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대로 놀아볼까? (1)
도미닉의 몸은 몰캉이의 말캉한 몸체 위로 올려졌다.
그 사이 귀여운 펫 상태에서 좀비 본체로 변한 제논이 도미닉이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은 채 몰캉이 위에 올라탔다.
휘익!
곧바로 몰캉이는 방향을 돌렸다.
로안이 알려준 장소는 저 위쪽 동굴 안.
레이와 닐스가 숨어 있는 장소였다.
휘이이―
몰캉이는 마치 물고기가 유영하듯 허공을 날아 동굴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몸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점점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아래에 있던 미노타우루스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감히! 제물을 훔쳐가다니!”
“저놈들을 잡아라!”
좀비 제논이 당황해서 외쳤다.
‘야이 멍청아, 어서 위로 날아올라! 이러다 죽는다고!’
“크캬아아!”
그의 외침은 좀비의 괴성으로 울렸다.
그래도 몰캉이는 무슨 뜻인지 다 알아들었다.
제논이 자신을 멍청이라고 말하는 것이 거슬렸지만, 그거야 나중에 손을 봐주면 될 일.
지금 그런 것에 화를 낼 때가 아니었다. 계속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으니까.
몰캉이는 기를 쓰고 비상하려 애썼다.
왜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
하늘을 마음대로 날고 싶은데.
새처럼 자유롭게.
그것이 몰캉이의 꿈이었지만 쉽지가 않았다.
“크큭! 저 괴상한 벌레 놈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잘됐군. 가서 죽이고 제물을 챙겨와라.”
미노타우루스들이 신이 나서 몰려들었다.
그것을 본 로안은 마음을 졸였다.
그는 지금 수십 마리의 미노타우루스를 이끌고 돌아다니는 중이라 몰캉이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
이미 분신도 소환했다.
그의 분신도 비슷한 숫자의 미노타우루스를 이끌고 있었는데, 그중 일부가 이탈해 몰캉이를 향해 몰려든 상태였다.
‘토실아, 너만 믿는다.’
로안은 하강하고 있는 몰캉이의 옆에서 담담하게 비행 중인 토실이를 쳐다봤다.
녀석은 몰캉이의 주인이다.
그런데도 이 상황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뭔가 방법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로안에게 다급한 신호를 보내왔을 테니까.
끼이잉.
어느새 몰캉이는 미노타우루스들에게 따라잡히기 직전까지 왔다.
바로 그 순간.
토실이의 앞발에서 빛이 쏟아져나와 몰캉이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자 추락하던 몰캉이의 몸이 다시 비상하기 시작했다.
“오!”
로안은 쾌재를 불렀다.
역시 토실이다.
하지만 몰캉이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고 해도 거대한 미노타우루스들이 접근해 점프 공격을 하면 충분히 미칠 수 있는 높이다.
저대로면 매우 위험한 상황.
바로 그때 미노타우루스들이 뭔가에 홀린 듯 방향을 바꿔뛰기 시작했다.
물론 그 뭔가는 토실이였다.
녀석이 오크들을 홀렸던 것처럼 미노타우루스들도 홀린 것이다.
우르르르!
미노타우루스들이 죽어라 토실이를 쫓아왔다.
“그래. 잘한다. 이쪽으로 몰고와.”
그렇지 않아도 토실이는 로안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다 로안의 근처에서 환영처럼 모습을 감췄다.
이에 미노타우루스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냐? 우리가 왜 여기에 있지?”
“제길! 그 토끼 놈 때문이다!”
“빨리 가서 제물을 되찾아라!”
순간 로안이 놈들에게 접근해 마룡도로 한 대씩 짧게 베거나 찔렀다.
“너희들은 나랑 놀자!”
촥촥! 푹! 촤촥―
이동중이라 강력한 베기 공격이 아닌 가벼운 한 방씩만 먹였다.
하지만 워낙 근력 스탯이 높은 터라 그 정도만으로도 미노타우루스들에게 충격을 주기란 충분했다.
“크윽! 내 옆구리!”
“커억! 뒤통수를! 어떤 놈이냐?”
“그워어어어!”
마룡도에 맞은 부위가 찢기거나 깨져 피가 질질 흘러나왔다.
미노타우루스들은 격분했다.
이제 그들에게는 제물을 찾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감히 자신들을 공격한 인간 놈을 찢어죽이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었으니까.
“인간 놈 따위가!”
“감히! 죽여버리겠다!”
그렇게 로안이 미노타우루스들의 분노를 자극해 어그로를 확보하자, 몰캉이는 무사히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상에! 성공했어!”
“이건 기적입니다!”
