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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시대-137화 (137/159)

137화

또한 8월 부터 그런 유럽재정위기가 수면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보유한 주식가치는 폭등했고 2010년 말. 우리나라의 코스피도 2050으로 마감해 사상최고치로 시장마감을 한다.(2007년 종가는 1897)와인버그의 성적은 놀라워서 수익률이 무려 75%였는데 무등그룹이 투자한 13억 달러가 1년만에 23억달러로 불어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박기범 사장은 와인버그가 고맙기도 하고 저주스럽기도 했다.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준 것은 좋았지만 적게 투자했다고 또 황영식 회장으로부터 혼이 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만일 배상수 이사의 말대로 09년에 10억 달러를, 10년에 황영식 회장의 말대로 30억 달러를 넣었다면 아마 88억 달러로 불어났을 것이고 현재 23억달러를 감안한다면 65억 달러를 벌지 못한 것이다. 황영식 회장에게는 뼈아픈 일이었다. 65억 달러를 벌지 못해서이다.

"박 사장. 88억 달러를 벌 기회를 놓치다니. 답답해. 답답해서 미치겠어."

"회장님. 몸에 안 좋아요.

달래듯 그는 말했다. 솔직히 이해는 갔다. 말이 그렇지 추가로 벌 수 있었던 65억 달러는 엄청난 돈이다. 박기범 사장 자신도 안타까웠다. 배상수를 믿고 막대한 돈을 맡겼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만일 한국은행 총재가 배상수 이사만큼 현명해서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와인버그에게 맡겼다면 2년 동안 불어나 총 1조 2550억 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일본이 1945년 이후 현재까지 쌓아온 외환보유고가 고작 1조 3천억.

단지 2년만에 66년 동안 쌓은 부를 한번에 축적해 진정한 극일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미국의 500대 대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40%는 바로 이런 투자은행, 증권회사, 헤지펀드들이 벌었다.

참으로 현명한 미국. 반면 일본, 독일, 중국은 제조업이 강하다. 도요타, 벤츠, 폭스콘 등의 제조업. 미국은 골드만삭스 같은 현명한 투자은행. 국가의 격이 갑자기 달라보이는 듯 했다.

"배상수 이사가 지금 미국 가 있지? 잘하고 있나?"

"네. 지금 셰일가스로도 탄소섬유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회사를 산다고 합니다. 그 회사가 파산해서요. 단돈 3천만 달러에 살 수 있답니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외국에 수출하지는 않아도 그 회사를 사서 우리가 간접적으로 셰일가스를 이용해 탄소섬유 만들면 되죠."

실제로 배상수 이사는 잘하고 있었다. 미국의 주요 대기업들에 탄소섬유를 납품했고 항공기 제조회사들에게도 남품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이 바이 아메리카와 같은 원시적이고 전근대적인 방법을 쓰는 등 보호무역으로의 회귀를 하려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제품보다 월등히 좋은 품질, 오히려 높은 가격을 받아도 인기리에 팔려나갔다.

2011년에는 반드시 FICC를 없애리라 마음먹었지만 쉽지 않았다. 또 다시 유로존 위기가 닥쳤도, 동일본 대지진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서 부서를 없애는 문제는 전사적으로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해 8월. 세계최강국이며, 세계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당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마치 태양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은 충격파가 전세계를 강타했고, 그 덕분에 FICC 파트는 끈질기게 살아남을 명분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충격파로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기업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IR파트를 도와 환율리스크를 축소하고, 보유한 주식과 채권, 원자재 선물등에 대한 효과적은 운용을 통해 기업 리스크를 줄이자는 의견은 박기범 사장을 무릎꿇게 만들었다.

"진짜 내가 만든 부서지만 징하다. 징해. 아니 없애려고 하면 꼭 뭔가가 터져서 없애지 못하게 해요. 진짜. 어휴."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는 혼자서 위스키를 들이켰다.

============================ 작품 후기 ============================

박기범 사장에게 있어서 FICC부서는 영욕의 대상이자 애증의 상대죠. 2011년 세계는 여러번 충격에 빠지게 되었고 그 덕에 박기범 사장은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슬픔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9월. 박기범 사장을 그야말로 돌아가시게 만드는 (완전 돌아가시는 거야. 이런 표현있죠. 환장하게 만드는)일까지 터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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