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으로 독존한다-56화 (56/240)

용사 죽이기 (2)

[빛을 보호하라]

-분류 : 메인 임무

-내용 : 장차 어둠과 맞설 일곱 개의 빛 중 하나인 헤로스를 어둠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라. 이번의 시련을 통해 헤로스는 빛으로서의 운명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보상 : ???

퀘스트를 수락하자 자세한 내용이 나왔다.

‘후! 그럼 그렇지.’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메인 퀘스트가 떴다는 것!

이는 로안이 바로 이 현실 속 카오니아 세계의 유일한 플레이어이자 주인공임을 확증하는 것이니까.

‘하긴 아닌 게 이상하긴 했다.’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밤새도록 방안에서 메인 퀘스트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맙소사! 숨겨진 마법진이 나타났어.”

로안에게 메인 퀘스트가 뜨는 순간 상급 마법사 플로리마저 감지하지 못했던 비밀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 저럴 수가!”

뒤따라 들어왔던 스카드 남작과 레이도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 마법진에 뭔가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해요.”

플로리가 마법진을 살펴보고는 끄덕였다.

“공간 이동 마법진이에요. 어디로 이동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난해한 암호가 걸려 있어 작동조차 불가능해요.”

마법진에 암호가 걸려 있을 경우 해당 암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마법진 자체가 파괴되어 버린다.

레이 또한 마법진을 살펴보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괴상한 암호였던 것이다.

〔.==^;ㅅ^&〕

“이게 대체 뭘까요?”

“글쎄요. 고대의 기호 같은데 도무지 모르겠군요.”

플로리와 레이는 아공간에서 노트를 꺼내 기호를 적어보며 뭔가 법칙을 찾아내려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좀비 펫 제논 또한 인상을 확 찌푸린채 기호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반면에 로안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내려다봤다.

‘저건 시련의 던전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여는 암호인데?’

레벨 50대 던전 중 하나다.

던전이 미로의 형태로 되어 있고 각종 함정이 많은 편이라 공략을 잘 알지 못하면 50레벨 풀파티도 전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럼 시련의 던전에서 헤로스 백작을 소환한 거군.’

정확히는 시련의 던전 최종 보스인 바위 거인 브라호스(Lv58, Boss)가 소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브라호스 단독이 아닌 악마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저 암호를 풀어보면 알겠지.’

로안은 곧바로 마법진에 있는 괴상한 그림 기호들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플로리가 깜짝 놀랐다.

“잠깐, 섣불리 손을 대면 안 돼.”

“이거 꿈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제게 맡겨 주세요.”

“정말? 이걸 꿈에서 봤다고? 말도 안 돼.”

플로리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로안에게 예지 능력이 있다지만 너무 황당무계한 얘기였으니까.

무엇보다 로안이 틀릴 경우 헤로스 백작을 찾을 단서가 날아가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녀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레이가 말했다.

“플로리 님, 로안의 꿈이라면 믿을 수 있어요. 로안은 외할아버지의 승급 아이템도 맞췄죠. 로안의 말은 제가 보증할게요.”

“맞다. 그러고 보니 저도 그 말을 들었어요, 레이 님.”

마쿠스 공작이 로안을 칭찬하며 했던 얘기였다.

비로소 플로리는 알았다는 듯 마법진에서 비켜나며 말을 이었다.

“그럼 꿈에서 본대로 해봐, 로안. 네게 맡길게.”

로안은 끄덕였다.

“네, 맡겨주세요.”

그는 다시 마법진의 기호들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것들은 손으로 위치를 변경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 ^.^ & =ㅅ=; 〕

‘이건 이모티콘의 배열이지.’

사람과 고양이 이모티콘.

이러니 애초부터 플로리 등이 이걸 알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머리 좋다는 제논도 인상만 구기고 있는 게 당연한 일.

로안이야 이런 식의 암호를 다 꿰고 있어 알고 있을 뿐이다.

《마법진의 암호가 풀렸습니다.》

《마법진에 오르면 시련의 던전으로 진입합니다.》

《시련의 던전 진입 시 최종 보스 브라호스를 처치하지 못하면 밖으로 나올 수 없으니 신중하세요.》

이 알림은 로안 뿐 아니라 방 안에 있는 모두의 귀에 들렸다.

“맙소사! 시련의 던전이라니!”

플로리가 경악성을 발했다.

그녀는 가보지 못한 던전이었다.

어딘가 시련의 던전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만큼 신비의 던전인데 마법진을 통해 그 입구가 드러나게 될 줄이야.

《5분 안에 입장해 주십시오.》

《5분이 지나면 입구가 닫힙니다.》

알림을 들은 로안이 다급히 외쳤다.

“시련의 던전을 깨려면 플로리 님, 그리고 레이 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던전에서는 마법사가 두 명 있어야 편하니까.

“나야 당연히 도와야지.”

