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역전이란 바로 이런 거야 (1) >
‘오! 이건?’
손에 쥔 돌에서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것이 마치 다이아몬드를 연상케 하지만, 이건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더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카오니아 세계의 루저라 불리는 비각성자들.
바로 그 레벨 0의 존재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는 물건이니까.
‘후후, 드디어 이게 내 손에 들어왔구나.’
말로만 듣던 게임 속 세계로의 환생.
그런데 하필이면 흑사문의 노예가 되어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극악의 난이도였지.’
게임도 아닌 현실에서 흑사문의 노예가 각성석을 구한다?
누구라도 망상이라 할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흑사문의 그 끔찍한 재앙에서 살아나온 것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
로안이 바로 그 기적을 이룬 것이다.
【퀘스트】 인생역전
-보상 : 레벨 1로 각성
-조건 : 각성석 1개를 구해 그것을 먹는다.(0/1)
‘이제 이걸 먹게 되면 인생역전인가?’
로안은 각성석을 입에 넣으려다 멈췄다.
‘잠깐! 아직은 아니야.’
각성석을 얻은 기쁨에 하마터면 그냥 이것을 먹을 뻔했다.
좀비 장삼이 옆에서 두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는데 말이다.
‘후!’
그러고 보니 이제 결정을 내릴 때가 온 것이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게임에서도 이런 황당한 경험은 해보지 못했다.
현재 장삼이 비록 로안의 말을 잘 듣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계약 관계를 통해 주종관계가 된 상태가 아니다.
만약 그런 게 존재한다면 장삼의 정보 창에 소속이 로안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
【이름】 장삼
【레벨】 14
【신분】 방랑자
【직업】 광전사
【종족】 블러디 좀비
【소속】 없음
그러나 장삼은 누구의 소속도 아니다. 그저 로안에게 친근감을 갖고 말을 잘 듣고 있을 뿐.
‘여기서 내가 좀비가 아닌 인간으로 돌아가면 날 잡아먹으려고 할까?’
그렇지만 않으면 굳이 여기서 장삼과 헤어질 이유가 없다.
‘혹시 모르니 물어나 보자.’
로안은 불쑥 장삼을 향해 물었다.
“장삼 형, 혹시 내가 인간으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
“그게 무슨 헛소리냐?”
장삼이 비록 아둔해 보이지만 그거야 기억 상실 때문일 뿐, 좀비와 인간이 다르다는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좀비가 결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헛소리가 아니라 만약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날 잡아먹을지 물어보는 거야.”
그러자 장삼이 인상을 구기더니 오히려 화를 내며 되물었다.
“너는 내 동생이다. 세상에 동생을 잡아먹는 형님이 어디 있냐?”
그 말에 로안은 잠시 멍해졌다.
‘설마 정말로 나를 동생으로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면 로안이 인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잡아먹겠다며 덤벼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모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막상 로안에게서 인간 냄새가 나면 장삼이 포식 본능을 억제할 수 있을까?
‘한 번 모험을 해볼 필요는 있어.’
왠지 느낌이지만 장삼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허무하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다행히 이미 대비는 되어 있지.’
카르탄의 깃털!
이 깃털을 손에 쥐고 있다가 던지면 그 즉시 저주받은 숲 어딘가로 공간 이동하게 된다.
물론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곳 세계에 안 위험한 곳이 어디 있을까?
‘어차피 저주받은 숲을 빠져나가도 위험해. 각성을 해도 레벨 1 상태로는 좀비 하나도 상대하지 못할 테니까.’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레벨을 올려 강해져야 한다.
잘만하면 여기서 장삼의 도움을 받아 레벨을 매우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에잇!’
로안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각성석을 입에 넣었다.
쏘옥!
각성석은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녹아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신비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퀘스트의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퀘스트 인생역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습니다.]
[각성의 힘이 당신의 몸을 재구성합니다.]
