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위병 2호 (2) >
[당신의 고유능력 흥정(Lv4)이 기존 협상 중인 조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 순간 기도를 하고 있던 도미닉이 눈을 뜨고 로안을 쳐다봤다.
“아프릴리스 님께서 결국 조건을 바꾸셨네.”
“그럼 영웅 펫을 바치면 됩니까?”
“아니, 아프릴리스 님께서는 더 이상 성펫을 원하지지 않으시네. 그보다는 다른 일로 정성을 보이길 원하시는 듯하군.”
“어떤 일을 말입니까?”
일단 아프릴리스가 토실이를 포기한 듯하니 다행이다.
물론 아직 안심할 건 아니다.
아프릴리스는 카오니아 세계의 여러 여신들 중에서도 유독 집착이 강한 성격이니까.
그런 그녀가 한 번 노렸던 대상을 이토록 쉽게 포기할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아프릴리스가 악신(惡神)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선신(善神)에 가깝다.
그래서 말은 통한다는 것.
즉, 그녀는 아무리 뭔가에 집착을 가진다고 해도 합리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강탈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로안이 4단계 흥정 스킬로 협상을 하자 뜻을 바꾼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한낱 인간이 가진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고 신이 자신의 뜻을 바꿀 리 없으니까.
“아프릴리스 님 또한 세상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는 악마 크루스의 인장을 그대가 잘 통제하기를 원하고 계시네. 따라서 일단 다음의 조건을 수락하면 정성의 시험을 그냥 통과한 것으로 해주시겠다 하셨지.”
정성의 시험을 그냥 통과한 것으로 해주겠다니!
이건 뜻밖이다.
어떤 조건인지 들어봐야 하겠지만 대략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혹시 선행을 펼치라는 건 아닙니까?”
그러자 도미닉이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그걸 알았나? 설마 아프릴리스 님께서 그대에게 직접 계시를 내리신 것인가?”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때려맞춰 본 것뿐이죠.”
역시나 선행(善行) 퀘스트인가?
선(善) 계열의 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신의 이름으로 선행을 펼치는 것이라 한 번 짐작해본 것이다.
‘선행 퀘스트면 추가 보상도 주니까 나쁠 건 없지.’
선행을 베풀 때 ‘이게 바로 아프릴리스 님의 뜻이다!’라며 조금 낯뜨거운 말을 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어려울 것도 없다.
곧바로 도미닉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선행이란 불우한 이웃을 돕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지. 앞으로 그같은 특정한 상황에서 아프릴리스 님께서 주시는 선행의 임무가 드물지만 임의로 생성될 걸세.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 약속할 수 있겠나?”
“약속합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생겨난 신비하고 찬란한 빛이 로안의 몸을 휘감았다.
[아프릴리스가 선행의 임무를 맹약한 당신을 기특하게 생각합니다.]
[아프릴 100 코인을 하사합니다.]
100코인 획득!
이런 것도 나름 꿀이다.
많지는 않지만 틈틈이 이런 보상이 들어오기도 하니까.
무엇보다 신이 주는 선행 퀘스트를 하면 해당 신과의 친밀도도 높아져 여러모로 이로운 점이 많아진다.
특히 후반에 가서 등장하는 극신화(極神話)나 초월 등급 아이템을 얻으려면 신들의 가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리부터 조금씩 친밀도를 쌓아둬서 나쁠 건 없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신과 너무 가까워져 사제처럼 되어버리는 건 좋지 않다.
그 경우 다른 신들의 가호를 받을 수 없을뿐더러 심지어 불이익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될수록 많은 신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제대로 꿀을 빨 수 있다는 것!
뭐 그런 거야 고인물인 로안의 전문이긴 하지만.
‘아프릴리스는 대체로 다른 여신들에 비하면 존재감이 약하지.’
아프릴 코인의 가치가 갈수록 하락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주식시장처럼 예측이 불가한 세계가 바로 신들의 세계이니까.