레이와 닐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그들은 몰캉이가 아슬아슬하게 도미닉 사제를 데려오는 것을 보며 마음 졸이고 있었다.
펫들이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낼 줄이야!
그러나 지금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저 분을 이쪽으로 눕혀라, 닐스.”
“예.”
닐스가 몰캉이 위에 있는 도미닉을 안아 동굴의 평평한 곳에 내려놓았다.
“으······.”
도미닉의 몸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얼굴의 피부가 일부 뜯겨져 나가 뼈가 보일 정도였고 눈알 한쪽은 튀어나오듯 하얀 자위가 크게 드러나 있었다.
갈기갈기 찢겨진 옷 사이로 보이는 전신의 피부는 단 한데도 성한 곳이 없었다.
정말 이런 상태로도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리라.
‘시간이 없어. 어서 치료해야 해.’
레이는 즉각 아공간에서 상급 생명력 회복 물약을 꺼냈다.
콸콸!
비싼 물약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아끼지 않고 도미닉의 몸 곳곳에 뿌렸다.
동시에 또 하나의 상급 물약을 꺼내 도미닉의 벌어진 입 사이로 조금씩 부었다.
“어서 마시세요, 도미닉 사제님.”
도미닉은 목구멍으로 포션을 넘길 힘도 없었다.
다행히 레이가 먼저 그의 몸에 포션을 부어준 덕분에 소량의 기운이나마 얻었다.
곧바로 그는 레이가 부어주는 대로 물약을 목구멍으로 계속 넘겼다.
“한 병 더 마시세요.”
금수저답게 레이는 상급 물약을 아끼지 않고 또 꺼내 도미닉의 입에 부어주었다.
덕분에 도미닉의 신체 상태가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괴물처럼 튀어나온 눈알도 찢겨진 피부도 빠르게 정상을 되찾았다.
‘내가 살아나다니! 아프릴리스 님께서 아직 나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여전히 그는 이 상황이 꿈만 같았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레이를 향해 말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레이 님.”
“전 그저 포션을 썼을 뿐 사제님을 구한 건 저 아이들이에요.”
그 사이 옆에서 토실이와 몰캉이, 제논이 물끄러미 도미닉을 쳐다보고 있었다.
몰캉이와 제논은 자그만 펫 상태로 돌아간 상태였다.
“알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저 녀석들에게 큰 빚을 졌지요.”
도미닉은 손을 뻗어 녀석들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줬다.
“얘들아, 정말 고맙다.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성수를 한 병 꺼내 마셨다.
소진된 신성력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아까는 묶여 있어 성수를 꺼내 마실 방법이 없었다.
신성력만 남아 있었다면 미노타우루스들에게 그리 허무하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기도를 해야하는데 그동안 저를 지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로안이 여긴 안전한 장소라고 했어요. 염려말고 기도하셔도 돼요.”
“그렇군요.”
성수를 마신 후 기도를 해야 완전히 신성력이 회복된다.
곧바로 도미닉은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했다.
화아악!
그러자 그의 몸 주위로 신비한 광채가 휘돌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미노타우루스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로안의 귀로 웅장한 알림이 들려왔다.
[아프릴리스가 사제 도미닉을 구한 당신의 펫들을 매우 기특하게 생각합니다.]
[당신의 펫들에게 아프릴리스의 은총이 임합니다.]
[토실이의 능력이 상승했습니다.]
[아프릴리스의 특별한 은총에 의해 토실이에게 신비한 능력이 생성되었습니다.]
‘오!’
로안은 반색했다.
토실이의 능력이 오른 것도 기쁜 일이지만 새로운 능력이 생겨났다니 그거야말로 대박!
그러고 보면 아프릴리스는 정말 토실이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토실이에게 새로운 능력을 퍼준 걸 보면 말이다.
물론 펫의 주인된 입장에서는 뿌듯한 일이지만.
‘저 녀석이 무슨 능력을 얻은 걸까?’
궁금해도 지금은 알 수 없다.
물론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능력을 얻은 건 토실이만이 아니었다.
[몰캉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프릴리스의 특별한 은총에 의해 몰캉이의 레벨이 20으로 자동 승급됩니다.]
[몰캉이의 지상질주가 Lv2로 올랐습니다.]
[몰캉이가 철갑(Lv1)을 배웠습니다.]
[몰캉이의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맙소사!
20레벨로 자동 승급이라니!
본래라면 1000코인을 들여야 승급할 수 있다.
‘하하, 코인이 굳었다.’
게다가 철갑(Lv1)이라니.
이건 탱커형 펫에게나 생기는 사기적인 방어력 스킬이다.
