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자에 대한 애도 (1) >
드라우트 성.
성벽 위 보랑(步廊)에 촘촘히 배치되어 있는 병사들.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정보 창에는 대부분 〈레벨 0〉이라 적혀 있었다.
즉, 기사들이나 상급 병사들만 각성자들일 뿐 병사들 대부분은 비각성자들이다.
먹고 살기 위해 군인으로 자원 입대한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오크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강제징용된 이들이었다.
“으으! 오크들의 숫자가 늘어났어.”
“염병! 저놈들에게 지원군이 도착했다!”
“못 잡아도 천 마리는 넘는 것 같은데?”
병사들은 성벽 멀리 진을 치고 있는 붉은 오크들을 보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떨지마라! 지금 너희들보다 더 불안에 떠는 건 저 오크 놈들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음성.
그는 드라우트 성의 성주이자 카젤 자작의 친동생인 스카드 남작이었다.
“입장바꿔 생각해봐라! 너희들이 만약 이 높은 성벽을 기어올라가 성을 점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말이야.”
병사들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물론 그런 상황이라면 죽고 싶을 것이다.
그만큼 드라우트 성의 성벽은 높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지금 상황에 위안이 되는 건 아니다.
그간 저 붉은 오크들에게 죽어나간 병사들이 수두룩하니까.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건 허기다.
“으! 배가 고파 죽겠어!”
“대체 이틀에 주먹밥 하나로 어떻게 버티라는 건가?
“싸우기 전에 먼저 쓰러지고 말거야.”
붉은 오크들이 별동대를 만들어 드라우트 성의 식량 창고를 기습해 불태워 버렸다.
그러다 보니 성의 식량은 바닥나기 직전.
병사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성주 스카드 남작의 표정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도시 헤르바에 지원군과 물자를 요청했는데 어째서 아직 오지 않는 건가?’
병사들을 정신력으로 버티게 하는 것도 한도가 있다.
굶주림 앞에서는 장사가 없으니까.
그래도 그는 병사들을 독려했다.
“곧 지원군과 식량이 도착할 것이니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라!”
“그리고 이번에 공을 많이 세운 자들에게는 각성석을 포상으로 내려줄 것이다!”
각성석이라는 말에 병사들의 눈이 빛났다.
그것은 비각성자들이 꿈에라도 바라는 아이템이니까.
“정말입니까, 성주님?”
“진짜로 각성석을 내려주실 겁니까?”
스카드 남작이 끄덕였다.
“흐흐, 물론이다. 지금이 바로 너희들이 인생역전할 기회다. 누구든 오크 열 놈 이상을 죽이는 자에게는 각성석을 포상으로 내려줄 것이다!”
그 말에 병사들이 살짝 동요했다.
말이 쉽지 비각성자인 그들이 오크 열 마리를 죽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마라. 너희는 그저 성벽을 기어올라오는 녀석들을 창으로 찌르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열 놈만 찔러 죽이면 각성석을 얻을 수 있다!”
그러자 병사들의 눈빛이 살아났다.
듣고 보니 아주 불가능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오크 열 놈씩만 죽이자고!”
“맞아. 나도 이번에 꼭 인생역전 하고 말 테다!”
그렇게 간신히 병사들을 진정시켰지만 스카드 남작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길어야 하루다. 그 안에 지원군이 오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 것이다.’
각성석으로 희망 고문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먹여야 가능한 일이다.
굶주림이 지속되면 병사들의 탈주가 시작될 것이고, 그때를 노려 오크들이 공격해온다면 이 성은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 테니까.
“성주님! 지원군입니다!”
“지금 레이 아가씨께서 페덴 경과 함께 각성자 부대를 이끌고 서문 앞에 도착하셨습니다.”
순간 근심으로 굳어 있던 스카드 남작의 표정이 급격히 환해졌다.
“정말이냐? 레이가 지원군을 이끌고 왔다고?”
“예, 도시 헤르바에서 보내온 식량도 함께 왔습니다.”
보고하는 기사의 표정 또한 밝았다.
곧바로 스카드는 레이 일행을 맞이했다.
“레이가 숙부님을 뵈어요.”
“하하하, 레이! 네가 와줬구나. 많이 기다렸단다.”
“오다가 오크들의 기습을 당해 예정보다 좀 늦었어요. 현재 성의 상황은 어떤가요?”
“식량이 부족할 뿐 아직 버틸만 하다.”
“다행이군요.”
그렇게 그녀가 지원군과 식량을 가지고 도착한 것을 알게된 병사들의 사기가 급증했다.
