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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으로 독존한다-37화 (37/240)

< 악마의 인장 (2) >

마룡도가 우르스의 가슴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쿠어어억!”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놈은 그 와중에도 주먹을 뻗어 로안의 가슴을 쳤다.

퍽!

로안이 위로 튕겨나오듯 솟구쳤다.

충격은 크지 않았다.

주먹이 날아오는 순간 로안이 먼저 몸을 뺐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르스를 찔렀던 마룡도도 놈의 가슴에서 빠져나왔다.

‘심장을 빗겨갔어.’

정확히 심장을 노리고 찍었는데 우르스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 피한 것이다.

“크으으! 두고보자, 인간 놈!”

우르스는 피범벅이 된 가슴을 한손으로 막은채 달아났다.

놈은 지금 치명상을 입은 상태.

한 번 더 공격하면 끝장낼 수 있지만.

츠츠츠츠!

그 사이 다시 생성된 다크 소드들이 로안을 향해 소나기처럼 날아들었다.

이대로 우르스를 쫓아가 베면 놈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 로안 역시 다크 소드들에 적중되어 처참한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스스! 스스스스!

그 순간 갑자기 로안의 몸 주위로 짙푸른 막이 생겨났다.

마법으로 펼쳐진 실드.

다름아닌 레이였다.

그녀가 적시에 로안을 위해 실드를 둘러준 것이다.

‘센스가 대박이네.’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우르스를 죽일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놈이 도주하며 포션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으니까.

로안은 레이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일단 불의 칼부터 한 방.

화르르!

칼 모양의 화염이 우르스의 뒤통수로 날아갔다.

“커윽! 질긴 놈!”

우르스는 그 와중에도 옆으로 몸을 날려 불의 칼을 피했다.

그러나 놈의 움직임은 둔해져 있었다. 포션 한 병으로 금방 치료될 만한 부상이 아니니까.

“이제 그만 죽어라, 오크 놈!”

그 사이 로안은 놈의 지척으로 따라붙었다.

콰앙! 쾅!

다크 소드가 연달아 실드를 강타했다.

레이가 둘러준 실드는 다크 소드들이 강타하자 금세 균열이 생겨나 부서졌다.

그러나 그렇게 부서지기 직전 또 다른 실드가 생성되어 다크 소드를 막았다.

콰앙! 콰콰쾅!

그런 식으로 연달아 실드를 생성하는 레이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다.

상위 레벨의 흑마법사가 펼친 다크 소드를 실드를 생성해 막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실드가 부서지는 여파가 그녀에게도 계속 충격으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마치 누군가 몽둥이로 몸을 마구 후려치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버텨야 해, 제발!’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다행히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도주하던 우르스를 순식간에 따라붙은 로안이 도를 휘둘러 놈의 가슴을 다시 베어버린 것이다.

촤각!

“쿠으으윽! 부, 분하다. 나 우르스가 인간 놈 따위에게······!”

우르스는 로안을 원독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다 그대로 쓰러졌다.

[당신은 레벨에 비해 매우 강한 적을 처치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당신의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명성이 500 증가합니다.]

[누적 명성 2,450]

[트렐 200 코인을 얻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당신의 레벨이 19가 되었습니다.]

알림이 정신없이 귀를 울렸다.

명성과 레벨 증가!

레벨 28 광검사 오크를 해치웠으니 이거야 당연한 일이다.

[전설 펫 토실이의 능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토실이가 새로운 능력을 각성했습니다.]

로안이 대량의 경험치를 얻은 것이 토실이에게도 영향을 준 모양이다.

녀석이 뭔가 새로운 능력을 배웠다는데 그게 뭘까?

[파티원 닐스의 레벨이 19가 되었습니다.]

[파티원 데라의 레벨이 18이 되었습니다.]

[파티원 하일의 레벨이 18이 되었습니다.]

한편 대량의 경험치는 다른 파티원들에게도 분배되어 닐스 등의 레벨도 상승했다.

다만 로안이 3단계 상승한 것과 달리 그들은 2단계 상승에 그쳤다.

이는 로안의 경우 환생 버프가 적용되어 경험치 획득량이 추가로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추가로 아이템 드롭률 증가 버프도 있다.

반짝! 반짝!

‘오! 저것들은?’

버프 때문인지 우르스가 쓰러지는 순간 무더기로 드롭템들이 떨어졌다.

그 순간 토실이와 호위기사 1호가 빠르게 달려가 그것들을 주웠다.

우르스에게 짓밟힐 뻔했던 호위기사 1호 즉, 애벌레 녀석은 그 사이 멀쩡하게 회복된 상태.

확실히 마물답게 회복력 하나는 알아줄 만했다.

[20레벨 일반 승급석이 아공간에 입고 되었습니다.]

[20레벨 일반 승급석이 아공간에 입고 되었습니다.]

[각성석이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붉은 오크의 마룡 반지가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20레벨 승급석 2개에 각성석까지!

이건 그야말로 대박 득템이다!

