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52화 (152/159)

152화

"잠깐. 박 사장. 퇴직하고 나서 무슨 큰돈이 그렇게 필요한데?"

황 전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퇴직 후 엘튼 존 공연도 가야하고, 뉴욕가서 블론디 투어도 보고, 다 로얄석을 예매해야 하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인 멤피스도 가야하고, 여하튼 바뻐. 항공기도 엄청나게 타야할 것이고."

"젠장. TV로 봐. 그리고 멤피스 가는데 돈 얼마나 들어? 항공요금 말고 있나? 그리고 퇴직금에 뭐에, 뭐에 그 돈이면 다 충분해. 그러니 걱정하지는 말아."

"그럼 이제 나도 퇴직을 해야 하는 구만."

"박 사장. 원래대로라면 12월 31일에 해고를 시켜야 하겠지만 회사의 구조개선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거든. 그대가 하루라도 빨리 그만 두어야 증권회사로의 전환이 빨라. 적당한 선에서 퇴직으로 마무리 짓자고."

황선욱 전무의 말에 박기범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렇게 합시다. 나도 쉬어야지. 에휴. 빨리 그만두고 음악이나 들으면서 마음 편하게 살려고."

이렇게 말한 그는 다시 황 전무에게 물었다.

"근데 왜 하필이면 4월 20일. 그러니까 금요일이야?"

"이 소설을 쓴 작가놈이 지가 회사 그만둔다고 한게 2012년 3월 7일이고, 다 인수인계하고 회사를 떠난게 4월 20일이어서 그렇다 왜? 불만 있으면 작가놈한테 따져."

"어쨌든,"

배상수 상무가 입을 열었다.

"박 사장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012년 6월 초. 박기범은 아내와 함께 도쿄로 여행을 갔다. 자신의 벤츠를 탈 수는 없었기에 주로 택시를 이용했다.

어릴적 크라운 자동차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정부 고위관료나 국회의원, 대기업 사장들이나 타던 차가 바로 도요타 크라운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당시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당시 신진자동차(신진자동차는 일본 도요타와 기술제휴를 맺고 코로나와 크라운, 퍼블리카를 들여옴. 1972년 도요타의 한국시장 철수 이후에 새한자동차로 사명변경. 이후 1978년 산업은행 관리하의 법정체제에 들어가고 대우가 인수하여 1983년부터 대우자동차라는 사명으로 변경)가 만든 크라운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자동차 자체가 귀하던 시절, 크라운은 어지간한 집보다 더 비쌌다.

도쿄에서 택시로 쓰이는 크라운은 고급차라기 보다는 택시용인 플리트 판매용으로 보급형이었다. 일본의 개인들은 거의 구매하지 않았고, 대부분이 택시였다.

이 택시용 크라운은 크라운 세단, 혹은 크라운 컴포트라는 이름으로 팔리지만 8기통 4600cc 엔진을 장착한 레니 유키치 전 킨키 상사 사장의 크라운 마제스타를 탄 적이 있었다. 상당히 쾌적하고 좋았다. 문득 그런 생각도 했다.

'우리나라는 그랜저-제네시스-에쿠스로 고급차가 3단계인데, 일본은 중형차인 마크나 캠리 윗급이 곧바로 크라운이라니. 최근 한국경제의 상승세가 일본을 벌벌 떨게 만든다더니 사실이구나'

혼자 피식거리는 모습을 본 아내가 말했다.

"뭐 재미있는 거라도 봤어?"

"아니야."

대충 둘러댄 후, 그들이 머물게 될 신주쿠 프린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한 후, 그가 도쿄에 올때마다 자주 들렀던 바(Bar)로 향했다.

"도쿄 좋은데? 깨끗하고, 매력있는 도시야."

아내는 도쿄의 정취를 느껴보았다.

"그러게. 위스키?"

컵에 얼음과 에너지 드링크를 섞은 위스키를 한모금 들이켰다. 생각해보니 아내와 단 둘이 여행을 가거나 시간을 보낸 적도 별로 없던 것 같았다.

늦게 퇴근해서 바로 잠을 자고, 아침도 거르는 일이 많았기에 정작 아내와 보낸 시간을 얼마 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플리트 판매 : 영업용이나 렌트카용도롤 말합니다. 우리는 법인구매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fleet sale이라 해서 주로 경찰차(관용차), 렌터카, 택시, 회사차량을 포괄해서 말하는 개념이지요. 그렇다 보니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로 지칭되는 이른바 빅 3의 경우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철저히 외면받은 차도 이런 fleet sales로 팔아서 이익을 내기도 했죠.

2012년까지 한국경제의 상승세는 일본마저 공포에 떨게 했죠.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오죽하면 "한국의 교육제도를 본받자"고 하겠어요. 그만큼 한국의 위대한 경제적 업적에 미국마저도 감탄을 금치 못한겁니다.

삼성전자 혼자 벌어들이는 이익이 일본의 9개 대기업 이익보다 많다니 할말 다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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