“와아! 살았다!”
“식량이 왔다! 하하하!”
“뱃거죽이 등에 달라붙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성에서 환호성이 들리자 동문 멀리 포진해 있던 오크들의 진영에서 회의가 열렸다.
“무엇이! 드라우트 성에 지원군과 식량이 도착한 것 같다고?”
“예! 아무래도 지원군을 기습하러 간 우르스가 당한 것 같습니다, 대장.”
그러자 붉은 오크 상급 지휘관 코르부스가 인상을 구겼다.
드라우트 성의 보급을 끊어 고사시키려 했던 작전이 실패한 것이다.
“빌어먹을! 믿기지 않는구나. 우르스가 그리 허무하게 당할 줄이야.”
“놈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기 전에 지금 공격해야합니다, 대장!”
“전군 공격해라!”
곧바로 붉은 오크들이 드라우트 성을 향해 몰려왔다.
“아앗! 오크들이 움직입니다!”
“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드라우트 성에서도 난리가 났다.
지원군의 도착으로 축제 분위기였던 성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려워할 것 없다. 모두 전력을 다해 막아라! 페덴! 너는 각성자들을 즉각 성의 방어에 투입하라.”
“예, 남작님.”
그로인해 창투사 닐스(Lv20)를 비롯한 각성자들은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수성전을 치르게 되었다.
* * *
한편 로안은 손바닥 위에서 잠든 좀비 펫 호위병 2호를 보고 고민 중이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것 이놈을 잘 키워보자.’
토실이의 독특한 취향 덕분에 크라겔을 펫으로 얻었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생각해보니 나쁠 것도 없다.
‘그동안 이놈 때문에 열받은 걸 생각하면?’
생각같아서는 몇 대 쥐어박고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녀석이 펫이 된 이상 과거의 원한은 접어두기로 하자.
두고두고 부려먹는 것으로 과거의 죄과를 치러주면 될 테니까.
그때 토실이가 로안의 어깨 위에 올라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전설 펫 토실이가 당근을 원합니다.]
하긴 원할 때 됐지.
아직 레이가 준 당근이 아공간에 잔뜩 있다.
로안은 그중 하나를 꺼내 토실이에게 건넸다.
사각.
그런데 녀석은 먼저 당근 한 조각을 이빨로 잘랐다. 그리고는 로안의 손바닥에 있는 호위병 2호에게 건넸다.
잠들어 있던 호위병 2호가 눈을 뜨고 멍하니 조각을 바라봤다. 녀석은 토실이가 먹으라는 듯 눈치를 주자 뭐라도 홀린 듯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짭짭!
뭐냐? 좀비인데 당근을 먹어?
하긴 작고 귀엽게 변한 상태에서는 몰캉이도 당근을 먹긴 한다.
본체인 베르미스로 변했을 때는 괴물들의 사체를 포식하지만 말이다.
‘먹는 것도 토실이화되는 건가?’
왠지 어이가 없으면서도 토실이의 신비한 능력에 감탄이 나왔다.
몰캉이와 호위병 2호가 이토록 귀엽게 변한 건 모두 토실이 때문이기 때문이다.
[전설 펫 토실이가 호위병 2호의 새로운 이름을 원합니다.]
[호위병 2호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토실이가 당근을 먹으며 눈을 반짝였다.
녀석! 원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앞으로 쭉 같이 갈 녀석인데 호위병 2호보다는 다른 이름이 필요할 것이다.
‘크라겔로 하긴 그렇고.’
펫으로 새로 태어난 녀석에게 굳이 본래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몰캉이처럼 귀여운 이름을 붙이기도 좀 그렇다.
“그냥 제논으로 하자.”
녀석이 빙의했던 좀비의 본래 이름.
그게 딱 좋을 듯했다.
[호위병 2호의 이름을 제논으로 하겠습니까?]
“예.”
【이름】 제논
【레벨】 1
【등급】 영웅
【종족】 좀비 마법사
【소속】 토실이
이렇게 제논이 토실이의 펫이자 로안의 새로운 펫으로 합류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때 로안의 펫들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던 도미닉이 돌연 눈을 감더니 표정을 굳혔다.
곧바로 그는 눈을 번쩍 뜨더니 마쿠스 공작을 향해 말했다.
“지금 왕궁 근처에 대규모의 균열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대규모 균열?”
“예, 아프릴리스 님께서 계시로 알려주셨습니다. 갑자기 상공에 어둠의 틈이 생겨나고 거기서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피해가 상당한 모양입니다.”
