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역전이란 바로 이런 거야 (2) >
【이름】 로안
【레벨】 2
【생명】 80/80
【마나】 60/60
【근력】 7
【체력】 8
【민첩】 11(↑1)
【지력】 6
미분배 스탯은 먼저 민첩에!
10레벨 이하에는 근력과 민첩, 체력에 적절히 분배해주면 된다.
이후 직업이 생기면 그때는 그 직업 특성에 맞춰서 하면 되고.
지금은 몹몰이에 유리하도록 민첩을 먼저 올려준 것이다.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니라서 이런 일에는 고민할 여지도 없다.
‘그럼 또 가볼까?’
로안은 붉은 기둥을 벗어나 안개를 헤치고 달렸다.
그동안 강시들을 수도 없이 잡았지만 강시들을 찾으러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었던 강시들이 새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게임처럼 몬스터 리젠이 이루어진다는 뜻.
‘여긴 현실 세계지만 게임 시스템이 지배하고 있으니 이런 게 가능한 건가?’
모르겠다.
더 깊이 생각해봤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내가 아는 지식을 활용해 꿀만 빨면 되는 거야.’
굳이 괴상하게 여길 이유도 없다.
이쪽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전생의 지구와 같은 세계가 오히려 이상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벌써 한 놈 리젠 됐군.’
로안은 손에 쥐고 있던 돌멩이를 그쪽으로 슬쩍 던졌다.
순간 강시가 머리를 뒤로 180도 홱 돌려 로안을 노려보더니 즉각 따라왔다.
퍽!
그리고는 장삼에게 맞아죽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아프릴 1코인을 얻었습니다.]
완전 자동이다.
이런 것도 일종의 시스템 아닐까?
부분 자동 사냥 시스템 말이다.
‘완전 자동 사냥까지 되면 대박이겠지만.’
아쉽게도 카오니아에서는 자동 사냥은 지원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몹만 몰아다주면 알아서 죽여주는 충직한 좀비 형님이 있으니 광렙은 식은 죽 먹기다.
로안은 다시 강시 하나를 몰아왔고 놈은 장삼에게 맞아죽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벌써 레벨 3인가?
그럼 이제 슬슬 몰이 숫자를 늘릴 때다.
로안은 보너스 스탯을 다시 민첩에 분배해 12로 만든 후 강시들을 향해 뛰어갔다.
‘민첩을 올리니 확실히 몸이 가볍네. 이런 식이면 레벨 10은 금방이겠다.’
10레벨 승급석이 그 안에 나와주면 좋겠는데.
‘승급석이 안 나오면 퀘스트를 하면 된다.’
잡스러운 생각은 빼고 오직 렙업에만 집중하자.
로안은 강시 2마리를 몰아서 장삼에게 데려갔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을 하자.
[레벨이 올랐습니다.]
장삼 덕분에 레벨은 정말로 빠른 속도로 올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불과 두 시간 남짓 사냥을 했을 뿐인데, 어느덧 레벨 7.
【이름】 로안
【레벨】 7
【생명】 80/80
【마나】 60/60
【근력】 7
【체력】 8
【민첩】 16(↑4)
【지력】 6
너무 민첩만 올린 것 같지만 어차피 매 10레벨마다 스탯 재조정이 가능하니 상관없다.
스탯이 한 번 찍으면 영원히 고정되어버리는 식이 아닌 것이다.
‘내가 카오니아를 유독 좋아했던 건 이런 자유도가 높아서였지.’
그뿐인가? 직업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물론 그 경우 돈도 꽤 드는 터라 돈은 많을수록 좋다.
【코인】
-트렐 코인 6
-아프릴 코인 1054
-베로 코인 12
‘코인이야 알아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으니 신경 쓸 것 없고.’
지금은 그냥 사냥에만 집중하면 된다.
“장삼 형, 다시 또 간다! 준비해!”
“또 세 마리냐?”
“이번엔 네 마리.”
“흐흐, 알았다. 얼른 몰고 와라.”
그 사이 장삼도 레벨이 1단계 상승해 레벨 15가 된 터라 사냥 속도는 더 빨라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잠시 후 로안의 레벨이 다시 상승!
그뿐이 아니다.
반짝!
바닥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손바닥만 한 정팔면체.
‘오! 저건 아공간석?’
아공간석은 각성석 못지않게 드롭률이 낮은 또 하나의 대박 아이템이다.
사용하면 영구히 귀속됨과 동시에 아공간 스탯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아공간석을 얻었습니다.]
[아공간석을 사용하겠습니까?]
“당근! 사용한다.”
그렇지 않아도 물약과 같은 드롭템들을 한쪽에 그냥 쌓아놔서 신경 쓰였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공간석을 사용했습니다.]
[아공간 스탯이 생성되었습니다.]
