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벨 4 vs 레벨17 보스 (1) >
카오니아에서 앞에 마룡(魔龍)이라는 이름이 붙은 장비는 여러 종류가 있다.
마룡검, 마룡중갑, 마룡창, 마룡궁, 심지어 마룡의 지팡이나 마룡의 로브도 있으니까.
모두 전설 등급이며, 그 앞에 괴물의 수식어가 붙는다.
오크의 마룡검, 오우거의 마룡 건틀릿, 와이번의 마력이 깃든 마룡의 로브 같이 수식어는 다양하다.
당연히 괴물의 클래스가 높을수록 더 강한 장비이며, 레벨 제한도 높다.
그중 고블린의 마룡도는 레벨 15 제한 전설 무기.
로안이 지금 그것을 얻은 것이다.
[당신은 마룡의 장비를 얻었습니다.]
[명성이 10 증가합니다.]
[당신은 전설 등급 무기를 얻었습니다.]
[명성이 10 증가합니다.]
[누적 명성 550]
더불어 명성까지 증가!
참고로 이 명성은 마룡 장비나 전설 등급 무기를 단순히 얻었다고 무조건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이 판단해서 정말로 명성이 증가할만한 요인이 있을 때 증가한다.
이를 테면 누군가가 슬쩍 빌려주거나 혹은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에는 명성이 1도 증가하지 않는다.
* 고블린의 마룡도
-등급 : 전설
-물리 공격력 20~50
-물리 치명타 +1%
-적중 +10
-특수 옵션 1 : 예측방어 +25
-특수 옵션 2 : 비어있음
-특수 옵션 3 : 비어있음
-특수 옵션 4 : 비어있음
-장착 제한 : Lv15
-직업 제한 : 전사 계열
‘윽! 옵션이 하필 방어냐?’
마룡의 장비에는 특수 옵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랜덤으로 붙는 것이라 무기인데 방어구에나 필요한 옵션이 붙기도 한다.
‘예측방어가 무기에 아주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전투 중 상대의 공격을 무기로 방어할 때 예측방어 능력은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기에는 공격력과 관련된 옵션이 붙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무기로는 실패작이라는 뜻.
다행히 이 옵션을 떼어 다른 마룡 장비에 붙일 수가 있다.
‘예측방어는 나중에 마룡 방패를 얻으면 붙여야겠군.’
옵션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초반에 제법 쓸 만한 무기를 얻었다.
물론 레벨 15가 되어야 장착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당장 쓰고 싶은데 아쉽네.’
[고블린의 마룡도가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로안은 마룡도를 아공간에 넣었다.
파티 상태였다면 그가 마룡도를 얻은 사실을 닐스 등이 알았겠지만, 지금은 파티가 해제된 상태라 알 수가 없다.
‘잘됐어. 지금은 알리지 않는게 좋겠지. 어차피 나중에 가면 이런 건 잡템에 불과해서 굳이 숨길 것도 없지만.’
마룡과 동급인 현자 전설 장비, 그보다 상위인 신화 등급 장비로 흑룡, 천룡, 악몽, 성자 등도 있으니까.
‘그래도 초반에 너무 충격을 많이 받으면 좋지 않아.’
구역 변경이 가능한 통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을 텐데, 이곳에서 로안이 전설의 마룡 장비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닐스 등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것이다.
카오니아의 세계에서 로안은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존재다.
그는 닐스 등과 동료가 되었다고 자신의 모든 비밀을 다 개방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서서히 오픈하면서 점차 신뢰를 쌓아 가면 되는 것이다.
‘절대자에겐 원래 비밀이 많은 법이지. 그래서 고독한 거야.’
한편 로안이 워낙 빠른 속도로 이동해 닐스 등은 막 2구역에 들어섰다.
[고블린 던전의 구역이 3구역에서 2구역으로 변경됩니다.]
순간 닐스 등은 깜짝 놀랐다.
“잠깐!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면 우린 지금 2구역으로 들어왔다.”
“나도 분명 들었어, 닐스.”
“그럼 로안이 갑자기 파티에서 탈퇴된 게 이것 때문이었군.”
그들의 표정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데라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세상에! 구역을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닐스는 끄덕였다.
“그보다 로안 그 녀석은 어떻게 이런 통로를 알고 있는 걸까?”