몰캉이가 얻을만한 것이 아닌데.
아무래도 아프릴리스가 특별히 몰캉이에게 내린 선물이 분명했다.
‘하긴 이번 일에 몰캉이야말로 아주 큰 공을 세웠지.’
토실이가 지휘를 하긴 했지만 몰캉이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보다 비행 능력은 안 생겨났네.’
20레벨 쯤 되면 비행 관련 스킬이 하나 뜰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그건 없었다.
이전보다 공중에 뜨는 시간은 늘었겠지만.
[제논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제논의 레벨이 Lv15가 되었습니다.]
[제논의 마뇌가 Lv3이 되었습니다.]
[제논 소환 시 당신의 지력이 10 상승합니다.]
제논 또한 보상을 받았다.
레벨이 무려 2단계 상승!
그저 몰캉이 옆에서 도와주기만 했을 뿐인데 공에 비하면 과한 보상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마뇌 버프의 효력도 올랐다.
【지력】 20(+10)
이미 로안의 상태창에 반영되어 있었다.
‘제논만 잘 키우면 지력 스탯은 따로 안 올려도 되겠어.’
펫들이 받은 보상을 생각하자 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런데 나에게는 뭐가 없나?’
물론 펫들에게 준 것이 로안에게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네. 이 작전을 지휘한 건 난데 말이야.’
경험치나 스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코인이라도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임무가 하나 나타났다.
샤라랑.
[아프릴리스의 선행 임무가 생성되었습니다.]
[토실이 격려]
-분류 : 아프릴리스 선행 임무
-내용 : 여러모로 기특한 토실이를 격려해주라. 토실이의 머리를 5번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이 사료는 아프릴리스 님이 주시는 거야’라고 말한다.
-보상 : 전설 펫 전용 맛 좋은 사료 10봉지, 권능 2 회복
[이 임무는 흘륭한 보상이 있으니 가능하면 하기를 권장합니다.]
[임무를 수락하겠습니까?]
‘참 나.’
로안은 어이가 없었다.
끝까지 토실이만 편애하는 여신 같으니라고!
이런다고 토실이가 성펫이 될 것 같은가?
어림도 없는 일.
그래도 그냥 펫 사료도 아니고 맛 좋은 사료가 보상이다.
그것도 전설 펫 전용.
토실이가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안 할 수가 없다.
덤으로 소모된 권능도 2 회복시켜준단다.
“예, 수락하겠습니다.”
이렇게 선행 임무를 받았다.
토실이의 머리를 다섯 번 쓰다듬어주면 되는 간단한 임무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했다.
그를 죽어라 쫓아다니고 있는 미노타우루스들 때문이다.
“그럼 이제 제대로 싸워볼까?”
그동안에는 도미닉 사제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전투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거침없이 이놈들을 쓸어버릴 때가 온 것이다.
화르르! 콰아아앙!
“크아아악!”
그때 로안의 뒤를 따르던 미노타우루스 하나가 화염에 휩싸여 죽었다.
플로리가 한 일이었다.
그녀는 로안이 말한대로 꾸준히 쿨 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공격 마법을 날려 미노타우루스를 한 마리씩 해치우고 있었다.
광역 마법이 아닌 단일 공격기로 맨 후미에 있는 녀석을 노려 한놈씩 쓰러뜨리니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반복되자 미노타우루스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크득! 저 마법사부터 죽여 없애라!”
“맞아. 아까부터 거슬렸어. 저년부터 죽이자!”
로안을 뒤쫓던 미노타우루스들 중 10여 마리가 대열을 이탈해 플로리를 향해 돌진했다.
“조심해요, 플로리 님. 어서 아까 알려준 곳으로 공간이동해요!”
그런데 플로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로안. 도미닉 사제님도 구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보자.”
놀아보자고?
여기서 뭘 어떻게 놀아보자는 걸까?
로안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플로리는 미노타우루스들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걸어나왔다.
츠츠츠! 츠츠츠츠!
동시에 그녀의 양손 위로 투명한 푸른빛의 얼음꽃들이 피어났다.
쩌저정!
그 얼음꽃들이 이내 깨지더니 뾰족한 화살처럼 변했고, 그것들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파파팟―!
얼음 화살이다.
그것도 한 번에 다수의 적을 향해 날리는 광역 마법!
맞으면 제법 아프겠지만 미노타우루스들을 쓰러뜨릴 정도는 아닌데?
퍽! 퍼퍼퍽!
그런데 그 얼음 화살들이 날아가 꽂힌 부위가 다름아닌 미노타우루스들의 중요 부위였다.
‘저, 저런!’
로안은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