【아공간】 1
이로써 근력, 체력, 민첩, 지력 이외에 또 하나의 스탯이 생겨났다.
아공간 스탯이 높을수록 아공간의 부피가 커진다. 또한 행운에도 영향을 미쳐 아이템 드롭률 및 각종 제작 시 크리티컬 즉, 대성공 확률을 올려준다.
다만, 아쉽게도 아공간 스탯은 레벨이 오를 때 주어지는 보너스 스탯 포인트로는 올릴 수 없다.
오직 지금처럼 아공간석을 통해서만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리고 아공간석이 있다고 무제한으로 올리진 못하고 다른 4대 스탯들의 수치에 영향을 받는다.
다른 스탯들의 총합 매 20마다 아공간 스탯을 1씩만 올리는 식으로 제한이 걸려 있는 것이다.
【근력】 7
【체력】 8
【민첩】 17
【지력】 6
로안의 스탯 총합은 38.
따라서 현재 아공간 스탯은 최대 1이다. 아공간석이 또 있어도 지금은 사용불가인 것이다.
‘아직은 아공간 1로도 충분해.’
큼직한 배낭 정도의 크기라서 제법 여유가 있다.
[흑사광살도법이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최하급 생명력 회복 물약 14병이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카르탄의 깃털 1개가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최하급 마나 물약 2병이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어둠의 물약 1병이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모은 아이템들이 모두 아공간으로 사라졌다.
‘깔끔하군.’
아공간에 있는 물건은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꺼낼 수 있으며,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을 위험도 없다.
“그럼 또 레벨을 올려볼까?”
사냥은 수월했다.
이제 붉은 기둥 인근 숲의 강시들의 리젠 위치는 다 외우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승급석이 나올 때가 됐는데?’
곧 레벨 9가 되는데 아직 10레벨 승급석을 못구했다.
‘이대로라면 퀘스트를 해야 할 판이야.’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강시 하나가 반짝이는 돌 하나를 드롭했다. 잽싸게 줍자 바라던 음성이 들려왔다.
[10레벨 승급석을 얻었습니다.]
‘오오!’
그야말로 최적의 타이밍.
로안은 신비롭게 빛나는 승급석을 손에 쥔 채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레벨 10은 금방이겠군.’
물론 레벨 9가 된다고 바로 승급석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경험치 게이지가 최대치까지 차 있을 때에만 승급석의 효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금방이야. 10레벨 승급하면 여기서 레벨 15까지 계속 달린다!’
그렇게 레벨 15가 되면 장삼과 함께 이곳 던전을 공략하면 된다.
던전의 보스가 20레벨 승급석을 드롭하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만 되면 20레벨도 금방이다.’
극초반 흑사문의 노예로 있다가 탈출한 것 빼고는 이제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 이래야 정상이지.’
그런데 그때였다.
뚝!
“쿠억!”
갑자기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장삼이 크게 신음을 흘린 것이다.
“형, 무슨 일이야?”
놀랍게도 장삼이 들고 있던 곡괭이의 자루가 두 동강나 있었다.
콰당!
곧바로 장삼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나동그라졌다.
대체 누가 장삼을?
“어리석군. 이런 곳에 숨어있으면 내가 못 찾을 줄 았았나?”
음산한 음성은 검은 후드를 눌러쓴 남자로부터 들려왔다.
후드 아래 번뜩이는 붉은 안광은 마치 악마의 그것과 같았다.
【이름】 크라겔
【레벨】 30
【직업】 흑마법사
【종족】 인간
‘크라겔!’
로안은 순간 머리가 하얗게 비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 악마 놈이 어떻게 여길?’
그러나 지금은 놈이 어떻게 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피해야 한다.
무조건!
로안은 잽싸게 아공간에서 한 가지 물건을 빼냈다.
[카르탄의 깃털을 출고했습니다.]
붉은 색의 커다란 깃털.
이걸 위로 던지면 로안은 임의의 장소로 이동된다.
방대한 저주받은 숲의 어딘가로!
어디로 가든 크라겔이 있는 곳보다는 안전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깃털을 던지지 못했다.
크라겔이 순간이동을 하듯 번쩍 그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슥.
동시에 지팡이의 뾰족한 끝이 로안의 심장 부위에 닿았다.
“움직이면 넌 죽는다. 안 믿기면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해봐. 그럼 내 말의 의미가 뭔지 알게 될 거야.”
그는 입가에 섬뜩하도록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추마광인줄 알았는데 다른 녀석이었군.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해.”
그는 혼자서 뭐라 중얼거리더니 돌연 지팡이에 힘을 줬다.
푹.
지팡이의 날카로운 끝이 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어떻게 이토록 느리게 움직이나 싶을 정도였다.
“으윽!”
그런데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계속 크라겔이 힘을 주면 로안은 심장을 찔려 죽고 말 것이다.