“그야 모르지. 하지만 절대 나쁜 녀석은 아니야. 우리에게 여길 알려준 걸 보면.”
그렇다.
이 비밀통로의 존재는 아무에게나 알려줄 수 없는 최고급 정보였다.
그것을 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알려준 것이다.
“로안의 모습이 안 보이는데?”
“저 앞으로 달려갔으니 계속 가보자.”
잠시 후 그들이 좀 더 이동하자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블린 던전의 구역이 2구역에서 1구역으로 변경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로안의 모습이 보였다.
“로안!”
“대체 어떻게 이런 곳을 알았니?”
“꿈에서 봤어요.”
“꿈이라고?”
닐스 등이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안은 끄덕였다.
“얼마 전 제가 각성자가 되어 고블린 던전에서 사냥하는 꿈을 꿨는데, 이 안에 들어와보니 꿈이랑 구조가 똑같네요.”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모두들 믿기지 않은 듯했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것 외에는 비각성자인 로안이 이 던전의 비밀 통로를 알고 있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어쩐지. 처음부터 너무 침착하다 했다.”
“부럽다. 나도 그런 꿈 좀 안 꾸나?”
닐스 등은 흥분한 기색이었다.
사실 꿈이고 뭐고 그게 지금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들은 고블린 던전의 비밀 통로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건 하늘이 준 기회다!”
“맞아! 1구역에서 사냥할 기회!”
“흐흐, 우리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어차피 던전의 1구역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어 외부에서 들어올 수는 없다.
카젤 자작가에서 허락을 받은 소수의 존재만 들어오는 식인데, 그들의 눈에만 띄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한 명이 망을 보고 나머지가 사냥을 하면 될 거야.”
“서둘러! 잽싸게 승급석만 얻고 나가자고!”
사실 1구역이라고 해도 승급석이 드롭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상대적으로 2구역이나 3구역보다 높을 뿐.
로안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족장을 죽이면 비교적 높은 확률로 10레벨 승급석이 드롭될 거야.’
심지어 족장의 경우에는 20레벨 승급 아이템도 드롭한다.
물론 그건 운이 아주 좋아야 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현재 전력으로 과연 고블린 족장을 상대할 수 있느냐다.
레벨 15이상의 6명 풀파티로도 섣불리 덤빌 수 없는 게 고블린 족장이기 때문이다.
‘스탯빨로 밀어붙이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아무리 로안이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변변찮은 장비조차 없는 상황이니까.
게다가 자칫 그 와중에 닐스 등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역시 그 방법뿐인가?’
로안은 문득 저렙 상태로 가서 고블린 족장을 처치했던 일이 떠올랐다.
“잠깐만요. 이대로 나가면 우린 고블린 족장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러자 닐스 등은 흠칫 놀랐다.
1구역으로 나가는 데만 관심을 집중했지, 미처 그 생각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족장은 우리들만으로는 무리다.”
그러자 데라 또한 긴장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무리 정도가 아니라 몰살이야.”
레벨 10도 안 되는 인원 4명으로 고블린 족장에게 덤비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
“혹시 다른 쪽으로 나가는 길은?”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입구이자 출구는 오직 고블린 족장의 방뿐입니다.”
“크! 그럼 이건 그림의 떡이잖아.”
모두들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그러자 로안이 바닥에다 지형의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잠시 후 제가 나가서 족장을 유인해 집 주위를 돌 거예요. 그 사이 데라 누나는 지붕 위로, 형들은 중앙의 가이드 타워 위로 올라가요.”
“가이드 타워? 거기 고블린 궁수들이 있을 텐데.”
“그놈들의 공격이 나에게 집중됐을 테니 활로 공격하면 죽일 수 있어요.”
데라가 눈을 빛냈다.
“지붕 위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로안 네가 너무 위험할 텐데.”
“저는 괜찮아요.”
“그러다 네가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모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아무튼 그렇게 데라 누나가 가이드 타워의 고블린 궁수를 처치하면 형들은 즉시 그 위로 올라가 소형 발리스타를 빼앗으면 돼요.”
소형 발리스타!
그 말에 닐스의 눈이 커졌다.
“그럼 설마 그걸로 족장을?”
“맞아요. 그 정도는 되어야 그놈에게 타격을 줄 수 있죠. 비록 무등급 아이템이지만 이 던전 안에서는 제법 공격력을 발휘할 겁니다.”