그러자 마쿠스 공작의 표정도 굳었다.
“그럼 이럴 때가 아니군. 플로리, 어서 왕궁 쪽으로 이동하는 마법진을 펼쳐라.”
“예.”
마법사 플로리가 끄덕였다.
그런데 잠시 주문을 외우던 그녀는 난색을 표했다.
“이상한 일이군요.”
“무슨 일이야, 플로리?”
헤로스가 물었다.
“갑자기 좌표가 뒤틀렸는지 공간 이동 마법진이 완성되지 않아요.”
“도미닉,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마쿠스 공작이 도미닉을 쳐다봤다.
“균열로 인해 마나의 흐름이 불규칙한 상황이라 지금 섣불리 마법진을 펼치는 건 위험한 일 같습니다.”
“그럼 직접 이동하는 수밖에 없겠군.”
마쿠스 공작은 펫 옥토리를 소환 해제한 후 다른 펫을 소환했다.
“히히히힝!”
청마 파르두스!
그 또한 영웅 펫이었다.
“나는 이걸 타고 왕궁으로 가보겠다.”
“그럼 저희들은 어떻게 할까요?”
헤로스가 묻자 마쿠스 공작은 로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은 로안과 함께 드라우트 성으로 가보거라. 그곳이 붉은 오크들에게 공격받고 있다고 하니 가능하면 놈들을 모두 쓸어버리도록 해.”
드라우트 성에는 마쿠스 공작의 외손녀 레이가 가 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그는 외손녀 레이가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히히히힝―!”
그 말을 끝으로 그는 헤로스 등의 대답도 듣지 않고 파르두스와 함께 카타콤 바깥으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그는 로안을 위해 훌륭한 버스 팟을 남겨주었다.
상급 검사와 상급 마법사, 그리고 상급 사제까지!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그때 플로리가 도미닉을 쳐다봤다.
“도미닉 사제님, 혹시 지금 드라우트 성의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나요?”
그러자 도미닉이 눈을 감고 잠시 기도를 했다.
“아직 성은 무사한 것 같지만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군요. 아프릴리스 님이라고 내게 모든 걸 다 알려주시지는 않는다오.”
“성이 무사한 것만도 다행이네요.”
로안도 끄덕였다.
“걸어가려면 이틀은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그 말에 헤로스가 씩 웃었다.
“걸어가긴? 이 녀석을 타고 가면 금방 도착할 거야.”
헤로스의 영웅 펫인 흑표범 다크.
빠르기가 바람과 같아서 녀석을 타고 가면 아마 반나절도 안걸려 도착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저거 2인승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흑표범 다크는 2명이 넘는 탑승을 거부했다.
다행히 도미닉의 펫인 실버 또한 탑승 펫이다.
비행이 가능하지만 그리 빠른 편이 아니라서 속도는 지상 펫인 다크와 비슷했다.
문제는 1인승 탑승 펫이라는 것.
“이런! 그럼 로안만 걸어가야 할 상황이로군.”
플로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로안을 쳐다봤다.
“어쩌지? 나의 펫 불뱀이는 탑승 펫이 아니거든.”
로안은 미소 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걷는데 익숙하거든요. 먼저들 가 계십시오. 저는 최대한 빨리 뒤따라가겠습니다.”
헤로스가 끄덕였다.
“그래, 로안. 마음 같아서는 다함께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만 지금은 드라우트 성의 상황이 위급해 보이니 어쩔 수 없구나. 우리 먼저 떠나는 걸 이해해라.”
그렇게 헤로스와 플로리는 다크를 타고, 도미닉은 실버를 타고 로안의 시야에서 금세 사라졌다.
“후!”
로안은 왠지 씁쓸했다.
펫이 3마리나 되는데 그중 탑승 펫이 하나도 없다니.
‘가만! 생각해보니 몰캉이가 탑승펫이잖아.’
그것도 다인승 탑승펫.
레벨이 낮아서 그렇지 레벨을 높여두면 나중엔 수십 명도 태울 수 있다.
아마 지금도 로안 한 명쯤은 충분히 태우고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속도가 어느 정도이냐가 문제이겠지만.
‘아직 휴식 중이니 천천히 알아보자.’
몰캉이는 쇼크 후유증으로 여전히 휴식 공간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럴 때 무리해서 소환하는 건 좋지 않다.
그리고 어차피 이제 드라우트 성에는 좀 늦게 가도 된다.
헤로스와 플로리 등이 간 이상 붉은 오크들이 웬만큼 떼로 몰려와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할 테니까.
