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58화 (158/159)

158화

임원 여러명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배상수 부사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기범 사장이 참 카리스마 넘치고 일 잘했는데. 막상 사라지니 뭔가 허전해."

"그렇긴 하지."

한 임원의 말에 배상수 부사장이 대답했다.

"그나저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어. 전화해도 안 받고."

"지난번에 만났잖아."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배 부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혼자 찾아오기는 해도 내가 전화하면 안 받더라."

"배 부사장. 자네가 불신임 결의 던졌는데 당신 전화를 왜 받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 그 임원에게 배 이사가 말했다.

"봐요. 난 그 분을 존경해. 난 그래서 그 분이 영광의 절정에 있을 때 퇴진시켜 드려야 한다고 봐. 그게 내가 할 예의야."

"아. 박 사장. 요즘 해외여행 다니더라고. 지난번엔 도쿄를 갔다던데? 도쿄 지사 사람들이 보았대요. 아주 택시 타고 잘 돌아다닌다 하더만."

"주가가 많이 오른 덕에 박사장 보유지분만 한 75억은 될거야. 그래서 그런가 맨날 해외로 놀러다는 모양이야."

다른 임원이 대답했다. 그랬다. 퇴직 후 그는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임원들과 배 전무가 박기범 사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각. 그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있었다.

"아. 여기서 기차를 타고 노스 코스트 역에 내리면 되는구나."

암트랙 열차 노선을 기다리면서 그는 즐거움에 부풀어 있었다. 그가 갈 곳은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락큰롤 명예의 전당. 여기를 구경한 후,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멤피스로 향할 계획이었다.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이기도 한 도시다.

"이야. 좋구나. 이거 사진 찍어서 학생들 수업교재로 써야겠다."

공주경제신문의 논설위원도 그는 2013년 2월을 끝으로 그만두었다. 비록 그는 산업화 세대이고 이 나라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선진화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생각에도 이 시점에서 물러난 것이 옳다고 보았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뉴욕타임즈를 한 부 사서 가볍게 읽은 그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돈도 있는데 무등그룹 본사 앞에 호프집이나 양주가게 하나 차릴까? 이름은 궁정동 쉬바스 뤼갈. 아가씨는 심씨와 신씨 성을 가진 사람만 제공. 추가요금내면 시바스 리갈 먹다가 암살당하는 것도 시연. 오른팔에게 암살당하는 쓴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뭐 나같은 퇴직자가 이런거 차린다고 국정원에서 조사는 안하겠지. 조사한다면 그 놈들은 산소나 낭비하는 존재들이지 뭐."

그는 산업화세대고 선진화세력이었지만 그냥 독재는 싫었고 정부가 싫었다.

"무등그룹 직원들은 자주 오겠지? 배 부사장 우리 가게 오면 시바스 리갈 마구 멕이고 지 오른팔이 권총으로 암살하는 거 시연시켜야겠다. 내가 그 자식한텐 축출당한 쓰라림 느껴보라고."

말은 그렇게 해도 배상수 부사장이 싫지는 않았다. 그게 회사원이었고 직장인의 인생이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잠깐 고개를 들어보니 열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암트랙 열차였다.

"드디어. 오는구나."

그는 이어폰을 귀에 꽃았다.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틀었다.

-And now, the end is here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My friend, I'll say it clear

I'll state my case, of which I'm certain I've lived a life that's full I traveled each and ev'ry high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Regrets, I've had a few

But then again, too few to mention I did what I had to do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 작품 후기 ============================

드디어 끝났습니다. 길고 긴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다 보았네요. 다음 편에는 최종 후기를 남기려고 합니다. 비록 보잘것 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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