가 합류하자 파티는 상당히 안정적이 되었다.
덕분에 최종 보스인 바위 거인 브라호스(Lv58, Boss)를 좀 더 수월하게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임무 〈좋은 게 좋은 것이다〉의 제한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최후의 기회입니다!]
로안은 무시한 채 일행을 이끌고 다음 관문을 향해 계속 걸었다.
그러자.
[임무 〈좋은 게 좋은 것이다〉의 제한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1분이 지나자 자동 종료.
당연한 일이다.
‘이제 좀 조용해지겠군.’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알림이 연달아 들려오더니 앞에 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