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물의 감각 (1) >
가까이에서 본 옥토리의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머리가 절반 이상 갈라졌으니까.
웬만한 다른 생물이었다면 벌써 죽었어야 정상이지만, 옥토리 특유의 불가사의한 생존력으로 인해 아직 죽지 않았다.
“아프릴리스 님이시여! 저 고통받는 존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거기에 상급 사제 도미닉이 펼친 사기적인 치유 능력이 발동되는 순간 옥토리는 멀쩡한 상태로 회복됐다.
이에 멀리서 스켈레톤 로드와 격전을 벌이던 마쿠스 공작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 아주 훌륭했다, 토실아. 역시 전설 펫 답구나.”
그는 토실이를 향해 매우 흐뭇해하는 눈빛을 보내주었다.
그만이 아니었다.
헤로스와 플로리도 토실이의 빠른 순발력을 칭찬했다.
“오오! 정말 대단한 녀석인 걸?”
“귀여운 것도 모자라 빠르기까지! 너 내 펫해라, 응? 내가 당근 많이 사줄게!”
플로리가 농담조로 토실이에게 구애를 했다.
말이 농담이지 눈빛을 보니 토실이에게 완전히 꽂힌 상태다.
카젤가의 영애인 레이가 토실이를 쳐다볼 때의 그 눈빛과 비슷하달까?
물론 토실이는 그녀를 완전히 무시했다.
녀석은 플로리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로안의 어깨 위로 올라와 나 잘했지 하는 표정으로 로안을 쳐다봤다.
“그래. 아주 잘했어, 토실아.”
로안은 토실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 대인배 녀석!
그렇다.
토실이는 대인배 펫이다.
아까 옥토리는 위압적인 표정으로 토실이를 무시했다.
그런 모욕을 당하고도 토실이는 옥토리가 위기에 처하자 망설이지 않고 구해준 것이다.
‘뭔가 내가 다 뿌듯하네.’
그런데 웃기는 건 몰캉이다.
옥토리를 비롯한 다른 펫들에게 기죽어 로안의 등뒤에 숨어있던 녀석이 어느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고 있었으니까.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당신의 레벨이 21이 되었습니다.]
오오! 그 사이 레벨 업!
헤로스와 다크, 그리고 마법사 플로리와 불뱀이가 꾸준히 소형 스켈레톤들을 사냥하고 있는 덕분이다.
[용맹의 시험]
-어둠 속성의 괴물 450마리를 처치하라. (32/450)
게다가 용맹의 시험도 계속 카운팅되고 있다.
‘다들 아주 잘하고 있군.’
미안할 정도로 거저먹고 있다.
로안은 입가에 절로 피어나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한편 죽다 살아난 옥토리는 정신을 차리더니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녀석은 곧장 마쿠스 공작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버렸다.
토실이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말이다.
설마 자신이 한낱 자그만 토끼 따위에게 구함을 받았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한 것일까?
‘그럴 리 없는데?’
로안은 옥토리를 키워본 적 있어 녀석의 성격이 어떤지도 안다.
녀석이 비록 전투형 펫으로서 자부심이 강해 오만무도한 행태를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은혜를 저버릴 정도로 막 나가지는 않는다.
분명 토실이에게 고마워해야 정상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옥토리가 힐끔 토실이를 한 번 쳐다봤다.
아까와 달리 녀석의 표정은 상당히 호의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 옥토리는 다시 마쿠스 공작을 보조해 전투에 집중했다.
‘하긴 저 녀석의 충성심이 꽤 대단하지.’
옥토리는 토실이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지만, 지금 녀석의 우선순위는 주인이다.
주인 마쿠스 공작이 강력한 적과 맞서고 있는 상태인 지금은 그를 돕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
번쩍! 화아악!
곧바로 옥토리의 큰 눈에서 하얀 광선 같은 것이 쏘아져 나갔다.
마쿠스 공작의 주변으로 몰려들던 스켈레톤들이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화아악!
연이어 그 광선은 스켈레톤 로드의 몸체에도 작렬했다.
그 순간 스켈레톤 로드가 따가운 듯 몸을 떨었다.
“쿠오오오오! 한낱 펫 따위가 나를 귀찮게 하는 것인가?”