[당신에게 내렸던 각종 어둠의 저주가 완전히 사라집니다.]
[육체 재구성 중 1%]
[육체 재구성 중 22%]
[육체 재구성 중 43%]
예상대로 어둠의 저주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리고 각성을 위한 육체 재구성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흐읍!’
게임에서는 숱하게 해봤던 각성.
그러나 현실의 몸으로 직접 그것을 체험하게 되는 건 당연히 처음이다.
‘이게 이런 느낌인가?’
본래라면 평범한 인간에서 각성자가 되는 순간 매우 강력해진 육체를 느끼며 한껏 고무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블러디 좀비의 육체에서 인간으로 돌아왔으니까.
아무리 각성자라지만 레벨 1인 인간의 육체는 블러디 좀비에 비해 약한 건 당연한 일.
그래도 저주가 사라지자 전신이 날아갈 것 같은 상쾌함이 찾아왔다.
[육체 재구성 중 100%]
[당신의 육체가 재구성되었습니다.]
[당신은 각성자가 되었습니다.]
【이름】 로안
【레벨】 1
【신분】 방랑자
【직업】 없음
【종족】 인간
【소속】 없음
【명성】 510
【코인】
-트렐 코인 2
-아프릴 코인 1014
“드디어 레벨 1이다!”
레벨 0에서 레벨1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비록 레벨 1이지만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랄까?
그러나 지금 그런 것에 기뻐할 때가 아니다.
로안은 즉시 카르탄의 깃털을 손에 쥔 채 장삼의 반응을 살폈다.
“크큭!”
아니나 다를까.
장삼이 입을 헤죽 벌리며 성큼 성큼 다가왔다.
‘이런······!’
이럴 수도 있을 거라 우려는 했지만 그래도 아니길 바랐는데, 역시 좀비로서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건가.
곧바로 카르탄의 깃털을 던질 찰나.
갑자기 장삼이 로안의 앞에서 멈춰서더니 특유의 친근한 미소를 흘렸다.
“동생아! 너 진짜로 인간이 된 거냐?”
“그래. 난 이제 좀비가 아닌 인간이야.”
“크큭! 하지만 걱정마라. 너는 그래도 내 동생이다. 절대 잡아먹지 않는다.”
뜻밖에도 장삼은 로안을 향해 포식의 욕구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태도에서는 그 어떤 적대적인 느낌도 없었다.
방금 전에는 장삼이 갑자기 다가오자 로안이 지레 겁을 먹고 오해했던 것이다.
‘신기한 일이네.’
로안은 안도하면서도 이 상황이 놀라웠다. 게임에서는 겪지 못했던 특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이 현실로 변하면서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이 추가된 건가?’
가만 보니 큰 흐름은 변한 게 없지만 세세한 물줄기들은 생소한 것들 투성이인 같다.
‘어쨌든 정말 다행이다.’
그가 바라마지 않았던 최상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럴 때가 아니야. 바로 사냥을 시작하자.’
이제 레벨 업이 가능하다.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게 됐으니까.
다만, 그전에 상태 창 확인은 필수.
【이름】 로안
【레벨】 1
【생명】 80/80
【마나】 60/60
【근력】 7
【체력】 8
【민첩】 10
【지력】 6
【미분배 보너스 스탯】 0
【고유능력】 냄새동화(Lv1)
이렇게 정보 창과 상태 창은 따로 구분이 되어 있다.
물론 외부에는 그저 이름과 레벨, 신분 정도만 보일 뿐 이런 상세한 내용은 본인만 확인이 가능하다.
‘초기 스탯은 꽤 좋은데?’
각 스탯마다 1~10사이에서 랜덤으로 주어지는 것이라 이건 철저히 운빨이다.
그런데 최하 스탯이 6이고, 심지어 민첩은 최대치인 10으로 나왔으니 초기 스탯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잠깐! 고유능력이 냄새동화라고?’