본래라면 20레벨 승급석 같은 경우 1개가 드롭되어야 정상이겠지만, 환생 버프인 드롭률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득템은 마지막에 들어온 반지였다.

* 붉은 오크의 마룡 반지

-등급 : 전설

-마법 저항력 +100

-마법 치명타 +1%

-특수 옵션 1 : 근력 +3

-특수 옵션 2 : 비어있음

-특수 옵션 3 : 비어있음

-특수 옵션 4 : 비어있음

-장착 제한 : Lv20

-직업 제한 없음

‘오! 마룡템이다!’

고블린의 마룡도에 이어 두 번째로 얻은 마룡템.

장착시 마법저항이 대폭 증가해 마법을 펼치는 적들과 싸울 때 유리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특수 옵션으로 근력 스탯이 3포인트나 증가한다.

20레벨 반지지만 30레벨 구간에서도 계속 착용할 만한 옵션이 붙어 있는 것이다.

‘완전 대박템이군.’

그보다 드롭템들이 아공간에 자동 입고되다니!

이게 어찌 된 일?

‘이건 아공간 루팅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데?’

오직 펫만이 각성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의 하나.

아이템을 주워 주인의 아공간에 넣어준다.

주인을 아주 편하게 해주는 완소 능력!

그러고 보니 토실이가 방금 전 각성한 새로운 능력이 바로 〈아공간 줍기〉였던 것이다.

덕분에 앞으로 로안은 루팅은 신경쓰지 않고 사냥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됐다.

[당신의 경험치가 승급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마도비경을 읽으면 20레벨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레벨로 승급할 시간이 왔다.

이미 아공간에 마도비경이 있으니 승급은 시간 문제.

‘승급하려면 최소 5분은 읽어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

그 사이에도 계속 다크 소드가 날아들고 있었으니까.

쾅! 콰앙!

로안은 우르스가 쓰러지는 순간부터 마룡도로 다크 소드를 쳐내는 중이었다.

레이는 이미 마나가 소진되었는지 기진맥진한 상태로 말 위에 쓰러져 더 이상 실드를 펼쳐주지 못했다.

‘크라겔 이놈이 끝까지!’

로안은 사방을 살폈다.

‘어디에 숨었는지 모르지만 걸리는 순간 넌 죽는다.’

우르스가 죽은 이상 이제 크라겔은 더 이상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놈도 그것을 짐작했는지 다크 소드를 추가로 생성하지는 않았다.

어느새 로안은 날아드는 다크 소드를 모두 파괴한 후 주변을 다시 살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처참히 가슴이 갈려 죽은 우르스의 사체에서 괴상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악!

붉은 색의 강렬한 광채!

그것이 분수처럼 뻗어나오며 로안의 몸을 휘감았다.

[당신은 악마 크루스의 인장이 박힌 자를 죽였습니다.]

[악마 크루스가 당신에게 분노합니다.]

[악마 크루스가 마결계를 생성했습니다.]

[악마 크루스가 마결계로 당신을 소환합니다.]

악마 크루스의 마결계(魔結界).

그것이 로안의 몸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의 일이라 로안도 피할 수 없었다.

* * *

갑자기 로안이 붉은 광채 속으로 사라지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콰아아아!

광채는 거대한 폭풍처럼 휘돌고 있었다. 가공스러운 바람이 일어나 모두를 밀어냈다.

“으아아! 폭풍이다!”

“모두 뒤로 피해라!”

페덴이 다급히 외쳤다.

[파티원 로안이 파티에서 나갔습니다.]

로안이 광채 속으로 사라짐과 동시에 들려오는 알림.

강제로 파티에서 탈퇴된 것이다.

“로안!”

닐스는 로안이 걱정되어 폭풍 근처로 접근하려고 했지만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왔다.

“크윽!”

“조심해라, 닐스.”

“저긴 우리 힘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일과 데라가 닐스를 부축했다.

“로안은 어떻게 된 걸까?”

“모르겠다. 파티까지 탈퇴된 걸 보면 저 광채는 심상치 않아.”

“부디 무사해야 할 텐데.”

로안을 걱정하는 건 그들 뿐이 아니었다. 토실이와 호위기사 1호도 광채의 폭풍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저건 아무래도 결계 같은데?’

모두들 폭풍의 정체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마법사인 레이는 그나마 그것이 결계의 일종임을 알아냈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다.

어떤 종류의 결계인지, 어떤 식으로 저 결계를 해제할 수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들 뭣들 하는가? 어서 부상자들을 도와라. 부상이 심한 자들에게는 포션을, 경미한 자들에게는 치료붕대를 쓴다. 각성자들! 그대들은 흩어진 짐꾼들을 속히 불러모아라.”

그 사이 페덴은 빠르게 부대를 정비했다. 붉은 오크 잔당은 우르스가 죽는 순간 모두 달아났지만 혹시 다시 습격해올 수 있는 터라 그에 대한 대비도 필수였다.

“짐꾼들이 대부분 달아나버렸는데요?”

