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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시대-139화 (139/159)

139화

"그리고 그 주식투자로 우리회사는 떼돈을 벌었지. 지난 1999년 12월부터 2000년 2월까지 사들인 MS주식을 다 팔아서 돈을 많이 벌었어."

"그리고 그 후로 계속 해외에 돈을 보냈고."

"그래. 정부는 섬유이외에 M&A하는걸 허락안했지. 그래서 이후 2003년 호주의 철광산회사, 2004년 인도네시아의 석유광구 매입 등에 그 자금을 활용한거야."

박기범 사장은 의자에서 일어나 아마미 기자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말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조세피난처가 왜 필요한데? 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야. 정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야. 그래서 밀턴 프리드먼이 그랬잖아. 정부가 문제라고. 만일 94년 당시 재경원이 미국증권투자를 허락했다면 우리는 그런 비밀계좌나 페이퍼 컴퍼니를 가지지 않았을거야. 우리 잘못은 하나도 없어. 다 재경원이 일을 키운거야. 그러니 우리에게 책임을 묻기 보다는 저기 저. 과천정부청사에 가서 따져. 그게 순리야."

박기범 사장은 손을 쭉 뻗으면서 말했다.

"좋아. 좋아. 내가 어떻게든 신문을 통해 막아볼게. 이코노미스트도 우리편이고 하니 어떻게든 방패막이를 해주겠지. 하지만 당신네 나라 국세청이 가만있지 않는다던데. 국회에서는 어떻게 막으려고."

"해봐야지. 국회에 가서 증언을 하라면 하는거고. 우리 무등그룹은 지난 수십년간 엄청난 돈을 벌었어. 그리고 두둑한 돈을 월급으로 지불했고 또 세금도 엄청나게 냈지. 제깟 국회의원놈들 나라를 위해 한게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박기범 사장은 툴툴거리면서 말했다. 그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경영지원실 전무에게 일단은 모든 일을 위임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죽겠네."

거기다가 국회에서도 조세회피에 대한 특위를 구성해 박기범 사장을 국회에 데려다 청문회를 열 조짐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이 사실을 듣고 급히 무등그룹이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는 공주경제신문 논설위원을 오라고 명령했다.

두시간 뒤, 사장실로 들어온 논설위원에게 그가 이야기했다.

"대체 뭐 하는거야? 일 똑바로 못하나?"

"죄송합니다. 요즘 조세회피 및 역외탈세 건으로..."

"그러니까 내 말이 이 말이야. 신문 사설에서 조세회피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되었다. 그리고 탈세 운운하기 전에 국회의원의 높은 급여, 툭하면 갈아엎는 보도블럭. 이런걸 강조하란 말이야. 멀쩡한 기업이 활동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역외탈세는 덮으라고."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자네 기자출신이지? 요즘 뭐 청년 멘토다 아주 바쁜 모양인데, 그런 짓거리도 좋지만 논설위원으로서 본분도 잘하라고.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이 나오면 내가 전화하기 전에 알아서 해결을 해야 할거 아냐?"

박기범 사장은 소리를 지르며 신문을 집어던졌다.

"알아서 하라고. 자꾸 내 신경을 건드리면 논설위원따위 갈아버릴거야. 알겠어?"

"명심하겠습니다. 사장님."

"봐. 봐. 봐. 나 말이야. 목포 출신에 가난한 학교 선생 아들에, 나. 남들처럼 외국인 학교다, 명문 사립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출신도 아니야. 미국에서 학교도 안 다녔어. 거기다가 난 내 자식도 그런 학교 안 보냈어. 아니 못 보냈어. 다 뒤져봐. 내 딸도 노동자나 서민들이 다니는 별 거지같은 학교 보냈어. 벤츠나 롤스로이스로 아이를 등하교시키는건 꿈도 못꾸었다고. 이런 마당에 그 국회의원들은 뭐야?"

"그렇죠. 그 놈들은...."

논설실장의 말에 박기범 사장은 흥분해서 더 목소리를 높혔다.

"여하튼 이런 점들을 신문에 싣어. 젠장 내가 수드라라고 깔보는 거야 뭐야? 지들이 크샤트리아야? 브라만이야?"

쏘아붙이듯 말한 박기범 사장은 논설실장을 노려보았다.

"가봐. 베기 싫어."

그는 논설위원을 내보내고 국회에 출두해서 과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1994년에 개설한 스위스 역외계좌가 터집니다. 조세피난처에 자금을 이체시켰죠. 와인버그라는 미국인 투자자에게 투자할때도 이 돈을 활용했고, 배상수 이사가 미국에서 기술을 가진 회사를 사들일때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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