“나도 도울게, 로안.”

플로리와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창투사도 한 명 있어야 합니다.”

“창투사라면?”

“밖에 닐스라는 각성자가 있습니다. 그를 불러주세요, 스카드 남작님.”

“그러지.”

곧바로 닐스가 불려왔다.

로안은 미소 지었다.

“됐습니다. 이렇게 들어가면 충분해요. 그 이상의 인원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입니다.”

사실 굳이 창투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근접 딜러라면 어떤 직업이라도 되니까.

그러나 로안은 기왕이면 닐스의 레벨을 올려주기 위해 그를 부른 것이었다.

“시련의 던전은 50레벨 던전으로 알고 있어. 정말 우리만으로 될까?”

플로리가 우려섞인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50레벨 대는 그녀뿐인 것이다.

로안은 끄덕였다.

“저를 믿어주세요. 시간이 없으니 바로 들어갈게요. 일단 파티 받아주세요.”

곧바로 로안은 파티를 만들었다.

[중급 마도객 로안의 파티]

-파티장 : 로안(Lv32)

-파티원 : 플로리(Lv56)

-파티원 : 레이(Lv28)

-파티원 : 닐스(Lv22)

본래라면 시련의 던전에 20레벨 대의 각성자가 가는 건 미친 짓이다.

그러나 로안은 시련의 던전을 질리도록 돌아봤다.

‘20레벨 대가 아니라 비각성자가 들어가도 안죽게 할 수 있지.’

괴물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다 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로안의 지시대로 움직였을 때다.

“이 안에 들어가면 절대 독단적으로 움직이면 안 됩니다. 반드시 저의 지시에 따라주세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련의 던전 입구가 곧 닫힙니다.》

《1분 안에 입장해주세요.》

“이제 들어가죠.”

로안이 먼저 마법진 위로 올랐다.

순간.

환한 광채와 함께 로안의 모습이 마법진에서 사라졌다.

[시련의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광채가 사라지자 시커먼 동굴의 입구가 앞에 보였다.

동굴의 좌우로 거대한 고양이 형상의 마수상(魔獸像)이 하나씩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었다.

‘저 고양이 녀석들도 오랜만이군.’

몸체가 무려 10미터가 넘는 거대 고양이 마수.

생긴 건 정말 귀엽다.

한 녀석은 날렵해 보이는 코숏 스타일이고, 다른 한 녀석은 넙대대한 얼굴의 아메숏을 닮았다.

그러나 형상만 고양이일 뿐 정말 끔찍한 녀석들이다.

물론 신장이 수십 미터가 넘는 거인의 입장에서는 저 녀석들이 귀여울 수도 있겠지만, 인간들에게는 포식자나 다름없다.

“너희들은 잠시 아공간 휴식처로 들어가서 대기해라. 나중에 부를게.”

여긴 매우 위험한 공간이라 토실이를 비롯한 펫들을 아공간으로 피신시켰다.

[파티원 플로리가 시련의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파티원 레이가 시련의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파티원 닐스가 시련의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그 사이 플로리 등이 차례로 들어와 던전 입구의 거대 고양이 마수상을 보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어휴! 깜짝이야. 살아있는 줄 알았네. 무슨 고양이들이 저리 무섭게 생겼을까?”

“그래도 멀리서 보면 귀여울 것 같아요.”

“으! 눈빛을 보니 꼭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도 귀엽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다름아닌 레이.

토실이의 열혈팬 1위이기도 한 그녀는 귀여운 것을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잘 들어요. 우리가 저 고양이 마수상 사이를 통과하는 순간 모두 생쥐의 형상으로 변하게 됩니다.”

로안의 말에 모두들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생쥐라니!”

“우리가 쥐로 변한다고?”

로안은 끄덕였다.

“그때부터 뒤를 절대 쳐다보지 말고 미친 듯이 달려야 합니다.”

“설마 저 고양이들이 쫓아오기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플로리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히 쫓아옵니다. 잡히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아······!”

안색이 창백하게 얼어붙은 플로리 등을 보며 로안은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생쥐로 변하는 순간 속도가 빨라지니 걱정 말아요. 그리고 동굴의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왼쪽입니다.”

“왼쪽으로만 가라고?”

“네. 오른쪽으로 가면 고양이들에게 무조건 잡힙니다. 동굴 구조가 오른쪽으로 가기 좋게 되어 있어 미친 듯 뛰다 보면 아무 생각없이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모두들 긴장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리고 이건 정말 운이 좋을 때의 경우인데, 우리 중 하나가 새끼 고양이로 변신할 수도 있습니다.”

“새끼 고양이?”

“예.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말고 애교를 부리세요. 그럼 다른 사람들이 편해집니다. 녀석들이 공격을 하지 않고 순해지거든요.”

“아!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레이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플로리와 닐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저 커다란 마수 고양이에게 애교를 부리라고? 난 못할 것 같아.”