이러다 갑자기 아프릴리스가 후반에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낼지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아프릴리스 님께서 내려주시는 선행 임무를 수행하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로안은 짐짓 말이라도 예쁘게 했다.
그러자 도미닉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아프릴리스 님께서 사람을 잘못 보지 않으셨군. 어떤가? 그대도 지금부터 아프릴리스님을 제대로 모셔볼 생각은 없나? 이런 제의는 아무에게나 하지 않는다네.”
이건 매우 위험한 제의다.
사실상 사제가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
이 경우 아마 자연스레 토실이를 성펫으로 바쳐야 하는 식으로 흐르게 될 지도 모른다.
게임에서 많이 당해봤던 일.
따라서 당연히 거절이다.
하지만 대놓고 딱 잘라 거절하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니까.
로안은 빙긋 웃었다.
“정말 영광스러운 제의로군요. 하지만 아프릴리스 님을 섬기기에 저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레벨도 너무 낮고요. 물론 진지하게 고민은 해보겠습니다.”
도미닉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꼭 진지하게 고민해보게나.”
“예.”
로안이 그렇게 대답한 순간.
갑자기 신비한 포승줄 형상의 빛이 또 나타나 로안의 왼팔뚝에 있는 악마 크루스의 인장을 휘감았다.
[정성의 시험이 완료됐습니다.]
[명예의 시험이 열립니다.]
드디어 마지막 시험이 열렸다.
[명예의 시험]
-명성 3,000 포인트를 달성하라!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한없이 어려울 수 있는 시험이 바로 이 명예의 시험이다.
명성은 작정하고 올리려 한다고 쉽게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다행히 로안은 저렙 때부터 꾸준히 명성 관리를 해왔다.
난이도 높은 임무를 수행해 높은 명성을 획득해 현재 누적 명성은 무려 5,950 포인트.
그러나 그것은 로안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불과 20레벨에 악마 크루스의 분신과 전투를 벌여 승리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0레벨의 비각성자 상태에서 30레벨 흑사문주를 기습해 해치우기도 했으니까.
환생사라서 가능한 일이었고, 게임의 시스템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고인물이라서 가능한 일.
즉, 정상적이라면 명성을 3000이나 쌓는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임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도미닉도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 이런! 명성 3000이라니! 아프릴리스 님께서 이번에도 무척 과한 임무를 내려주셨군.”
옆에서 듣고 있던 마쿠스 공작과 헤로스 등도 놀란 듯했다.
“정말 과하긴 과하군. 명성 3000을 쌓기란 쉬운 일이 아니거늘.”
“그렇습니다. 레벨보다 올리기 힘든 게 바로 명성아닙니까?”
모든 게 미리부터 다 주어진 금수저인 헤로스는 특히나 명성을 올리기가 매우 힘들었다.
도움을 받아 해낸 일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많은 명성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무려 400포인트의 명성을 얻은 건 처음이었고 그야말로 기록적이었다.
그래도 그는 숱한 경험과 가문의 꾸준한 밀어주기 등을 통해 3000포인트의 명성 정도는 보유하고 있긴 했다.
“조급하지 마라, 로안. 이건 단기간에 해결될 임무가 아니다.”
“일단 로안 너의 특기인 흥정을 통해 그 조건을 좀 낮춰달라 부탁해보는 게 어때?”
폴로리도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로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모두들 로안의 상태창을 볼 수는 없으니 하는 걱정이리라.
이미 로안의 명성이 6000포인트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악하고 말겠지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운이 좋아 다행히 그 정도 명성은 가지고 있습니다.”
로안의 말에 모두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게 정말인가?”
“어떻게 벌써 명성 3000을 쌓았다는 거냐?”
“세상에!”
그에 대해서는 로안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번쩍!
곧바로 밀려온 찬란한 빛의 포승줄이 악마 크루스의 인장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로안! 당신의 명성이 명예의 시험을 완수하기에 충분합니다.]
이건 굳이 흥정을 할 필요도 없는 일.