놈은 즉각 옥토리를 향해 거도를 휘둘렀다.
쐐애액!
거도가 엄청난 속도로 공간을 갈랐지만 옥토리는 아까처럼 당하지 않았다.
녀석은 이미 그같은 공격이 날아들지 예상했는지 이미 거도의 반경 밖으로 벗어난 상태였다.
그리고 그같은 상황은 마쿠스 공작에게 역습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스켈레톤 로드가 옥토리를 공격하는 순간 드러난 빈틈.
마쿠스 공작이 그것을 놓칠리 없었다.
“가증스러운 괴물 놈! 이제 그만 사라져라!”
강렬한 흑색 빛 오러로 뒤덮인 그의 대검이 전방의 공간을 빠르게 갈랐다.
써컹!
뭔가 거대한 것이 잘려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기우뚱.
순간 스켈레톤 로드가 비틀 뒷걸음질 치더니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오오!”
로안은 환호했다.
역시 왕국 제일 검사다.
아무리 옥토리가 틈을 만들어줬다고 해도 단번에 스켈레톤 로드를 두 쪽내다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나동그라졌던 스켈레톤 로드가 금세 원상으로 복원되었다.
동시에 놈의 거도에서 폭풍같은 그림자들이 생겨나 마쿠스 공작을 멀리 날려버렸다.
카카캉! 카카카카캉!
마쿠스 공작은 밀려나면서도 거도의 공세를 모두 막아내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굳어진 안색으로 도미닉을 향해 외쳤다.
“어떻게 된 일인가, 도미닉? 어째서 저놈이 죽어도 다시 살아난 건가?”
그러자 도미닉이 침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시다시피 이곳에 어둠의 기운이 너무 강력합니다.”
그러고 보니 바닥에서 시커먼 기운들이 아지랑이처럼 계속 피어올라오고 있었다.
“그럼 이놈을 죽일 방법이 없다는 건가?”
“조금만 더 버텨 보십시오. 제가 이 바닥에 있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보겠습니다!”
도미닉의 몸에서 신성한 빛이 일어나 바닥의 사악한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흑색의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그 사악한 기운은 쉽사리 물러나지 않았다.
‘악마의 기운? 마기?’
로안은 단번에 그것을 알아봤다.
저건 흔한 어둠의 기운이 아니다.
악마로부터 비롯된 마기가 일으키는 고농도 어둠의 기운인 것이다.
‘크라겔 그놈이 설마 벌써 악마로 각성한 건가?’
흐름이 바뀐 이상 악마의 각성은 예측할 수 없다. 크라겔이 악마로 각성할 시기가 대폭 앞당겨졌을 수도 있으니까.
츠츠츠.
그런데 그 기운에 노출되자 로안의 왼팔에 있던 인장의 악마 문양이 갑자기 크게 확대되어 나타났다.
「가소로운 인간 놈! 너 따위 놈이 감히 나의 힘을 통제하려하는가? 아무리 여신이 돕는다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어떠냐? 지금이라도 이 인장을 포기한다면 고자는 면하게 해주마.」
물론 이 음성은 로안에게만 들린다.
악마의 기운이 왕성한 이곳에 오자 악마 크루스의 인장 자체가 로안을 향해 딜을 걸어온 것.
‘하여간 이놈은 끝까지 고자로 협박이네.’
고자와 무슨 원수라도 진 거냐?
아무튼 악마가 말을 걸어올 때는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대답할 가치도 없는 일.
로안은 닥치라는 뜻으로 오른손 중지를 튕겨 악마의 문양에 딱밤을 날렸다.
퍽!
「쿠아악!」
순간 비명과 함께 악마 문양이 퍽 터지더니 흩어졌다.
‘여신의 퀘스트를 빨리 끝내야 해. 인장의 힘을 통제하지 않으면 이놈이 계속 나를 귀찮게 할 거야.’
지금은 딱밤 한 대로 사라졌지만, 조금 있으면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계속 시간을 끌면 놈의 힘이 점점 강해져 인장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는데,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놈에게 처참한 괴롭힘을 당하다 죽임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13만년 동안 무수한 고자 환생을 반복하게 될 테니까.
‘생각보다 여기 있는 마기가 너무 강한데?’