푸욱!
지팡이는 계속 살을 파고 들었다.
그 고통은 치가 떨릴 정도로 끔찍했다.
‘으윽! 젠장! 하필 이놈에게!’
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데 이 꼴이 될 줄이야.
사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다지 생소한 장면은 아니다.
게임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이보다 수십 배는 더 끔찍한 고문을 당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땐 가상의 아바타가 당한 거고 지금은 현실.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 이 악마 놈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로안은 속으로만 분노를 삭여야 했다.
끔찍한 고통을 참으며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크라겔의 방식이다.
뭔가를 물어보려고 할 때 그는 처음부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상대를 완전히 말려놓은 상태에서 저절로 토해내게 만드는 식이니까.
오죽하면 크라겔 고문술이라는 것도 스킬화 되어 있을 정도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크라겔이 지팡이를 멈췄다.
“두 번 묻지 않는다. 말해라! 네놈의 정체는 뭐냐? 어떻게 에치스의 독을 해독했지?”
다른 이도 아닌 크라겔 그 자신이 직접 제조한 에치스의 독이다.
그는 블러디 좀비였던 로안이 멀쩡한 인간으로 돌아와 있자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이놈은 여전히 블러디 좀비 상태여야 정상이야.’
그는 어제 로안 등을 놓치고 저주받은 숲에서 물러났지만 그 사이 전후사정은 모두 파악했다.
‘추마광은 다른 곳으로 달아났다. 이놈들은 추마광과는 관계 없어. 어제 데릭 녀석이 갑자기 죽으며 통제에서 벗어난 거다.’
따라서 여전히 블러디 좀비 상태인 장삼에게는 아무런 의문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로안은 아니었다.
【이름】 로안
【레벨】 8
【신분】 방랑자
【종족】 인간
【소속】 없음
그의 눈에 보인 정보창을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로안이 블러디 좀비가 아닌 인간임을 말이다.
“크라겔! 너는 언제고 나에게 죽는다.”
그때 로안이 기를 쓰고 말했다.
“큭! 제 정신이 아닌 놈이군.”
크라겔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이 상황에서 로안이 뭘 믿고 이런 허풍을 떠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분명 두 번 묻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이 진짜인지 시험해보고 싶었나?”
그는 싸늘히 웃으며 지팡이에 힘을 주려했다.
그러나 그때.
“크큭!”
거친 비웃음소리와 함께 크라겔을 향해 뭔가가 날아들었다.
쒸잉!
다름 아닌 곡괭이!
죽은 줄 알았던 장삼이 벌떡 일어나 곡괭이를 쥐고 휘두른 것이다.
사실 로안은 장삼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일부러 크라겔을 도발했다.
그래야 크라겔이 장삼의 기습을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
“크카캇! 뒈져랏!”
뜻밖의 기습에 경악한 크라겔은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로안을 찌른 지팡이를 회수할 틈도 없었다.
그 순간을 노려 로안은 주인 잃은 지팡이를 한손으로 잽싸게 잡았다.
‘아공간 입고!’
이게 가능하다고?
당연히 된다.
게임에서는 수 십 번도 넘게 해봤다.
현실에서도 될지는 의문이지만.
[염화의 지팡이가 아공간에 입고되었습니다.]
‘다행히 여기서도 되네!’
로안은 쾌재를 불렀다.
‘이런 건 상상도 못했을 거다, 크라겔!’
카오니아 게임의 고인물 아니 썩은물이라 할 수 있는 로안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반사적인 행동.
“네놈이 감히!”
지팡이가 사라지자 크라겔은 황당한 표정으로 로안을 노려보며 달려들었다.
“당장 지팡이를 내놓지 못해?”
그 순간 장삼이 그를 가로막았다.
“어서 피해라, 동생아! 이놈은 내가 막는다!”
“귀찮게 하는군.”
크라겔이 신경질적으로 휘두른 손에서 피어난 붉은 기운! 그것이 검처럼 변해 장삼을 후려쳤다.
콰직!
장삼의 가슴 일부가 몸체에서 사라져버렸다.
“쿠윽! 도, 도망가라······.”
그 말을 끝으로 장삼은 맥없이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장삼 형······!”
로안은 카르탄의 깃털을 위로 던지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 장면을 쳐다봤다.
[당신은 카르탄의 깃털을 사용했습니다.]
[임의의 장소로 이동합니다.]
위로 솟구친 깃털이 사라짐과 동시에 돌풍이 몰아쳤다.
휘이이잉!
그 돌풍은 로안의 몸을 휘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빌어먹을! 놓치다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크라겔도 속수무책이었다. 로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종적조차 알 수 없었다.
‘내 지팡이!’
그는 이내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인생역전이란 바로 이런 거야 (2) > 끝
ⓒ 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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