[명예의 시험이 완료되었습니다.]
『으으으으!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악―! 하찮은 인간 네깟 것이 감히 나의 힘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내 네놈을 반드시 고자로······ 끄으으으악―!』
갑자기 인장 속에서 뭔가가 크게 절규하는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그것은 로안 뿐 아니라 도미닉을 비롯해 마쿠스 공작 등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그 소리는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소름이 끼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거참, 시끄러워 죽겠구나!”
“으! 꿈에 나올까 두려운 절규입니다.”
“간 떨어질 것 같아요.”
다행히 그 절규는 이내 잠잠해졌다.
[아프릴리스의 시험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아프릴리스가 당신에게 악마 크루스의 인장을 통제할 권능을 부여합니다.]
로안의 몸이 일시지간 찬란한 광채에 휩싸였다가 본래로 돌아왔다.
[당신에게 아프릴리스의 권능이 생성되었습니다.]
【권능】 10/10
-아프릴리스 10
드디어!
드디어 얻었다.
권능은 마나처럼 소모하는 기운의 일종.
통제된 악마의 힘을 쓸 때 사용되며, 소진된 권능은 각 신전에서 나온 성수(聖水)와 같은 특수한 아이템으로 회복되기도 하고, 신전에 코인을 헌금해서 회복할 수도 있다.
도미닉과 같은 상급 사제가 옆에 있으면 신전에 갈 필요없이 즉각 헌금을 바쳐 회복할 수 있으니 무척 편하다.
[특수 능력 〈악마 크루스의 인〉을 얻었습니다.]
[악마 크루스의 인(印)]
-분류 : 특수 능력
-설명 : 권능을 1 소모해 대상에게 악마 크루스의 인(印)을 남긴다. 성공 시 크루스의 인이 박힌 자의 신체 부위와 동일한 부위를 생성해 파괴할 수 있으며, 그 순간 대상의 해당 부위 또한 파괴된다.
-제한 : 당신보다 레벨이 낮은 대상에 한해 효력이 미친다.
-제한 : 권능 면역의 능력이 있거나 신에 의해 보호받는 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유효 거리 : 레벨 x 미터
‘뭐 그럭저럭 쓸만한 능력이지.’
이 능력은 단일 대상 특히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적을 손쉽게 해치우는 데는 사기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다만 보스급 괴물의 경우에는 대부분 권능 면역이 붙어 있어 거의 통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그 또한 레벨 차이가 많이나면 무시되긴 한다.
어쨌든 이건 레벨이 높을수록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권능이라서, 지금처럼 저렙 때는 그냥 원거리 공격 스킬 하나 더 있는 정도일 뿐.
“허허! 권능을 얻은 걸 축하한다, 로안!”
“대단하구나, 로안.”
“말로만 듣던 신의 권능을 얻다니 정말 축하해.”
옆에서 지켜보던 마쿠스 공작 등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축하해주었다.
다만 사제 도미닉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충고의 말을 했다.
“들으라, 소년이여! 아프릴리스 님께서 그대에게 악마 크루스의 힘을 통제할 권능을 부여하신 이유는 사악한 존재들에 맞설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 권능을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프릴리스 님께서 그대에게 주신 권능을 언제든 다시 회수하실 수도 있음을 잊지말도록 하라.”
이걸로 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해치지 말라는 얘기다.
당연히 로안은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염려마십시오. 사악한 괴물들을 처치할 때만 사용할 것입니다.”
그러자 도미닉이 미소 지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이건 권능을 얻은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주는 선물이네.”
“오! 감사합니다.”
신비하게 빛나는 액체가 들어있는 투명한 유리병 하나.
[아프릴리스의 성수를 얻었습니다.]
권능을 10 포인트 회복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유사시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로안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제 좀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게 됐구나.’
이로써 악마 크루스의 저주 즉, 13만년 고자가 될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그 악마의 인장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그때 마쿠스 공작이 도미닉을 향해 문득 물었다.
