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그럽시다. 그렇게 진지해서 국회는 허구헌날 몸싸움이나 하고 망치로 문짝을 때려부수고, 주먹질을 하는군요. 빌리 조엘을 운운하는 제가 백만배는 더 경건해보입니다. 적어도 빌리 조엘은 이혼은 했을지라고 이종 격투기를 하지는 않았거든요."
조롱하듯이 던진 박 사장의 이 말에 기자단 여러명이 크게 웃음 터트렸다.
"거. 조용히 좀 하세요."
"제가 한마디 더 하자면, 이즘 이게 전국으로 생중계되고 있는건 압니다. 그런데 말이죠."
박기범 사장은 짐시 말을 멈추고 앞에 놓인 컵을 들고 물을 한모금 마셨다.
"현행 법으로 우리 회사가 해외에 빼돌렸다는 증거도 없으며, 우리는 투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계좌에 자금을 묶어둔 겁니다. 해외에서 석유나 원자재를 사오는데 그때마다 국내 계좌에서 또 해외계좌로 보내면 수수료가 엄청나니까요."
"문제는 그 계좌가 스위스에 있지 않습니까?"
아까 그 국회의원이 소리를 쳤다.
"네. 스위스에 거래은행이 있고 유럽본부가 거기있으니까요."
"내가 알기로 유럽본부는 보통 영국이나 독일에 두는 걸로 아는데 왜 하필 스위스죠? 조세회피 목적이 맞죠?"
그 말에 박기범 사장은 반격을 했다.
"내가 알기로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하늘로 알고 국민을 섬겨야 하는데 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고개가 빳빳하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목적 맞죠? 즉 어디에 두든 우리마음이죠."
"거 자꾸 국회를 모욕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박기범 사장은 그 말을 듣지 못한 듯 말을 했다.
"아니 내가 빌리 조엘을 좋아하던,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던 그건 내 자유입니다. 너는 왜 소녀시대의 팬이 아니냐고 하면 말이 안되지요. 유럽본부를 런던에 두든, 취리히에 두둔든, 베를린에 두든 그건 우리 마음입니다. 왜 하필이면 스위스냐? 빌리 조엘의 노래나 들어보세요. 텔 허 어바웃 잇."
처음 질문을 던진 국회의원은 더 하기가 싫다는 듯 짜증을 냈고 이미 언론에 표적이 된 조형윤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진보당 조형윤 의원입니다. 박기범 사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왜 스위스라고 하는 전통적인 조세회피지역에 계좌를 텄습니까?"
"스위스가 조세회피지역이군요. 오늘 처음 알았어요. 우리는 애초에 1994년. 해외투자와 M&A를 위해 해외계좌를 튼겁니다. 그리고 그 해, 3천만 달러를 들여서 스위스의 Zurich & Merk 섬유를 사들였던 것이죠."
"그것까진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왜 더 돈을 그 계좌로 넣었습니까? 무등그룹이 94년 이후 지금까지 스위스로 보낸 돈이 17억 달러. 그야말로 엄청난데요."
"그 돈은 투자금이지요. 우리가 석유정제업도 하니 석유선물도 거래하고, 스위스에서는 오히려 석유거래가 쉬워요. 석유딜러들이 많아서. 그래서 거기서 스위스와 유럽의 금융기관을 통해 원유를 확보하고, 각종 자원개발도 하는거죠."
"거기에서 거둔 수익이 20억 달러인데, 왜 국내로 안 가져오나요?"
조형윤 의원이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해외에 공장 안만들어요? 결국은 석유를 사들이기 위한 준비금에 불과하죠. 해외 M&A도 해야하고. 그런 기업성장전략을 위해 해외금융기관에 돈을 예금하는걸 가리켜 돈을 빼돌린다고 한다면, 시카고에 75만 달러짜리 대저택을 산건 뭡니까? 외화 밀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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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부당한 압력에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9월. 서서히 신규작품을 업데이트 할 듯 합니다. 저의 다른 소설들도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