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53화 (153/159)

153화

"이게 누구야?"

어디서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아마미 타카코 기자였다.

"일본에 오면 연락 좀 하지. 같이 술이라도 마시게."

뒤를 돌아본 아내 덕에 아마미 타카코는 누군지 알아차렸다.

"사모님이시군요. 마마미 타카코라고 해요. 도쿄경제신문 기자입니다. 남편분과는 85년부터 만났지요."

이 말에 아내는 눈썹을 씰룩거렸다.

"85년 부터라. 흐음."

"노처녀야. 노처녀. 이미 거미줄 처져있어."

혹시나 모를 아내의 의심을 회피하기 위해 서둘러 말했다. 이 말을 못알아들은 아마미 타카코가 아니었다. 박기범 사장 옆에 앉은 그녀는 그의 어깨를 툭툭쳤다.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다. 짜샤. 누님한테 술한잔 바쳐. 이제 사장도 아니고 나도 기자 아니고. 술이나 먹지."

"혹시 궁금해서 묻는데 둘이 같이 잤어?"

아내의 질문에 박기범은 당황해서 얼굴이 벌게졌지만 아마미 타카코는 태연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이래봬도 수녀님이라니까. 남자 한번 안아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이 사람이 무슨 시마과장인줄 알아? 척 봐도 아내 밖에 모르는 위인인걸?"

"이 사람은 내 남편이지만 영 아니야. 로맨스라는걸 몰라. 예전에 왜 있잖아."

아마미 기자에게 말하다가 남편을 향해 말을 했다.

"뉴욕 갔을 때, 1980년도 무등그룹 스타킹 모델이었던 여자. 재미있게 살더만."

이 말에 아마미는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나 참. 이거 19금 걸려서 말을 못하겠지만 어쨌거나 그 미국 여자는 잠자리에서 별짓을 다하나 보더라고. 우리 모두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라니. 할말 다했지."

위스키로 목을 축인 아내가 말했다.

"그나저나 아내밖에 모르는 위인이라니. 오늘따라 내 남편이 무능해보이는걸? 바람피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잖아."

"당신. 아주 못하는 소리가 없어. 어찌된게 남자들보다 더 수위가 높은 거야? 어지간한 남자들도 이렇게 말하기 부끄러운데. 나 여기 도쿄 아닌거 같애. 지금 왼쪽에서는 일본어가, 오른쪽에서는 한국어가 들리는데, 아닌거 같애. 지금 독일어와 영어로 떠드는 거 맞지?"

"자식. 백인만 하는 줄 알어? 나도 임마 욕구라는게 있어."

"그러세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웨이터에게 음악을 하나 틀어달라고 했다. 지금 나오는 음악 대신 다른 걸로. 박기범은 일본어를 잘 못해서 종이에 적어주었다.

만국 공통어인 영어로. 곧 나온 음악을 들으면서 아마미 타카코는 그의 등을 한 대 툭 쳤다.

"짜식."

He don't love you, like I love you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If he did, he wouldn't break your heart 만약 그가 그랬다면, 그는 당신의 가슴을 찢어놓지 않았을 거에요He don't love you, like I love you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He's try-in' to tear us apart 그는 우리들을 갈라놓으려고 하고 있지요.

토니 올랜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난 데비 분을 틀어달라고 할 줄 알았지."

(데비 분의 You Light Up My Life가 유명함)아마미 기자의 말에 박기범이 짧게 말했다.

"스웨덴 취재 가서 거기 꽃미남들이나 잡아 먹던지. 노쳐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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