그런데 도미닉이 순간 기다렸다는 듯 오히려 되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실 저 또한 여쭙고 싶었습니다, 공작님. 혹시 아까 이곳의 악마상이 파괴된 순간 이상한 기운을 느끼지 않으셨는지요?”
“글쎄! 약간 오한이 들긴 했지만 그것 외에 별다른 건 없었지. 그건 왜 묻는 건가?”
그러자 도미닉이 살짝 주저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큰 결례이지만 제가 잠시만 공작님의 팔을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나에게 인장이 박혀 있을 거라 의심하는 건가?”
“하하, 어찌 그런 의심을 하겠습니까? 다만 혹시라도 인장을 얻었다면 반드시 신의 권능을 부여받아 그것을 통제해야 합니다. 그 경우 복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악마의 노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디 살펴보게. 악마의 노예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니.”
마쿠스 공작은 흔쾌히 왼팔을 내밀었다.
곧바로 도미닉이 팔에 손을 대고 뭔가를 살폈다.
그러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다행이군요. 분명 로안처럼 공작님께도 악마의 힘이 들어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저의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군.”
마쿠스 공작 또한 로안처럼 악마의 인장을 얻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미닉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헤로스와 플로리의 몸도 살폈지만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했다.
“이상하군요. 분명 악마가 이대로 사라졌을 리는 없을 텐데.”
도미닉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로안 또한 궁금하긴 했다.
‘악마의 인장이 나타나는 건 랜덤이라서 그냥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지.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상급 사제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사제가 묻는다고 신이 무조건 알려주는 건 아니다.
성녀(聖女) 정도라면 모를까.
게임에서는 그냥 설정이려니 하고 받아들였지만, 현실에서는 좀 답답하긴 하다.
‘어쨌든 악마는 악마로 예정된 존재를 쉽게 포기하지 않지.’
마쿠스 공작은 원래 악마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
로안 덕분에 무사히 레벨이 올라 흑화하지 않았을 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시 마쿠스 공작조차 모르게 악마가 그의 몸에 들어간 거라면?
‘제발 아니길 바랄 뿐이야.’
마쿠스 공작이 아니라면 좀비 펫이 된 크라겔인데.
녀석에게는 설사 악마의 힘이 있다고 해도 펫이라서 토실이의 통제에 따르게 되니 걱정할 건 없지만.
그때 마쿠스 공작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가만! 그럼 저 좀비 펫도 한 번 살펴보게. 펫이 되었다지만 저 녀석이 정말 크라겔이 빙의한 것이라면 악마의 힘도 여전히 남아있을지 모르네.”
“오! 제가 그 생각을 미처 못했군요. 소년! 그대의 좀비 펫을 내가 볼 수 있겠나?”
“예,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만약 크라겔에게 숨었다면 그 또한 살펴봐도 소용없다.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그런 걸 설명하기는 곤란하니 일단 살펴보게 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 사이 호위병 2호는 토실이가 앞발로 붙잡은 채 비벼대는 중이었다.
“미안해, 토실아. 잠깐 이 녀석 좀 살펴보자.”
로안은 토실이의 손에서 호위병 2호를 집어 도미닉에게 건넸다.
도미닉은 잠시 살펴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다행히 악마의 힘은 느껴지지 않는군. 안심하고 잘 키워보도록 하게.”
호위병 2호를 다시 넘겨받았다.
손바닥 위에서 엄지 손가락만한 좀비 펫이 초점없는 눈으로 로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성펫으로 바치려 했더니 결국 키워야 하는 건가?’
나름 결론을 내렸다.
확증은 없지만 고인물의 직감이다.
‘틀림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놈은 크라겔이 맞아.’
대체 이 무슨 묘한 인연인지.
호위병 2호를 바라보는 로안의 마음은 왠지 복잡했다.
‘어라?’
그러던 로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
그 사이 녀석이 잔다.
손바닥 위에서.
< 호위병 2호 (2) > 끝
ⓒ 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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