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36화 (136/159)

136화

2011년 새해가 밝아왔다. 사장이 된지 4년째 되는 해였다. 이제 내년 말이면 재계약을 하느냐, 물러나느냐 하는 갈림길만 남았다.

사장으로서 기간이 2년 남았다고 생각을 목포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벤츠 안에서 했다.

"사장이 2년이라."

새삼 지나간 과거를 돌이켜보았다. 직장생활 27년만에 사장이 되었다. 31년간의 기간을 계산해보면 1980년부터 1997년까지 17년간은 직원으로,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은 임원으로 지내왔다.

임원으로 지낸 덕에 벤츠도 사고, 나름 호사를 누렸는데 이게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만일 이대로 나간다면 2012년 12월 31일에 끝나게 된다. 그렇다 해도 본사 사옥 내에 위치한 카페는 하나 받게 될테고,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그런 걸 받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가지고 있는 무등그룹 주식만 해도 현재 시가로 45억원 어치나 되고,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비록 27평이기는 해도 강남에 위치한 덕에 5억원을 호가했다. 가지고 있는 차도 2006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S500였다.

각종 예금과 보험을 다 합하면 15억은 족히 될터이니 노후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퇴직금도 나올테니까."

와인버그가 한번 100% 투자수익을 낸 것 때문에 중공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그 돈을 와인버그에게 맡기는 것은 무모했다.

이미 일본의 킨키 상사는 보유한 호주나 남미의 광산에서 나온 돈을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맡기고 그 이익을 일정부분 일본으로 회수해오는 구조를 갖추었다.

이를 반대한 사람이 바로 레니 유키치 사장이었다. 기존의 무역 및 수출입 중개와 광산쪽으로 다변화해야 하고, 킨키 상사가 소유한 은행들은 전통적인 독일과 일본의 상업은행처럼 중소기업 장기대출이나 시설자금대출로 가야 한다고 했었다.

기업의 목적인 이익추구이지만 국가의 장기적 비전을 보아가며 유망하지만 돈이 없는 중소기업에게 안정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금융서비스를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도 일본인들의 생활수준이 1990년보다 오히려 72%나 늘었다는 점은 대기업 못지 않은 기술력을 가진 튼튼한 중소기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그는 믿었다.

하지만 2010년 4월, 미국식 금융회사 모델을 추구하던 젊은 경영진에 의한 이른바 '킨키 항쟁' 사건 이후 레니 유키치 사장은 퇴진한다. 09년도 킨키 상사는 8300억엔의 순이익을 냈는데 그 중 5500억엔은 해외증권투자로 벌어들인 수입이었다.

또한 한국과 같은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국가들이 도전을 해오면서 이제는 제조업으로 승부를 거는 시절은 갔다고 킨키 상사의 경영진은 본 것이다.

거기다 한국의 괄목할만한 경제번영의 이면에는 IMF구제금융 이후, 철저한 미국식 경영체제,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용시스템, 주주의 권한을 강화한 주주자본주의의 적극적인 도입이 한국기업들을 세계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하였다고 그들은 보았다.

그러나 2009년 당시 원금 3억 달러에 수익률 100%를 기록 총 6억 달러로 불어난 금액에 추가로 7억 달러를 투자해 총 13억 달러를 투자한 무등그룹의 헤지펀드 투자액은 박기범 사장의 바램처럼 되지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와인버그가 이끄는 헤지펀드는 거의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다시피한 그리스 국채를 사들였고 구제금융이 이루어지면서 국채가격이 폭등해 떼돈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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