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카스트 제도 아시죠? 브라만이 최고, 다음이 크샤트리아. 맨 아래가 수드라죠 140화
"아. 젠장. TV에서도 방영될텐데. 아예. 판을 다 뒤집어 엎어?"
박기범 사장은 무등그룹의 고문변호사를 불렀다. 변호사가 사장실로 들어오자 박 사장은 자리에 앉으라고 한 뒤, 짤막하게 말을 했다.
"국회 청문회가 언제지?"
"한달 뒤입니다."
이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박 사장이 말했다.
"좋아. 그러면 내가 지시를 할 테니 잘 들어. 사설탐정을 하나 사서, 우리 회사의 역외탈세에 대해 폭로한 그 국회의원 자식을 감시해. 그래서 미국에 집이 있다거나 미국에 가족이 사는지. 자식이 있다면 국적은 어디인지, 재산이 얼마인지, 파악해."
"그런 자료를 어디에 쓰시려고요?"
"하라면 해. 그리고 국회의원 연봉에 대한 자료도 좀 파악하고."
박 사장의 말에 고문변호사가 말했다.
"두 번째야 어렵지는 않지만 첫 번째는 제가 그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
"다 내가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거요. 2주 내로 알아가지고 와요. 그래서 내가 보고를 받을 수 있게."
"알겠습니다. 사장님."
이 말을 들은 변호사는 밖으로 나갔다. 소파에 몸을 지그시 기대면서 박사장이 중얼거렸다.
"어디 한번 박살나 봐라. 모든 판을 다 뒤집어 엎어버릴테다."
약속대로 2주일 뒤. 고문변호사가 두툼한 서류봉투를 가져왔다. 박기범 사장은 눈을 흘기면서 변호사를 쳐다보았다.
"그건가?"
"그렇습니다."
변호사는 박 사장의 책상에다가 봉투를 내려놓았다. 봉투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서류를 꺼내 한번 훑어본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서류를 봉투안에 넣었다.
"수고 했어."
"사장님. 혹시 이걸로 그 국회의원을 협박하시려고요?"
하지만 그 말에 박 사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뭐 별거 아니니까 다 잊어버려. 내가 이걸 조사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잊어버려."
변호사가 사장실을 나가자마자 그는 전화기를 집어들고 아마미 타카코 기자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위했다.
그날 저녁. 신라호텔의 카페에서 아마미 기자를 만났다. 그녀에게 박 사장은 그 봉투를 건넸다.
"그게 뭔가요?"
커피를 한모금 마시면서 아마미 기자가 말했다.
"우리 무등그룹의 비밀계좌를 폭로한 그 국회의원의 연봉, 미국내 주택, 아들의 병역비리, 출신학교에 대한 자료요. 이걸 터트려줘요. 특집으로. 그리고 복사본은 정확히 3시간 뒤에, 내가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CNN, 블룸버그 통신에다가 보낼거니까."
이 말에 아마미 기자는 몸서리를 쳤다.
"대단한걸? 국회를 아주 박살낼려고?"
"이게 폭로되면 국회청문회도 다 중단되겠지. 그리고 당신네가 제일 먼저 폭로를 하고, 뒤이어 CNN, 뉴욕타임즈가 폭로하면 정부도 어쩌지 못할테니."
박 사장은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좋아요. 마감시간도 있으니 지금가서 내일 인터넷판, 아시아 판에 특집으로 보도를 하지."
박기범 사장이 준 서류를 가방에 챙기다가 멈칫하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런걸 나에게 주는 이유가.....뭐 바보같은 질문이겠지만 다른 신문사도 있을 것이고."
"판매부수 안늘릴거야? 인기기사가 나가면 인터넷에서도 조회수가 올라갈테고. 당신네 신문사 광고 단가가 올라갈거 아니겠어? 서로 좋은거지 뭐."
"음. 마치 내가 무등그룹 홍보지가 된거 같아서. 뭐 그렇다고 싫다는건 아니야. 그냥 그렇다고.노처녀의 넋두리로만 이해해."
그렇게 말을 하고 아마미 기자는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호텔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한 그는 자신의 메르세데스 벤츠 S500에 올라탔다.
"집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