그 사이 헤로스와 옥토리, 다크 등의 활약으로 주변의 스켈레톤들이 계속 쓰러졌다.
그러나 놈들은 아까와 달리 부서진 즉시 다시 일어났다.
경험치도, 코인도 없었다.
놈들이 죽지 않으니 당연한 일.
[용맹의 시험]
-어둠 속성의 괴물 450마리를 처치하라. (40/450)
그래서인지 용맹의 시험이 주는 임무의 카운팅도 40 이후로 멈췄다.
‘이대로는 안 돼.’
이러다 여신의 퀘스트를 끝내지 못하면 아주 골치 아파지게 된다.
스스스스.
그 사이에도 바닥에서 피어나는 마기의 농도가 계속 짙어졌다.
눈으로도 확인될 정도다.
물론 로안이 서 있는 곳은 마기로부터 청정 지대였다.
사제 도미닉의 몸 주위로 반경 3미터 정도로는 마기 자체가 증발되듯 사라지고 있으니까.
“으윽!”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온 듯 도미닉이 창백한 안색으로 비틀거렸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마기가 너무 강력해 저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
신성력의 강도는 사제의 레벨에 비례한다.
그 말은 지금 이곳에 레벨 57의 상급 사제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마기가 올라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이대로 물러나자는 말인가?”
“죄송합니다. 악마의 기운을 감당하기에는 저의 능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포기하자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는군. 속단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게.”
“아무래도 저보다 상위의 사제가 와야만······.”
순간 마쿠스 공작이 분통을 터뜨렸다.
“계속 그놈의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할 건가? 마기를 몰아내지 못하겠다면 저놈의 약점이라도 찾아보라는 거야.”
“알겠습니다, 공작님. 그럼 다시 한 번 시도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은 채 다시 기도에 열중하고 있는 도미닉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사이 마쿠스 공작은 또 한 번 대검으로 스켈레톤 로드를 쪼갰다.
그러나 놈이 금세 또 멀쩡하게 복원되고 말았다.
이대로는 답이 안 나오는 상황.
하지만 로안도 여기서 물러서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기서 저놈을 상대하는 것보다 지하 카타콤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스켈레톤 로드가 가진 불사의 능력.
그것은 악마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그 뿌리인 악마의 힘을 파괴하지 않으면 스켈레톤 로드를 아무리 죽여봤자 소용없다는 뜻이다.
“잠깐만요!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아야 해요.”
다름 아닌 마법사 플로리였다.
그녀 역시 로안과 동일한 생각을 떠올린 듯했다.
동시에 그녀가 지팡이를 앞으로 뻗었다.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으니 환하게 만들어볼게요.”
곧바로 전방에 10여 개의 화염 불꽃 마법진들이 생겨나 바닥을 마구 훑었다.
화르르! 화르르르!
그 화염진에 노출된 스켈레톤들은 검은 연기처럼 변해 흩어졌지만, 그 즉시 다시 멀쩡하게 복원되었다.
“입구가 안 보이는데, 플로리?”
“마법만으로는 한계가 있군요. 도미닉 사제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화염진들은 눈이 아프도록 요란하게 바닥을 휘젓고만 있을 뿐 별다른 걸 발견하지 못했다.
“어둠 속에 감춰진 진실이여 드러나라······!”
그러자 기도 중이던 도미닉이 눈을 번쩍 뜨고 외쳤다.
순간 땅바닥의 한곳에 뭉쳐있던 어둠이 쫓겨가듯 흩어지더니 그곳의 땅이 갈라지며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드러났다.
“지하 입구예요!”
플로리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도미닉이 다급히 말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또한 마쿠스 공작님도 스켈레톤 로드를 상대해야 해서 이곳에 있어야 합니다. 헤로스 백작님! 부탁합니다. 지하에 내려가서 악마의 기운을 내쏟는 근원을 파괴해 주십시오.”
그러자 마쿠스 공작이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헤로스 혼자서 가능하겠나? 아래에 있는 악마가 더 강할 텐데 말이야.”
“현재 악마의 힘은 대부분 저 스켈레톤 로드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기운은 그에 비하면 절반 정도입니다.”