로안은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작전을 천천히 설명했다.
“이게 어려워 보여도 호흡만 맞으면 족장을 거저먹기로 잡을 수 있어요.”
가장 어려운 역할이 바로 족장을 유인하는 것이다.
레벨 20에 육박하는 특히, 민첩에 특화된 각성자가 아니면 실행이 불가능한 일.
로안은 민첩 22의 위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거 성공하면 또 대박이지.’
로안이 무리해서라도 족장을 잡으려는 이유는 특별 보상 때문이다.
적정 레벨로 잡았을 경우에는 그냥 평범한 보상을 받지만, 레벨 10이하의 저렙 파티로 고블린 던전의 보스 족장을 처치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어려운 도전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보상을 얻게 된다.
경험치도 경험치지만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드롭률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드롭률과 보상은 레벨과 관계 있다. 설마 내 스탯이 높다고 특별보상을 안 주는 건 아니겠지?’
현재 로안의 레벨은 4.
덕분에 파티의 평균 레벨이 더욱 낮아졌다.
이 상태로 고블린 족장을 잡으면 그만큼 더 큰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높은 스탯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한다. 스탯만으로 치면 로안의 레벨은 30대 중후반이나 마찬가지니까.
‘이런 경우는 게임에서도 해본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직접 해보고 결과를 보면 알게 될 테니까.
특별보상이 아닌 일반 보상이라고 해도 꽤 많은 경험치와 아이템, 코인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로안!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해 보인다.”
그때 닐스가 우려의 표정으로 말했다.
데라 또한 끄덕였다.
“맞아. 승급석 그거 지금 당장 못 얻는다고 우리가 죽는 것도 아니잖아.”
“로안! 우리가 이 짓을 하는 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 아니냐? 족장은 무리다! 네가 죽을 수가 있어.”
모두의 표정에서 진정어린 걱정의 기색이 느껴졌다.
그들은 아이템 욕심 때문에 죽을 줄 알면서도 무턱대고 덤비는 그런 종자들이 아니다.
뭐가 중요한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꿈에서 다 해본 거니 나만 믿고 따라와요. 그럼 갑니다.”
로안은 곧바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지하 석굴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계단의 끝.
그곳이 바로 고블린 족장의 방이었다.
그그긍!
침대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던 고블린 족장 추렉(Lv17, Boss)은 난데없이 방바닥이 갈라지는 걸 보고 놀라 깨어났다.
“뭐, 뭐냐?”
추렉은 지금껏 자신의 방에 이런 장치가 되어 있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때 그 아래서 인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 로안
【레벨】 4
【신분】 방랑자
【소속】 없음
놈의 머리 위에 표시된 정보 창은 추렉도 볼 수 있다.
‘레벨 4?’
14도 아니고 4?
실화? 진짜 4냐?
추렉은 기막혔다.
그가 던전 보스로 살면서 지금껏 레벨 4 따위가 방에 침입한 건 처음인 것이다.
간이 부은 건가, 아니면 미친 건가.
“뭐하는 놈이냐, 너?”
“뭐긴. 널 죽이러 왔지.”
“크! 미친 놈!”
추렉이 손을 앞으로 뻗었다. 순간 그의 손에 숨겨졌던 단도 하나가 공간을 가르고 날아갔다.
휙!
그러나 로안은 상체를 비틀어 가볍게 그것을 피해버렸다.
팍!
단도는 허공을 날아가 벽에 박혔다. 로안은 기다렸다는 듯 그것을 뽑아 손에 쥐었다.
[고블린 족장의 단도를 얻었습니다.]
‘좋아! 여기까진 똑같네.’
아쉽게도 레벨 13 제한 희귀 등급 무기.
지금은 장착 불가다.
날이 잘 들어 있어 과일 깎을 때도 유용해 보인다.
“고맙다. 이 단도는 잘 쓸게.”
[고블린 족장의 단도가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그렇게 로안이 눈앞에서 자신의 단도를 챙기는 것을 본 추렉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실소를 흘렸다.
그러나 이내 두 눈이 붉게 충혈되더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큭! 인간 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로안은 잽싸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나 잡아봐라!”
< 레벨 4 vs 레벨17 보스 (1) > 끝
ⓒ 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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