“멀리 가지는 않았을 테니 최대한 찾아봐라. 그리고 흑마법사 놈이 주변에 숨어 있을 것이다. 놈을 반드시 찾아라. 발견하면 혼자서 상대하지 말고 즉시 크게 외쳐 알리도록! 모두 서둘러!”

“예, 페덴 님.”

현재 남아있는 짐꾼은 불과 10여 명뿐. 그중에는 10대 중반의 소년 론도 있었다. 표정을 보니 잔뜩 겁에 질려 있는 터라 페덴이 가서 격려했다.

“너는 용케 도망가지 않고 남았구나. 겁먹지 마라. 오크들은 모두 도망갔단다.”

“네.”

론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고개를 숙인 그의 입가에는 조소가 피어나 있었다.

그는 짐꾼 론이 아니라 크라겔이니까.

‘멍청한 놈들! 거기서 백날 흑마법사를 찾아봐라. 찾을 수 있나. 큭큭!’

그러나 그는 이내 조소를 지우고 표정을 굳혔다.

‘그런데 대체 저 결계는 뭔가? 어째서 그놈이 저 결계 속으로 사라진 거지?’

크라겔 역시 붉은 광채로 이루어진 결계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마기와 흡사한데 그가 아는 마기가 아니었으니까.

특히나 그 광채의 빛을 보는 순간 뭔가 전율스러운 공포가 솟구쳤다.

‘어쨌든 그놈에게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진 건 분명하다.’

그는 로안이 죽었을 거라 생각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멀리서 말캉한 몸체의 애벌레 즉, 호위기사 1호가 힐끔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봤다.

녀석의 말똥말똥한 두 눈에는 뭔가 의심의 기색이 역력했다.

쏙닥쏙닥.

녀석은 곧바로 주인 토실이의 귀에 대고 뭐라 말했다.

순간 토실이가 흠칫 놀라는 듯하더니 그 즉시 레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토실이가 뭔가를 알려줬는지 레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조용히 기사 페덴을 불렀고, 곧이어 페덴은 휘하의 기사들을 불렀다.

“지금이다! 놈을 포위해!”

포위 작전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페덴이 선두로 달려왔고 기사들이 사방에서 론을 포위했다.

론이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들자 페덴이 차갑게 웃으며 론의 목에 검을 겨눴다.

“가증스러운 놈!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그만 정체를 드러내라, 흑마법사 놈아!”

그러자 론 아니, 크라겔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 * *

한편 로안은 웬 학교 운동장만한 크기의 널따란 공터 안으로 들어온 상태였다.

여기가 바로 마결계다.

로안은 당연히 이게 뭔지 잘 안다.

한두 번 들어와본 곳이 아니니까.

‘우르스 놈에게 악마가 인장을 박아놨구나.’

악마가 될 운명인 존재에게 악마가 미리 찜을 해두는 것과 같은 것으로, 정작 당사자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물론 모든 악마 예정자에게 이런 인장이 박혀 있는 건 아니다.

이는 전반의 흐름 중에서도 랜덤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직접 만나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감히 나의 소유된 권속을 죽인 인간이여!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존재한다.』

마결계의 사방은 붉은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터의 중앙에는 시뻘건 색의 거대한 발이 하나 서 있었다.

딱 발목까지만 존재하는 거대한 발 하나.

『하나는 네가 대신 나의 권속이 되어 나의 인장을 받는 것이며, 또 하나는 이 자리에서 죽음의 형벌을 받는 것이다.』

음산하게 울리는 음성.

물론 저 발 모양의 악마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악마 크루스!’

게임에서 질리도록 만나봤던 악마!

본래는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녀석이지만 그건 각성 이후에 나타나는 본체일 때의 얘기일 뿐 지금은 그저 분신에 불과하다.

그리고 저놈을 죽이면 악마의 인장을 강탈할 수 있다.

물론 많이 해본 일이다.

그가 달리 고인물이 아니니까.

“둘 다 싫다면 어쩔 거냐?”

『가소로운 놈! 죽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마.』

순간 크루스가 위로 붕 떠올랐다가 바닥을 굴렀다.

쿠아아아앙!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지면에 충격파가 일었다. 그러나 로안은 가볍게 도약해 충격파를 피해냈다.

‘다른 놈이라면 몰라도 저놈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지.’

물론 아무리 놈이 분신이라지만 본신이 악마이다 보니 상당히 까다로운 괴물이긴 하다.

하지만 놈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존재한다.

놈은 오직 냄새로만 적을 감지한다는 것.

‘드디어 내 고유능력을 써먹을 때가 온 건가?’

각성하며 얻은 레전드급 능력이지만 워낙 특수한 경우에만 필요한 터라 그동안에는 쓸 일이 없었다.

‘냄새동화!’

순간.

[당신의 냄새가 사라집니다.]

[15분 동안 누구도 당신을 후각으로 감지할 수 없습니다.]

< 악마의 인장 (2) > 끝

ⓒ 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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