그러자 헤로스가 걱정말라는 듯 미소 지었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공작님. 아래에 있는 녀석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습니다.”
그는 곧장 지하 계단으로 뛰어내려갔다.
그런데 한 걸음 아래로 내딛는 순간.
“으윽! 이게 무슨······?”
그는 갑자기 당혹스러워하며 멈춰섰다. 그러더니 그대로 돌로 변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시커먼 석상이 되어버렸다.
그보다 앞서 계단 아래로 뛰어내렸던 흑표범 다크 또한 마찬가지였다.
“앗, 헤로스 백작님!”
플로리가 깜짝 놀라 그쪽으로 가려고 했다.
순간 로안이 재빨리 그녀를 막았다.
“잠깐만요. 저건 함정입니다.”
“함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진짜 입구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러자 도미닉이 무슨 소리냐며 발끈했다.
“무슨 소린가? 저 문은 분명 신성력에 의해 드러난 것이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저건 두 개의 문 중 하나입니다. 진짜 문은 따로 있죠.”
로안은 시커먼 어둠이 유독 짙게 몰려있는 쪽을 가리켰다.
놀랍게도 그곳을 유심히 보자 또 하나의 지하 계단이 보였다.
“저럴 수가!”
“정말이군.”
모두들 깜짝 놀랐다.
다들 앞에 확연히 드러난 곳만 쳐다보니 그곳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도미닉이 감탄하는 표정으로 로안을 쳐다봤다.
“역시 아프릴리스 님이 주시하는 존재답군. 아주 놀라운 관찰력이네.”
관찰력이라기 보다는 고인물의 감각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런 경우를 어디 한두 번 당해봤어야지.
“그럼 일단 헤로스 백작님의 저주부터 풀어주세요!”
플로리의 요청에 도미닉이 즉각 저주 해제 주문을 외우려 했다.
로안이 다급히 만류했다.
“저 상태로는 안 돼요. 먼저 플로리 님이 백작님을 계단 영역 밖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저기서는 저주가 해제되는 즉시 다시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구나. 고마워, 로안.”
플로리가 지하 쪽으로 지팡이를 겨눴다.
순간 석화 상태의 헤로스와 다크가 둥실 떠오르더니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 상태에서 도미닉이 저주 해제 주문을 펼치자 헤로스와 다크는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왔다.
“으! 하마터면 죽을 뻔했군.”
헤로스는 낭패한 기색이었다.
설마 55레벨 상급 검사인 그를 단번에 석화시켜버리는 무서운 저주가 발동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하는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그 사이 마쿠스 공작님은 지금처럼 스켈레톤 로드를 계속 공격해주세요. 그래야 제가 편해집니다.”
로안이 어둠 속 계단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그는 순식간에 계단 앞에 이동했고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이에 마쿠스 공작 등이 깜짝 놀라 외쳤다.
“위험하다, 로안!”
“안 돼, 로안. 어서 이쪽으로 돌아와라!”
그러나 로안은 이미 계단 아래로 내려간 상태였다.
쿠우웅!
그가 내려가자 땅이 움직이며 계단을 봉쇄해버렸다.
그렇게 퇴로가 사라졌지만 로안은 놀라지 않았다.
‘분명 트랩이 또 있을 거야.’
방금 전처럼 헤로스 백작을 보냈다간 또 함정에 걸리고 만다.
‘편하게 쩔 좀 받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네.’
어쨌든 더 이상 저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이런 건 고인물이 나서야 한다.
트랩은 최소 고인물이 아니면 발견하기 힘드니까.
로안은 마룡도를 쥔 채 앞으로 걸었다.
앞은 칠흑같은 어둠이지만 걱정할 것 없다.
‘이런 때를 대비해 아공간에 라이팅 아이템을 챙겨뒀지.’
화악!
그러나 그걸 꺼낼 필요가 없었다.
갑자기 로안의 왼쪽 어깨에서 환한 빛이 일어나 전방을 비췄으니까.
‘오!’
가히 자동차의 상향등과 같은 강렬한 밝기다.
다름아닌 몰캉이의 안광(眼光)!
토실이가 몰캉이를 앞발로 쥔 채 전방을 요리조리 비추고 있었다.
< 고인물의 감각 (1) > 끝
ⓒ 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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