상태 창 아래의 고유능력을 살펴본 로안의 두 눈이 돌연 휘둥그레 커졌다.
‘내가 지금 잘못 본 거 아니겠지?’
고유능력은 각성 시에 붙을 수도 있고 안 붙을 수도 있다.
이 또한 완전 랜덤 운빨 시스템.
따라서 붙으면 매우 운이 좋다 할 수 있는데.
* 냄새 동화(Lv1)
-고유능력
-효과 : 일정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냄새를 주변과 동화시켜 적에게 후각으로 감지되지 않는다.
-유효 시간 10분
-마나 5 소모
-재사용 시간 30분
“이게 초반에 고유능력으로 나오다니!”
이거 실화냐?
눈을 의심해봤지만 사실이다.
대체 냄새동화가 뭔데 이리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아는 사람만 안다.
냄새동화가 얼마나 사기적인 스킬인지를 말이다.
카오니아에는 다른 감각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냄새만으로 적을 감식하는 특이한 괴물들이 일부 존재한다.
심지어 어떤 던전은 그런 괴물들로만 이루어진 곳도 있을 정도다.
냄새동화 능력이 있으면 그런 괴물들과 전투를 벌일 때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
아쉽게도 강시들은 그런 류의 괴물이 아니지만, 앞으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스킬이었다.
‘이 스킬 초반에 붙여보려고 수백 번을 돌려도 안 나왔는데.’
수백 번이 뭐냐.
생전에 그가 각성 튜토리얼 편을 스킵하며 초반 스탯을 랜덤으로 돌려본 게 수천 번도 넘는다.
그런데도 안 떴던 레전드 스킬이 현실에서 뜰 줄이야.
‘이제야 뭐가 좀 풀리는 건가?
역시 초반의 극악한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길 잘했다.
【로안의 파티】
-파티장 : 로안(Lv1)
-파티원 : 장삼(Lv14)
게다가 이제는 파티사냥 시스템도 활용이 가능하다.
장삼이 강시들을 해치우면 로안에게 경험치가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러면 광렙은 시간문제지.’
로안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장삼 형, 준비해! 내가 강시들 몰아올게.”
“크큭! 얼마든지 몰고 와라.”
장삼은 붉은 기둥 앞에서 굳건히 버티고 서서 곡괭이를 번쩍 쳐들었다.
그런데 기세등등하게 달려갔던 로안은 금세 다급한 기색으로 돌아왔다.
“장삼 형! 어서 이놈들 좀!”
그의 뒤를 두 마리의 강시들이 거의 따라붙은 상태로 쫓아오고 있었다.
“으! 무지 빠르네.”
강시들은 원래 빨랐지만 그동안에는 로안이 블러디 좀비라서 그것들보다 월등한 속도를 낼 수 있었을 뿐이다.
각성을 통해 레벨 1 인간으로 돌아온 지금은 뛰는 속도도 대폭 느려진 상태다.
‘좀비 때 생각하면 안 되겠다. 두 마리도 무리고 한 마리부터 시작하자.’
강시 2마리에게 쫓기며 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
‘그래도 초반 스탯 운빨이 날 살려주네.’
민첩 10에 체력 8!
허접한 스탯이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으리라.
그 사이 장삼이 안개를 뚫고 달려왔다.
“내 뒤로 피해라, 동생아!”
그는 로안과 강시들 사이를 가로막고는 그대로 곡괭이를 휘둘렀다.
퍽! 퍽! 소리와 함께 강시들의 머리가 뭉개지는 순간.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파티 경험치가 쏙쏙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반가운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 레벨 업!’
순식간에 Lv2!
당연한 일이다.
‘뭐 이건 시작일 뿐이지.’
그렇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레벨 업의 시작!
비로소 환생 후 인생의 새 막이 열린 것이다.
< 인생역전이란 바로 이런 거야 (1) > 끝
ⓒ 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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