“으! 저도 못합니다. 그냥 생쥐로 변해 도망가는 게 백 배 낫습니다.”

로안이 끄덕였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봐 미리 알려주긴 했지만 확률이 매우 희박하니 신경쓸 것 없습니다.”

그러자 플로리가 물었다.

“그럼 헤로스 백작님과 도미닉 사제님은 어떻게 되셨을까?”

그들이 무사히 저 고양이들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는지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분들은 우리와 다르게 던전의 중심부 어딘가로 소환되어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심부라고?”

“예. 우리가 무사히 최종 보스를 쓰러뜨려야 그분들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죠.”

“우리만으로 정말 가능할까?”

“물론입니다. 걱정말고 저만 따라오세요.”

로안이 앞서 걸으며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 겁먹지 말고 제가 말한대로 왼쪽으로만 죽어라 뛰세요. 10분만 그렇게 뛰면 저놈들 본래 위치로 돌아갑니다.”

“자, 잠깐!”

갑자기 플로리가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로안이 놀라 물었다.

“왜 그러시죠, 플로리 님?”

“솔직히 말할게. 나 사실······.”

플로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고양이 공포증 있어.”

이런!

로안은 낭패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진작 물어봤어야 했는데.

큰일이다.

‘이런 경우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골치 아프네.’

한 번 들어온 이상 시련의 던전을 깨지 못하면 나갈 수 없다.

물론 여기 입구에 남아 있어도 무사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생쥐로 변해 도망갈 때 여기에 멀쩡한 모습의 사람이 있으면 고양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들어 먹어치울 테니까.

“진정하시고 용기를 내세요. 여기 들어온 이상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로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헤로스 백작님을 구하려면 이를 악물고 이겨내셔야 합니다. 저 녀석들을 고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른 괴물이라 생각하세요. 그리고 무조건 제 뒤만 따라오세요.”

“노력해볼게.”

플로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 듯 몸을 떨었다.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심리적 트라우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건가.

레이가 그녀를 부축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플로리 님. 제가 옆에 있을게요. 저랑 같이 달려요.”

“고마워요, 레이 님.”

두려워하는 플로리와 달리 레이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플로리 님을 위해서라도 제가 새끼 고양이로 변했으면 좋겠네요.”

로안도 그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레이가 새끼 고양이로 변하면 플로리가 실수를 해도 상관없을 테니까.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여기서 계속 안 들어가면 저 고양이 마수상이 공격해 옵니다. 이제 그만 시작할게요.”

로안은 모든 걸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어쩌면 헤로스 백작은 구할 수 있어도 플로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

저벅. 저벅.

로안이 앞서 거대 고양이 마수상 사이를 통과하는 순간 모두의 심장 박동이 커졌다.

플로리는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담대하던 레이도 잔뜩 긴장했다.

닐스도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숨죽여 뒤를 따라왔다.

《허락없이 금지된 영역에 침범한 무법한 자들이여!》

그때 갑자기 울리는 음성.

로안을 제외한 모두가 움찔 놀랐다.

“놀랄 것 없어요. 그냥 멘트일 뿐입니다.”

《그 무법에 따른 징벌을 받을 지어다!》

순간 시커먼 안개같은 것이 몰려와 로안 등을 뒤덮었다.

스스. 스스. 스스스.

로안 등의 모습이 일제히 생쥐로 변했다.

아쉽게도 새끼 고양이로 변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찍! 뛰어요! 빨리!”

생쥐 로안이 달리며 외쳤다. 찍찍, 소리가 났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두 알아들었다.

생쥐 레이와 닐스가 곧바로 로안을 따라붙었다.

그러나 생쥐 플로리는 땅에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플로리 님! 서둘러요!”

로안이 다급히 외쳤지만 플로리는 힘겹게 몇 걸음 앞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후! 틀렸다.’

로안은 탄식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아무리 고인물인 그라도 여기서 플로리를 구할 방법은 없었다.

공연히 머뭇거리다간 고양이 마수들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냐아아아아아옹―!”

곧바로 들리는 거대한 고양이 마수의 포효소리.

석상 상태였던 고양이 마수들이 돌풍처럼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생쥐 플로리.

번뜩!

거대 아메숏 형상의 고양이 마수가 두 눈을 붉게 번쩍였다.

“니아아아아앙―!”

녀석은 먼저 날카로운 앞발로 플로리를 후려치려고 했다.

그런데 녀석이 돌연 고개를 갸웃하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는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코숏 형상의 다른 고양이 마수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 녀석은 갑자기 뒤로 훌렁 뒤집어지기도 했다.

“어? 토실아?”

로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녀석이 언제 나왔는지 고양이 마수들의 볼에 얼굴을 비벼대고 있었다.

고양이 마수들이 급격히 온순해진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

이런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토실이를 투입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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