쏘옥.
그때 아공간의 문이 물결치듯 열리더니 몰캉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몰캉아! 이제 괜찮아졌냐?”
몰캉이가 훌쩍 날아오더니 로안의 볼에 몸을 비볐다.
몰캉말캉한 감촉이 제법 탱탱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녀석이 충분히 회복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잠시 몸을 비비던 몰캉이가 뭔가를 보고는 눈을 반짝 빛냈다.
다름 아닌 좀비 펫 제논.
녀석은 로안의 손바닥 위로 훌쩍 날아내려 제논을 요리조리 살폈다.
그러자 제논이 인상을 쓰고는 귀찮다는 듯 몰캉이를 한 대 후려쳤다.
휙!
그러나 그것은 제논의 바람일 뿐.
몰캉이는 너무도 가볍게 제논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더니 순식간에 기다란 몸체로 제논을 휘감았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제논은 이내 기가 죽었다.
몰캉이가 슥 노려보자 제논이 눈을 내리깔았고, 그렇게 둘의 서열은 아주 간단하게 정리가 되었다.
로안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불쌍한 녀석 같으니.’
왠지 크라겔 즉, 제논이 불쌍해지는 순간이었다.
녀석이 만일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쯤 정신 줄이 나갈 것이다.
애벌레에게 굽실거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논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으로 망연자실 주저 앉아 있었다.
* * *
로안은 카타콤 밖으로 나왔다.
크라겔과 악마상, 그리고 스켈레톤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라서 그런지 더 이상 음침한 어둠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동안에는 스켈레톤 로드 등의 기세에 눌려 이쪽으로 감히 접근도 하지 못했던 각종 짐승들이나 벌레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죽여봤자 경험치도 안 되는 터라 로안이 무시하고 떠나려 할 찰나.
그의 앞을 가로막는 험악한 인상의 괴물 하나.
“크우어어어!”
대략 2미터 50센티 정도의 신장.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체를 가진 괴물.
‘미노타우루스?’
레벨은 28.
보스급은 아니다.
그런데 녀석의 허리춤에 사람의 팔과 다리가 찢겨진 채 장식물처럼 매달려 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사람을 사냥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근처를 지나는 여행객들을 사냥해 잡아먹은 후 남은 걸 식량처럼 허리에 매달아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이 한 놈 또 있었구나. 큭큭! 살려뒀다가 내일 잡아먹을까 아니면 지금 당장 먹을까? 인간 그건 너의 선택에 맡기겠다.”
로안은 코웃음치며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 얻은 능력을 하나 시험해보려고 했는데 잘됐다.”
[대상에게 악마 크루스의 인을 새겼습니다.]
[권능이 1 소모되었습니다.]
[권능 9/10]
순간 미노타우루스는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알 수 없는 뭔가가 그의 몸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츠츠츠.
그런데 그때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로안의 왼쪽 팔의 손끝으로 길게 흑색 점액질 같은 것이 생겨나더니 그것이 이내 미노타우루스의 머리로 변했다.
놈의 머리와 목이 로안의 손 끝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황당해하는 미노타우루스를 보며 로안이 싸늘히 웃었다.
“잘 봐라, 미노타우루스! 이제 내가 이 칼로 여길 자르면 너의 목도 잘린다.”
“크큭! 미친 녀석이군.”
미노타우루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키득 웃더니 그대로 로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써걱.
그러나 로안이 마룡도로 손 끝에 있는 미노타우루스의 목을 자르는 순간 달려오던 미노타우루스의 머리가 몸체에서 그대로 분리되었다.
쿠우웅!
미노타우루스는 그대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사망한 것이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아프릴 48코인을 얻었습니다.]
[중급 생명력 회복 물약을 얻었습니다.]
‘간단하군.’
알고는 있었지만 뭔가 소름이 끼친다.
악마의 힘이 이래서 무섭지.
게임에서처럼 되는지 한 번 실험해봤는데 그 이상의 끔찍함이다.
‘다음부터는 함부로 쓰지말자.’
끔찍해서가 아니다.
권능은 회복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방금 전 녀석 같은 경우는 권능을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치울 수 있었으니까.
샤라랑!
그런데 그때 신비한 음성의 알림이 울렸다.
[아프릴리스의 선행 임무가 생성되었습니다.]
‘오! 벌써?’
조만간 나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나타나다니.
로안은 곧바로 생성된 임무 창을 살펴봤다.
< 죽은 자에 대한 애도 (1) > 끝
ⓒ 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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